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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미공학자 Apr 20. 2017

#19. 카페 2호점 양도 후 1년

카페 바닐라 2호점의 여정


나는 공대를 졸업하고 공돌이의 직업인 엔지니어로 6년간 일했다. 공대 4년 그리고 엔지니어 6년, 공돌이로서 10년을 살았다. 그 후 나는 카페 사장이 되었다. 전업은 따로 있어 부업으로 카페 경영을 하고 있다. 전업만큼 완전하게 하기 어렵지만 그 경험만큼은 기록으로 남기고 싶고 글로 써서 나누고 싶다. 경험은 분명히 훗날 나에게 감사한 추억으로 돌아오리라 믿는다. 10년 차 공돌이의 카페 경영은 어떨지 살펴보자. 




2호점이 자리 잡기까지의 도전

카페를 하나 더 해보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2년 전이다. 나는 카페 바닐라 1호점을 인수해서 운영한 지 6개월 만에 카페 2호점을 낼 계획을 세웠다. 재미로 시도한 부동산 공부에 처음 해본 자영업이 나의 흥미를 자극했다. 흥미로 사업을 벌이는 건 잘못된 일이지만 나는 도전하고 싶었다. 카페를 하나 더 만들어서 누나에게 주고 싶었다. 1호점의 옆 동네에 2호점을 창업했다. 2호점의 위치는 전통시장 입구에 있는 건물의 1층이다.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전통시장 입구로 유동인구가 많다.


창업 후 여러 가지 상황에 마주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상황으로 시장에 한 푼이라도 깎으러 오시는 분들에게 커피라는 기호 식품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 화두로 떠올랐다. 우선 2호점은 공간이 넓지 않았기 때문에 공간을 제공하는 측면에서의 접근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넓지 않은 공간에서 커피와 음료를 어떻게 마케팅해야 할까? 기존에 1호점에서 효과를 봤던 전략들을 적용해도 시원치 않아서 결국 가격을 낮췄다. 가격은 함부로 조정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 시점에서는 여러 가지 도전을 직면했기 때문에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우선 아메리카노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고 다른 음료 가격 역시 조금씩 낮췄다.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상황적 도전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첫 번째 도전은 2호점을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근처에 저가 생과일주스 프랜차이즈 점포가 문을 연 것이었다. 사실 이 일은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 해당 점포를 2호점 자리에 오픈하고 싶다는 문의가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거절했고 결국 그 점포는 길 건너편에 오픈했다. 위치상으로는 2호점의 위치가 훨씬 좋다. 시장 입구의 첫 번째 건물 1층이고 시장을 드나드는 인구는 대부분 카페 앞을 지나간다. 가격 조정으로 목표 매출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었다. 가격도 저렴한데 맛도 좋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1호점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맛에 있어서는 자신 있었다. 1호점에서 성공한 전략들도 다시 조금씩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목표 매출에 다가섰다. 비수기인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자 목표 매출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년 4월 나는 누나에게 카페 2호점을 양도했다.



2호점 양도 후 1년

나는 목표 매출을 달성하고 양도했기 때문에 1차 목표는 달성했다고 볼 수 있지만 경영이 어찌 그리 쉬울까. 계속되는 경쟁에도 살아남아야 한다. 자영업의 어려움, 자영업자의 힘든 상황에 대한 기사가 자주 쏟아져 나온다. 자영업자의 인구가 551만 명이다. 매일 3,000여 개의 가게가 개업하고, 2,000여 개의 가게가 문을 닫는다고 한다. (2016년 국세통계연보) 또한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은 OECD 회원국 평균의 2배에 이른다. 전형적인 관광국가가 아닌 나라에서 자영업의 비율이 높은 건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이다. 어쩔 수 없이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씩 나아지는 방향으로 자영업을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2017년 4월, 2호점을 누나에게 양도한 지 1년이 흘렀다. 2호점 사장이 된 누나는 누나만의 장점을 살려 카페를 운영했다. 처음으로 맞는 성수기였던 작년 여름을 성공적으로 보냈다. 비수기인 작년 겨울은 근근이 버텼다. 그리고 새롭게 맞이하는 1년에서는 분명히 달라진 점이 있었다. 작년 동월 대비 매출이 증가했고 일별 매출 변동에 있어서 차이가 줄었다. 폭발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이제 자리는 확실히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의 목표대로 시장 입구에서 만남의 장소가 되었고, 한편으로는 작은 카페를 찾는 손님에게 안락한 장소가 되었다. 다시 성수기로 가는 길목이 지금이다. 2호점을 양도한 지 1년이 되는 시점에서 지난 1년을 뒤돌아 본다. 2호점 사장님만의 장점이 2호점에 녹아들었다.


먼저 특유의 친절함으로 기존 고객에게 잘한 점이 큰 효과가 있었다. 재방문과 재구매를 일으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점이 기존 고객에게 잘하는 것이다.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건 그다음 문제다. 우선 기존 고객에게 잘 해야 다시 방문하고 다시 구매한다. 2호점 사장님 특유의 친절함은 디테일했다. 예를 들어 혼자 오신 손님이 홀로 주문하기에 애매한 메뉴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손님들의 작은 요구사항을 세심하게 들어줬다. 시럽을 두 번 넣어 달라는 경우나 진하게 또는 연하게 해달라는 주문을 들으면 음료가 나갈 때 반드시 요구사항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손님의 요구사항을 반영했다는 확인이자 손님과 한 번이라도 더 눈을 마주치고 한 마디라도 더 나누기 위한 목적이다.


작은 배려와 세심한 친절을 바탕으로 2호점은 기존 고객과 함께 새로운 고객으로 자리를 잡았다. 또한 아기자기하게 카페를 더 예쁘게 꾸미며 2호점만의 매력을 높였다. 매출 측면에서도 그렇고 손님의 반응에서도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픈시간을 오전 9시에서 오전 7시 30분으로 당겼다. 주변에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는 9시 30분에 오픈하는 반면에 새로운 경쟁력이 생겼다. 사실 나는 너무 이른 아침부터 손님이 올까, 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오픈 시간을 변경한 이후로 오전 매출이 적게는 3만원에서 5만월까지 추가로 발생했다. 3만원만 해도 한 달이면 90만원이다. 작은 변화가 월매출에 큰 성과를 가져다 주었다. 


그 사이에 또 다른 도전이 있었는데 작년 성수기가 끝날 즈음에 2호점 건너편에 또 다른 저가 생과일주스 프랜차이즈가 생긴 것이었다. 2016년을 주름잡았던 대세 프랜차이즈가 저가 주스였기 때문인지 열풍이 대단했다. 커피 맛만큼은 카페 바닐라가 자신 있었는데 손님들도 알아주셨다. 그 점포에서 커피도 판매했는데 저렴한 가격을 보고 호기심에 구입한 손님들이 실망을 많이 한 듯 보였다. 초기 한 달 가량만 손님이 있더니 그 후로는 손님이 몰리지 않았다. 비수기인 겨울로 들어서며 그쪽 손님은 눈에 띄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올해 초에 그 점포는 인형뽑기방으로 바뀌었다.


계속되는 경쟁에 마음고생이 많았을 텐데, 2호점 사장님은 친절함을 잃지 않으며 경쟁에서 이겼다. 1년간 4계절을 겪고 여러 상황과 마주하며 그리고 경쟁에 대응하며 2호점 사장님도 나름의 굳은살이 생겼을 것이다.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잘 해주어서 고맙다. 다시 시작되는 성수기를 준비하며 또 힘을 내야 한다. 성수기를 앞두고 작년보다는 더 자리가 잡힌 상태에서 수익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몇 가지 전략을 실행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수익을 더 내야 한다. 지난 기간에서 얻은 경험의 힘을 바탕으로 다시 즐겁게 그리고 자유롭게 카페 경영을 이어간다.


[공돌이의 카페경영 스토리]

#1. 퇴사 후 카페를 인수하다

#2. 왜 카페를 인수했나

#3. 카페 인수 이야기

#4. 경영평가의 1순위, 수익성

#5. 커피시장의 경쟁, 나만의 경영을 시작하다

#6. 카페 인수 8개월 만에 2호점을 열다

#7. 프랜차이즈의 습격과 나의 역습

#8. 카페 2호점을 설계하다

#9. 가장 어려운 인력관리: 관리를 넘어 리딩으로

(+) 카페경영 에피소드1

#10. 생각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

#11. 카페 비수기를 극복한 나의 경영 전략

(+) 카페경영 에피소드2

#12.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

#13. 알바생의 취업을 돕는 사장

#14. 버티는 자영업자, 망하는 자영업자

#15. 카페 신메뉴, 어떻게 개발할까

#16. 강연과 코칭 카페

#17. 카페경영 경험을 나누다 

#18. 카페 2호점 이야기 

#19. 카페 2호점, 양도 후 1년

#20. 인터뷰 : 카페 경영 FAQ 

#21. 가격을 상향할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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