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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미공학자 Aug 03. 2017

#20. 인터뷰 : 카페 경영 FAQ

카페 부업을 고민하는 당신이 포기해야 할 것들


나는 공대를 졸업하고 공돌이의 직업인 엔지니어로 6년간 일했다. 공대 4년 그리고 엔지니어 6년, 공돌이로서 10년을 살았다. 그 후 나는 카페 사장이 되었다. 전업은 따로 있어 부업으로 카페 경영을 하고 있다. 전업만큼 완전하게 하기 어렵지만 그 경험만큼은 기록으로 남기고 싶고 글로 써서 나누고 싶다. 경험은 분명히 훗날 나에게 감사한 추억으로 돌아오리라 믿는다. 10년 차 공돌이의 카페 경영은 어떨지 살펴보자.




블로그에 카페 경영을 글로 연재하다보니 우연하게 언론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경험을 내가 직접 글로 정리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인터뷰를 통해서 말로 정리하는 것 역시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역시 귀한 나눔이 될 것이다. 카페 경영에 궁금한 FAQ가 될 것 같다.


[르포] 카페 ‘부업’을 고민하는 당신이 포기해야 할 것들 : <비즈업> 네이버 포스트                                                                                                                             

[자,영업시작] 10년차 공돌이의 동네카페 ‘부업’ 생존기

대한민국 자영업자 550만 시대. 매일 3,000개의 가게가 대박을 꿈꾸며 개업하고 2,000개의 가게가 발버둥 끝에 문을 닫는다. 잔혹한 ‘大자영업시대’의 막이 오른 지 오래지만 자영업에 대한 현실적인 정보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 [자, 영업시작]은 기자가 자영업자의 하루를 함께하며 보고 들은 ‘살아 숨쉬는’ 창업 이야기를 다룬다. 경험자의 일상보다 값진 조언은 없는 법이니.
업종: 음료업/동네 커피전문점
사장님 프로필: #10년차 공돌이 #대기업 엔지니어 출신 #2년 6개월 째 부업으로 카페 운영 중 #본업은 자기계발 코치
관찰 소요시간: 14시간(09:00~23:00)
한줄평: “카페 만만해 보여? 응, 아니야~”

 

[자,영업시작] 10년차 공돌이의 동네 카페 부업 생존기 1편

 

오전 일과 30분만에 끝?

서울 면목동의 한 조용한 상가 골목. 아침 9시가 되자 ‘딸랑’ 소리를 내며 열다섯 평 남짓한 1층 카페의 문이 열렸다. 영업시간이 적힌 작은 입간판과 대걸레를 들고 밖으로 나온 젊은 남자. 오늘의 주인공 ‘카페바닐라’의 유재천(만 34세) 사장이다.

“2주에 한 번 새벽 시장에 가서 과일을 사올 때 빼고는 보통 아침 9시에 카페를 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요. 간단하게 청소를 끝내면 재고 파악을 합니다. 부족한 게 있으면 온라인으로 주문을 하고요.”

문을 열고 20분이 지났을까. 오전 영업을 해 줄 아르바이트생이 도착했다. “어제는 별 일 없었어?” “믹서기가 고장나서 잘 안 갈려요.” “그래? 새로 하나 사야겠네.” 믹서기 얘기로 시작된 대화 주제는 여름을 맞아 새롭게 선보일 메뉴로 옮겨갔다.

“카페는 여름이 성수기거든요. 테이크아웃 손님이 많고 얼음 음료가 더 비싸다보니 매출이 상대적으로 더 잘 나와요. 겨울 비수기를 버티려면 성수기에 바짝 벌어놔야 하니까 시원한 음료 종류를 더 늘리려고요.”

의자 위에 올라가 한참을 썼다 지웠다 하며 메뉴판 수정을 끝낸 유 사장이 카페를 나설 채비를 했다. “지금부터는 제 자유시간이에요.” 출근한 지 30분만에 그의 오전 일과가 끝났다.

사장없이 돌아가는 카페를 만드는 법 - 오토운영

사실 유 씨의 본업은 자기계발·리더십 분야 전문 코치다. 공대를 졸업하고 6년간 대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한 10년차 ‘공돌이’인 그는 경영대학원의 리더십 MBA 과정을 수료하고 코칭, 강연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카페바닐라’는 그가 생계 걱정없이 연구와 프리랜서 일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부업’인 셈이다.

“제가 하고 싶었던 공부와 일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게 됐어요. 대학원을 다니면서 용돈 정도의 수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코칭이나 강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이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카페 창업을 선택했죠. 무작정 창업하기엔 리스크가 크니까 원래 있던 카페를 인수했고요.”

[자,영업시작] 10년차 공돌이의 동네 카페 부업 생존기 2편

유 씨는 2014년 겨울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돈으로 ‘카페바닐라’를 인수했다. 그 후 약 1년을 직접 영업하면서 ‘오토(auto) 운영’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레시피 정량화’. 일하는 사람이 계속 바뀌어도 음료 맛이 일정하도록 세세한 표준 레시피를 만들었다. 예를 들면 ‘설탕 소복이 한 숟갈’을 ‘한 숟갈 반’으로 바꾸는 식이다.

“인력 관리 측면에서도 비슷한 접근을 했어요. ‘사장’이 해야할 일과 ‘아르바이트생’이 해야할 일을 명확하게 구분지어 놓고 일을 맡겼죠. 서비스 부분에서는 사람마다 생각하는 기준이 다르니까 아르바이트생들이 꼭 지켜줬으면 하는 대원칙을 만들고 ‘그것만 지켜달라’고 했어요. 그 외에는 각자의 자율성을 보장해 줬고요.”

그가 커피 만드는 일에서 완전히 손을 뗀 건 지난해 7월. 현재 그가 카페에서 하는 일은 아르바이트생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고 재고 관리, 매출 전략을 세우는 정도다. 가끔 시장이나 마트에서 사야하는 재료를 빼고는 집에서 클릭 한 번이면 카페 운영에 필요한 모든 것이 즉시 배달되는 세상. 그래서 유 씨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일에 쏟아부을 수 있다고 했다.

카페 창업을 고민하는 당신이
꼭 새겨 들어야 하는 불편한 이야기

‘자영업자의 하루 관찰기를 써야 하는데 관찰하고 말 것도 없네. 이 정도면 카페 해 볼만 한데?’ 그의 ‘널널해 보이는’ 하루 일과를 함께한 후 든 솔직한 생각이었다. 사장이 없어도 스스로 수익을 창출해 내고 운영도 편리한 ‘내 카페’를 갖는 것. 가슴 속에 항상 사표를 품고 다니는 모든 직장인들의 로망 아니던가. 그래서 물었다. “먹고 살 만은 하신가요?”

“제가 프리랜서이기도 하고 하고 싶은 다른 일이 있기 때문에 ‘카페바닐라’ 수입에 기대치가 낮아요. 게다가 카페라는 게 원래 수익성이 높지 않아요. 객단가(고객이 1회 구매시 평균적으로 지출하는 금액)가 낮아서 손님이 많아 보여도 실제로 버는 돈은 다른 업종에 비해 훨씬 적죠. 일반적으로 가정을 꾸리기 위해 필요한 수입에 훨씬 못 미쳐요. 전업 주부가 용돈을 벌어보겠다면 모를까. 사실 카페로 그 정도 벌기도 힘들죠.”

통계청의 도소매업 조사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국의 카페(비알콜 음료점업) 사업체 수는 5만 5,693개. 이 가운데 프랜차이즈 카페가 아닌 단독 사업체가 94%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카페 시장의 매출 규모는 연간 4조 2,941억원으로 단순 평균을 내면 각 사업체의 월 평균 매출액은 642만원. 생각보다 ‘괜찮은’ 수치다.

문제는 커피전문점 산업이 ‘평균의 함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전형적인 '양극화’ 시장이라는 것. 현재 우리나라 커피전문점은 한 끼 밥값을 넘나드는 고가 커피 시장과 최근 등장한 ’900원 아메리카노’로 대표되는 저가 커피 시장으로 양분돼 있다. 고가 커피 시장은 이미 자본을 무기로 탄탄하게 자리잡은 ‘스타벅스’, ‘커피빈’ 등의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이 점령하고 있어 개인의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 단독 브랜드로 카페를 하려는 개인 사업자들은 싼 가격을 무기로 저가 커피 시장을 노릴 수밖에 없다. 수익률이 높은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시장 매출을 다 차지하고 나면 작은 카페에 남는 것은 낮은 수익성과의 힘겨운 싸움뿐이다.

“사실 제가 직접 영업을 하면 인건비도 절약되고 매출도 더 올라가겠죠. 그래도 어쩌겠어요. 제 일이 따로 있는데. 카페를 하고 싶으면 큰 돈을 벌겠다는 꿈은 버려야 해요.”

유 씨는 “‘부업’으로 카페를 운영하려면 더더욱 대박의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 브랜드로 창업한 동네 카페의 경우 ‘서비스’가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주인이 상주하지 않는 ‘오토 운영’의 경우 서비스로 인한 매출 상승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

“인력관리 측면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얘긴데, 아르바이트생은 절대 주인처럼 친절할 수 없어요. 주인이 아니니까요. 실제로 제가 직접 할 때랑 아르바이트생을 쓸 때랑 하루에 10~15만원 정도 매출이 차이나더라고요. 그렇다고 해도 각자 상황이 다른 걸 인정해야 해요. 더 친절하게 하라고 아르바이트생을 채근하면 갈등만 깊어지죠. 일을 다 가르쳐놓은 아르바이트생이 그만둬버리는 것도 사업주 입장에서 큰 리스크거든요.”

‘대박의 꿈’ 외에도 카페 부업을 고민하는 이들이 포기해야 할 건 또 있다. 바로 ‘스트레스 없는 안락한 삶’이다. ‘초반에 고생해 자리만 잘 잡아 놓으면 끝’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금물. 카페 운영이 다른 업종에 비해 쉽고 간편하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진입장벽이 낮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을 연구하지 않으면 투자금을 몽땅 날리기 십상이다. 카페바닐라가 수많은 경쟁 점포 사이에서 지난 2년 6개월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유 씨의 끊임 없는 고민과 새로운 시도 덕분이었다.

“카페를 인수하고 6개월이 지났을 때 50m 거리의 2층 건물 전체에 대형 프랜차이즈가 들어왔어요. 바로 타격이 오더라고요. 그 달 매출이 200만원 줄었거든요. 이대로 가다간 망하겠다 싶어서 생존 전략을 고민하기 시작했죠. 가격을 더 내리긴 어려우니까 과자를 덤으로 주자고 결심했어요. 세 잔을 시키면 한 잔을 무료로 드리는 서비스도 시작했고요. 다행히 효과가 괜찮아서 매출이 어느정도 회복됐었죠.”

전문가들은 ‘투잡 카페 창업’이 ‘양날의 검’이라고 말한다. 상대적으로 시간 투자를 적게 하면서 부가적으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주인이 100%를 쏟아부어도 생존이 어려운 자영업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점포 셰어링 서비스 ‘마이샵온샵’의 정병철 대표는 “(카페바닐라처럼) 동네상권에서만 가능한 얘기”라며 “임대료가 비싼 중심상권의 경우 가격에 민감하고 경쟁이 치열해 부업으로 카페를 운영한다면 ‘필패’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는 “월세가 낮은 동네상권에서 기대수익이 낮은 경우에만 도전해 볼 만 하다”고 덧붙였다.

"당신의 인생은 길다"

마감 시간이 가까워진 밤 10시 30분. 유 씨가 어둠 속에서 노랗게 빛나고 있는 카페를 다시 찾았다. 이내 카페의 통유리 벽에 블라인드가 내려오고 한산한 골목을 밝게 비추던 카페 등도 꺼졌다.

문을 잠그고 나오는 그에게 물었다. 만약 안정적인 직장에서 월급을 받으며 살았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같은 선택을 하겠냐고.

“네.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요. 저는 돈 욕심은 없거든요. 죽을 때 돈을 가져갈 것도 아니고. 제 경우에는 직장 밖에서 여러가지 경험에 도전해보는 일 그리고 그 와중에 생긴 여유나 자유를 통해서 인생을 더 재밌게 살고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지금 직장생활 하고 계신 분들은 잘 버티셨으면 좋겠어요. 우리의 인생은 기니까요.”

기사/인포그래픽= 비즈업 김현주 기자 joo@bzup.kr
사진 및 영상 촬영/편집= 비즈업 김경범 PD


* 기사 원문 링크

 http://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8178327&memberNo=30786399&vType=VERTICAL


[공돌이의 카페경영 스토리]

#1. 퇴사 후 카페를 인수하다

#2. 왜 카페를 인수했나

#3. 카페 인수 이야기

#4. 경영평가의 1순위, 수익성

#5. 커피시장의 경쟁, 나만의 경영을 시작하다

#6. 카페 인수 8개월 만에 2호점을 열다

#7. 프랜차이즈의 습격과 나의 역습

#8. 카페 2호점을 설계하다

#9. 가장 어려운 인력관리: 관리를 넘어 리딩으로

(+) 카페경영 에피소드1

#10. 생각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

#11. 카페 비수기를 극복한 나의 경영 전략

(+) 카페경영 에피소드2

#12.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

#13. 알바생의 취업을 돕는 사장

#14. 버티는 자영업자, 망하는 자영업자

#15. 카페 신메뉴, 어떻게 개발할까

#16. 강연과 코칭 카페

#17. 카페경영 경험을 나누다 

#18. 카페 2호점 이야기 

#19. 카페 2호점, 양도 후 1년

#20. 인터뷰 : 카페 경영 FAQ

#21. 가격을 상향할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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