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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a Kim Dec 23. 2019

말의 원리

말 그릇 리뷰 Part. 3

#한달쓰기 리스트

01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나는 글을 쓰기로 했다

02 <이별가>가 들려주는 글의 비밀

03 발라드 보기 좋은 계절이 왔다

04 가슴 뛰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

05 당신의 천장은 얼마나 높은가요?

06 푸르른 2020을 위하여

07 공감할 때 생기는 힘

08 고된 현실의 관찰자가 된다는 것

09 쓸만한 인생은 쓸만한 일상에서 온다

10 하나만 선택할 용기

11 동시에 여러 가지를 잘 해내는 방법이 무어냐 물으신다면

12 쿠바 여행이 내게 준 4가지 위로

13 자, 동요 들을 시간이에요

14 마음에도 스위치가 있다면

15 이런 글 써보려고요

16 그들이 말하는 글쓰기

17 너는 네가 하는 말이다 [말 그릇 리뷰 Part. 1]

18 네 말 그릇엔 무엇이 담겼는지 [말 그릇 리뷰 Part.2]

19 행복이라는 상태

20 말의 원리 [말 그릇 리뷰 Part.3]








<말 그릇> 리뷰

Part 3 말 그릇을 키우는 '듣기'의 기술

Part 4 말 그릇이 깊어지는 말하기 기술

Part 5 사람 사이에 '말'이 있다







경청의 중요성


사람은 누구나 진리를 찾아 헤맨다. 한 평생을 힘들게, 어렵게, 노력하여 살아왔는데 진리 없이 이 땅을 떠나야 하는 삶이라면, 너무 서글프지 않은가? 물론, 사람들이 각자 정의하는 진리는 여러 모양을 하고 있다. <말 그릇>에서는 이 진리를 '나는 모르고, 상대방만 알고 있는 진짜'라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안전한 사람에게만 속마음을 열어 보인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아는 척하며 평가하지 않을 사람, 어떤 이야기를 꺼내고 성급히 결론짓지 않을 사람에게만 이야기를 나누어준다. ... 나는 모르고, 상대방만 알고 있는 진짜가 있다. 그런 말을 듣고 싶다면 자신의 말을 줄이고, 상대방의 말을 들어야 한다.

- 말 그릇: 안전해야 말을 한다 (157-8/290)


나는 어렸을 적부터 내가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일을 하게 될 거라 생각해왔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았다. 어른들이 담소를 나누는 자리에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고, 아주 어린 꼬마에게 안부를 묻는 일을 즐긴다. 나의 사고로는 금세 떠오르지 않는 발상들을 떠올려 보는 것도 즐겁고, 예상치 못한 아이들의 답변을 듣는 것도 재미나다. 각자가 가진 사정을 이해한다는 것은 내게 마치 특권과 같다.


지금도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듣는 것보다 말하는 것이 좀 더 직관적이고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을 마주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알아봐 주는 일은 말하기보다 듣기에서 더 깊고 섬세하게 이루어진다. <말 그릇>이 말했듯, 사람들의 속마음은 안전한 상황에서만 공유되어진다.  



경청이란


고개를 끄덕끄덕이면서, 중간중간 추임새를 넣어가면서 들어주는 것만이 경청이 아니다. 억지로 노력하는 듣기는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 모두를 지치게 만든다.


에너지가 있을 때 제대로 듣고, 에너지가 없을 때는 회복하는 시간을 갖자. 경청은 참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억지로 듣는 척하다 보면 금방 들통나게 마련이다.

- 말 그릇: 첫 번째 오해, 경청은 참고 들어주는 것이다? (167/290)


진심으로 상대방의 감정과 상황을 이해하겠다 라는 마음에서 경청은 시작된다. 사람의 진심은 생각보다 농도가 짙고 색깔이 진해서 다른 사람에게 쉽게 들켜버리고 만다. 꽁꽁 감추려고 해도 감추어지지 않는 연애 초기의 설렘 (혹은 설레발)처럼.



말 잘하기의 비밀


많은 사람들이 수려한 말발을 원한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보기에도 멋지고, 듣기에도 몹시 멋지다. 말만 번드르르 한 사람 말고 그 말이 한 사람의 존재 자체를 빛나게 하려면 '말 잘하기'라는 목적은 질문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진중한 질문과 솔직한 대답은 대화를 윤택하게 만든다. 하나의 질문이 던져지면, 질문을 받기 전까지 몰랐던 생각이 정리된다. 질문을 던짐으로 진심을 전달하고, 질문을 답하므로 그 진심에 화답한다.


중요한 선택의 순간, 우리에게는 질문이 필요하다. 그것은 두루뭉술한 내 마음속에서 뚜렷한 해답을 찾게 만든다. 질문은 화살표가 있기 때문에 조준점이 명확하다. 질문을 받으면 일단 그 질문에 걸리고 만다. 얼렁뚱땅 넘어갈 수는 없다. 좋은 질문일수록 머릿속에서 맴돈다. 두고두고 곱씹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답을 찾기 위해 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새 어수선하게 널려있던 고민들이 정리되고 생각이 말끔해진다.

- 말 그릇: 질문은 힘이 세다 (199/290)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은 집중한다. 질문을 한다는 건 집중한다는 뜻이고, 집중은 듣는 이와 말하는 이를 성장하게 한다.



성숙한 사람들의 성숙한 대화


사람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인생의 책임감이 더욱 무거워진다. 대화 속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먼저 자신이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어떻게 말을 듣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나의 말 습관을 발견하면 내가 어떠한 말의 책임을 가져야 할지 분명해진다.


책임감(Responsibility)은 'Response + ability'의 조합으로 탄생한 말이다. 즉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뜻이다.
말에 책임을 진다는 것도 관계에서 내가 무엇을 더할 수 있고, 덜 해야 하는지를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 말 그릇: 말에 책임을 진다는 것 (258/290)


말 그릇이 다듬어진 사람은 나의 말 습관을 발견하고 정직하게 판단하며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다. 상처가 많은 사람은 그 상처의 여파 때문에 자신의 말 그릇을 다듬을 기회가 없다. 상처로 인한 두려움에 떨다가 자기도 모르게 말실수를 하고 만다. 이 일이 반복되다 보면 말 그릇이 다듬어질 여유 따윈 없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의 관계 맺는 방식을 보면, 어릴 적 아버지께서 즐겨보시던 '씨름'이 떠오른다. 씨름에서 두 사람은 동지가 아니라 적이다. 서로의 힘과 기술을 겨루어 승자와 패자를 가른다. 그 관계에서는 한 명이 이기면 나머지 한 명은 반드시 지게 되어 있다.
반면 왈츠는 다르다. 왈츠는 동행이다. 버티지 않고 함께 간다. 파트너가 앞으로 몇 걸음 나오면 상대받은 그만큼 물러서서 균형을 맞춘다. 왼쪽으로 가면 오른쪽으로 보조를 맞추고, 한 명이 화려한 동작을 구사할 때 나머지 한 명은 그가 쓰러지지 않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그렇게 두 사람은 아름다운 선율에 맞추어 하나의 스토리를 완성해나간다.

- 말 그릇: 씨름의 방식, 왈츠의 방식 (280/290)


성숙한 사람들의 성숙한 대화는 '하나의 스토리'를 완성해 나가는 대화이다. 내가 원하는 인간관계의 모습이 있다면, 내가 원하는 나만의 말 습관이 있다면, 씨름을 하는 모습보다는 왈츠는 추는 나와 당신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득달같이 달려들면서 칼날 같은 말을 내뱉던 내 모습은 사라지고, 나의 내면은 물론 타인의 내면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말 그릇>을 읽으면서 진짜 말은 듣기에서 시작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들리는 말뿐만 아니라, 말속에 숨어 있는 '그 사람'의 속마음을 듣는 일. 우리는 듣는 일을 통해서 진짜 말하는 법을 하나하나 익혀 간다.


질문을 통해 진정한 대화를 이끌어 내고,

인간관계 속에 존재하는 말의 책임감을 지는 성숙한 말 그릇은

결국 개인을 성숙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는 말의 원리.


2020년을 앞둔 이 시점에서,

말이 가진 힘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하다는걸 알고 나니,

말의 원리를 실제로 적용해볼 새로운 한 해가 떨리는 설레임을 준다.





Sources:

Cover image by Brooke L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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