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돌보기 위해 여유, 현존, 연민을 들고 다닌다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

by 안영회 습작

<병입 한 감정은 예기치 못한 순간 감정 누출을 낳는다>에 이어 수전 데이비드가 쓴 <감정이라는 무기> 중에서 '고뇌 속의 '생각 품기'와 분노' 그리고 '병입과 생각 품기는 단기적인 감정의 아스피린이다'를 소제목으로 하는 구절에서 밑줄 친 내용을 토대로 생각을 차리는 글입니다.


병입과는 다른 감정 방치인 생각 품기(brood)

7개월 만에 책을 다시 펼치니 맥락이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병입 한 감정은 예기치 못한 순간 감정 누출을 낳는다>의 링크를 제미나이에 주고 한 장의 이미지로 요약해 달라고 했습니다.

기대했던 느낌과는 다르지만, 병입(Bottling up)이라는 은유가 상황에 맞다고 감탄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시각화하는 용도로는 쓸모가 있는 것 같아 인용합니다. 맥락 소환을 위한 일은 이 정도 하고 다시 책으로 가 봅니다.


저자는 병입(甁入)과 품는 일은 다른 행동이라고 합니다.

'사색자brooder'(생각을 끌어안고 품는 사람)이다. 병입자가 남자일 가능성이 높다면, 사색자는 여자일 가능성이 높다."

바로 떠오르는 주변의 실존 인물이 있습니다.

생각을 끌어안고 품는 것(생각 품기)은 걱정과 사촌 관계이다. 이 둘은 자기 자신에게 극도로 초점을 맞춘다. 또 현재가 아닌 어떤 순간에 존재하려고 애를 쓰는데 걱정은 미래로 향하는 반면에 생각 품기는 과거를 바라본다. 그러므로 생각 품기는 걱정보다 훨씬 더 허망하다.

처음에는 바로 떠오르는 사람들이 머릿속에서 줄을 서는 꼴이 측은지심으로 인해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감정 과학자'로서 다시 생각해 보니 그들의 행동에 '사색자brooder'라는 고상한 이름을 붙여주는 일이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깁니다.


병입은 품었던 생각을 꺼내어 눈앞을 가리는 장치일까?

문제에 직면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직면(直面)하는 모습을 본 지인들이 종종 용기를 언급한 일도 있고요.

사람은 누구나 자기에게 닥친 불행을 '처리'하길 바라거나 힘든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걸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하지만 고뇌의 핵심인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까지는 결코 다다르지 못한다.

지난달 여의도에서 번개로 만난 지인과의 대화가 떠올랐습니다. 오후 시간 밝은 실내등 아래서 지인이 자신이 처한 곤란한 문제를 담담한 말로 내놓을 때, 그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러한 대화가 의미가 있고 유익하다 느꼈습니다.


다음 문장은 종류가 다른 두 가지 관계를 겹쳐 보이게 합니다.

사색자는 자기가 안고 있는 실제적이고 무거운 감정들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틈만 나면 다른 사람 탓을 하며 품었던 생각을 꺼내 공감을 요구하는 지인이 있습니다. 섣불리 공감을 하기도 어렵고, 제 생각을 발설하기도 어려워 그저 듣기만 합니다. 그런데, 소통은 될 수 없습니다.


한편, 사색은 아니겠지만 형과 어울리다가 마음이 상하면 목소리를 높이고 형 탓을 하는 둘째 아이 행동이 어쩌면 사색자의 행동 양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서툴지만 감정 과학자의 길을 이어가고 있고, 아빠로서의 역할도 염두하고 있기에 아이에게 형에 대해 말하거나 화를 내기 전에 자기감정부터 돌보라고 말하곤 합니다. 아직은 무리일지 몰라도... 그냥 두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말이죠.


주변 세상에 대한 적절한 대응에서 길을 잃을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병입과 생각 품기는 단기적인 감정의 아스피린이다'에서 밑줄 친 내용을 보고 쓰는 글입니다. 심리학에는 제1 유형의 사고Type1 thought와 제2 유형의 사고Type2 thought가 있다고 합니다.

제1유형의 사고는 일상 속에서 날마다 부닥치는 문제들(무거운 업무 과제, 빡빡한 일정, 전날 밤에 했던 부부싸움, 육아 문제 등)에 따르는 통상적인 인간적인 걱정들로, '나는 무엇 무엇 때문에 걱정이야' 라거나 '나는 무엇 무엇 때문에 슬퍼'라는 식으로 직설적이다. <중략> 제2유형의 사고는 마음속에 있는 거울의 방에 들어가서 생각에 대한 생각들, 즉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들을 켜켜이 쌓아나갈 때 나타난다. '나는 걱정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야'라거나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게 나에게는 스트레스야'와 같은 경우이다.

알듯 말듯합니다. 선명하게 와닿지는 않네요. 다음 문장도 인상 깊어서 밑줄을 쳤지만 명백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의 분노에 분노하고, 자기 자신의 걱정에 걱정하고, 자기 자신의 불행을 불행하게 여긴다.

주변 세상에 대한 적절한 대응은 '그저 행동하는 것'에서 찾을 수도 있을까요?

병입자와 사색자 모두, 주변 세상에 적절하게 대응할 능력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아이를 안아주거나 동료와 함께 느긋한 시간을 보내거나 새로운 것을 창조하거나 방금 잔디를 깎은 마당에서 상큼한 풀 향기를 맡는 일을 전혀 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무력감을 바탕에 깔고 지낼 때는 주변 사람들에게 대응하는 일이 무가치하게 느껴진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감정을 돌보기 위해 여유, 현존, 연민을 들고 다닌다

그간 찾아온 여유(餘裕), 현존(現存), 연민(憐憫) 같은 행동이나 감정이 상황에 따라 늪에서 나올 수 있는 도구가 될 듯합니다.

반면, 지배적 사회 통념으로 존재해 온 '표현 규칙'은 병입이나 사색을 유발하는 해로움이 됩니다.

감정에 대한 (그리고 남자와 여자가 감정에 대응하는 방식에 대한) 불문율에는 심리학자들이 이른바 '표현 규칙 display rules'이라고 부르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다 큰 남자아이는 울지 않는다'라거나 '지금 여기에서는 화를 내지 마라. 네 방에 들어가 있다가, 표정이 풀리면 밖으로 나와라' 등의 표현 규칙이 구체적인 사례이다.


행복뿐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도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

계속해서 '행복에 낚이다'를 소제목으로 하는 구절에서 밑줄 친 내용도 인용해 봅니다.

행복을 연구하는 거의 모든 연구자들이 말하듯이 진짜 미소와 거짓 미소가 각각 활성화하는 근육군은 다르다. 그래서 두 심리학자는 각각의 사진 속 졸업생들의 얼굴에서 대관골근大顴骨筋(큰 광대근) 혹은 눈둘레근이 움직이는지 살폈다. 사람이 이를 드러내고 진짜로 환하게 웃을 때는 두 근육이 모두 움직인다. 그러나 눈둘레근은 의도적으로는 움직여지지 않아서 거짓으로 웃을 때는 눈 주변에 있는 이 근육이 움직이지 않는다.

이제 사진만 보고도 사람들의 생각을 일정 부분 읽을 수 있는 연구가 있고, 거기에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네요?

긍정적인 감정만 옳은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도 모두 그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긍정과 부정이라는 이분법으로 감정을 판별하는 일은 본질을 외면하게 한다는 점에서 도리어 해로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부터는 '행복의 위험'에서 밑줄 친 내용을 다룹니다.

사람이 지나치게 유쾌할 때는 심각한 위협이나 위험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중략> 기분은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생활이 즐겁고 기분이 좋으며 주변 환경이 안전하고 익숙할 때 사람들은 어떤 것이든 힘들여 오랫동안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지나치게 긍정적인 사람들이 적정한 수준의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비해서 창의성이 떨어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비관론자처럼 대비하고 낙관론자처럼 꿈꾸라

실제로 저의 낙천성은 좋은 상황일 때 판단력이 흐려지는 바탕이 되는 듯도 합니다. 지난 몇 년 간 큰 실수를 했고, 그 경험이 바탕이 되어 <비관론자처럼 대비하고 낙관론자처럼 꿈꾸라>는 조언이 크게 울림을 주었습니다.

행복해하는 사람은 흔히 초기에 접수한 정보에 집중하며 나중에 접수하는 세부적인 사항들은 눈여겨보지 않거나 그것의 의미를 최소화한다. 이런 현상은 전형적으로 후광효과 형태를 띤다. 예를 들어서 파티장에서 방금 만난 어떤 귀여운 남자가 친절하다고 자동적으로 결론을 내리고 마는데, 그런 결론을 내리는 근거는 그 남자가 멋진 옷을 입고 있고 재미있는 농담을 잘한다는 사실이다.

아래 인용한 글은 <비관론자처럼 대비하고 낙관론자처럼 꿈꾸라>에 대한 부연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흔히 부정적이라고 말하는 감정들은 속도가 늦고 체계적인 인지 과정을 필요로 한다. 이럴 때는 신속한 결론이 나지 않으며 문제가 되는 미묘한 세부사항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인다. <중략> 부정적인 기분은 신선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구체적인 사실들을 찬찬히 뜯어보도록 만드는, 보다 주의 깊고 협력적인 사고 태도를 요구한다.


우리는 진짜 미소와 가짜 미소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할까?

그리고 다음 문장은 6년 전에 읽다가 포기한 <FBI관찰의 기술>을 또다시 떠오르게 합니다.

저 사람이 짓고 있는 미소가 눈둘레근까지 함께 움직이는 진짜 미소일까. 아니면 눈둘레근이 움직이지 않는 가짜 미소일까?

중요한 계약과 협상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이러한 기술을 익혀야 할까요? 자신이 없어 퍼플렉시티에게 도움을 구해 보니 식별 팁을 주기는 합니다. (행동은 제 몫이죠.)


<감정이라는 무기>를 읽고 쓰는 글

1. 인생의 전환점을 만드는 감정 활용법

2. 감정의 민첩성은 의미 있는 삶을 위한 훌륭한 친구이다

3. 감정의 민첩성을 얻기 위해 감정 마주하기

4. 감정의 민첩성을 얻기 위해 감정에서 한 걸음 비켜나기

5. 감정의 민첩성을 얻어 자기 목적에 맞는 길을 걸어가기

6. 어떻게 감정의 덫에 걸리게 되는 걸까

7. 감정은 이렇게 우리를 낚는다

8. 각자가 만드는 현상적 세계와 두 개의 생각 시스템

9. 휴리스틱의 함정: 터널시야와 훈련된 무능력

10. 아차, 바로 이런 상태가 감정의 덫에 걸려든 상태지

11. 가장 흔한 네 가지의 감정의 낚임 유형(上)

12. 가장 흔한 네 가지의 감정의 낚임 유형(下)

13. 부정적인 감정들도 나의 힘이다

14.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만나 허우적대고 있을 때

15. 병입 한 감정은 예기치 못한 순간 감정 누출을 낳는다


지난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 연재

(43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43. 이제, 인공지능도 성찰을 하는데, 하물며 사람이라면?

44. 점수(漸修)를 통해 지혜롭게 행복 비용을 지불하자

45. 오만 가지 생각에 휩싸인 자기 대화가 자신을 망친다

46. 미션 임파서블의 이단 헌트처럼 어려움을 대하기

47. 가장 흔한 네 가지의 감정의 낚임 유형(上)

48. 가장 흔한 네 가지의 감정의 낚임 유형(下)

49. 부정적인 감정들도 나의 힘이다

50.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만나 허우적대고 있을 때

51. 병입 한 감정은 예기치 못한 순간 감정 누출을 낳는다

52. 누구나 마음속에서 일을 크게 키운다, 실제보다

53. 인생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나는 의지가 있다고 말하자

54. 당신의 두뇌는 당신이 항상 이기도록 만들어져 있다

55. 동물로 인간사회에 살아야 하는 한계를 극복하려는 신앙

56. 경청을 위해서는 생각을 멈추고 존재를 기울여야 한다

57. 나는 그 모든 것을 이겨낼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58. 불확실성을 피하는 것은 결국 성취를 내려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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