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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Jun 30. 2015

트롬소로 떠나야만 하는 이유 3가지

모든 여행은 훌륭하다 #7

한 때 유행했던 광고 카피가 있다. "어디까지 가봤니?" 그 질문에 나는 '북극까지 가봤지.'라고 대답하련다. 트롬소 Tromsø는 노르웨이 북쪽에 있는 도시로 '북극권의 파리'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북위 70도의 엄연한 '북극'이다.



거리도 거리거니와 이동 루트가 간단치 않아 아직 한국인들에게 대중화된 여행지는 아니다. 하지만 아래의 4가지 중 1가지라도 해당된다면 고려해봄직하다. 2가지 이상이라면 요즘 유행하는 말마따나 '강제추천'하련다.



1. 북극이란 데를 가 보고 싶다면

2.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리고 싶다면

3. 생에 한 번, 환상적인 오로라를 보고 싶다면

4. 눈과 얼음의 묘미를 즐기고 싶다면






1. 북극이란 데를 가 보고 싶다면


트롬소 공항에 내리자마자 이 곳이 북극임을 공기가 증명한다. 살이 에이는 추위 뿐 아니다. 오후 2시만 되어도 어둑어둑해진다. 시계의 바늘과 하늘의 명암이 따로 노는 것을 보고 있자면 기분이 묘-해진다. 전혀 다른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이다. 눈 덮인 봉우리와 찬란한 태양이 교차하는 순간을 넋놓고 보게 된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온 몸이 얼어붙어 다리 한 짝 떼기 힘들었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선 북극권에 다녀간다는 증서도 준다. (물론, 종이값 치곤 비싼 값을 치러야 준다.)




2.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리고 싶다면


서울에서 태어난 청년치고 눈밭 썰매를 타 본 이가 몇이나 될까. 그것도 개가 끄는 썰매라면 확률은 거의 0에 가까울 게 분명하다. 트롬소에서 즐길 수 있는 멋진 엑티비티 중 하나는 '개썰매'다. 그 이름에서 혹 '동물 학대'의 기운을 느끼고 꺼려 진다면 부디 그 걱정을 고이 접어 두시길. 개썰매장의 개는 무척이나 사랑받고 있다. 

모든 개는 자기 이름이 쓰여진 자기 집을 가지고 있다. 혼자 있으면 심심할까봐 두 마리가 한 지붕을 인다.
직원들은 썰매견들을 친구처럼 대했다. 이름을 불렀고, 같이 웃었다.


개는 흡연을 하지 않습니다. 저리 가세요.


자, 지금부터 6마리의 개가 설원을 달릴 거다. 당신을 썰매에 태운 채.


눈 앞엔 온통 하얀 설원, 신의 센스가 돋보이는 총천연색 그라데이션 하늘이 당신을 기다린다. 속도는 당신이 상상하는 것보다 빠르다. 무척 빠르다. (쏜살같이 당신의 앞을 스쳐 지나가는 개의 속도를 상상해보라. 무려 6마리가 뭉쳐 달린다. 경쟁적으로!)


썰매견들은 정말 신나보였다. 사람 친구를 따라 설원을 달리다가도 자기들끼리 뒹굴고 장난치고 놀았다. 직원은 전혀 말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건 개썰매가 아니라 개들의 산책에 동행을 한 것인가. 풍경만큼이나 유쾌했다.



사람이 부러 닦아놓은 길이 아닌-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설원을 달린 흥분을 식혀주는 것은 설원 한 켠의 식당이다. 장작불로 덥혀놓은 이 곳에서 간단한 식사와 커피를 즐기며 언 몸을 녹인다. 식사로 나온 고기가 무엇이냐 물었더니 '레인딜'이라 한다. 무슨 말인지 몰라 나중에 찾아보았더니 순록 Reindeer이라고. 그 해 크리스마스에선 산타 할아버지 한 분이 운행을 못 하셨겠구나, 싶어 잠시 기분이 묘했다.





3. 생에 한 번, 환상적인 오로라를 보고 싶다면


트롬소를 찾는 이들 중 northern-lights를 염두에 두지 않은 이는 없을 것 같다. 모두가 아는 '오로라'다. 오로라를 관측할 수 있는 여러 도시 중 트롬소는 기온은 높고 관측률은 높은 도시라고 한다. 오로라를 찍은 사진은 아무리 봐도, 설렁설렁 대충 봐도 환상적이다. 부푼 꿈을 안고 오로라를 보러 나섰다. (트롬소라고 아무데서나 오로라가 보이는 것은 아니다. 자주 관측되는 곳을 찾아 투어 차량을 타고 떠나야 한다.)


사진 출처 : Visit Norway 


결과적으로 나는 오로라를 보지 못했다. 아주 잔혹하게 매서운 추위 속에서 2시간을 기다렸지만 오로라는 내게 자신을 허락하지 않았다. (젠장) 



꽁꽁 언 몸을 녹이려 가이드는 불을 피웠고, 커피를 내어줬다. 오로라를 보진 못했지만 투어에 참여한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그건 신의 영역이니까.



오로라를 볼 수 있는 또 다른 나라- 캐나다, 핀란드 여행 핑계가 생겼다.




4. 눈과 얼음의 묘미를 즐기고 싶다면


이 곳은 눈과 얼음이 넘쳐나는 트롬소. 잠시 언급한 바와 같이 무척 해가 빨리 진다. 눈과 얼음이 이 어두움을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막연히 우울하고 차분할 것만 같은 이들의 조합은 상당히 흥미로운 결과물로 탄생했다. 내가 방문한 기간은 마침 꽤 유명한 영화제가 열리고 있었다(고 한다. 가보진 못했다.)


트롬소 시내 한복판에서 눈길을 끄는 설치물이 있었다.


눈과 얼음으로 커다란 스크린을 세웠고, 그 앞에 크고 작은 이글루를 만들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 위에서 뛰어놀며 영화를 봤다. (아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형광조끼를 입고 있었다. 물론 안전 때문이다.)





아이들은 행복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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