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새넷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lys Nov 02. 2021

코로나, 포항으로 떠나는 랜선 여행 프로젝트

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 김경희_달전초등학교 교사

<코로나, 포항으로 떠나는 랜선 여행 프로젝트>

5학년 아이들과 질문과 상상으로 탐구하는 사회 수업 만들기


1. 코로나, 일상의 소중함을 떠올리게 하다.

작년에 포항으로 인사이동을 해서 휴직을 하고 7월에 우여곡절을 겪고 복직을 하게 되었다. 복직하여 보니 방역으로 인해 학생들, 교사들 모두 겪는 어려움이 너무 많아 안타까웠다. 1학기를 마무리하며 과학 수업을 통해 조금이나마 학교에서 아이들과 야외활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학교 사택 마당에 텃밭 활동을 2학기에 시작했다. 초보 농부라 학교 앞 문구점 할아버지의 조언과 도움으로 겨우 활동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텃밭 때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문구점 할아버지가 우리 학교 1945년에 입학한 선배라는 것, 손녀가 우리 학교에 다니고 있고, 포항에서 겪은 한국전쟁 이야기까지 많은 이야길 듣게 되었다. 마침 학생회에서 뭔가 의미 있는 개교기념일 행사를 찾고 있었는데, 아이들과 함께 “달전초 선배와의 만남”이란 주제로 함께 문구점 할아버지를 인터뷰하기로 했다. 어설픈 영상이었지만 학생회에서 만든 영상을 전교생이 함께 보게 되었다. 늘 만나던 문구점 할아버지를 통해 우리 학교의 역사에 대해서 더 생생하게 들어보게 되었다. 화려하지 않지만, 우리 주변의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을 통해 생생한 배움을 얻게 되는 순간이었다. 코로나, 멀리 갈 수 없지만, 우리 주변에 작지만 의미 있는 것들과 어떻게 아이들을 만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2. 아이- 교사- 세상을 잇는 사회 프로젝트 


   외우는 수업에서 아이들의 질문으로부터 만들어가는 수업 


  학기 초 많은 아이가 가장 싫어하는 과목 중 하나가 사회였다. 사회는 암기 과목이라서 힘들다는 이유였다. 어떻게 하면 외우는 과목이 아니라 사고하고 탐구하는 수업으로 변화할 수 있을까? 아이들의 질문에서부터 탐구 질문을 만들고, 토의해 나가며 깨닫게 되는 사회 수업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이 있는 일상에서부터 가꾸어 가는 수업 


우리 학교, 우리 마을, 우리 지역에서 배우기. 또 배운 것을 우리 지역, 우리 마을, 우리 학교로 연결하기. 사회 수업이 민주시민으로서 성장하는 중요한 교과 중 하나라면 끊임없이 나와 나를 둘러싼 것에 관심을 가지고 연결하기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5학년 사회의 내용을 우리 지역의 이야기와 함께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얘들아, 어떤 걸 공부하고 싶니? 


   

[포항 이야기 속으로, 거꾸로 가는 랜선 여행] 프로젝트 


   

1학기 1단원 국토와 우리 생활을 마치며 아이들에게 우리가 사는 지역인 [포항]에 대해서 더 공부하고 싶은 게 있는지 물어보았다. 우리 국토의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의 특징을 모두 배웠으니 그런 관점에서 우리의 고장 [포항]에 대해서 탐구해보면 어떨까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던진 질문 중 비슷한 것들을 묶어서 프로젝트 주요 탐구 질문으로 만들었다. 그것을 바탕으로 프로젝트 주제 망을 구성했다.                         


4. 프로젝트 중심활동 살펴보기 


   

탐구 질문을 토의하고 나누기 


포항의 옛 지도와 지금의 지도를 비교하며 함께 옛날 포항 사람들은 주로 어디에 모여 살았을까? 옛 지도 속 섬(죽도, 해도)들은 왜 지금 지도에는 보이지 않을까? 언제부터 포항에 인구가 많아지기 시작했을까? 등의 탐구 질문을 함께 해결해 나갔다. 조선 시대의 포항 옛 지도를 통해 지금과는 다른 포항의 옛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하며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함께 상상해볼 수 있었다. 특히 옛 지도에는 죽도나 해도가 섬으로 그려진 모습을 보고 지명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형산강 하구에 위치하기 때문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지 다양한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탐구 질문에 따라 모둠별 토의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토의 방법을 잘 모르고, 자신이 생각한 것의 근거를 어떻게 찾아 말해야 할지 몰라 소수의 아이들만 토론에 참여했다. 그러나 토론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신이 찾은 자료와 선생님이 제시한 자료들을 토대로 이야기해 가는 방법을 조금씩 익혀나갔다.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여 말하기 어려워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다른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씩 토론하고, 탐구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시간이었다. 

[귀신고래] 속 포항 : 문학과의 만남

포항지역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해 동화로 쓰는 김일광 작가의 [귀신고래] 이야기를 함께 읽었다. 포항의 영일만, 구룡포, 호미곶 등 지형적 특징과 귀신고래에 얽힌 이야기는 포항의 지형적 특징과 사람들의 삶과 동물 등 생태적 환경을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포항에서 오랫동안 살아왔고, 포항에 관한 동화나 이야기를 발굴하고 있는 작가라 작품을 넘어서 포항의 옛 모습에 대해 학생들이 궁금했던 다양한 질문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나중에 여행계획을 세울 때 보니 한 모둠이 작가와의 만남이 오래 기억에 남았는지 구룡포 일대의 고래 흔적이 있는 곳을 방문하는 여행을 계획하기도 했다. 



   

[랜선 여행 말고, 진짜 여행을 떠날 수 있나요?] 

 아이들에게 우리가 그동안 공부한 것들을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지 물었다. 국어에서 배운 기행문처럼 여행계획을 세워서 직접 가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프로젝트 계획은 포항의 옛 지형과 기후를 상상해보고 그 내용을 엽서로 제작해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수업을 진행하면서 직접 여행을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함께 공부한 것들을 바탕으로 주제가 있는 여행계획을 세워서, 모둠별로 여행을 가보자는 것이다. 우선 아이들의 생각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주제를 정하고, 코스를 정하고, 그 장소에서 무엇을 할지 모둠별로 치열한 토론이 이어졌다. 호미곶 지형 특징을 살린 등대박물관과 일출을 보는 여행, 구룡포 근대 역사여행, 구룡포 호미곶 일대의 귀신고래 문학여행 등 모둠별로 조금씩 자기 빛깔을 담은 여행계획이 세워졌다. 


5. 함께 떠나지 못해 아쉽지만, 동생들과 함께 떠난 랜선 포항 여행 


   

[여행을 보내주세요~] 


  여름방학에 모둠끼리 여행 가기 아니면 학급여행, 2학기 현장체험학습. 아이들이 계획한 것들이 반영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학교운영위원회에 호미곶, 구룡포 일대의 2학기 현장 체험학습 계획안을 내어 심의가 이루어졌다. 2학기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기도 했지만, 당장 갈 수 없어 아쉽다는 아이들이 더 많았다. 아쉬운 대로 우리가 생각한 여행코스를 교실에 앉아 휴대전화로 찾아가며 랜선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랜선 여행한 것을 바탕으로 기행문을 직접 쓰고 녹음했다. 그리고 여행 장소를 그림을 넣은 동영상 QR코드를 넣어 엽서를 제작하였다. 


[엽서 나눔 하기] 

 우리가 공부한 내용을 우리끼리만 가지고 있기엔 너무 아쉬웠다. 3학년이 포항을 공부하니 3학년 동생들에게 우리가 공부한 내용을 여름방학 선물을 주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 3학년 동생들에게 한 학기 동안 우리가 공부한 내용을 전하며 프로젝트는 마무리가 되었다. 





안녕 나는 5학년 정00 형이야. 한 학기 동안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 쓰고 공부하느라 힘들었지? 우리도 그렇게 공부하고 있어. 힘들지만 같이 노력해서 열심히 공부하자. 니들도 사회에서 포항을 배우지? 포항을 배우면 재밌어. 그리고 포항은 멋진 지역이야. 포항의 구룡포 역사를 배우면 재밌어. 그리고 마지막 할 말이 있는데 5일 뒤에 방학이야!                 2021년 7월 16일 금             최00에게 전함


6. 비록 여행을 떠나지 못했지만 


기대했던 2학기 현장 체험학습. 이천 명이 넘는 확진자 수에 체험학습 무기한 연기 안내장이 나갔다. 어쩌면 애초부터 불가능했을 프로젝트였을지 모르겠다. 과연 아이들에게 이 프로젝트는 어떤 의미였을까? 프로젝트 기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적어보자고 했다. ‘포항’, ‘ 기행문’, ‘나눔’, ‘귀신고래’, ‘엽서 만들기’ 등의 낱말이 나왔다. 비록 학급에서 여행을 가지 못했지만,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간 아이들도 있었다. 친구들과 토론하고, 여행계획을 세우고, 3학년 동생들에게 우리에게 배움을 나누어주는 과정을 통해 조금이나마 질문하고, 탐구하고, 상상하는 사회 교과로 가까워졌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배움은 친구와 토의하고, 동생들과 나누고, 내가 사는 곳을 조금은 다른 시각을 탐구하려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는 수업이었기를 바란다. 


7. 프로젝트 마무리하며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성취기준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더 쉽게 만날 수 있는 우리 지역 이야기로 수업을 했다는 점에 나에게는 의미가 있었다. 그래서 2학기 역사 역시 우리 지역의 문화재와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 특히 아이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여행을 계획하는 수업이다 보니 아이들이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코로나 시기지만 실제 여행을 떠날 방법들도 아이들에게 더 토론해보게 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프로젝트 수업에서 아이들의 계획한 것들이 실현되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 다음 배움으로 이어지는 큰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다음 공부로 연결되지 못해 아쉬웠다. 



+2021 가을호 목차+


들어가는 글_2021 새넷 가을호


1. 시론


2. 포럼 & 이슈


3. 특집


4. 전국 NET


5. 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6. 티처뷰_teacherview


7.이 책 한 권!




+과월호 보기+


2021년


2020년


2019년


2018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