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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Jul 20. 2015

추억 많은 당신이 파리로 떠나야만 하는 이유 4가지

모든 여행은 훌륭하다 #18

파리를 여행하는 우리는 대개 이런 걸 한다.

- 몽쥬 약국에선 달팡을, 샹젤리제 거리에선 샤넬을 구경한다.
- 에펠탑 앞에서 뛰며 찍든 손바닥에 놓고 찍든 인증샷을 찍는다. (페북에 올린다.)
- 루브르와 오르세를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구경한다.
나 역시 에펠탑에 갔다. 날이 좋지 않아서인지 감흥은 없었다.


충분히 숨차고 꽉찬 파리 여행이다.


하지만 파리는 오랜 시간 매혹적인 이야기들을 낳아온 도시다.  가슴  차곡차곡 쌓여있는   리와 닿아 있는 것이 생각보다 많다. 당신의 추억 파리가 났을 , 그냥  아닌 당신의 리를 만들  있다. 




파리와 그 인근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당신이  있는 추억이 다음의 체크리스트 중 몇 개에 해당하는지 헤아려 보자. 3가지 이상에 해당한다면 이를 테마로 여행을 계획해보는 것은 어떨지. 파리의 매혹적인 이야기가 당신의 추억을 한층 풍부하게 해줄 것이다.


1. 밥 아저씨의 <그림을 그립시다> 열혈 시청자였다면

2. 그림 <별이 빛나는 밤>에 매혹된 적이 있다면

3. 만화 <베르사이유의 미>를 손꼽아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면

4. 영화 <물랭루즈> 속 니콜 키드만의 빨간 입술을 잊을 수 없다면





1. 밥 아저씨의 <그림을 그립시다> 열혈 시청자였다면


밥 아저씨는 그림을 참 잘 그렸다. 붓이 몇 번 지나가면 나무가 자랐고 강이 흘렀다. 아저씨 덕분에 잠시나마 그림 그리는 걸 즐겨 했던 기억이 난다. 비슷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면 파리로 떠나는 당신의 가방에 연필 몇 자루 넣을 것을 추천한다. 파리엔 루브르와 오르세라는, 아주 멋지고 거대한 피사체 창고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루브르 박물관

파리에 여행와서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에 들르지 않는 이가 있을까? 파리 여행은 값을 따질 수 없는 진기한 문화유산들을 마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모나리자를 촬영하고 있는 방문객


하지만 아무리 진귀한 유산인들 아무리 가이드가 잘 되어 있다 한들 '우와~' 몇 번 하고 나면 이 놈이 그 놈인가 싶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렇게 유럽을 돌면 돌수록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의 감흥이 0에 수렴하게 된다. 이유는 크게 3개다. 전공자가 아닌 바에야 작품을 깊이 이해하지 못한다. 작품의 수가 너-무 많다. 나에게 와닿지 않는다. 나 역시 그랬다. 아무리 생각해도 하품으로 날려 버리기엔 다시 오지 않을 이 기회가 너무 아까웠다. 그리고 그 시간을 좀 더 특별하게 만들 수 있는 힌트는 쉴새없이 움직이는 인파 사이로 말뚝처럼 박혀 있는 이들이 주었다.


간단하다. 마음에 드는 걸 하나 짚어 그 앞에 앉자. 종이와 연필을 꺼내서 그리는 거다. 이 작품에 끌린 이유를 곱씹으며 삼십분이든 한 시간이든 집중한다.


작품에 대한 전문 지식도 필요 없다. 수 천 개의 작품 중 끌리는 하나를 택한 것이니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 내 손으로 그리고 내 시각을 담은 스케치 (혹은 글)가 남으니 오래 도록 잊힐 리 없다.

아주 긴 시간 종이에 무언가를 끼적이던 백발의 신사

내가 가장 그려보고 싶던 건 머리와 팔이 없는 사모트라케의 니케였다. 150년 전 100여 개의 조각으로 부숴진 채 발견된 것을 감쪽 같이 이어 붙였다고 한다. 뭐 머리가 없으니 표정을 읽을 수 있을 리 만무하고 팔이 없으니 니케가 손을 뻗어 향하려던 곳을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그래서 더 상상하게 만드는 매혹적인 조각. 내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아주 오래도록 특별한 순간으로 기억될 듯.




2. 그림 <별이 빛나는 밤>에 매혹된 적이 있다면



모두가 이 작품을 안다. 학창 시절 미술 교과서에서든 카페 장식액자에서든 여러 번 보아 눈에 익었을 것이다. 그림의 작가도 어렵지 않게 맞출 수 있다. "비운의 천재 화가 고흐" 하지만 아마 이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 듯 하다. "파리에서 당신은 고흐의 생애를 고스란히 따라 걸을 수 있다."

 

우선 그의 대표작인 <해바라기>, <아를르의 침실>, <의사 가셰의 초상>이 오르세에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그가 마지막 봄을 보낸 곳이 파리 근교의 오베르 쉬르 우아즈다. 대표작의 다수를 이 곳에서 그렸고 이 곳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랑하는 동생 테오와 함께 묻힌 곳도 이 곳, 오베르 쉬르 우아즈다.


굳이 고흐 때문이 아니더라도 한나절 들러 산책하기 좋은 조용한 마을
작은 역이 정겹다
역에서 내려 지나게 되는 지하 통로, 온통 고흐의 흔적이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 고흐의 발자취를 쫓는 방법 중 제일 흥미로운 건 다음의 3가지였다.


첫째. 고흐가 그림을 그린 곳 따라 걷기

둘째. 고흐가 지낸 다락방 살펴보기

셋째. 고흐가 사랑하는 동생 테오와 함께 묻혀 있는 곳 찾아 가기



첫째. 고흐가 그림을 그린 곳 따라 걷기



이 곳에서 고흐는 죽기 전 70일 동안 80점의 그림을 그렸다. 그의 화폭에 담긴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건물과 풍경을 따라 걷는 것은 이 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오베르 시청 la mairie d'Auvers
오베르의 계단 l'escalier d'Auvers avec cinq personnages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교화 l'église d'Auvers


까마귀가 나는 밀밭 le champ de blé aux corbeaux



둘째. 고흐가 지낸 다락방 살펴보기


고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1890년 이 곳에 정착해서 이 다락방에 머물렀다. 아주 좁고 빛이 잘 들지 않았다. 덩그라니 놓인 나무 의자가 이 곳에서 고뇌에 차 있었을 고흐를 상상하게 했다.


한국인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지 한국어로 된 안내문도 있었다. 그가 테오에게 했던 말에 오래 시선이 머물렀다. "언젠가 카페에서 내 작품전을 열 방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어."


전세계가 그의 그림을 숭상하는 건 그저 지금 얘기일 뿐이다. 살아선 끊임없이 스스로의 재능을 의심해야 했던 그가 가졌던 소박한 꿈, '카페에서의 작품전'. 그의 꿈을 대신 이뤄주고자 누군가 나선 모양이다. 이 어두운 다락방을 세계에서 가장 작은 미술관으로 만들자는 활자에 마음이 동했다.



셋째. 고흐가 사랑하는 동생 테오와 함께 묻혀 있는 곳 찾아 가기


그는 이 곳에 묻혔다. 그리고 그가 평생 사랑하고 의지했던 테오도 함께 묻혀 있다. 형의 자살 이후 극심한 우울증을 앓다 형이 죽은 이듬해 끝내 숨을 거둔 테오. 살아선 남김없이 불행했던 형제의 무덤을 보고 있자니 이리 이름을 남긴들 살아 생전 외롭고 쓰라렸다면 무슨 소용일까 싶다. 하지만 그렇게 외롭고 쓰라리지 않았다면 그려지지 못했을 그림들이 아닐런지.



이 곳에 들르기 전 몇 가지 자료를 챙겼던 게 큰 도움이 됐다. 앱스토어에서 다운받을 수 있는 고흐 관련 어플리케이션과 BBC 다큐멘터리 < Van Gogh: Painted with Words (2010)>를 추천한다.






3. 만화 <베르사이유의 미>를 손꼽아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면

아주 어렸을 때 문방구에서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사 모으는 게 큰 낙이었다. 종이 만화 뿐 아니라 TV에서 해준 만화 영화도 빠짐없이 다 봤다. 마리 앙투아네트에 빙의해 엄마 스카프를 온 몸에 휘감은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생각해보면 요즘 여자 꼬마들이 <겨울왕국>의 엘사에 빠져 있듯 내 또래는 <베르사이유의 장미> 속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그랬다.


베르사이유의 궁전에서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가 마리 앙투아네트와 오스칼, 페르젠을 만났다. 궁전 한 켠에 전시되어 있던 그녀의 초상화는 만화 캐릭터와는 많이 달랐다.


베르사이유 자체보다 별궁인 쁘띠 트리아농이 마음에 들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만들어 '왕비의 촌락'이라 불리며, 연못과 정원, 과수원, 목장까지 갖춘 하나의 작은 마을이다.


쁘띠 트리아뇽(왕비의 촌락) 입구

당시 귀족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게 '농촌 체험'이었는데 앙투아네트 역시 이 곳에 아예 시골 마을을 만들어 목가적인 삶을 즐긴 모양이다. 만화 속에서 마리 앙투아네트가 아이들과 행복한 한 때를 보내던 장면이 아주 어렴풋하게 떠올랐다. 베르샤유의 화려한 삶, 쁘띠 트리아농의 목가적인 삶 그리고 혁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맞이한 비극적인 죽음까지. 마리 앙투아네트에 흠뻑 빠져 있던 그 시절을 떠올릴 수 있었던 산책이었다.





4. 영화 <물랭루즈> 속 니콜 키드만의 빨간 입술을 잊을 수 없다면

10년도 훨씬 전 영화 <물랭루즈>는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 "우리 삶에서 가장 위대한것은 사랑하는것이고 또 사랑받는 것이다."라는 샤틴 (니콜 키드먼)의 대사는 사춘기 소녀의 가슴에 불을 지폈고, 화면 속 화려한 볼거리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영화였다. 니콜 키드만의 새빨간 입술은 그녀의 창백한 피부와 함께 <>라는 곳을 거듭 떠올리게 했다. 파리 여행길에 물랭루즈를 찾아가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지도를 따라 걷다 보면 낯뜨거운 가게들 사이로 붉은 풍차가 눈에 띈다. 그 곳이 물랭루즈였다. 상상과 현실은 달랐다. 뜨거운 사랑이 넘실대던 영화 <물랭루즈>와 몽마르뜨의 번화가에 위치한 댄스홀 <물랭루즈>는 달랐다.


대낮에 춤출 일도 없거니와 기대완 다른 물랭루즈에 실망한 탓에 바로 걸음을 돌렸다. 실망한 마음을 위로해야겠다는 명목 하에 들어간 초콜렛 가게에서 샤틴이 신었을 법한 빨간 초콜렛 구두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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