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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미공학자 Jun 20. 2016

#18. 카페 2호점 이야기

10년 차 공돌이의 카페 경영


나는 공대를 졸업하고 공돌이의 직업인 엔지니어로 6년간 일했다. 공대 4년 그리고 엔지니어 6년, 공돌이로서 10년을 살았다. 그 후 나는 카페 사장이 되었다. 전업은 따로 있어 부업으로 카페 경영을 하고 있다. 전업만큼 완전하게 하기 어렵지만 그 경험만큼은 기록으로 남기고 싶고 글로 써서 나누고 싶다. 경험은 분명히 훗날 나에게 감사한 추억으로 돌아오리라 믿는다. 10년 차 공돌이의 카페 경영은 어떨지 살펴보자. 




카페 2호점 이야기

1호점 인수에 이어 창업한 카페 2호점을 지난 4월에 누나에게 넘겨주었다. 그리고 성수기를 맞이하는 지금 2호점 매출은 목표 대비 160% 가까이 상승했다. 이제 곧 오픈 1주년이 다 되어간다. 시간이 정말 쏜 살같이 흐른 것 같다. 걱정도 많았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잘 버텼고 매출까지 잘 나와서 정말 기쁘다. 그리고 무엇보다 양도받은 누나가 만족해하며 일을 즐기고 있어 행복하다. 누나는 새로운 일에 잘 적응하며 카페 사장으로서 자신의 역량을 잘 활용했다. 사실 사장이 바뀌면서 손님이 떠나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순차적으로 누나에게 양도를 진행했다. 단골손님이 오면 누나라고 소개하고 원래 계획이 그러했으며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고 잘 이야기했다. 조금씩 내 자리를 내어주고 누나가 2호점 사장님으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바빠지는 여름, 성수기에 즈음에서 매출 상승 곡선이 보였다. 누나 특유의 친절함과 세심함으로 새로 생긴 단골손님들도 생겼다.



2호점은 창업 이후에 어려운 점이 많았다. 처음 해보는 창업이었고 괜한 자신감만 있었다. 우선 오픈 후 초반에 매출이 많지 않았다. 자리를 잡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걱정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성수기가 끝나가는 작년 8월 말에 오픈을 했으니 매출이 높지 않을 것을 예상은 했다. 하지만 자리를 잡기 위해 시간이 지나도 매출이 쉽게 오르지 않았다. 나는 1호점에서 적용해서 효과를 확인한 전략을 2호점에도 적용했다. 상권이 다르기 때문에 조금 다른 면도 있었지만 다행히도 괜찮은 효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단골손님이 생기고 매출이 조금씩 늘었다. 조금 마음이 놓였다. 자리를 잡아가면 목표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내 안에는 그보다 더 큰 의지가 있었던 것 같다. 반드시 2호점을 성공시켜서 누나에게 주고 싶었다.



자리를 잡아가는 시점인, 오픈 후 4개월째 접어들 때 카페에 누군가가 찾아왔다. 창업컨설팅 업체라고 소개한 그 직원은 카페를 매매할 생각이 없냐고 했다. 나는 궁금한 점을 몇 가지 물었다. 어떤 매장이 들어오고 싶어 하는지 궁금했다. 몇 개의 질문으로 나는 유행하는 생과일주스 전문점이 그 자리를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럴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며칠 후 전화 한 통이 왔다. 2호점과 인접한 점포의 사장님이었다. 동종업계로 점포를 매매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 업체였다. 나는 그건 반대한다고 말씀드렸다. 오히려 감사했다. 먼저 나에게 의사를 물어봐주신 점이 감사했다. 매매하는 것은 그분의 마음이었지만 어찌 됐든 나에게 물어봐주시는 배려가 고마웠다. 다행히 그분은 매매하지 않으셨다. 다시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울렸다. 이번에는 다른 업체였다. 역시 많은 권리금을 주겠다며 제안했다. 사실 금액으로만 보면 짧은 기간 안에 몇 천만 원의 수익이 생기는 조건이다. 하지만 나는 2호점을 지켰다.


결국 3개월 뒤 생과일주스 전문 프랜차이즈 매장이 근처에 오픈했다. 다행히 길 건너편에 생겼다. 상권이 다르기 때문에 또한 2호점과 같이 테이블이 있는 매장 형태가 아니라서 괜찮을 것이라고 나는 예상했다. 2호점의 매출 변동은 없었다. 사실 나는 이를 예상해서 3개월 전부터 2호점의 생과일주스 가격을 2,000원 인하했다. 새로 생긴 생과일주스 매장 정도의 저가는 아니지만 가격 대비 맛있다고 나는 자부한다. 그래서 그런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또한 카페의 커피 맛은 어렵게 찾아낸 맛있는 블렌딩 조건이다. 커피 맛을 알아주고 찾아주시는 손님들 역시 그걸 알아주었다. 커피 맛에서 우선은 인정받은 셈이다. 성수기로 가면 그 매장도 우리 매장도 잘 될 것이라고 나는 예상했다. 경쟁이 없을 순 없다. 시장이기 때문이다. 성수기로 접어든 지금, 나의 예상대로 대체로 음료 매장은 잘 되는 편이다. 여기에서의 경쟁도 또 진행된다.  



굳건하게 2호점을 지켜낸 덕분에 지금은 목표 매출을 넘어 순항하고 있다. 2호점을 찾아와 준 고객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 2호점은 전통시장 입구에 위치하고 있다. 시장의 특수성은 생각과는 다른 부분이 많았다. 예를 들어, 시장에 한 푼 두 푼 깎으러 오는데 비싼 음료 값은 부담이었다. 또한 시장에서 가격이 보이는 생과일주스의 경우도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고민 끝에 가격을 조정했다. 또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유동인구의 연령층이다. 시내의 경우 젊은 고객층이 많지만 외곽에 위치한 2호점의 경우 어른들이 많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이제는 어른 고객층에게도 커피, 음료 그리고 대화할 공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어른 고객 분들께 말 한마디 더 건네고 안부를 물었던 것이 ‘재방문’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자영업의 핵심인 ‘재방문’을 위해서 고객을 위해서 실행했던 것들이 작지만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프랜차이즈에서 느껴지는 건조함과는 다른 친절함과 친근함을 통해 재방문을 유도했다. 2호점에만 시도하는 컵팥빙수도 전통시장이라는 상권에서 분명 매출 상승에 기여할 것이다.


작년 7월에 신청했던 카페 바닐라의 상표권이 드디어 도착했다. 2호점 창업을 준비하며 함께 신청했던 상표권이 10개월의 숙성 시간을 거쳐 탄생했다. 상표권 출원까지 상당기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기다리는 마음에 10개월이 조금은 길게 느껴졌다. 그래서 등기로 도착한 상표권이 정말 반가웠다. 사실 상표권을 갖고 내가 프랜차이즈 사업을 할 생각은 없다. 프랜차이즈 사업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도 알고 나는 곧 다시 조직으로 돌아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다시 조직생활을 하며 사업을 병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때, 상표권이 매매의 평가 항목으로로써 브랜드 가치를 높여줄 것이다. 또한 누군가 카페 창업을 하겠다고 하면 나는 내가 가진 것들을 나눠주며 도와주긴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직접 상표권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은 현재로선 갖고 있지 않다. 지금의 카페 바닐라의 상표권은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2호점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한 의미, 즉 도전에 대한 귀한 의미가 있고 이를 실행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또한 카페 바닐라만이 갖고 있는 안락함을 심벌의 형태로 남겨두고 싶었다.



나름대로 잘 버티며, 대응하며, 전략을 적용하며, 경쟁에 부딪히며 2호점 창업 후 10개월을 달려왔다. 이제 처음 맞는 성수기에 매출을 높여가고 있다. 2호점 사장님이 그 연결을 충분히 잘 해내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렇게 나는 창업 경험을 글로 남기며 경험을 통한 배움의 영역을 넓혔다.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재미있었다. 앞으로 펼쳐질 인생에 이번 경험은 또 다른 원동력으로 나를 움직일 것이다.



[공돌이의 카페경영 스토리]

#1. 퇴사 후 카페를 인수하다

#2. 왜 카페를 인수했나

#3. 카페 인수 이야기

#4. 경영평가의 1순위, 수익성

#5. 커피시장의 경쟁, 나만의 경영을 시작하다

#6. 카페 인수 8개월 만에 2호점을 열다

#7. 프랜차이즈의 습격과 나의 역습

#8. 카페 2호점을 설계하다

#9. 가장 어려운 인력관리: 관리를 넘어 리딩으로

(+) 카페경영 에피소드1

#10. 생각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

#11. 카페 비수기를 극복한 나의 경영 전략

(+) 카페경영 에피소드2

#12.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

#13. 알바생의 취업을 돕는 사장

#14. 버티는 자영업자, 망하는 자영업자

#15. 카페 신메뉴, 어떻게 개발할까

#16. 강연과 코칭 카페

#17. 카페경영 경험을 나누다 

#18. 카페 2호점 이야기 

#19. 카페 2호점, 양도 후 1년

#20. 인터뷰 : 카페 경영 FAQ 

#21. 가격을 상향할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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