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는 자기가 등장할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분노이다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

by 안영회 습작

<감정을 돌보기 위해 여유, 현존, 연민을 들고 다닌다>에 이어 수전 데이비드가 쓴 <감정이라는 무기> 중에서 '의식적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일이 불행을 가져온다?'를 소제목으로 하는 구절에서 밑줄 친 내용을 토대로 생각을 차리는 글입니다.


행복 추구보다는 '현존'이 더 소중하다

최근 <아내가 주도한 가족 달리기 훈련 첫날 배운 것들>에 담았던 내용을 떠올리게 하는 구절입니다.

의식적으로 행복을 추구하면 행복 그 자체의 진정한 특성을 맛볼 수 없다는 것이 행복의 역설이다. 진정한 행복은 외부에 존재하는 어떤 이유가 아니라 (심지어 그 이유라는 것이 행복하고 싶다'는 바람처럼 따뜻한 성격의 것이라고 할지라도) 자기 자신을 위해서 열심히 뛰는 여러 활동을 통해서 찾아온다.

아내의 제안에 이끌려 나갈 때 마음 상태와 실제 운동을 할 때 느끼는 바가 매우 달랐습니다. 아내가 두 아들을 설득하며 2km만 뛰자고 할 때, 저도 딱 그 정도만 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더 고통(?)을 겪고 싶지 않았죠. 하지만, 아들과 함께 뛰느라 페이스 조절을 해서 그런지 2km 즈음을 달릴 때 몸은 조금 더 강한 압박을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예상과 달리 5km를 뛴 후에 멈추게 되었습니다. 현장에서 몸과 마음이 합의한 결과는 제 예상이나 계획과는 매우 달랐습니다.


미리 형성한 관념과 실제는 달랐고, 항상 다를 수 있습니다. '현존'을 키워드로 꼽으면 전혀 다른 경험도 연관을 지을 수 있습니다.


고민이 많고 머릿속이 복잡했던 아침에 외출을 준비하느라 세수를 하며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몸이 있는 곳으로 생각을 가져오자.


그랬더니 익숙한 느낌이 들고, 한동안 잊고 지낸 단어가 머릿속에 스쳤습니다. 그것은 바로 '현존'인데요. 놀랍게도 뒤이어 '그게 (나에게 통하는) 명상 방법'인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며 몸으로 익힌 현존의 원형을 찾아봅니다. 박총 작가님의 <욕쟁이 예수>에서 아래 문구를 보고 바로 따라 했던 경험이 현존의 아키타입이 되었습니다.

틱낫한 스님은 <깨어 있는 마음의 기적>에서 설거지를 즐기는 비결을 두고 "무슨 일을 하든지 당신의 온 마음과 몸을 다하는 것"이라고 했다.(이럴 수가. 우리는 바울이 한 말과 똑같은 말을 노승에게서 듣는다.)


기대는 자기가 등장할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분노이다

마침 함께 읽고 있는 책 <시작의 기술>이 시너지를 만듭니다.

행복을 추구하면 기대가 형성된다. 그런데 이 기대는 '기대는 자기가 등장할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분노이다'라는 말을 확인시켜 준다. 기다리던 휴일이나 가족 행사가 실제로는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하는 기대의 수준은 너무 높아서 결국에는 실망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략> 행복을 공격적으로 추구할 때 고립이 유발되기도 하는데 또 다른 연구에서 피실험자들이 삶의 목표에서 행복의 기준을 높게 설정할수록 일상에서 외로움을 더 많이 느낀다는 결과가 나왔다.


7장의 제목은 '나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모든 것을 받아들여'인데, 해당 내용을 읽고 쓴 <인생을 기대에 끼워 맞추려 하면 스트레스를 낳는다>와 마치 같은 책을 읽었던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킵니다. 한편, '기대는 자기가 등장할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분노이다'라는 문장이 인상 깊어서 누가 한 말인가 찾아보려고 구글링을 했다가 재작년에 썼던 글을 만납니다.

많은 책 그리고 다수의 사람들이 기대하지 않기를 말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행복을 추구하는 행위 자체가 앞서 살펴보았던 병입이나 생각 품기처럼 오히려 행복을 파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이 모든 대응기제coping mechanism 들은 '부정적인' 감정들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불편함과 그 감정들의 어두운 측면을 마주하거나 심지어 아주 멀리서 느슨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조차도 견뎌내기를 꺼리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에 대해 들었던 내용도 떠오릅니다.


나쁜 기분과 관련된 좋은 소식

여기서부터는 '나쁜 기분과 관련된 좋은 소식'이라는 박스 속의 내용입니다.

1. 주장을 형성하게 도와준다
나쁜 기분에 젖어 있을 때 우리는 구체적이고 손에 잡히는 정보를 사용하고 지금 현재 맞닥뜨린 상황에 더 초점을 맞추며 판단 오류나 왜곡의 실수를 덜 저지르는 경향이 있는데, 이 모든 것은 학술가로서 또는 강연자로서 보다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전문성과 권위의 아우라를 가져다준다.

어딘가 모르게 <비관론자처럼 대비하고 낙관론자처럼 꿈꾸라>를 연상시키는 내용들입니다.

2. 기억력을 향상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중략>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을 때일수록 나중에 잘못된 정보를 끌어들여서 기억을 왜곡하는 경향이 줄어든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3. 인내심을 북돋운다
그러므로 자녀가 대학입학자격시험(SAT)을 볼 예정이라면 기분이 약간 가라앉아 있는 것이 좋다.

4. 공손하고 조심스럽게 만든다
사람들은 자기가 대단한 존재라고 느낄 때 한층 더 독선적인 태도를 취하는데, 이런 사람은 오로지 자기만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나 입장은 무시한다.

5. 관대하게 만든다


부정적인 감정이 득이 된다

계속해서 '부정적인 감정이 득이 된다'를 소제목으로 하는 구절에서 밑줄 친 내용을 토대로 생각을 차리는 글입니다.

모든 즐거움을 자신이 다 차지하겠다는 갈망과 거짓 미소는 '부정적인', 즉 불편한 감정들이 가져다줄 수 있는 이점들을 우리에게서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미묘하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것들, 그러나 잠재적으로는 인생에서 중요하고 근본적이며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것들이 불쑥 우리 눈앞에 나타나는 때는 대개 인생의 어떤 투쟁에서 지쳐 쓰러져 있는 중대한 시기이다.

어디선가 본 문구 중에 '불안은 우리 영혼에게 멈추라는 신호'라고 묘사했던 글이 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거친 감정들은 우리 자신에 대한 가르침을 전해주는 (또 우리로서는 그 가르침을 전달받을 필요가 있는) 전달자일 수 있다. 이 전달자 덕분에 우리는 삶의 중요한 지침들을 깨우칠 수 있다.

몸(혹은 자율신경)과 무의식이 우리의 의식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수단이 감정일까요?

그 사람은 자기의 어렵고 힘든 감정들을 억누르거나 고치려 하는 대신에 그 감정을 이해하고 수용함으로써, 즉 '아내'에게 약한 남자가 되는 게 아니라 자기가 받아들일 수 있는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을 가르는 경계선을 보다 명확하게 설정하는 방법을 배움으로써 그 감정들과 함께 살아가며 삶의 질을 개선해 나가기 시작했다.

저자는 병입이나 사색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수용하라고 합니다. <당신이 옳다>의 핵심 메시지가 그것이죠.

분노 외에도 시기 역시 '일곱 가지의 치명적인 죄'에 속한다(가톨릭에서 모든 죄의 근원이 된다고 해서 금기시하는 일곱 가지의 큰 죄는 탐식, 탐욕, 나태, 음란, 교만, 시기, 그리고 분노이다 - 옮긴이). 그러나 사실 시기는 사람이 스스로를 개선의 길로 나아가도록 하는 매우 강력한 존경보다 더 강력한!) 동기이다.

이런 감정들을 모른 채 '충조평판'이나 발사하던 무지했던 긴 시간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 밖의 '나쁜' 감정들 역시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당혹감과 죄의식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협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한다. 슬픔은 무언가 잘못되어 가 고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일종의 신호이다. 현재에 집중하고 참여하며 보다 더 나은 길을 찾을 때 특히 더 그렇다. 우리는 이 슬픔이라는 신호를 밖으로 표현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이 슬픔을 거짓 웃음의 장막으로 덮어버리고 억누른다는 것은 슬픔이라는 신호가 주는 가르침과 도움의 손길을 외면하고 거부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해서 3장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우리의 오해>를 살펴보았습니다.


<감정이라는 무기>를 읽고 쓰는 글

1. 인생의 전환점을 만드는 감정 활용법

2. 감정의 민첩성은 의미 있는 삶을 위한 훌륭한 친구이다

3. 감정의 민첩성을 얻기 위해 감정 마주하기

4. 감정의 민첩성을 얻기 위해 감정에서 한 걸음 비켜나기

5. 감정의 민첩성을 얻어 자기 목적에 맞는 길을 걸어가기

6. 어떻게 감정의 덫에 걸리게 되는 걸까

7. 감정은 이렇게 우리를 낚는다

8. 각자가 만드는 현상적 세계와 두 개의 생각 시스템

9. 휴리스틱의 함정: 터널시야와 훈련된 무능력

10. 아차, 바로 이런 상태가 감정의 덫에 걸려든 상태지

11. 가장 흔한 네 가지의 감정의 낚임 유형(上)

12. 가장 흔한 네 가지의 감정의 낚임 유형(下)

13. 부정적인 감정들도 나의 힘이다

14.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만나 허우적대고 있을 때

15. 병입 한 감정은 예기치 못한 순간 감정 누출을 낳는다

16. 감정을 돌보기 위해 여유, 현존, 연민을 들고 다닌다


지난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 연재

(49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49. 부정적인 감정들도 나의 힘이다

50.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만나 허우적대고 있을 때

51. 병입 한 감정은 예기치 못한 순간 감정 누출을 낳는다

52. 누구나 마음속에서 일을 크게 키운다, 실제보다

53. 인생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나는 의지가 있다고 말하자

54. 당신의 두뇌는 당신이 항상 이기도록 만들어져 있다

55. 동물로 인간사회에 살아야 하는 한계를 극복하려는 신앙

56. 경청을 위해서는 생각을 멈추고 존재를 기울여야 한다

57. 나는 그 모든 것을 이겨낼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58. 불확실성을 피하는 것은 결국 성취를 내려놓는 일이다

59. 감정을 돌보기 위해 여유, 현존, 연민을 들고 다닌다

60. 그들은 그냥 덤벼든다. 기분이 어떻든, 행동을 한다

61. 과연 가치 있게 시간을 쓰는 일이란 무엇인가?

62. 때로는 부단함이 내가 가진 '전부'가 될 수 있을까?

63. 인생을 기대에 끼워 맞추려 하면 스트레스를 낳는다

64. 내 상식은 현실이 아닌 내 머릿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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