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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미공학자 Aug 03. 2017

#21. 가격을 인상할 시점

수익성이 낮은 카페 경영에서의 가격 조정


나는 공대를 졸업하고 공돌이의 직업인 엔지니어로 6년간 일했다. 공대 4년 그리고 엔지니어 6년, 공돌이로서 10년을 살았다. 그 후 나는 카페 사장이 되었다. 전업은 따로 있어 부업으로 카페 경영을 하고 있다. 전업만큼 완전하게 하기 어렵지만 그 경험만큼은 기록으로 남기고 싶고 글로 써서 나누고 싶다. 경험은 분명히 훗날 나에게 감사한 추억으로 돌아오리라 믿는다. 10년 차 공돌이의 카페 경영은 어떨지 살펴보자.




가격을 인상할 시점     

카페를 경영한 지 2년 반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얼마 전 처음으로 음료 가격을 올렸다. 예전에는 어려운 결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점이 바뀌니 달라졌다. 조금은 자신감이 생긴 것 같고 조금은 대범해진 것 같다. 이는 한편으로는 절박함의 표현이기도 하다. 자신감은 지금까지의 경쟁에서 나름대로 버티고 작은 승리를 해낸 것에 대한 결과물이다. 대범함과 절박함은 무엇일까? 커피 사업은 낮은 객단가로 수익성이 낮다는 사실을 몸으로 체감한 결과에서, 그동안 한 번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는 참을성에서 나왔다.     


2년 전 카페의 50m 거리에 저가커피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가 1,2층으로 들어섰을 때 나는 두려웠다. 가격을 조정해야 하나,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해야하나. 그때는 정말 가격 조정에 대해서는 민감한 시기였다. 내가 손님이어도 같은 가격이면 더 크고 쾌적한 매장의 카페를 갈 것이다. 가격을 낮춘다고 그게 묘수가 될까? 그당시 나의 생각은 그렇지 않았다. 가뜩이나 낮은 객단가로 수익성이 낮은 사업인데 음료 가격을 낮추면 그건 자폭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One more thing’이라는 전략으로 음료를 주문하면 비스킷 몇 개를 더 주었다. 이 전략은 유효했고 월 매출 200만원 하락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후 이 전략은 계속해서 효과를 유지했다. 입소문을 타고 “그 카페에 가면 비스킷도 준대”라는 소문이 퍼졌다. 비스킷과 함께 음료를 마시면 음료 역시 더 맛있게 느껴지는 점도 좋았다고 본다.      


2년 반 동안의 작은 성공경험들과 어려운 상황들에 대한 내성, 참을성 등을 바탕으로 나는 음료 가격을 올렸다. 사실 그 사이에 커피 원두 가격도 상승했고 재료값도 올랐다. 언젠가는 가격을 인상해야 했는데 성수기 중간을 그 시점으로 잡았다. 이번에 음료 가격을 300원 가량 올렸는데, 하루 기준으로 100잔을을 판다고 할 때 하루 매출 상승은 3만원이고 한 달이면 90만원이다. 보통 인건비와 재료비 상승과 기타 고정비, 변동비 등의 상승률을 고려해서 음료 가격의 상향 조정 수준을 검토하는데 이번 가격 인상은 인건비 상승 내용을 제외하고 검토했다. 사실 내년 1월부터 최저임금이 오르기 때문에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그래서 이번에 1차 가격 조정 그리고 내년 1월에 2차 가격 인상으로 계획을 세웠다. 2018년 최저임금 상승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영세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솔직히 부담이 많이 된다. 그러면 결국 상품의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 아르바이트 인력을 고용하지 않고 주인이 직접 일하게 된다. 나는 카페를 오토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일하지 않는 대신에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 역시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잘 보고 가야한다. 고객이 모든 상황을 다 이해해주진 않는다.      


나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영세한 프랜차이즈를 하는 자영업자들은 마음대로 가격을 인상하지 못한다. 본사에서 정책으로 가격을 올리거나 점주가 건의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거친 후에 가격 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 경우에 고용주가 직접 일하는 상황이 더 많아 질 것이다. 정부에서 제도적 지원을 한다고 하니 지켜보며 대책을 살펴야 한다. 나 역시 이번 가격 인상 이후에 추이를 잘 살펴야 한다. 고객의 반응과 수익률 변동을 분석해야 한다. 일부 손님은 결제된 가격을 보고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하고 어떤 손님은 그동안 저렴하게 먹어서 감사했다고 한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잘 지켜보며 현명한 전략을 세우고 수정하며 가야한다. 오늘도 여전히 자영업은 쉽지 않다. 그래도 값진 경험을 써나간다. 훗날 돌이켜보면 경험에 감사하며 추억으로 미소지을 수 있기를 바라며...


[공돌이의 카페경영 스토리]

#1. 퇴사 후 카페를 인수하다

#2. 왜 카페를 인수했나

#3. 카페 인수 이야기

#4. 경영평가의 1순위, 수익성

#5. 커피시장의 경쟁, 나만의 경영을 시작하다

#6. 카페 인수 8개월 만에 2호점을 열다

#7. 프랜차이즈의 습격과 나의 역습

#8. 카페 2호점을 설계하다

#9. 가장 어려운 인력관리: 관리를 넘어 리딩으로

(+) 카페경영 에피소드1

#10. 생각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

#11. 카페 비수기를 극복한 나의 경영 전략

(+) 카페경영 에피소드2

#12.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

#13. 알바생의 취업을 돕는 사장

#14. 버티는 자영업자, 망하는 자영업자

#15. 카페 신메뉴, 어떻게 개발할까

#16. 강연과 코칭 카페

#17. 카페경영 경험을 나누다 

#18. 카페 2호점 이야기 

#19. 카페 2호점, 양도 후 1년

#20. 인터뷰 : 카페 경영 FAQ

#21. 가격을 인상할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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