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새넷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lys Nov 02. 2021

티처뷰_동암중 김상미 선생님

살며 가르치며 배우며 / 김상미_인천 동암중 교사

오늘은 인천 새넷 동암중 김상미 선생님을 인터뷰했습니다.


Q. 선생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전국 새넷 선생님들께 선생님을 소개해 주셔요.

 저는 동암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상미입니다. 경력은 96년도에 발령이 나서 올해 26년차 과학 교사예요. 우리 학교가 교육부 지정 미래 교육 혁신학교인데 올해 처음 교육혁신 부장을 맡았어요. 명칭은 교육혁신 부장인데 실질적으로는 다른 학교의 연구부 역할과 혁신부 역할을 모두 맡고 있어요. (웃음)


Q. 미래형 혁신학교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운영하고 계신가요?


미래형 혁신학교 운영에 대해서 말씀드리기 전에 제가 새학교네트워크와의 인연을 맺게 된 계기부터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10년 전쯤 그러니까 경기도에 진보교육감이 당선되면서 혁신학교가 만들어질 때 즈음 제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수업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새로운 학교문화를 어떻게 하면 만들까를 굉장히 고민했거든요. 그래서 새넷에서 주관하는 연수도 듣고, 연수를 만들기도 하다가 새넷에 가입했어요.


저는 학교를 바꾸는 데 있어서 수업을 중점적으로 바꾸고 싶었죠. 수업하기가 쉽지 않으니까 그때 당시에 경직된 학교문화를 바꾸고 싶은데 제도적으로 학교를 바꾸기 쉽지 않으니까 수업만이라도 바꿔보자 했거든요. 그래서 저처럼 수업을 변화시키고 싶은 선생님들을 만났어요. 그 후에 인천도 혁신학교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뜻을 같이하는 선생님들과 학교다운 학교를 만들고 싶은 의견을 나누곤 했지요.


동암중에 오기 전 학교에서 선생님들하고 혁신학교 연수를 받고 그 학교를 혁신학교로 만들었어요. 사실 그 학교에서 제가 주도적으로 혁신업무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기회가 잘 안 오더라고요. 관리자들이 혁신학교 지정을 주도한 교사들을 신뢰하지 않으니까 점수를 주고 싶은 교사를 부장으로 배치해서 정작 저는 수업 짝꿍 선생님들하고 수업동아리를 만든 외에는 그 학교에서는 제가 특별하게 기여하지는 못했어요.


동암중학교에 와보니 선생님들이 학교를 새롭게 바꾸고 싶어 하고,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과정을 만들면 좋을지를 고민하는 열정적인 선생님들이 많았어요. 동암중의 학교문화가 그런 문화인 거에요. 사실 동암중은 매우 열악한 구조예요. 학급수도 적고, 따라서 교사 인원도 적어요. 그러니까 자연히 업무도 많은데 열의가 높은 선생님들이셔서 그 많은 업무를 하면서도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치고 키워낼 수 있을까에 대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작년 혁신학교 6년 차일 때 우리 학교가 교육부 지정 미래교육혁신학교로 지정이 됐어요.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면 무엇이든 다 하자고 뜻을 모았어요. 업무의 어려움만 어떻게 해결되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희망도 있었고요. 학생들을 위하는 교육과정을 만들기로 의견을 모으고 계획했는데 처음 가보는 길이고 구성원들이 바뀌기도 하고 해서 계획의 실행이 쉽지 않았어요.


Q. 미래 교육 혁신학교 운영 과정에서 어려웠던 부분이 무엇이었나요?


미래형 혁신학교 교육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다른 학교 모델이 될 수 있는 교육과정 개발도 중요하지만, 그것 역시 구성원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교육과정이라는 공감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어려운 것 같아요. 구성원이 더디더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발맞춰 나가는데 중요한 데 그 접점을 찾기가 사실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새로운 분들과 기존 선생님들과의 온도 차가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 서로의 앎을 공유할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거 같아요. 지역별로 혁신학교 이름들이 다르잖아요. 인천에서는 혁신학교를 ‘행복배움학교’라고 하는데 급격한 변화는 반발을 불러일으키니 조금씩 변화 발전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혁신학교를 운영하면서 느낀 것은 몇몇 사람이 주도해서 학교를 바꾸거나 만드는 것은 그 구성원이 바뀌면 지속되지 않잖아요. 그래서 지속성을 확보하려면 학교 전체 문화로 뿌리내려서 구성원이 바뀌어도 정착된 학교 문화 안에서 계속 만들어나가야 하는데 그 문화를 만드는 게 힘들어요.


Q. 저런 많이 힘드시군요. 선생님은 새로운 학교문화가 정착되지 않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음……첫째는 업무가 많아서인 것 같아요. 적은 교원 수로 대부분의 학교의 업무를 해내야 하고 거기에 미래혁신교육과정까지 모두 해내야 해요. 업무 경감을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하고 싶지만 실상은 그 여건을 교육청이 만들어 주지 않아요. 교육청에서는 형식적인 것을 많이 요구하고 평가하기 때문에 학교 내면에서 교사들은 뭐가 더 필요한지를 보고 지원해주지 않는 것 같아요. 말로는 그렇지 않다고 하지만 여전히 백화점식 사업을 더 선호하는 것 같아요. 교육청 부서별로 서로 소통이 되지 않으니 혁신학교가 부지런히 하고 있어도 어떤 하나의 집중된 핵심이나 구심점 없이 산발적으로 내려오는 공문들에 치여서 학교 입장에서는 이것저것 해내야 할 것이 늘어나는 거지요.

올해도 교육과정을 짜면서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죠. 민주적 학교, 마을공동체 교육과정, 학생 교육과정, 전문적 학습공동체 동아시아 민주시민 교육 등등 일련의 사업이 내려오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보고서 제출이 의무처럼 따라오거든요. 학교 우수  사례를 얘기해달라는 것들 말이에요. 결국은 교육청 발표와 사례를 위한 혁신인지 혁신을 위한 혁신인지 혁신 교육의 본질에 의문을 들게 합니다.


 둘째는 사실 우리 학교가 제일 곤경에 빠진 부분인데 갈수록 학교 학급수가 줄고 있다는 거예요. 더욱이 내년에는 인근 학교에 학급수를 다 감축 조정한다고 통보가 왔대요. 학생 수가 해마다 주는 원도심에 있는 학교는 교직원 수도 줄여야 하니까 수급 차질이란 이유로 큰 학교는 학급 수를 늘리고, 작은 학교는 학급수를 줄이는 추세예요. 우리 학교가 올해 17명씩 14학급인데 내년에는 20명씩 12학급이 돼요. 이것 때문에 교사 3명을 줄여야 하고, 어쩌면 4명의 교사가 순회를 가고, 4명의 교사를 순회를 받아야 해요. 교원 23명 중 4명의 교사가 순회를 나가면서 동시에 담임 업무까지 맡아야 하니까 저희처럼 혁신학교 같은 데는 갈수록 교육활동 업무를 감당하기가 버거워지는 면이 있는 거죠. 기존에 있던 학년별 학급수도 줄이는 등 인천 관내 미래형 혁신학교가 모두 학급수가 감축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요. 이렇게 학급수 감축으로 인해 교원 1인당 업무가 증가하는 데다가 적은 학급수로 인해 동력을 얻기도 힘들어요. 교원들의 사기가 TO감 등으로 떨어지는 것도 일련의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저해 요소가 되고요.

 

선생님 말씀을 듣다 보니 모든 선생님이 과중한 업무로 어려움을 겪는 게 느껴집니다. 동암중이 지금 필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 아닐까 싶은데요.


안 그래도 교장 선생님께 중요 핵심 가치를 정하고 덜고 빼야 하지 않을까 말씀을 드렸어요. 더불어서 부서 체계도 바꾸고 싶고요.


Q. 그러면 미래혁신 교육과정은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요.


처음에 미래혁신학교 운영 방향에 대해 선생님들과 수 차례 논의하면서 무학년제, 교과 신설 등 정말 실험적인 학교를 구상해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결국 제도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현실적이지만 지속 가능한 것으로 그 방향을 잡았고 그 결과가 환경생태, 기후 위기를 중심으로 한 교육과정을 만들자는 것이었어요.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는 동안 환경과 생태에 대해서 배우고 실천할 일을 배우고 그것을 바탕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시민으로 키워보자는 게 주 내용이었고요. 그래서 현재 진행하는 것은 모든 교과와 학년 단위에서 교육과정을 재구성했고요. 교과는 교과 연계로 학년에서는 학년 단위 교육과정을 계획하고 진행했어요. 학기 끝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지요. 1학년은 생태교육 2학년은 텃밭 수업을 하는데 선생님들도 같이 텃밭을 가꾸셔요. 그리고 특수학급도 생태 텃밭 운영을 하고요. 3학년은 교과교육과정에서 생태연관 교과수업을 진행하고, 자율동아리인 생태 지킴이 동아리가 실천적 활동을 펼치고 있어요.


Q. 미래교육과정으로 기획한 생태교육에 대한 아이들 반응은 어때요?


하도 많이 하니까 우리 학교는 생태교육을 하나 보다 하고 일상으로 받아들여요. (웃음) 아이들이 생태에 대해 점점 더 많이 알아가고 있고, 집에 가서도 배운 내용을 말해서 학부모님들도 많이 알고 계셔요. 지구 지킴이 소등행사 참여 캠페인도 하고요. 교육과정을 짜면서 중점적으로 고민한 부분은 1, 2, 3학년이 교육과정을 공유할 방법과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체계적으로 내용이 심화하는 교육과정을 개발해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그런데 저희가 올해 처음 서울대학교와 협업하고 있거든요. 내년은 잘 모르겠지만 외부전문가의 한계도 있고, 내부 구성원이 합의해가는 과정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이거 왜 하느냐는 분도 여전히 계시거든요. 그래도 생태수업에 열심인 아이들 바라보며 계속 전진하고 있어요. 수업 마무리로 학생들과 자전거 발전기 제작해서 솜사탕 기계를 돌려서 학생들 나눠줄 예정이에요.


Q. 여러 다양한 교육활동을 운영하는 것을 들으니 동암중은 소규모 학교라서 코로나19 영향을 덜 받았나 보네요. 


네, 저희는 전면등교하고 있고요. 모든 교육과정을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우리 학교 지역이나 부모들의 상황을 보면 아이들이 문화적 경험을 누릴 기회가 거의 없어요. 놀이공원 같은 곳을 가본 아이들도 별로 없고요. 이런 문화적 경험을 누릴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니까 학교 체험마저 없으면 문화적 혜택을 누릴 기회가 전혀 없기 때문에 교육과정 속에서 아이들이 문화적 혜택을 누렸으면 좋겠다고 모두가 합의했어요. 그래서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것을 경험하고 체험의 기회를 마련하는 것을 우선시하고 있어요. 올 1학기에 1학년은 갯벌 체험을 갔다 왔거든요. 2, 3학년도 조금 있으면 체험학습을 나갈 계획이에요.


Q. 이 모든 것 혼자 감당하시는 건가요?


아니요. 우리 학교 구성원들이 좋아요. 특히 업무를 맡은 부장님들이 함께 나눠서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주세요. 부장님들이 제가 부족한 부분을 알아서 보완해주시고, 25년을 학교에서 만나고 함께 했던 분들이 모두 좋았고 그래서 행복하게 학교 생활을 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올해는 더욱 최고의 멤버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 혼자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이번주 수요일에 교육과정 워크숍을 하는데 내년 교육과정을 의견을 다 같이 나눌 예정이에요. TF팀에서 먼저 고민을 나누고 방향을 잡아가면서 워크숍을 준비하고 또 전체 워크숍에서 같이 실행방안을 내오고 만들어가기에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와, 내년 교육과정 워크숍을 벌써 해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저희 학교가 서울대와 협업하고 있거든요. 내년 교육과정 계획을 11월 이전에 해야지 시수를 변경할 여유 시간이 생기니까 내년 2월 새 학기 들어가기 전에 미리 하자고 의견을 모았어요.


Q. 동암중의 워크숍 계획은 어떤가요?

1학기 때 미래교육센터와 함께 하면서 어떻게 하면 학년이 올라가면 더 깊이 있는 내용, 삶과 연계되고 졸업 후에도 체득한 대로 살 수 있는 교육과정을 계획할 것인가가 화두였어요.


서울대에서는 브레인스토밍을 해보자고 제안했고, 그전에 왜 이런 교육과정을 설계하는지 공유해보자고 우리가 의견을 냈어요. 모든 교과, 모든 학년에서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생태교육에 대해서 발표하고 그것을 정리하면서 1학기에 저희가 진행해온 걸 1학기 말에 발표했고, 2학기 들어서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모여서 지난 9월에 브레인스토밍을 했어요. 거기에서 전 교직원이 SWOT분석을 하고 가치 덕목 만들기를 했는데 시간은 한 시간을 넘겼지만 그게 참 의미 있었어요. 진지하게 우리 학교의 강점과 약점 등을 분석하고 진솔한 얘기가 오가면서 가치 세우기를 하다가 종료가 됐거든요. 그때 ‘생태’와 ‘존중’ 두 가지 가치를 정했는데 이번 워크숍에서는 그 실천 방안을 만들어야 해요. 여기서 한 가지 가치로만 할지 아니면 두 가지 모두를 택할지, 그리고 남은 2년 동안 어떤 교육과정을 할 건지 의견을 나눌 예정이에요. 하나로 정리하기보다 브레인스토밍 방식으로 가려고요.


Q. 이 시점에서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선생님이 처음 혁신 부장을 맡게 되면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나요?


저는 10년 전부터 수업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기 때문에 수업에서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고민 끝에 선택한 것이 배움의 공동체였어요. 거꾸로 수업이니 PBL이니 여러 가지 교수학습 방법을 공부해보고, 여러 수업에 참여를 해봤는데 수업을 보면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배움의 공동체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배움의 공동체를 10년 넘게 공부하고 실천해왔거든요. 저는 지금도 실천하고 있고, 선생님들과 함께 배움의 공동체를 실천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수업 디자인, 수업 공개, 요즘은 하고 싶은 주제를 갖고 함께 하고 있어요. 학년 단위로 가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학년 단위에서 학년별 수업 공개 시스템을 만들고 싶고요. 어느 정도 학교 차원에서 관리자가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의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서로 수업을 배우고 나누면서 교사가 성장할 수밖에 없는데 수업을 통해 성장하는 그런 선생님들이 있는 학교, 선생님과 학생들과 관계도 그렇게 만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사실, 배움의 공동체가 초기 경기도교육청의 수업 혁신의 키워드였다가 교육청에서 일종의 선 긋기를 하면서 수업 혁신의 표준화나 모델화를 경계했는데요. 그럼에도 선생님이 생각하는 배움의 공동체가 수업 혁신의 최선책이라고 생각하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배움의 공동체는 활동 중심, 학생 중심에 기초를 두고, 학생들을 어떻게 수업에 참여하게 하고 어떻게 협력하게 하는가 어떻게 배움에 다가서게 하고, 어떻게 표현하게 하느냐에 대한 실질적 방법을 제시해주는 교수-학습 방법이기 때문이에요. 배움은 혼자서 불가능하므로 교사가 배움의 과정을 디자인해서 학생이 텍스트와 만나고 친구나 동료와도 만나게 함으로써 배움의 본질에 가까이 가는 것이죠. 배움의 공동체는 학생들 공동체뿐만 아니라 교사 공동체, 학교 공동체를 아우르는 것이에요. 제가 어떤 과학 수업을 봤는데 학생들이 편광필름의 원리를 알아나가는 게 아니라 편광필름을 가지고 학생들의 어떤 재미있는 문구를 만들어나가는 거예요. 문구를 만드는 것에 매몰되어 본질적인 편광의 원리를 배우는 기회를 놓쳐버린 거예요. 그 수업을 통해 무엇을 배운다는 것은 ‘활동 자체’에 중점을 두는 게 아니라 ‘질 높은 배움’에 중점을 두는 것이 배움의 공동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움에 소외되지 않고, 수업 디자인을 교사들끼리 잘 배우고 잘 만들어나가는 것이 배움의 공동체니까요.


재작년 정책 연구년을 할 때 제가 맡은 게 학교혁신지원 업무라서 일주일에 3일은 전국을 다니면서 100여 편의 수업을 봤어요. 그리고 수업 임상에도 참여했어요. 같은 해 인천에 있는 학교에도 수업을 찍으러 다녔거든요. 29편 정도 수업을 찍었어요. 저희 배움의 공동체 회원들끼리는 해마다 자기 수업을 보고 싶다는 분들의 수업을 찍으러 다녀요. 사실 자신의 수업을 스스로 촬영하기가 어렵잖아요. 한 학교는 같은 반을 5번이나 찍기도 했어요. 촬영할 때는 학생들 대화를 잘 찍어야 하거든요. 선생님이 어떻게 학생들을 대하는지를 찍어야 하고요. 그때 다른 선생님의 수업을 찍으면서 많이 배웠죠.


Q. 관찰한 수업 중에 인상적인 수업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모든 수업은 배울 게 있어요. 교사 본인은 엉망진창 망했다고 말하더라도 저는 수업에서 무엇을 배우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여러 수업을 관찰하면서 교사가 말을 줄여야겠다는 걸 깨달았어요. 수업 과정에서 교사 개입이 너무 많으면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빼앗더라고요. 퇴임을 앞두고 배움의 공동체를 실천하시는 분이 계신데 그 선생님의 수업을 보니 연륜이 많아서인지 절제된 수업이 되더라고요. 학생들의 반응과 말을 경청하고, 수업할 때 학생들의 표정을 보면서 학생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한눈에 파악하시더라고요. 그런 부분을 배우게 되는 것 같고요.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활동들이 굉장히 연구를 많이 하신 게 드러나요. 우리가 수업할 때 교사가 가지는 전문적인 지식도 중요하지만, 일반적인 상식도 중요해요. 그런 일반적 상식이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는데 유효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정조대왕의 개혁정치를 정조대왕의 ‘존현각’ 일기의 한 부분을 가져와서 학생들이 읽고 이때 정조대왕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추정하는 활동이나 루이 14와 비교하면서 루이 14세의 정책을 비교하면서 리더로서의 자질을 분석하게 하는 활동은 학생들이 흥미를 유지하면서 스스로 많이 생각하고 그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도록 한 설계가 돋보인 수업이었어요. 그래서 선생님들이 수업을 많이 봤으면 좋겠고, 수업을 많이 볼 기회를 제공하고 싶고. 그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깨달음을 느끼고, 한 번 성장하면 그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싶어요.


Q. 분위기를 바꿔서 선생님이 앞으로 하고 싶은 것, 꿈도 좋고요. 말씀해 주셔요.


꿈요? (웃음) ……저는 나중에 교장 공모제 기회가 되면 교장이 되고 싶어요. 혁신리더 리더십 아카데미 연수를 준비하면서 젊은 리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근데 기회가 되면요.(웃음) 지금은 수업을 같이 얘기할 수 있는 선생님들과 함께 하는 것이 꿈이에요.


Q. 학교장이 되면 어떤 학교를 만들고 싶으세요.

“오고 싶은 학교!” 교직원, 학생, 지역민 모두가 “아~ 그 학교 가고 싶다.”라는 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어떻게 오고 싶은 학교가 될 것이냐 물으면 “모두가 꿈을 꿀 수 있게 하고 싶다”라고 답하고 싶어요. 꿈을 실현하기까지는 안 될 수 있더라도 이 학교에서 내가 무언가를 꿈꿀 수 있게 되는 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저는 학교 학생들이 가치를 만들고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함께 꿈꾸는 교육과정을 실현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누구든 학교에서 배워서 자신이 살고픈 삶을 실현하고, 지역에서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학교가 됐으면 좋겠어요. 학교가 지역공동체의 일원이자 지원센터인 셈이죠. 또한 만약 오래된 학교 건물을 공간 혁신을 할 수 있다면 수영장과 도서관을 갖춘 문화교육센터를 만들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새넷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 주세요.


지난 10년 동안 학교혁신을 위해 ‘내가 뭔가 하나라도 하고 있으면 조금은 변하겠지’라는 기대감으로 버티고 있었는데 앞으로 인천 새넷에서도 그런 역할을 해내는 데 한몫하고 싶네요. 새넷에 있으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사실 인천 새넷은 노후화가 많이 됐어요. 제가 50대 초반인데 새넷에서는 젊은 축에 드니까요. 새로운 사람들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조직이 되어야 하는데 젊은 교사들에게 매력적인 새넷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40대가 교장 공모제에 응할 수 있고, 30~40대가 학교의 중심이 되어서 나아갈 수 있는 분위기를 새넷에서 만들어갔으면 좋겠어요. 새넷에서 학교의 리더를 키우는 리더십 연수에서 조금이라도 젊은 사람이 듣고 배우면 학교혁신에서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새넷에서 준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현재는 회원들과 공부를 많이 했으면 좋겠고요. 미래형 교육과정이 워딩에 그치지 않도록 미래형 교육과정의 구체적 내용을 앞서 고민하고 만들어 갈 수 있는 새넷이 됐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의뢰할 때 주말에도 늘 바쁘시다는 말씀을 듣고 얼마나 열정적으로 교사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분인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특별히 하는 일이 없어 할 말도 없다고 하셨지만, 선생님이 걸어온 그 길이 또 누군가에게는 앞서간 개척자의 길이기도 할 겁니다.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1 가을호 목차+


들어가는 글_2021 새넷 가을호


1. 시론


2. 포럼 & 이슈


3. 특집


4. 전국 NET


5. 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6. 티처뷰_teacherview


7.이 책 한 권!




+과월호 보기+


2021년


2020년


2019년


2018년


  




매거진의 이전글 박노해 「걷는 독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