모든 여행은 훌륭하다 #14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 Bratislava는 <심야식당>같은 도시다.
파리나 로마처럼 화려한 빅씨티가 아니다. 스위스처럼 장엄한 자연도 없다. 찾는 이들의 수도 그에 비할 바가 못된다. 하지만 <심야식당>의 매력이 소문난 먹거리와 화려한 인테리어에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여행 변방- 브라티슬라바도 그러하다.
만약 유럽 여행을 결심한 당신에게 이런 취향이 있다면 브라티슬라바 여행을 추천한다.
1. 조용한 도시에서 매력을 느낀다면
2. 숨바꼭질을 좋아한다면
3. 그래피티 아트에 관심있다면
내 기억 속 유럽은 대개 시끄럽고 붐볐다. 그 활기에 들뜨다가도 때론 지쳤던 기억이 난다. 몸도 귀도 눈도 쉬어가고 싶을 때- 브라티슬라바는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화려한 건축물과 붐비는 인파 대신 아기자기한 골목과 한적한 거리를 마주하게 된다. 프라하의 까를교나 파리의 에펠탑에서 느껴지는 왁자지껄함에 지친 여행객에겐 무척 매력적인 고요다. 어느 방향으로 셔터를 누르든 사진엔 여백이 충분했다.
빛 좋은 오후, 조용한 골목을 산책하는 여유.
브라티슬라바 성을 산책하듯 천천히 돌았다. 붉은 지붕의 물결과 UFO 다리를 내려다보며 잠시 프라하를 떠올렸지만 그 시끌벅적함이 이 곳에선 완전히 음소거되버린다.
사실 브라티슬라바엔 입이 떡 벌어질만한 관광명소가 없다. 굳이 뭐 하나를 꼽아야 한다면 브라티슬라바성이나 UFO 다리, 그리고 도시 곳곳에 설치된 동상들을 꼽는다. 내겐 그 동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떤 동상은 하수도 맨홀 뚜껑을 열고 행인들을 구경하고 있다. 어떤 동상은 지붕 위에서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장난스럽게 매달려 있고, 무심코 앉은 벤치 뒤에 기대선 동상도 있다. 반나절 브라티슬라바를 산책하며 7,8개 정도의 동상을 발견했다. 마음 먹고 숨바꼭질하듯 브라티슬라바 동상찾기 여행을 해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는 '오죽 볼 거리가 없으면 동상을 그리 세워놓았을까' 했지만 그 동상으로 인해 여행객들은 브라티슬라바에서 유쾌한 추억을 갖게 된다. 충분히 멋진 기획이다.
유럽을 여행하며 참 많은 그래피티를 봤다. 많은 경우 '저기다 낙서했네' 정도의 느낌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예외가 있었으니, 포르투갈과 이 곳- 브라티슬라바다. 멀리서 발견하곤 '오호'하며 다가가 들여다볼 정도로 완성도 있는 작품(?)처럼 느껴졌다. 조용하고 얌전한 브라티슬라바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매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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