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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ys Nov 02. 2021

천보중학교 학생주도교육과정 운영

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 김현주_천보중학교 교사

스스로 배움을 만들어 간다는 것,
천보중학교 학생주도교육과정 운영

많은 이들이 코로나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 말하며 새로운 사회, 새로운 교육으로의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학교나 교사들은 코로나19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상황들에 대처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도, 상상과 혁신을 넘어서 변화를 강요당하는 중압감에 시달리며 틀 속에 갇혀 미래를 창조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게다가 이전에도 가장 큰 교육의 화두였던 기초학력 문제, 학습격차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앞당겨져 학교 현장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이 문제는 원인이 매우 복합적이며 특히 가정・환경적 요인에 기인한 경우가 많아서 사회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하기에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의 힘만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심리적・정서적 지원, 구조적인 시스템 구축에 훨씬 더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더욱이 기초학력의 부진과 더불어 학습격차가 심화하는 이유는 학습자가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부족하고 고립되어 혼자 배워야 하는 상황에서 디지털 환경의 격차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학생은 학교 안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설계하는 교육과정과 자존감을 길러주는 교육을 통해 작은 성취감을 맛보며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을 기른다. 교사는 학생 개별 지원과 학급 안에서의 상호 작용을 통해 학습의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방법들에 대한 상상이 필요하다. 학교는 학생 개개인이 원하는 학습 환경, 지역사회와 연계하는 복지 시스템 구축을 통해 학생 개개인에 대한 심리적 정서적 지원을 하고, 기본적인 학습 안전망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갈 우리 아이들을 길러내야 할 교육은 분명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 되어야 할 것이다. 멀리 미래 교육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아이들은 이제 컴퓨터나 핸드폰만 접속해도 얻을 수 있는 엄청난 정보와 지식을 더이상 학교나 교사에게 요구하고 있지 않다. 아이들은 이제 기성세대가 만들어준 교육과정의 틀 속에서 기성세대가 기대하는 대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교육과정을 만들며 ‘성장’하는 새로운 관점에서의 교육을 원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배움의 방식에 대한 전환, 완전히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다시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서 고민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학교의 목적, 교육의 이유는 개인이 자기 존재를 자각하고 행복한 자기 삶을 만들어 가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속의 개인으로 존재함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그것을 위해 국가 중심, 교과서 중심의 획일적 교육과정 운영에서 벗어나 ‘배움의 주도성을 누가 가져야 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져야 할 때이다. 


 학생주도 교육은 교육의 공공성 회복


 학교는 공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곳이고, 그래서 교육은 공정성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성을 이야기해야 한다. 사회가 평등하지 않은데 교육의 평등에 대한 요구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배움의 기회와 과정은 평등하게 주어져야 하고, 공정하게 학생을 줄 세우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성장과 더 나은 삶을 위해 공공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교육적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들은 모두 배울 권리가 있고(UNESCO, 2015), 학생은 개인적·사회적·경제적 배경과 무관하게 학교에 들어서는 순간 온전히 학생이 된다는 면에서 학교는 평등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각자가 부모에게 받은 유전자가 다르고, 처한 환경과 개인을 둘러싼 경험에 따라 천차만별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은 아이들일지라도 졸업 후에는 영화 ‘설국열차’처럼 다 다른 각자의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고 사회의 다양한 불평등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적어도 학교 울타리 안은 공정하고 평등하고 민주적인 것을 경험해 봐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나가서도 어느 위치에 서더라도 인간이 인간에게, 혹은 인간을 둘러싼 주변 자연 생명 들에 대해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배움의 자발성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원하는 교육, 자기 수준과 흥미와 적성에 맞는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 배움은 스스로 주체가 될 때 몰입할 수 있으며, 경험해 볼 가장 큰 배움으로 남게 된다. 모든 아이는 배움에 대한 욕구가 있다. 경쟁과 선별을 위한 서열화가 아닌 각자가 가진 가능성에 도전할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고, 선택의 자유가 아니라 도전하고 실패하고 재도전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자기 삶에서 자주적이고 주체적으로 서는 것을 배우는 곳이 학교이고 배움을 통해 스스로가 삶의 주인이 되어가는 과정이 교육의 목적이어야 한다. 


천 개의 학생을 위한 천 개의 교육과정이 이루어지기 힘든 학교 구조에서 다양한 선택권 확대에만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학생주도학습으로 스스로 설계하고 운영하는 연습과 경험의 교육과정을 통해 소비자가 아닌 주체로 배움의 주도성을 회복해야 한다. 


 천 개의 보물상자, 00 챌린지


2020년, 전 세계는 코로나19로 학교 문을 닫고 개학이 미뤄지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고, 학교에 나와서도 마스크에 가려져 친구 얼굴도 알 수 없고, 모든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며 학교에 나와서도 앞만 보고 앉아 모둠활동도 할 수 없는 1학기를 보내야 했다. 기말고사를 마치고 여름방학 전, 원격수업에 들어가야 하는 시점에 천보중학교 3학년 샘들은 의미 없이 운영되기 쉬운 학기말 온라인 수업이 아닌 아이들과 함께 스스로 만들어 가는 배움을 시도하려고, “천 개의 보물상자, 00(땡땡) 챌린지”를 기획했다.“실패해도 괜찮은 나만의 상상!! 나를 살리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도전!!”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열흘 간의 학습자 주도 교과 통합 프로젝트 활동을 제안해 본 것이다. 


미래 교육에 필요한 학습자 주도성을 위해 스스로 기획하고 협력하는 교육과정을 통해 배움의 자발성을 회복하고, 학기 말 통합교육과정 운영으로 자기 발견과 진로 탐색의 기회 모색하고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학습자 주도 미래 교육의 학습플랫폼을 구축해보자는 목적으로 학습자 주도 프로젝트 기획, 운영하여 배움의 기획권, 선택권, 운영권을 가져보고,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배우는 프로젝트 활동으로 수업을 들어가는 전 교사가 프로젝트를 개별 지원하는 통합교육과정을 목표로 하였다. 이 모든 과정은 블렌디드―온·오프라인 통합운영―로 운영이 되었다.


그동안 하고 싶었는데 학교 공부 때문에 혹은 학원 가야 해서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던 나만의 챌린지를 수업 시간을 통해 당당히 기획하고 운영해보는 것이었다. 


기준은 첫째,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것, 둘째, 친구들과 결과를 나눌 수 있는 것

셋째, 과정을 기록할 수 있는 것 (매일 1시간 이상 소요되는 활동)으로 개별 또는 5명 이하 모둠 구성 가능(타 반과도 가능)하지만, 프로젝트 일지는 매일 개인이 작성(출결 확인용)해서 학급 밴드에 올리는 것으로 했다. 

프로젝트의 내용은 “나만의 상상과 도전과제 찾기”를 목적으로 주제를 선정하고 프로젝트 기획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후, 열흘 동안 오후 수업 시간에 프로젝트를 탐구, 실행하고 과정을 기록하여 밴드에 게시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영상, 사진, 글쓰기 등을 활용하여 10일간의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냈고, 방학식 전날 학급 전체가 온라인을 통해 공유하고 나누는 과정을 가졌다. 


매일 매일의 도전과 기록은 아이들에게 작은 성취감을 가져다주었고, 이후 방학마다 학급 활동, 학년 활동으로 이어져 스스로, 함께 만드는 교육과정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과정에서 아이들의 도전을 경험으로, 과정을 배움으로 만들어 준 교사의 역할은 지식전달자에서 학생들이 만들어 가는 프로젝트의 안내자, 조력자가 되어주며 피드백을 통해 동기를 부여하고 지지해 주는 응원자가 되는 것이었다. 교사들도 나만의 00챌린지를 만들어 아이들처럼 매일 일지를 써서 올리기도 하며 미래교사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꿈이룸 프로젝트,
스스로 탐구하고 함께 협력하는 학생주도 주제선택 활동


중학교 1학년 자유학기제란 학생들이 중간·기말고사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토론, 실습 중심의 참여형 수업과 진로 탐색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꿈과 끼를 찾고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제도로 자유 학기 교육과정은 진로탐색 활동, 주제선택 활동, 예술체육 활동, 동아리 활동으로 구성된다. 많은 교사가 정규 교과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다양한 수업을 개설하여 운영하는데도,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보다는 교사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 일회성 체험이나 동아리 방식의 운영에 따른 수업의 질 저하, 개개인의 진로 적성과의 연계성 부족 등에 대한 한계를 나타내며 아이들의 흥미를 끌고 있지 못한 게 지금의 현실이다.


올해 천보중학교에서는 주제선택 수업을 1학년의 중점 목표인 “나를 알자”라는 주제를 목표로 다양한 수업을 개설하였고, 그중에 내가 맡은 주제선택 수업은 학생들이 주도하는 프로젝트 활동으로 앎과 삶이 연결되고, 스스로 탐구하고 함께 협력하는 학생주도프로젝트인 “꿈이룸 프로젝트” 활동이었다. 


 학생 스스로가 행복한 미래를 위해 현재의 문제를 발견하고 탐구하여 자기 흥미와 적성에 맞춰 주제를 선택하고, 함께 협력하는 학생주도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의사소통 능력과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나를 알고 세상을 바꾸고 미래를 만들어 가는 공동체 지향 활동으로 미래사회 핵심역량을 기르고 성숙한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탐구, 프로젝트 수행, 발표 및 평가 등 학습의 전 과정이 학생주도로 이루어지며 교사는 조력자로서 학생들과의 활발한 피드백을 통해 학생들이 의미 있는 학습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한다.


 프로젝트의 과정은 이렇게 운영된다. 

1. 미래사회의 변화와 현재의 문제를 발견하여 탐구하고 싶은 분야와 주제를 정한다.
2.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이 함께 모여 팀 빌딩을 통해 관계를 다지고 스스로 만드는 프로젝트 수업을 위해 팀별 주제와 목적을 설정한다. 
3. 탐구자료조사를 통해 단계별 목표, 세부 계획을 수립한다.
4. 함께 협력하며 학생주도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매시간 평가와 성찰의 과정을 거치며 다음 차시 계획을 수립한다.
5. 전체의 과정을 기록하고 토론하며 성장발표회를 연다.


8주간 17차시로 이루어지는 꿈이룸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운영된다.                        

 무엇을 배울 것인지, 어떻게 배울 것인지……모든 과정을 모둠원들이 의논해서 정한다. 안전한 배움이 이루어지기 위해 관계 맺기의 과정이 중요하며 처음 2~3차시에는 재료 준비도 잘 안 되고, 모둠원들과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으며 무엇부터 진행해야 할지, 탐구내용, 프로젝트 목표가 무엇인지 어려워했던 친구들이 중간으로 넘어가면서부터는 교사의 지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알아서 잘 운영하게 된다. 교사에게는 아이들을 관찰할 시간이 주어지고, 각 개개인의 성장과 변화를 보며 그다음 프로젝트가 나아갈 방향들을 조언해 주면 되는 것이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세상에서 살아갈 길을 스스로 찾고 그 의미와 연관성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많은 연습과 경험, 노력, 실수, 배움을 통해 지식과 깨달음, 능력을 얻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은 물론, 나와 다름과 소통할 줄 알고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학교는 연습하고 실패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함께 협력하라고 모둠을 구성하고는 결과를 점수화하며 경쟁을 조장하고 있다.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은 스스로 필요한 학습을 조직하는 능력과 그것을 실생활에 연결하며 직접 당면한 문제와 연결하고 해결하는 능력이고, 학교는 그것을 길러주는 곳이어야 한다. 자유학기제, 고교학점제와 같은 정책들이 제대로 된 의미를 찾고 그 속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배움의 주인이 되고, 배움을 통해 자신이 존엄한 존재임을 깨닫고, 더불어 사는 삶의 주인으로 우뚝 서는 교육과정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21 가을호 목차+


들어가는 글_2021 새넷 가을호


1. 시론


2. 포럼 & 이슈


3. 특집


4. 전국 NET


5. 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6. 티처뷰_teacherview


7.이 책 한 권!




+과월호 보기+


2021년


2020년


2019년


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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