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여행은 훌륭하다 #11
런던은 셜록의 도시다.
셜록을 탄생시킨 코난 도일이 영국 태생이어서만은 아니다. BBC의 <SHERLOCK>이 셜록을 화려하게 부활시킨 드라마 속 배경이 런던이란 이유가 (내게는) 더 크다.
차이나타운, 런던아이, 버킹검. 영국을 한 번이라도 여행한 이들의 눈에 "어, 저기 거긴데?!" 싶은 곳이 부지기수. 런던 여행은 위대한 문화 유산과 함께 셜록을 느낄 수 있는 아주 멋진 시간이었다. 혹- 올 연말 방영 예정인 <셜록> 시즌 4를 애타게 기다리는 당신이라면 다음의 4가지 스팟을 추천한다. (참고로 <셜록> 시즌 4 크리스마스 특별판은 올해 12월에, 본격 에피소드는 내년에 방영된다.)
1. 셜록과 왓슨의 하숙집에 놀러가고 싶다면, SPEEDY'S CAFE
2. 셜록이 살아돌아와 기쁘다면, 성 바르톨로뮤 병원
3. <셜록> 속 그 장면을 떠올리는 재미를 원한다면, 셜록홈즈 뮤지움
4. 세상에서 가장 멋진 탐정을 탄생시킨 이가 궁금하다면, 초상화 갤러리
베이커가 221B는 대단히 상징적인 곳이다. 셜록과 왓슨이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BBC <셜록>에서 등장하는 두 사람의 하숙집 주소 역시 221B다. (실제 주소는 아니다.)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샌드위치 가게는 그 모습 그대로 운영되고 있었다.
셜록은 이 곳, 바르톨로뮤 병원 옥상에서 떨어져서 죽었었다. 그리고 살아난다. 하지만 그가 죽지 않았음을 확인하기까지 가슴 졸였을 수많은 매니아들이 이 곳에 찾아와 간절한 메시지를 남겼다. 병원 앞 공중전화 부스, 벽, 버스 정류장 곳곳에서 "셜록, 부디 죽지 마시라."는 쪽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도 하나 남겼다. 아주 간절한 마음으로.) 그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한 지금은 아마도 다 지워지지 않았을까.
코난 도일이 쓴 소설 <셜록>을 BBC가 드라마 <셜록>으로 각색했다. 배경은 무려 100년을 건너 뛰었다. BBC의 셜록은 스마트폰을 쓴다. 하지만 소설과 드라마 <셜록>이 같은 플롯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은 분명 '이야기'의 힘이라 믿는다. 코난 도일이 남긴 그 '이야기'의 힘을 세세하게 확인하고 싶은 이에게 셜록 홈즈 박물관은 무척 반가운 곳이다. 코난 도일이 글을 쓸 법한 세트 뿐 아니라 원작 속 사건 사고를 세세하게 재현해놓았다.
셜록이 탐정이 아닌 남자로 등장했던 거의 유일한 에피소드 <The woman>. 원작은 보헤미아의 스캔들(A Scandal in Bohemia)이다. 보헤미아 왕족의 스캔들을 둘러싼 소설 속 사건과 드라마 속 아이린 애들러의 '미친 매력'을 동시에 떠올릴 수 있었다.
문화전시의 천국인 런던. 초상화 갤러리도 그 중 하나다. 유명 연사들의 삶을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한 초상화들로 가득 찬 이 곳에서 코난 도일의 흔적을 찾아보고 싶었다. 2013년 봄 기준 전시장에서 코난 도일의 초상화를 찾을 순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데이터 베이스를 조회해보았더니 지하 수장고에 몇몇 초상화가 보관되고 있었다.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맞닥뜨린 코난 도일의 초상화들. 같은 인물을 다르게 그려놓은 점이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론 2번째 삽화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셜록이란 가공의 인물에 삶을 묶여버린 작가의 고통이 느껴졌다.
이 외에도 관심만 가진다면 런던의 모든 곳에서 셜록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동상, 가게 이름, 포스터, 지하철역 타일. 이런 소소한 발견 역시 런던 여행의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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