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이란 새로운 회로를 신경망에 구축하는 과정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

by 안영회 습작

이 글은 페벗인 김영식 님께서 쓰신 <알아차림>을 읽고 쓰는 글입니다. 글 쓰는 과정에서 제 일상에 쓰일 깨달음이 있기를 기대하면서 말이죠.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

알아차림은 몰입에서 환기되어 풀려나는 현상입니다.

먼저, 최봉영 선생님이 일러 주신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을 실천합니다. 그 과정은 그간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개념이나 낱말을 제대로 알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배울 수도 있으니까요. 혹여 제대로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지식을 보완하거나 기억을 보강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자주 쓰던 단어 같았지만, 뜻 2번은 전혀 몰랐습니다. 그렇게 다시 살펴보니 '몰입'은 마치 다른 세상에 빠졌다가 다시 나오는(?) 일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어서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 일부를 정의하다>에서 그린 그림에 다른 뜻을 덧붙여서 보게 되었습니다. 점이 몰입沒入이고 선이 환기 후 풀려난 상황입니다.

몰입과 환기는 누가 일으키는가?

내가 사는 환경과 나라는 생물이자 주체(임자)는 같은데 '점과 선으로 나누는' 근거는 뭘까요?[1] 몰입이 정신이 빠져서 어딘가 다른 세계로 간 것으로 묘사하자는 것이죠. 우리의 인지 능력에는 한계가 있고, '환경울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2]는 점을 전제로 하면 '다른 세계'는 우리가 현상을 편집한 별도의 인지 집합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쉬운 예로는 게임에 푹 빠지는 일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혹은 책을 읽고 있을 때, 옆에서 말을 걸어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 예가 될 수도 있고요.

제가 입에 붙은 말로는 '정신 차리다'가 환기喚起와 같은 뜻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자어로 된 낱말을 씨말로 나눠서 '불러서 일어나는 일'로 풀어 보게 됩니다. 그러고 나니 부르는 주체가 누구인가 싶어 집니다. 여기서 김영식 님의 글이 대답이 됩니다.

그것은 수행과 무관하게 모든 고등 생명체에게 저절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하루 열 번이면 충분한 알아차림 수행

다만, 저절로 일어나는 탓에 우리가 인지하지 못합니다.

이미 저절로(무의식적으로) 되어지고 있는 일을 연습 또는 훈련한다는 것은, 알아차림 자체를 새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자동으로 일어나는 현상을 의식화하는 것입니다.

<시작의 기술>에서는 우리 행동의 95%가 무의식에 의해 행해진다고 말합니다. 김영식 님의 글도 <시작의 기술>과 마찬가지로 그중에 인식해서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가르침을 전합니다. 다행히도 김영식 님이 제시하는 목표는 엄두가 안 나는 수준은 아닙니다. :)

그 훈련은 하루에 열 번으로 충분합니다.

이어지는 문장에서는 방향 선회가 감지됩니다.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은 언어적 각인이 신경망에 되먹임 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앞서와 같이 각인刻印 뜻을 찾고 보는 과정에서 '언어적 각인은 뭔가?' 싶다가 '언어를 이용한 각인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랬더니 뇌의 '가소성'과 연결되어 '아하' 하고 짐작하게 합니다.


이제 되었으니 놓아주어도 된다고 스스로 말하게 될까?

무슨 말인지 직관적이지 않습니다.

그 효과는 몰입에 대한 이완의 느낌이 매우 효용성이 높다는 사실입니다.

각인하면 역설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말일까요? '생존 기계'의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일까요? 다음 문장으로 가 보겠습니다.

바른 각인의 효과가 신경망의 자동 대응 알고리듬에서 특정 부분의 가중치를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변경합니다.

이제 되었으니 놓아주어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게 된다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 김영식 님은 자기 해체 알고리듬이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자동 대응 경향성을, 저는 '자기 해체 알고리듬'이라고 개념화하였습니다.

음, 제 경험으로도 수긍이 가는데요. 자기 해체란 말은 낯설지만, 앞서 말한 대로 우리 행동의 95%가 무의식에 의해 행해진다면 거기에 맞기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그리고, 습관의 힘을 떠올려 보면 바로 그것이 가장 효과적인 무의식 활용법이란 생각도 했으니까요.


수행이란 새로운 회로를 신경망에 구축하는 과정

'자기 해체'란 표현이 담은 가치는 이어지는 문장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의 모든 자동화 알고리듬은 예외 없이 자기 강화의 방향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지나치게 과잉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지나친 과잉에서 벗어나자는 말씀인 듯합니다. 이어지는 문장은 수행에 대한 현대적 해석입니다.

그 과잉이 바로 생로병사의 괴로움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자기 해체 알고리듬이라는 새로운 회로를 신경망에 구축하는 과정이 수행입니다.

찾아보니 작년에도 김영식 님 덕분에 수행에 대해 낱말의 뜻을 따져 본 일이 있습니다.

한편, 새로운 회로를 신경망에 구축한다는 표현이 저에게는 습관을 만드는 일로 들립니다.


수행과 습관 그리고 자기 해체와 TDD

습관의 중요성을 모르던 것은 아니라 찾아보니 지금까지 브런치에만 모두 694 개의 글이 '습관'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문장은 아주 반가운 표현이었는데요.

그 과정은 스스로 자기를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 보니 자기 해체가 경험되는 과정입니다. 아주 간단한 장치의 반복을 통하여 기존에 없었던 자기 해체적인 알고리듬을 만듭니다.

최근에 알고리듬 추천으로 만난 그림 중에 저의 눈길을 끌었던 그림을 소환하게 합니다.

더불어 18년 전에 경험한 TDD의 충격, 모범 답안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시작부터 반드시 실패를 맛보는', 그 경험 설계가 어쩌면 '자기 해체를 경험하는 의도된' 방법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알아차림은 일종의 넛지Nudge이다

전혀 다른 공간에 넣어 두었던 두 개념을 하나의 평면에 배치하는 느낌을 주는 글입니다.

알아차림은 일종의 넛지(Nudge)입니다. 그것은 강압이나 금지 없이 사람들의 선택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 장치입니다.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 실천으로 위키피디아도 찾아보고 콜린스도 찾아본 후에

구글링도 해 봅니다.

직감적으로 아주 중요한 문장들이 이어집니다.

사람은 자발적으로 자기 해체를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자발적인 노력을 한다면 자기 강화적인 알고리듬을 더욱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알아차림에 대해 감각해 보자

이어지는 내용은 제가 명상에 철저하게 실패한 이유를 설명해 주는 듯합니다.

그러므로 수행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수행의 방법과 목적이나 결과 등을 그의 호기심에 이끌려 아주 상세하게 설명해 주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 설명을 듣는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알아차림을 자기 강화의 수단으로 수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기가 더욱 잘 되려는 노력으로 수행을 받아들이게 되므로 수행의 목적과 반대되는 훈련을 하게 됩니다.

사실 명상뿐 아니라 기업가로 노력한다고 했던 행위가 실패했던 이유도 말해주는 듯합니다.


다음 문장은 김영식 님의 저작 이유를 밝히신 듯합니다.

그렇다고 맹목적이나 맹신으로 수행을 할 수는 없으니 수행의 원리와 목적을 개략적으로 이해하여 참조할 필요는 있습니다.

이어지는 내용은 다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넛지의 원리처럼 알아차림을 반복하다 보면 그 결과로 느껴지고 알아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에 의하여 자기 해체적인 알고리듬이 생성되고 구조화를 이루며 발전됩니다. 그러다가 무아와 연기라는 설명이 자신에게 검증되는 순간을 문득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효용성 때문에 자기 해체적인 경향성이 생기게 되면서 결국 생로병사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저 역시 믿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알아차림'에 대해 인식해 보자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주석

[1] 여기서 최근에 읽은 개입 합니다.

[2] 환경을 온전히 감각하고 인지하는 일도 우리 뇌로는 불가능하지만, 뇌는 생물의 일부로서 '생존 기계'라는 임무에 충실해야 하기도 합니다.


지난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 연재

(53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53. 인생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나는 의지가 있다고 말하자

54. 당신의 두뇌는 당신이 항상 이기도록 만들어져 있다

55. 동물로 인간사회에 살아야 하는 한계를 극복하려는 신앙

56. 경청을 위해서는 생각을 멈추고 존재를 기울여야 한다

57. 나는 그 모든 것을 이겨낼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58. 불확실성을 피하는 것은 결국 성취를 내려놓는 일이다

59. 감정을 돌보기 위해 여유, 현존, 연민을 들고 다닌다

60. 그들은 그냥 덤벼든다. 기분이 어떻든, 행동을 한다

61. 과연 가치 있게 시간을 쓰는 일이란 무엇인가?

62. 때로는 부단함이 내가 가진 '전부'가 될 수 있을까?

63. 인생을 기대에 끼워 맞추려 하면 스트레스를 낳는다

64. 내 상식은 현실이 아닌 내 머릿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65. 기대는 자기가 등장할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분노이다

66. 내면세계를 개선하려면 외부 세계에서 뭔가 행동하라

67. 잡초를 뽑다가 가치와 이익의 이분법이 떠오르다

68.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 일부를 정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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