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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Jul 27. 2015

면허없는 당신이 독일로 떠나야만 하는 이유 3가지

모든 여행은 훌륭하다 #19

고백하건대 면허가 없다. 


엑셀과 브레이크 구분도 못 한다. 그런데 독일 여행 테마가 '차'였다. 벤츠, BMW, 포르쉐.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 박물관 세 곳을 들렀다. 여행하는 내내 기필코 차를 사겠노라 별렀다. 면허도 지식도 없던 나에게조차 독일 모터 투어는 매력적이었던 게다. 만약 다음의 3가지 중 2개 이상에 해당한다면 독일 여행의 테마를 '차'로 잡아보는 것이 어떨런지. 특히 3번째 줄에 체크했다면 강하게 추천한다.


1. 차는 잘 모르지만 이쁘고 멋진 것엔 무조건 끌린다면

2. 벤츠, BMW, 포르쉐가 지나갈 때면 괜히 곁눈질하게 된다면

3. 자동차 면허 취득의 강한 '뽐뿌'가 필요하다면




1. 옛날 차가 이래도 돼?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


Mercedes-Benz 300 SL Coupe (1955)

이 차는 우리 아빠보다 나이가 많다. 믿어지지 않는 사실이다. 

Mercedes-Benz 300 SL Coupe (1955)


Mercedes-Benz F200 Imagination (1996)

1996년 파리 모터쇼에 출품된 컨셉카. 20년된 차다. 야자수 머리에 멜빵 바지를 입은 HOT가 전성기를 누리던 그 옛날이다. 

Mercedes-Benz F 200 Imagination (1996)


Porsche 917 PA Spyder (1969)

이 하얀 거미를 보고 약 14초 간 레이싱걸이 되고 싶단 생각을 했다. (물론 부질없는 생각이다. 다시 태어나야 한다.) 한 시간에 이 하얀 거미가 달릴 수 있는 거리는 360km. 1969년에 태어난 차다. 

Porsche 917 PA Spyder (1969)




2. 앞유리를 열고 타는 차? 편견을 깨는 기발함



BMW 600 (1959)

꼭 하늘색 병아리처럼 생겼다고 생각했지만, 병아리라고 하기엔 연세가 지긋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기가 넘쳐났는데 아이들이 앞에 섰을 때 가장 어울렸다. 단, 실제로 운행되던 시절엔 앞에 문이 달린 까닭에 사고가 나면 무척 위험했다고. 


포르쉐 Porsche 956

세상에. 차가 천장에 달려 있었다. downforce 이론에 따르면 이 차가 시속 321.4km/h까지 속도를 높였을 때, 천장도 달릴 수 있다. 편견이라기보단 무지를 깬 케이스. 




3. 건물로 예술을 해? 입이 떡 벌어지는 웅장함


시공간을 초월한듯한 메르세데스 벤츠 뮤지움 / 슈투트가르트

네모반듯한 박물관을 상상했다면 그 상상- 버리는 게 좋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는 순간 시공간을 이동한 듯한 느낌에 압도 당한다. SF 영화 세트 어딘가에 온 듯한 기분이다. 건물이 나선형으로 만들어진 까닭에 산비탈을 오르듯 야트막한 경사를 오르며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밖보다 안이 아름다웠던 BMW 뮤지움 / 뮌헨

곡선과 직선이 어우러진 외관이 강인하고 다부진 느낌이었다면 내부의 곡선은 참 유려했다. 2,3번째 사진에서 볼 수 있듯 뮤지움에서 바로 차를 뽑아 끌고 나갈 수 있다. 세상에서 BMW를 가장 폼나게 뽑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낮보다 밤이 아름다운 포르쉐 뮤지움 / 슈투트가르트

벤츠나 BMW 박물관에 비해 다소 투박해보이는 외관. 하지만 그 투박함이 어둠을 입자 SF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저 건물이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합체 로봇이 될 것만 같았다.




4. 이 시대의 달리는 증인? 역사를 꿰뚫는 묵직함



세계 최초의 모터싸이클 Daimler Reitwagen (벤츠, 1885) 

오늘날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수억 대의 조상이다. (조상치곤 젊다. 130살.) 최고 속력 (12km/h)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데 꼬박 이틀이 걸린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벤츠 Mercedes-Simplex 20PS (벤츠, 1902)

지구상에 존재하는 벤츠 중 가장 나이가 많다. 빌헬름 마이바흐 Wilhelm Maybach가 디자인했다. 배용준, 이건희의 차로 유명한 그 마이바흐 맞다. 


다이애나가 사랑한 차 벤츠 500 SL

다이애나 비의 치열했던 이혼 과정을 듣곤 참 용감하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용감했던 건 비단 이혼에 있어서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녀는 영국 왕실 가족 최초로 외산차 벤츠 500 SL을 샀다. 영국 자동차 회사 노조의 반발로 다시 반납했지만, 벤츠와의 인연은 끝나지 않는다. 5년 후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을 때 탔던 차 역시 벤츠. 그녀의 벤츠는 Gallery of Celebrities에서 볼 수 있다.

Mercedes-Benz 500 SL

메르세데스 벤츠의 시대를 짊어진 전시

벤츠 뮤지움은 단지 차만 전시해놓은 공간이 아니었다. 첨단기술에 기반한 자동차 산업은 지난 세기 세계 정세와 함께 요동쳤다. 전쟁과 학살, 박해. 독일에겐 잊고 싶은 역사일터. 하지만 독일을 여행하며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가 그런 역사를 끊임없이 드러낸다는 것이었다. 벤츠 박물관도 마찬가지였다. 자동차 산업과 함께 당시 독일의 치부를 담담히 이야기하고 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제시 오언스

1936년, 게르만 민족의 우수성을 과시하기 위해 히틀러는 베를린 올림픽을 개최했다. 가난한 노예 집안에서 태어난 흑인 제시 오언스가 금메달 4개를 목에 걸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터. 훗날 제시 오언스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1936년 8월, 다른 민족이 모두 자신과 아리안족의 소유가 돼야 한다고 믿는 아돌프 히틀러와 싸워 이겼다."

아, 독일 정부는 베를린에 그의 이름을 딴 길도 만들었다고. 





5. 차는 다 승용차 아냐? 달리고 나르고 구하는 다양함 


잘 나가는 전문직 자동차들

자동차 문외한인 내게 차는 그냥 승용차일 따름이었다. 벤츠 뮤지움에서 Carriers, Voyagers, Helpers 등과 같이 다양한 용도에 따라 구분된 전시를 돌며 편견은 깨졌다. 그 중 제일 사진을 많이 찍었던 건 Voyagers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던 2층 계단차. 당장 여행을 떠나고 싶... 아, 나 지금 여행 중이지. 




6. 박물관은 보는 것? 오감으로 만끽하는 즐거움


벤츠 뮤지움 F1 Racing Simulator

거미처럼 생긴 시뮬레이터를 보는 순간 득달같이 달려갔다. 하지만 시시했다. 레이싱이라기보단 요람 체험에 가까웠던 기억이다. 매우 미미하게 움직인다.


BMW 뮤지움 bike show

사실 벤츠 뮤지움의 임팩트가 워낙 강했던 탓에 BMW와 포르쉐 뮤지움은 빈약하게 느껴졌던 게 사실. 하지만 각 박물관 나름의 매력이 있었으니, BMW의 바이크 쇼 역시 그 중 하나였다. 오토바이를 타고 계단을 오르내린다. 

바이커 걱정을 하느라 영상을 찍지 못했다. 혹 현장 분위기가 궁금하다면 여기를 클릭.


BMW 뮤지움 Art + Motor + Music

BMW 뮤지움의 매력 중 하나는 자동차를 소재로 한 예술 작품이었다. 천장에 투명 와이어로 매달린 쇠구슬이 입체적인 자동차의 모습을 구현한다. 이 쇠구슬이 음악과 함께 움직이며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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