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과 함께 배우기
상대적으로 도전적인 성격 탓에 둘째가 저에게 생각지 못한 배움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에도 아이가 준 두 건의 자극을 통해 스스로 배움을 얻고자 쓰는 글입니다.
첫 번째는 아이가 '개명改名'[1]이 무슨 뜻인지 묻는 일에서 벌어진 자극입니다. 이후 스스로 사전을 찾아보더니 실명實名과 가명假名과 같은 말을 혼자서 되뇌다가 다시 질문을 합니다.
그럼 개명은 가명의 유의어예요? 반의어예요?
획순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이의 개성을 존중해서 네이버 한자 사전을 자주 이용했더니 획순 밑에 있는 '유의어'와 '반의어'에 자주 노출이 된 것이죠.
저는 '둘 다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그럼 무엇인지는 몰랐습니다. 성의 없이 모른다고 답하고 끝내고 싶지 않아서 직전에 둘이서 영어 공부했던 기억을 꺼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담긴 영어 책을 읽어 주며 영어에 익숙해지게 하고 있는데, 요즘 문제 푸는 일에 신이 나 책 뒤에 있는 문제를 함께 풀자고 아이가 요청한 것이죠.
영어 verb에 동그라미 하는 문제였는데, verb가 상태state 혹은 행동action이라는 설명은 학창 시절에 영어 선생님께 들어본 적이 없는 간명한 정의였기에 기억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그런 행동을 표현하는 낱말이라고 답을 했지만, 아이는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습니다.
요즘 자주 인용하는 '전략의 수행을 선상에 배치하는 도식'이 떠올랐습니다. '단계를 도식으로' 표현해 보자 마음먹었습니다. 애초에 선상에 점을 크게 찍는 일은 우연한 만남을 대하는 태도를 논할 때 그렸는데, 지금은 전혀 다르게 묘사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일종의 경험 설계이죠.
'경험 설계'로 검색을 해 보니 근자에 제가 관심을 많이 두고 있는 일이구나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수행이란 새로운 회로를 신경망에 구축하는 과정>은 일주일 전에 쓴 것이었습니다. FAIL의 새로운 정의인 First Attempt In Learning을 묘사한 그림에는 아예 점으로 만든 선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Nudge 그림을 다시 보니 '쿡 찔러' 점을 만드는 즉, 선을 이루는 하나의 단계를 만드는 마법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두 번째 자극은 둘째 아이가 혼자서 노는 장면을 보고 떠오른 생각입니다. 장난감은 소비 훈련 결과로 형 생일에 장난감 선물을 받는 부러움을 자신의 지출로 산 것이었습니다. 혼자서 성취감을 만끽하려 만든 공항으로 일주일을 놀더니 저에게 지나간 달력을 뜯어 달라고 해서 활주로와 주차장을 만든 것이죠.
제주에 살아 공항에 자주 가는 영향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몇 가지 생각이 스쳐 갔습니다. 첫 번째로 다시 한번 <가르치려 하기 전에 먼저 아들에게 관심을 보이기>가 얼마나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해 주는지 깨닫습니다. 그 바탕에 작동하는 <당신이 옳다>도 확인합니다.
다음으로 <제한보다는 성장이 도시 공간의 구매력을 유지한다>를 쓴 직후라 '환경 종속적인 인간 지식의 한계'라는 제가 쓴 표현이 떠오릅니다. 그런 생각을 만들어 준 책 내용을 다시 인용합니다.
1960년대에 그녀는 지식과 아이디어를 전파하고 경제 성장을 창조하는 도시의 역할을 이해했다. 1970년대에 그녀는 도시가 숲이 우거진 교외 지역에 비해서 사실상 더 환경에 유익하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이런 통찰들은 뉴욕에 살며 일하는 관찰자로서 그녀가 받은 엄청난 선물로부터 얻은 것이다. 그녀는 도시의 작동 메커니즘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인 눈을 크게 뜨고 산책하는 일에서 지식을 얻었다.
[1]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 실천으로 한자사전을 찾습니다.
(44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44. 두 아들에게 눈에 보이게 하는 게시판 효과 활용하기
46. 108번이라는 횟수는 습習을 키우는 절대량인가?
47. 한자를 씨말로 어휘력을 늘리는 묻따풀 한자 300
49. 육아로 시작했지만 서로 영향을 주며 발전하는 가족관계
50. 아이에게 즉각 개입하는 대신 관찰하면 보이는 것들
52. 글쓰기를 가르칠 때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지난 경험
54. 아내가 주도한 가족 달리기 훈련 첫날 배운 것들
55. 아이의 청출어람을 보고 인공지능 길들이기로 어울리기
56. 인공지능과 함께 처음 만들고 배포한 우리 가족용 앱
57. 어쩌다 보니 클로드와 함께 아이를 위한 DSL 설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