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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Jul 02. 2015

리스본으로 떠나야만 하는 이유 4가지

모든 여행은 훌륭하다 #10

리스본은 분명 아름다운 곳이다. 건축물과 자연 환경, 도시 자체의 분위기 모두 별 다섯 개를 주어도 아깝지 않다. 다만 그 '풍경'보다 인상적인 것이 '풍미'였던 탓에 여행 후 오래도록 리스본을 상상하며 입맛을 다셔야 했다. 눈은 즐겁고, 입은 더 즐거운 곳. 다음 중 3가지 이상에 고개 끄덕여진다면 부루마불 세번째 줄 26만원 짜리 도시- 리스본으로 '진짜' 떠나봅시다.



1. 원조 에그타르트를 맛보고 싶다면

2. 즉석(?) 소고기의 진수를 맛 보고 싶다면

3. 한밤의 거리에서 벌이는 술판에 끌린다면

4. 골동품 시장을 좋아한다면



1. 원조 에그타르트를 맛보고 싶다면


에그타르트의 원조는 포르투갈이다. 수도원에서 만들어진 레시피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하니 세월을 이긴 맛의 힘이 궁금했다. 내가 들른 곳은 제로니무스 수도원 옆 Pasteis de belem이었다. 리스본 에그타르트를 검색하면 100에 99는 이 곳이 나온다. 1837년부터 영업을 했다고 하니 맛을 의심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매우 커다란 가게 안엔 빼곡히 테이블과 의자가 들어서 있다. 몹시 정신없고 다소 너저분 + 지저분 했으나 어느 누구도 개의치 않았다. 직원들이 쉼없이 만들어내는 에그타르트는 그 즉시 팔렸다. 1개에 1300원 쯤 되는 가격도 나쁘지 않다.


갓 나온 에그타르트는 분명 맛있었다. 한 개로는 충분하지 않은, 두 개 먹고 5분 쉬었다 세 개 먹고 싶은- 그런 맛이었다.




2. 즉석(?) 소고기의 진수를 맛 보고 싶다면


이제까지 30개 남짓의 나라에 가봤다. 그 중 음식맛으로 치면 포르투갈은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 가이드북에서 포르투갈의 여행 포인트로 꼽았던 해산물도 훌륭했다. 하지만 이 것만큼 좋진 않았다. 불에 익은 돌판 위에서 바로 구워 먹는 소고기 Picanha.


내가 갔던 곳은 이미 한국인 여행객들 사이에서도 알려질대로 알려진 Cabacas. 한국어 안내판도 있을 정도로 많이들 찾는 모양이다. 다른 말은 필요없고 싸고, 맛있다. 만 원 남짓이면 눈 녹 듯 녹는 소고기의 호사를 누릴 수 있다.





3. 한밤의 거리에서 벌이는 술판에 끌린다면


리스본은 낮보다 밤이 더 마음에 들었다. 리스본의 짙은 밤하늘이 노르스름한 불빛을 만나서 내는 분위기가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 멋진 밤, 시원한 밤공기를 쐬며 골목길에 앉아 한 잔 기울인다면 설사 그게 원효대사 해골물이라 해도 맛없을 없다. 더군다나 내가 마신 건 Ginjinha, 리스본 최고의 술이었다. ('진지냐'라고 읽어야겠지만 발음이 어려워서 그냥 '진진자'라고 불렀다.) 독하고 단 체리술이라더니만 과연 독하고, 달았다. 따로 좌석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진진자 가게에서 한 병 사들고 숙소에서 만난 일행들과 리에서 잔을 들었다. 았다.



아마 지금 어디선가 저 술을 구해 마신다 해도 그 때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던 감흥은 느끼지 못할 것 같긴 하다. 여긴 리스본이 아니니까.





4. 골동품 시장을 좋아한다면



먹고 마시는 것만이 풍미는 아니다. 이 도시의 시간과 사람 냄새가 짙게 배인 골동품 가게 역시 리스본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여행지에서 시장에 가는 걸 즐기는 이들이라면 더군다나 반가울 만한 곳이다.



아주 오래 전 리스본 철수와 영희가 주고 받았을 편지와 엽서가 한 뭉텅이다.


아주 오래된 카메라들. 기능을 하진 못하더라도 집 안에 하나 놓고 싶을 만큼 분위기 있었다.



LP판을 옆구리에 낀 채 리스본의 명물인 트램 모형을 들여다보는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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