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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Jul 14. 2015

오클랜드로 떠나야만 하는 이유 4가지

모든 여행은 훌륭하다 #16

오클랜드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다.


유일하게 한국에서 직항이 운행되는 도시라 뉴질랜드를 여행하는 한국 여행객들은 대개 이 곳을 거친다. 탄성을 내지르게 할 만한 장엄한 자연이 있는 것도, 널리 알려진 문화유산이 있는 것도 아닌지라 그리 구미가 당기는 여행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이유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밍숭맹숭한 기분으로 시작했던 3일 간의 여행은 그러나 제법 훈훈하게 끝을 맺었다.



다음의 4가지 중 서너개가 해당된다 싶으면 오클랜드 여행이 밑지는 선택은 아닐 듯.


1. 192m 짜리 자이로드롭에 관심있다면

2. 분화구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싶다면

3. 바닷가 나무 도서관에 끌린다면

4. 여행갈 때 컵라면을 챙겨간다면




1. 192m 짜리 자이로드롭에 관심있다면


스카이타워는 오클랜드에 들르는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스팟이다. 하지만 솔직히 '무슨무슨 타워'는 속된 말로 흔해 빠졌다. 단순히 도시의 멋진 전망을 즐기기 위해서라면 2만원이나 하는 타워 입장료는 좀 아깝다. 하지만 오클랜드 스카이타워엔 비장의 무기가 있다. 스카이워크와 스카이점프. 놀이공원 가서 가장 높은 난이도만 주구장창 즐겨타는 참새들에겐 이 곳이 방앗간이다.


일단 328m의 스카이타워를 오르기 위해선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바닥이 훤하다. 결코 깨지지 않을 유리란 것을 알면서도 그 위에 서는 것은 꺼려진다. 

스카이타워 엘리베이터 바닥. 바닥이 점점 멀어진다.

꼭대기 전망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오클랜드의 쾌적한 전망이었다. 그 중에서도 종이로 학을 접어 줄 세워 놓은 듯한 요트 주차장이 인상적이다. (오클랜드는 요트의 도시라는 애칭도 가지고 있다.)


그 다음 눈에 띄는 건 푸른 하늘을 두 동강내고 있는 '줄'이다. (아래 사진 참고) 바로 이 줄을 타고 192m를 수직낙하하게 된다. 일명 '스카이점프'다. 전망대 한 켠의 전광판에 '몇 분 후에 점프합니다.'라고 뜨면 경치를 구경하던 이들이 술렁대기 시작한다.


192m를 떨어져서 저- 까마득한 아래 보이는 붉은 표적에 착지한다. 걸리는 시간은 11초. 시속 85km. 얼핏 '생각보다 안 빠르네?'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순식간에 떨어졌다.



성인 기준 스카이점프의 가격은 17만원 ($225) 이다. 2명의 어른과 2명의 아이를 패키지로 묶으면 56만원 ($700) 으로 깎아준다. (참고) 어린 자녀들과 하늘로 신나게 점프하는 부모는 뭔가 멋질 것 같다.





2. 분화구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싶다면



마운틴이든. 2만 년 전에 이 곳에서 화산이 폭발했다. 지금은 세상의 평화를 죄다 긁어 모은 높이 196m의 언덕이 되었다. 이 곳의 매력은 상당히 다양한데 우선 오클랜드의 전망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다. 스카이워크나 점프를 할 생각이 아니라면 스카이타워 대신 이 곳을 선택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이 매우 거대한 구덩이를 내려다보며 '포댓자루' 생각이 간절했다. 곱게 자란 풀들을 눕히며 저- 깊은 아래로 내려가는데에는 포댓자루 하나면 충분해보였다. 물론 군데군데 '부디 들어가지 마시라'는 푯말이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들어갔다. 

경사가 지나치게 급해서인지 포댓자루가 없어서인진 모르나 안타깝게도 썰매를 타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대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삼삼오오 걸어서 내려갔다.

비탈에 눕고 앉아 수다를 떨거나 책을 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3. 바닷가 나무 도서관에 끌린다면



오클랜드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을 하나만 꼽으라면 망설임없이 이 곳, 데본포트 도서관이다. 크지 않다. 장서 리스트가 화려한 것도 아니다. 다만 바다와 나무가 어우러져 연출하는 기가 막힌 평화가 이 도서관을 통째로 감싸고 있었다.  


바로 앞의 바닷가와 한 무리의 나무들도 훌륭하게 어우러진다.

도서관 앞 옷 입은 나무

빛이 잔뜩 드는 도서관의 내부는 온통 나무, 나무, 나무다. 햇살도 따뜻한데 그 햇살이 내려앉는 곳이 나무라 공간은 더욱 따뜻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도서관에서 가장 멋진 인테리어는 단언코 '사람'이었다. 아무렇게나 누워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 손녀에게 동화책을 조곤조곤 (하지만 드라마틱하게!) 읽어주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더없이 자연스러웠다.


아무렇게나 누워 책을 읽는 아이들

2층 창가쪽 책상에 앉으면 바다가 훤히 모습을 드러낸다. 오클랜드에 오래 머물 기회가 있다면 베이스캠프는 반드시 데본포트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4. 여행갈 때 컵라면을 챙겨간다면



여행지에서 마주치는 딜레마 중 하나는 '음식'이다. 비싼 돈 주고 떠난 여행이니 현지의 맛을 누려야 한다는 말도 일리가 있지만 수십 년 쌓인 입맛은 사실 본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물론 현지음식은 여행의 특권이다. 하지만 매끼니 현지 음식만을 고수해야 한다는 강박 자체가 여행을 즐길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이를테면 이런거다. 


- 여행지의 멋진 분위기 속에 동행자들과 치맥 한 판 하는 건 분명 멋진 일이다. 

- 피시앤칩스 + 맥주만으론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는 여행지에서의 마지막 밤에 순대국 + 쏘주의 조합은 훌륭하다.


만약 이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당신이 오클랜드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아래 한 줄을 적어가길.

- 치킨 : 오션통닭 / 순대국 : 털보네  / 영양탕 (개 아님) : 옹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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