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ona Kim Dec 20. 2019

행복이라는 상태

#한달쓰기 20일 차를 기념하며

#한달쓰기 리스트

01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나는 글을 쓰기로 했다

02 <이별가>가 들려주는 글의 비밀

03 발라드 보기 좋은 계절이 왔다

04 가슴 뛰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

05 당신의 천장은 얼마나 높은가요?

06 푸르른 2020을 위하여

07 공감할 때 생기는 힘

08 고된 현실의 관찰자가 된다는 것

09 쓸만한 인생은 쓸만한 일상에서 온다

10 하나만 선택할 용기

11 동시에 여러 가지를 잘 해내는 방법이 무어냐 물으신다면

12 쿠바 여행이 내게 준 4가지 위로

13 자, 동요 들을 시간이에요

14 마음에도 스위치가 있다면

15 이런 글 써보려고요

16 그들이 말하는 글쓰기

17 너는 네가 하는 말이다 [말 그릇 리뷰 Part. 1]

18 네 말 그릇엔 무엇이 담겼는지 [말 그릇 리뷰 Part.2]

19 행복이라는 상태








행복을 원하는 사람


맨 처음 브런치에 글을 올린 지 3년이 넘었고, #한달쓰기 시작한 지도 20일째가 되었다. 이쯤에서 나는 다시 한번, 내가 왜 글을 쓰고 있고, 글을 쓰고자 하는 가볍지 않은 결정을 내렸는지, 앞으로 무엇을 이야기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하는지 점검해 보고자 한다.   



지난 18일을 흰 종이에 펜을 휘날리며(!), 컴퓨터 화면에 글자들을 입력하며 보냈다. 그러다 어젯밤, 내가 지금 것 써왔던 글들과 최근에 읽은 글들을 뒤적이면서 나에게 가장 자주 찾아오는 글 거리, 화두를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살펴보았다. 


나는 궁극적으로 행복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다. 글을 이렇게 지금도 쓰고 있는 이유는 글을 쓸 때 내가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행복은 무엇일까? 행복하다는 느낌은 대체 어떤 느낌일까? 



행복은 상태이다


행복한 상태에 있는 것. 우리는 이 것을 행복이라고 부른다.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길을 걸을 때, 따뜻한 그의 온기가 나의 손바닥을 지나 머리와 가슴과 온몸에 퍼질 때, 우리는 행복하다고 느낀다. 공을 들여 마무리한 프로젝트가 상사와 회사 전체에서 인정을 받고 그에 걸맞은 대가를 지불받았을 때, 우리는 행복하다고 느낀다. 꿈꿔오던 외국 도시에서 한국에서는 먹어볼 수 없는 음식을 맛보며 여행을 응원해준 가족들에게 인증 사진을 보낼 때, 멀지 않은 미래에 소중한 사람들과 다시 꼭 오겠노라고 나 자신에게 다짐할 때, 우리는 행복하다고 느낀다.  


행복을 느끼는 시간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행동이나, 말, 상황이나 사건 속에서 각기 다른 이유로 행복을 고백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행복은 어떤 특정 행동, 말, 상황이나 사건이 아니라, 그 속에서 한 사람이 체험하는 상태인 것이다.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고 말하는 상태란 어떤 상태일까, 고민해봤다. 글을 쓸 때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글을 쓸 때 나의 마음과 감정과 기분과 생각은 어떤 마음과 감정과 기분, 혹은 생각을 겪고 있는 것일까. 



편안함 그리고 자연스러움


불편한 사람을 만나 식사를 하면 소화가 안되어 체하고, 긴장되는 상황에서는 과거에 잘 해내던 일도 실수하기 일쑤다. 우리의 몸은 다른 상황에 각기 다르게 반응한다. 내가 글을 쓸 때에 나 자신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나의 몸이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릴없이 소파에 늘어져 빈둥대는 편안함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집중되지만 그 집중이 나의 정신과 영혼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의 생각과 호흡을 편안하게 끌고 가주는 집중된 편안함.  


마치 오랜 시간 잘 알고 있었던 친구와 나란히 앉아서, 아무 대화 없이 각자 서로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먼 길을 여행해도, 전혀 서먹하지 않고 시간이 풍요로워지는 편안함. 



또한 내게 글쓰기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짧게 스쳐간 장면에 나를 비춰보면서 깨달아지는 것들을 정리하고, 글로 만들고, 사람들과 나누는 것. 이 것은 어린 시절,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종알종알 엄마에게 전하던 나의 옛 모습과 매우 닮아있다. 연애를 통해서 관계에 대해 고찰하고, 일을 하면서 나의 진짜 열정을 찾고, 여행을 하면서 다른 삶의 색깔들을 만난다. 이 모든 경험과 기억들을 글로 남긴다. 방학 숙제였던 일기처럼 마무리하는 것은 때때로 곤욕스럽지만, 글쓰기 자체만큼은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불편하지도 억지스럽지도 않은 상태. 곧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이 나에게는 행복의 상태이다.



배경이 아닌 (중심, 엑스트라가 아닌) 주인공



음악을 하는 동생에게 물었다. 너는 왜 노래를 선택했냐고. 동생은 나의 질문의 답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언젠간 긴 시간 고민을 해본 후 그에 맞는 답은 찾은 사람이었다. 


다른 어떤 것에서도 백그라운드가 아닌 주인공이 된 적이 없었어.
그런데 노래는 나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일, 인생에서 가장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먹고살아야 하니까 취직을 했다고 해도,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를 하기도 하고, 진짜 원하는 것이 절대 찾아지지 않아 조국을 떠나 긴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내가 원하는 일은 나 자신을 진정 알았을 때만 찾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동생의 대답을 듣고 보니 아니었다.  


나 자신을 찾지 못했다 해도, 나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것을 알면 된다. 그 일이 자꾸 나를 중심으로 밀어주고, 주인공의 자리로 이끌어준다.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의 인정을 말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일이란 깊은 내면 속 내가 진정 나를 주인공으로 인정하는 일이다. 내가 했을 때, 나 자신이 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여기는 일.  


단 한번 부여받은 삶인데, 바로 나에게 주어진 생명인데, 주인공이 아닌 엑스트라로 살아간다는 건 도수가 맞지 않은 안경을 쓰고 초점이 맞지 않은 두 눈으로 살아가는 것 마냥 답답하기만 하다.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주인공이 되어


지금 당장 내가 어떤 상황에 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엑스트라가 아닌 주인공이 되는지 모른다 해도 괜찮다. 삶은 여행이고 여정이니까. #한달쓰기 를 하면서 내가 나 자신에게 되뇌는 것은, 너무 노력할 필요도, 너무 애쓸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그렇게 30번을 반복해보자, 그렇게 나 자신을 부드럽게 다그쳐본다.


메모하고, 정리하고, 기록하여 남기는 시간 동안 나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상태. 그 상태를 매일 아침 혹은 매일 저녁 반복한다. 모두가 한 달 쓰기 덕분이다. 밀려 있었던 글감들을, 쌓아놓았던 생각들을 차례차례 나에게 소개하고, 또 다른 이들과 공유한다. 선물을 받은 것만 같다고 표현하면 정확하려나.


한달쓰기가 끝나고 나면, 매일매일 이 정도 분량의 글을 올리는 또 다른 한 달이 과연 가능할까? 아직은 모르겠다. 하나, 이 것 하나는 분명하다. 이번 한달쓰기를 하면서 느끼는 이 행복의 상태. 이 상태를 나는 어떤 방식으로든 지속할 것이다. 혼자 마음을 정리하고, 그 마음을 함께 나누며.



 


Sources:

Cover image by Sasha Freemind

Caption images by DaveDillon ShookMatthias Wagne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