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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현 Mar 22. 2017

27. 가족, 내 삶의 가장 큰 지원군

가족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도 없다. 나의 일에 적극 조언을 구하자.

내가 하는 일의 변화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람은 바로 가족들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해왔던 일의 수입이나 근무방식에 가족들이 맞춰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아마도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에 한 달의 생활비가 정해졌을 테고, 내가 쉬는 날에 놀러 가거나 가족행사를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염려하는 부분은 아마 경제적인 문제일 듯싶다. 만약, 나 이외에 가족 중에 돈을 버는 사람이 있다면 그나마 영향이 덜 하겠지만, 나 홀로 돈을 버는 경우라면 그 영향은 절대적이다. 물론, 대부분의 외벌이 가장들이 그 점을 늘 염두에 두고 있고, 맞벌이 워킹맘은 일과 육아의 사이에서 언제나 갈등을 겪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 점에 있어서 직장이나 직업이 바뀌는 경우보다, 직장 내에서 일이 바뀌는 경우는 그나마 영향의 폭이 작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을 가족과 함께 하지만, 가족의 구성원이 계속 바뀌게 된다. 이를테면, 취업이나 결혼할 때까지는 부모나 형제와 함께 하고, 그 이후에는 배우자를 맞이하여 새로운 가족을 만들게 된다. 그러므로, 자연스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가족들의 관심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요즘처럼 취업이 힘든 시대라면 '그 좋은 직장을 왜 그만두나?', '남들은 들어가지 못해 안달이라던데', '아직 배가 고파본 적이 없구나'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물론, '지금이라도 꿈을 찾기 바란다' 이런 멋진 얘기를 들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한 경우다. 하지만, 후자보다 전자와 같은 부정적 반응이 많은 이유는 일에 대한 가치나 평가에 있어 연봉이나 복리후생과 같은 물질적인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내 꿈을 찾아 일을 바꾸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가족의 이해를 받는 게 당연한 일은 아니다. 


"마지막 강의" 저자 랜디 포시 교수의 마지막 강의는 가족을 위한 것이었다.


나는 20년간 다닌 회사에서 독립하기로 마음을 먹은 후, 1년 전에 아내에게 그 얘기를 꺼냈다. 하지만, 처음 꺼내는 얘기는 아니었고, 가끔씩 내가 언제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얘기를 나누곤 했었다. 게다가 회사생활 10년 차에도 새로운 직업을 위해 독립을 하려 했다가, 직장 내 직무전환을 통해 10년을 더 다닌 터였다. 독립 얘기를 들은 아내는 비교적 담담하게 받아들였고, 큰 반대는 하지 않았다. 퇴직금과 자산 등을 점검해 보니 당분간 생계에는 큰 문제가 없었고, 은퇴 나이 이후에는 연금 계획 등을 세워놓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아내는 회사에서 독립한 이후 한동안 갑작스레 바뀐 경제적 변화와 미래에 대한 불안에 마음고생을 많이 겪었다. 마음의 준비를 했음에도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상황은 가족에게 영향을 준다.


가족들이 받을 영향을 생각해서 일부러 얘기를 꺼내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본인이 모든 계획을 세우거나 결정을 내린 후에 결과만 통보하는 형식이다. 내가 이렇게 고민하고 준비했으니 가족들은 자신을 믿고 그 뜻을 따르라는 것이다. 가족들을 염려해서 그랬건, 확실한 자신감에 넘쳐서 그랬건, 가족들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게 분명하다. 이미 모든 결정이 내려진 상황에서 가족들이 도와줄 수 있는 건 없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가족들은 누구보다 나와 오래 지낸 사람들이다. 비록 물리적인 시간은 회사에서 더 많이 보냈을지라도, 좋든 싫든 나에 대해서 늘 관심을 갖고 보던 사람들이다. 다시 말해서, 가족은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가족들이 내가 하는 일에 있어서 전문적인 지식은 부족할지 몰라도, 나의 성격이나 일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조언을 해 줄 수 있다. 미리 내 계획을 얘기해 준다면, 더 나은 방향으로 지도와 격려를 받을 수 있다.


몇 년 전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시청률이 높았던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된 적이 있다. 서울 외곽 쌍문동을 배경으로 평범한 중산층 가족의 삶을 다루었는데, 많은 시청자들이 마치 우리의 얘기를 보는 것 같다며 크게 공감했었다. 드라마 종영을 얼마 앞두고 방영된 에피소드 중 '아빠의 명예퇴직'과 관련된 장면이 있었는데, 비록 드라마이긴 하지만 가족의 진심 어린 지원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보여주는 얘기였다.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자면, 딸 덕선(김혜리 분)은 94년 금융권 구조조정의 폭풍 속에 명예퇴직한 아빠(성동일 분)를 위해 자체적으로 감사패를 만들어 가족들이 모인 식당에서 눈물로 다음과 같이 감사패를 읽어 내려간다.


우리 아빠가 제일 사랑하는 건 바로 우리 가족입니다. (드라마 응답하라1988 중에서)


"감사패. 26년간 OO은행에 기여해 주신 성동일 과장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이제 더 이상 성동일 과장님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없겠지만 변함없는 건 성동일은 이일화의 남편이자 성보라 성덕선 성노을 3남매의 자랑스러운 아빠입니다. 우리 아빠가 가장 싫어하는 말은 만년 대리와 빚보증입니다. 우리 아빠가 제일 잘하는 건 쓸데없는 물건 사기 우리에게 뽀뽀하기입니다. 그리고 우리 아빠가 제일 사랑하는 건 바로 우리 가족입니다. 아빠의 딸로서 그리고 아들로서 다정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해서 좋아하시는 술 한잔 함께 마셔드리지 못해서 먼저 안아드리지 못해서 사랑한다 말하지 못해서... 그리고 아빠라는 그 이름의 무게를 헤아리지 못해서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그럼에도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보라에겐 존경하는 아빠, 덕선에겐 친구 같은 아빠, 그리고 노을에겐 든든한 아빠가 되어 주셨기에 그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이패를 드립니다. 자식 일동"


드라마에서는 온 가족이 아름답고 화목하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지만, 가족 내에서의 소통은 쉽고 간단하게 행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이슈다. 막상 어디에서부터 얘기를 꺼내야 할지, 굳이 지금 이 얘기를 꺼내야 할지 고민스럽기도 하다. 소통하는 방법과 관련해서는 많은 책과 미디어에서 다루기 때문에 여기에서 자세하게 언급하기는 힘들지만, 가장 핵심은 우선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것이다. 즉, 이 얘기를 듣는다면 상대방은 어떤 느낌이 들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나에 대해 염려하는 마음일 수도 있고, 상대방 자신도 불안한 마음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느낌을 확인하기 위해서, 가능한 한 빨리 자주 얘기를 나눠보는 게 최선이다. 왜냐하면, 누구의 생각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상호 이해와 조율에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서로의 생각을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나중에 도움이 필요할 때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수 있고, 잡을 수 있다.


일과 가족을 놓고 볼 때, 일이나 직장은 언제든 바꿀 수 있지만, 가족은 바꿀 수 없는 사람들이다. 물론, 당장의 우선순위를 놓고 본다면 일과 가족 중에 일을 먼저 놓을 수도 있다. 정시에 퇴근하여 가족들과 행복한 저녁을 보내고 싶은 것은 모든 직장인의 꿈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오늘 저녁도 야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매슬로우라는 심리학자의 인간욕구 5단계 이론에 따르면 최상위의 욕구가 자아실현의 욕구라고도 한다. 하지만, 가족과의 행복한 삶을 위해, 가족보다 일의 우선순위가 높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내가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말로는 가족을 위해서 힘들게 일하고 있다지만, 진정으로 가족과 소통하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3줄 요약]

- 내 일에 따라서 가족들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 가족은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이니, 조언을 구하자.

- 가족의 입장에서 어떤 느낌이 들지를 배려하며 얘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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