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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현 Mar 14. 2017

2. 의미를 부여하면 일이 재미있다

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 무엇에 목표를 두는지 질문을 던지며 일해보자.

회사로부터 독립한 지 몇 달 안되어, 내가 몸담고 있는 인문학 학습모임인 함께성장연구원의 동료 강사들과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청소년들의 여름방학을 맞아, 각자의 재능을 모아 학습동기 부여를 위한 1일 캠프를 해보기로 했다. 중학교 1~3학년 대상으로 7명 소수 맞춤형으로 기획했는데, 인원이 많으면 아이들 한 명씩과 눈을 맞춰가며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과정 기획에는 대략 한 달이 걸렸는데, 첫 기획 미팅에서부터 모두들 의욕이 넘쳐났기에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나는 회사에서 했던 일처럼 똑같이 여기고, 어떻게 하면 완벽한 프로그램을 만들까에 집중했다. 조금이라도 실현이 어려울 것 같으면 이의를 제기했고, 마치 회사에서 업무를 하던 방식처럼 동료들을 대하며 미팅을 주도하려 했다. 업무성과처럼 신청자가 적을까 봐 걱정했고, 상사의 의견을 반영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학부모들의 의중을 먼저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여갔고 기획회의를 할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며칠 후 강의 분야를 나누어 각자 시연을 하고 피드백을 받던 날, 나는 내 시야가 얼마나 좁았는지를 깨달았다. 나는 에니어그램을 통한 자신의 성격유형 탐색하기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청소년 학습을 경험해 본 동료가 내 강의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피드백을 해주었고,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는 느낌이었다. 다시 말하면, 이번 교육은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인데, 내가 학부모와 같이 어른의 눈높이로 교육을 준비해왔던 것이다. 그동안 나의 교육기획 경험은 직장인, 즉 성인 위주의 학습이었고, 굳이 내가 필요성을 강조하지 않아도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받아야 하는 교육이었다. 하지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달랐다. 이해하기 쉬운 용어를 써야 했고, 그들의 관심사와 흥미를 반영해야 했다.


잘해야겠다는 마음에서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바뀌니 교육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었다. 피드백을 적극 반영하여 강의 콘텐츠를 대부분 바꾸었다. 그들에게 친근할 대상을 고민하다가 뽀로로 캐릭터를 생각해냈고, 에니어그램 9가지 유형을 각각의 캐릭터로 설명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교육 이틀 전 오전에는 동료들과 함께 최종 리허설을 해보며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오후에는 아이들에게 나눠줄 준비물과 선물을 쇼핑하러 다녔다. 교육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동료들과 함께 진행하니, 서로 뜻도 잘 맞았고 준비하는 시간 자체도 즐거운 놀이와 같았다. 선물을 받고 즐거워할 아이들을 떠올리며, 하나라도 더 좋고 재미있는 선물을 골랐다. 


하버드와 와튼스쿨에서 '일과 삶의 행복한 통합'을 연구한 조안 B. 시울라는 그의 책 '일의 발견 The Working Life'에서 의미 있는 일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은 대체로 개인의 삶에 활기를 북돋워준다. 그것이 의미 있는 일의 가장 구별되는 특징일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경험과 우리가 논의한 숭고한 여가의 개념은 거의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종류의 활동들은 행복한 삶의 중요한 부분이며, 일터에서 이러한 활동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여가를 통해 그것을 즐길 것이다. 의미 있는 일은 우리가 중요한 활동을 경험하는 방식이며, '뇌 수술'에서 '쓰레기 수거'까지 어떤 것이든 포함할 수 있다." 의미 있는 일이라면 여가와 마찬가지로 행복한 즐거움을 준다는 얘기이다.


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냐에 따라 놀이가 될 수도 있다. ⓒ pixabay


교육 당일, 반가운 표정으로 학생들을 맞았지만, 토요일 아침 일찍 나온 때문인지 유쾌하지 않은 표정이 역력했다.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대부분 부모님의 권유로 온 데다가 낯선 친구들이라 마음을 쉽게 열지 않아서 우리들의 애를 태웠다. 말 한마디에도 오해와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사춘기 나이인지라, 내가 평소 해왔던 강의의 몇 곱절 노력으로 신경을 썼다. 그 마음이 전해졌는지, 내 강의에 이어 서로의 토론 시간에도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로 다른 동료들이 다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나는 참여 학생의 학부형 세 분을 모시고 별도로 에니어그램 탐색 강의를 진행했다. 원래 공지된 프로그램은 아니었지만, 자녀를 보내주신 부모님들께 특별한 감사를 드리고자 내가 기획한 프로그램이었다. 부지런히 필기를 하시는 모습뿐만 아니라, 강의 후 소감에서도 자신과 자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 크게 만족하셨다는 말씀을 들었다.


피터 드러커는 그의 책 '프로페셔널의 조건 The Essential Drucker on Individuals'에서 공헌할 목표에 초점을 맞추라는 조언을 하고 있다. 이를테면, 내가 조직의 성과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헌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라고 다음과 같이 썼다. "공헌할 목표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자신의 전문 분야와 기술 그리고 자신이 속해 있는 부서에 국한되어 있던 관심을 조직 전체의 성과에 대한 관심으로 넓힐 수 있다." 나도 내 강의 분야에만 신경을 썼다면 내게 주어진 2시간 프로그램을 어떻게 구성할까에만 집중했을 것이다. 하지만, 학습동기 부여라는 목표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부모-자녀 간에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래서, 참여 학생뿐만 아니라 부모의 자기탐색을 위한 별도의 에니어그램 탐색 강의를 준비했던 것이다. 물론, 나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일을 추구하는 목표에 따라 전통적인 일의 개념도 변화할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생겨나는 현상을 설명해 주는 다음 기사를 보자. "개인의 여가 시간과 재능,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가 뜬다. 이는 필요에 따라 인력을 공유하고 이합집산하는 ‘독립형 일자리 경제’ ‘프리랜서 경제’를 의미한다. 긱(Gig)은 1920년대 미국 재즈 공연장 주변에서 즉석으로 연주자를 섭외해 공연하는 행위를 일컫는 데서 유래했다. 미국에선 ‘긱 이코노미’가 2015년 직업의 16%에서 2020년 43%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모바일과 IT 기술 발달로 ‘긱 이코노미’는 생계 보조형 직업에서 지속 가능한 직업 세계로 변모한다. - 매경이코노미 제1896호 (2017.02.23~02.28일 자)"


이처럼 일자리는 기존에 만들어진 것만을 찾는 게 아니라, 개인이 필요에 따라 새롭게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왜냐하면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직업 체계나 가치와 다르게 개인별로 목표하는 바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이 원하는 것만 충실히 하던 시대는 가고, 창의적인 나의 생각도 필요한 시대가 왔다. 다른 한편으로는 조직도 목표를 달성함에 있어 보다 효율적인 방식을 추구할 수 있다. 조직 내부 인력을 양성하는 것보다 일정기간 외부 인력을 활용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결국 일의 본질이 무엇이고, 집중해야 할 부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예전에는 안보이던 일의 영역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왜 하는가, 그 일은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가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면, 진행하는 과정과 결과에 변화가 생긴다. 위에서 살펴본 내 경우에는 교육과정 기획이라는 예전 회사 업무와 비슷한 일이었음에도, 동료/아이들/학부형 등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경험이라고 생각하니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특히, 무표정하던 학생들의 표정이 점점 활짝 피어가는 모습을 보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내가 고민하고 준비했던 시간들에 대한 보답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회사에서의 내 업무 경험이 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하니 더욱 보람이 컸다. 참여한 학생들과 부모님의 성장뿐만 아니라, 과정을 기획하고 진행하며 나 자신도 성장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이처럼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도 관점과 시각을 바꿔서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재미와 보람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다.


[3줄 요약]

- 일의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일의 형태도 변한다.

- 지금 이 일을 왜 하고 있는가 질문을 던져 보자.

- 일에 의미를 부여하면, 재미와 변화가 생긴다.


※ 이번 글은 예전에 올렸던 글에서 약간 부족했던 내용을 보완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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