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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입문 Feb 19. 2020

[야알못 탈출-029] 두산베어스에 대해

#10구단뽀개기 #서울야구팀 #서울연고팀 #야알못탈출 #잠실야구장

한국야구위원회 2019 순위 _ https://www.koreabaseball.com/TeamRank/TeamRank.aspx


겨울을 즐겁게 만들어준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끝났습니다. 마지막 장면에 야구하러 나가는 선수들을 보니 괜히 더 봄이 기다려집니다. 아직 눈발이 날리고 있는데 너무 마음만 앞서가네요. 아쉬움을 달랠 겸- 어느 구단을 응원해야할까-  10구단 뽀개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어느 구단을 응원해야할지에 대한 생각은 여전히 같습니다. 내가 좋아할 팀은 나와 어딘가 연이 닿아 있으면 됩니다. 시작은  "우리 동네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팀", "친구가 좋아하는 팀", "색깔이 마음에 든다", 이런 정도면 됩니다. 일단 좋아하기 시작하면 야구 플레이도 나랑 맞는 것 같고, 좋아하는 선수도 보이기도 합니다.  


2019년 프로야구 최종순위

 


제가 찾은 한가닥 인연은 이런 겁니다. 어렸을 때 별명이 "곰"이라서요. 그게 이 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계기였습니다. 한국시리즈 우승한 김에 제일 먼저 소개해볼게요. "한국시리즈 우승"이 무엇인지 모르시겠다면  [야알못 탈출-016] 스토브리그를 뺀 시즌이야기(2) 를 참고해주세요.  


OB베어스


OB맥주의 후원을 받던 시절에는 "OB베어스"였습니다 OB의 이름으로 야구 원년을 시작했죠. 저에게도 OB는 먼 이름입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응답하라 1997"정도가 제가 기억나는 옛날인데- OB베어스는 그 보다 훨씬 더 옛날입니다. 그 시대를 살았던 것도 아닌데 그리운 느낌이 드는건 왜 일까요. 이유가 있다면 그 시절부터 야구를 좋아하던 사람들을 봐와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생생한 1982년도의 기억은 없지만-  21번 등번호를 아무도 쓰고 있지 않다는 건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기억합니다. 그건 이 사람 때문이죠. 계속해서 쓰러져도 일어났던 그 사람. 야구 원년 우승을 만들어 낸 불사조. 공이 아니라 희망을 던졌던 사람. 2017년에 플레이오프 전에서 마운드에 올라와 시구를 했던 전설 중의 전설.


 박철순 "팬 여러분 이제 저는 떠나가지만, 영원히 여러분 곁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팬 여러분 사랑합니다.”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의 박철순 - 공유 멋져



인생은 많은 시련과 실패를 거듭 할수록 성공한다


불사조 박철순


믿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그의 말도 그런 말이죠. 그는 그렇게 쓰러져도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불사조처럼 살아났습니다. 우승을 이끌 던 날은 완투승- 혼자서 모든 삼성 선수들을 틀어막으며 우승을 이끌었고. 허리디스크로 쓰러졌어도, 대장암으로 괴로웠어도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2017년 시구를 한거죠. 삶 자체가 불사조 같아요. 21번은 그래서 아무도 쓰는 사람이 없습니다. 사실은 이제 아무도 쓸 수 없는 것이죠. 영구결번이라고 합니다. 전설같은 그의 번호는 이제 아무도 쓸 수 없는 번호가 되었죠.


그래서 이 맥주캔을 사서 한 잔 마십니다.


그래서 OB맥주에서 레트로 패키지를 만들어서 팔았는데, 상술이라고 투덜거리면서- 전설이 생각나서 한 캔 집어서 왔습니다. 그리고 잠실 야구장에 와 보시면 이 떄의 레트로 유니폼을 입고 계시는 분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색만 보면 정말 촌스러운 조합이 아닐 수 없는데 그냥 정감이가요. 





OB베어스가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아련한 그리움이라면, 노란색 두산베어스는 제가 기억나는 반가운 그리움입니다. 두산베어스 시대는 "응답하라 1997"같은 기억이 있죠. 제가 한창 기억나던 해는 2006-2013 이네요. 발이 빠르던 1번 타자 이종욱(39)이 중견수로 있고, 7-8번 타자로 손시헌(13)이 유격수로 있던 그 때입니다. 지금도 노래만 들리면 그들의 응원가를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왜 이렇게 그들이 기억나나면.. 그들이 커플 마냥 붙어다니는 것도 귀여웠지만



39번 이종욱
13번 손시헌


이종욱과 손시헌이 "신고선수"의 신화이기 때문입니다. 사라진 구단에서 방출된 선수, 프로에 지명받지 못했던 연습생 같은 선수 - 2700만원도 안되는 최저 연봉 보다 아래에서 묵묵히 야구장을 달리던 선수들입니다. 2003년 손시헌은 두산베어스와 신고선수 신분으로 입단 계약을 하게 됩니다. 이 때쯤 이종욱도 <현대 유니콘스>가 사라지면서 방출 되게 되었죠. 이 때 손을 붙잡아 준 게 친구 손시헌입니다.  


저는 이런 이야기가 좋은가봐요. 아무도 모르던 2군 그 아래에 있던 선수들이 한 경기 한경기 실력을 보여주면서 마침내 1군 무대로 오르게 됩니다. 그리고 선린고에서 시작한 인연으로 두산베어스를 함께 다니고- 국가대표도 같이 하고, 2013년 이후에는 대형 FA 계약을 성공하며 NC다이노스로 함께 이적합니다. 이제는 2019년 NC 코치생활도 하게 되죠. 최저 연봉보다 낮던 그들이 계속해서 성공이 지금의 저에게는 소소한 위로가 됩니다. 팍팍한 하루하루가 그들의 '신고선수'와 같은 시간들이라 믿고 싶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4번 고영민 - (현재 두산의 1군 주루 코치) 


고영민은 2006년도 무렵부터 2013년 정도가 전성기였습니다. 그 시절에 두산은 우승의 문턱에서 계속해서 미끌어지곤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고영민의 뒤를 묵묵히 봐주던 백업 선수가 있었습니다. 백업선수들은 경기가 거의 이긴 것으로 굳혀질 때 쯤, 정규 멤버의 체력 보존을 위해서 후반에 나옵니다. 정규멤버들은 체력을 보존할 수 있고, 백업 선수들은 경기경험이 생기니 이성적으로는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심정적으로는 백업선수들은 나올 때마다 "안" 좋았습니다. 괜히 마음쓰이고, 어쩐지 짠해보였습니다. 그 선수들 중에 하나가 오재원입니다. 



오재원과 고영민은 이 표의 두산베어스와 SK처럼 2012년을 기점으로 팀의 성적도, 본인들의 위치도 뒤바뀌게 되죠. 오재원은 시간이 흘러 2루수 자리를 채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도 나이가 들어 위기가 찾아왔고, 1할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손에 쥐게 됩니다. 은퇴 위기설까지 나오던 포스트 시즌에서 놀라운 성적을 거두게 됩니다. 그 벼랑 끝에서 다시 한번 우승을 해내는 모습을 보였죠. 고영민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죠. 이번에는 코치의 신분으로요. 본인의 2루수라는 위치에서 본인의 백업이었던 선수의 우승은- 그저 상상일 뿐이지만 달콤쌈싸름한 기분이 아니었을까요. 이 때 두산을 괴롭혔던 SK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또 할게요.  






오재원의 성장과 함께 두산은 이전보다 더 강한 팀이 되었고 우승팀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로고가 정감이 가지 않았습니다. 우승을 해도 어쩐지 정이 안가더라구요. 좋아하는 선수들도 떠나고, 로고도 바뀌고- 감독도 바뀌고. 시간이 지나니 그냥 익숙해지네요. 야구가 사는거랑 비슷한 것 같아요. 매일 보고, 실망도하고, 승질도 내고, 지지고 볶고, 그래도 응원하면서 좋아합니다.

 


팬인 저도 보는 경기의 수준이 점점 올라갔네요. 처음에는 시범경기를 구경하다, 그 다음 해엔 플레이오프를 보게 되고, 10년차엔 한국시리즈를 직관했습니다. 야구를 좋아한지 15년이 다 되어갑니다만 우승경기를 본 건 저도 처음이었어요. 올해 경기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다는 걸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정규시즌 우승은 그야말로 불가능해 보이던 숫자를 뒤집었던 승리였습니다. 


뭐랄까... 이 추운 겨울에 지나가는 버스를 전속력으로 달려가 잡은 것과 비슷할 겁니다. (너무 생활력이 넘치는 표현인가)   1년 내내 1할만 치더라도- 한국시리즈 9회말에서 끝내기를 칠 수 있다. 인생은 많은 시련과 실패를 거듭 할수록 성공한다. 그런 말을 하는 것 같은 팀이라 저는 좋아합니다. 


2019년 한국 시리즈 우승

KBO 팀소개 

https://www.koreabaseball.com/About/Etc/TeamInfo.aspx

두산베어스

https://www.doosanbears.com/

나무위키 두산베어스

https://namu.wiki/w/%EB%91%90%EC%82%B0%20%EB%B2%A0%EC%96%B4%EC%8A%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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