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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Jul 01. 2015

테헤란으로 떠나야만 하는 이유 3가지

모든 여행은 훌륭하다 #9

이란의 수도 테헤란은 강남 한복판에 있는 길 이름으로 먼저 기억되는 도시다. 이란이라는 나라가 가진 폐쇄적 이미지 탓에 아직 많은 한국인들의 여행지 목록에 올라 있진 않은 듯 하다.


이란 북부에 위치한 테헤란 (출처 : 두산백과)


(8년 전을 기준으로) 이란 비자를 발급받는 과정부터 까다로웠다. 비쌌고 오래 걸렸다. 적대 관계에 있는 나라를 다녀온 기록이 있으면 비자 발급이 거부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에 머문 열흘 남짓은 놀라운 경험의 연속이었다. 우린 때론 경험하지 않은 것을 너무 쉽게 오해하고 지레짐작한다고- 내내 생각했다. 테헤란에서 느낀 소소한 즐거움 몇몇을 소개한다. 3가지 모두 해당한다면 이란 대사관에서 비자 발급 절차를 문의하시길.



1. 케밥을 좋아한다면

2. 반팔 입고 스키타고 싶다면

3. 눈이 예쁜 여성이라면



* 먼저 양해를 구한다. 8년 전 찍어온 사진이라 화질이 형편없다. 정보성 글은 아닐지나 오랜 시간이 지난 여행기록이니 '느낌'만 받아들여주시길 바란다.



1. 케밥을 좋아한다면


요즘 즐겨보는 <냉장고를 부탁해>에 노란색 샤프란이 나온 적이 있다. 8년 전 이란 케밥의 기억이 뇌세포를 자극해 군침이 돌았다. 테헤란을 비롯, 이란에서 가장 많이 먹었던 것이 바로 케밥이다. 많은 경우 고기 꼬치가 쌀밥과 함께 나오는데 노란색 샤프란이 함께 등장한다. 고슬고슬하고 길쭉한 쌀알에 구운 토마토와 계란, 버터를 쓱쓱 비벼 한 입 먹으면 어찌나 맛이 있던지. 고기매니아임에도 불구하고 같이 나온 고기가 양이든 닭이든 크게 중요치 않았다.


사진에는 없지만 테헤란에서 가장 유명한 케밥집에 들렀었다. 어른 팔만큼 긴 꼬치에 양의 갈비 대여섯 대가 통째로 꽂혀 있었다. 꼬치에서 어렵사리 고기들을 접시로 옮겨 손에 들고 뜯어보니 중국 서부에서 먹었던 양고기 샤슬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부드럽고 쫄깃했다.


케밥을 먹으며 알게 된 재밌는 사실 두 가지. 이란인들은 저녁 식사를 상당히 늦게 시작하는 듯 했다. 저녁 9시 무렵이 되니 식당이 바빠졌다고, 8년 전 메모에 적혀 있다. 그리고 그 식당에선 양념 하나, 빵 한 조각까지 별도로 값을 받았다. 모든 이란이 그런 것인지는 모르나 혹 이란을 여행한다면 체크해보시는 것이 좋을 듯.






2. 반팔 입고 스키타고 싶다면


테헤란을 여행한 것은 3월 말에서 4월 초였다. 계절로 치면 봄이건만 토찰은 몹시도 하얬다. 토찰은 테헤란에 위치한 해발 4000m높이의 산인데 3월까진 눈이 내리고 6월까지도 스키장이 개장한다고 했다. 짧은 두 달여의 여름을 빼면 이 곳은 스키어들의 천국이다.


입구에 들어서 케이블카를 타고 산을 올랐다. 처음엔 제법 메마른 풀들과 바위들이 듬성듬성 보이더니 어느 순간 새하얀 눈과 안개에 뒤덮여 온통 천국마냥 하얗다. 꼭대기에 가까워오자 케이블카가 매달려 있는 케이블조차 보이지 않는다. 하나님이 계시다면 이런 곳에 머물지 않으실까 싶을 정도였다.


반팔을 입은 한 청년이 걸어서 산을 오르고 있다. 반팔을 입고 설산에서 스키를 탈 수 있는 곳, 토찰이다.

산꼭대기. 케이블카를 타고 이 곳에 올라 스키를 타고 내려온다. 온통 하얗고 하얗다.






3. 눈이 예쁜 여성이라면


비행기가 테헤란 상공에 들어서자 안내 방송이 나왔다. 여자들은 주섬주섬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 두르기 시작했다. 들은 게 있었던 나 역시 몇 해 전 터키에서 산 방한용(!) 천을 머리 위로 둘렀다. 이란은 엄격한 이슬람 국가로 여성들의 복장에 제약이 많다. 그 근거는 꾸란의 구절이다.



‘밖으로 나타내는 것 이외에는 유혹하는 어떤 것도 보여서는 아니 되니라. 즉, 가슴을 가리는 수건을 써서 남편과 그의 부모, 자기 부모, 자기 자식, 자기의 형제, 형제의 자식, 소유하고 있는 하녀, 성욕을 갖지 못하는 하인, 그리고 성에 대해 부끄러움을 알지 못하는 어린이 이외의 자에게는 아름다운 곳을 드러내지 않도록 해야 되니라.’ (24장 31절)




출처 : 중앙일보




여성들의 복장은 꽤 다양했다. 지역, 종교적 성향, 계층, 연령, 취미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실제로 버스에서 마주친 흑인 여성들은 흰색의 두건을 쓰고 있던 반면, 시내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대부분의 현지인들은 니캅을 두르고 있었다. 아무렇게나 천을 두르고 다녔던 나는 이를테면 히잡을 쓴 셈이다.




현지에서 들은 바에 따르면 단속 기간이 있다고 했다. 여자들이 발목을 드러내면 그 살에 스프레이를 뿌려서 나중에 일괄적으로 잡아간다고 하는데 그게 진짜인지는 확인할 기회가 없었다.


히잡이든 무엇이든 양껏 가려놓았어도 서로 사랑하는 남녀의 마음은 잘 가려지지가 않는다. 엄격한 이슬람의 나라 이란 곳곳에서 이런 애정행각을 자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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