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 금융상품 ISA가 2021년 더 강력하게 탈바꿈한다.
누구도 세금 따윈 신경 쓰지 않는다. 한번 그것에 제대로 처맞기 전까지는.
나도 그랬다. 내가 ISA(Indivisual Savings Account)라는 아이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은 이 정도로 세금에 맞을 일이 전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초에 구입했던 해외 ETF가 꽤 많은 수익률을 거두게 되면서 비과세 상품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ISA라는 상품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경도 쓰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ISA란 정부에서 구색 맞추기로 급조해낸 제도라고, 화려하고 복잡하지만 실익은 크지 않은 금융상품이라고 생각했다. 애석한 일이다. 당시에 내가 ISA에 조금만 더 관심이 있었다면 꽤 많은 세금을 절감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ISA라는 상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비과세 상품인 재형저축과 비교하여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재형저축의 경우 7년 동안 유지를 하면 비과세 혜택을 주는 상품이다. 아래의 그림은 11월 22일 만기가 되는 재형저축의 해지 예상 조회 화면이다. 256만 원의 이자에도 불구하고 세금이 단 1원도 붙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다(오른쪽). 다만 의무가입기간을 충족했을 때의 이야기다. 만약 7년의 만기를 채우지 못한 11월 21일에 해지를 한다면 40만 원 가까운 세금이 부과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왼쪽).
그러나 재형저축의 경우는 몇 가지 단점이 있었다. 우선 7년이라는 만기를 채우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재형저축을 꾸준히 불입해서 만기까지 유지한 사람을 나는 본 적이 없다. 게다가 그 긴 운용기간에도 불구하고 재형저축은 예금의 형태(재형펀드의 경우는 펀드로)로 고정되어 운영되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자유롭게 자금을 운용을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평소에는 이 부분이 그리 큰 단점으로 느껴지지 않지만 올 초와 같이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가지고 있던 재형저축 자금으로 주식이나 펀드를 살 수 없었던 것이 내게는 큰 제약처럼 느껴졌다.
재형저축의 시대가 가고 ISA의 시대가 도래했다.
앞서 이야기한 재형저축의 단점이 개선되어 등장한 것이 ISA다. 이제 재형저축은 일몰 되어 가입할 수 없다. 몇몇 상품성 떨어지는 자질구레한 상품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ISA가 가입 가능한 유일한 비과세 상품인 것이다. 게다가 ISA에는 다른 상품과 다른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짧은 의무가입기간이다. 재형저축의 경우 7년이라는 만기를 모두 유지해야 비과세 혜택을 주는데 반하여 ISA는 5년만 유지해도 비과세 혜택을 준다. 그리고 2020년 조세특례 제한법 개정에 따라 2021년부터는 3년만 유지해도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변경되었다. 장기 보험이 10년의 가입기간을 충족해야 비과세를 주는 것에 비하면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비과세 요건이 완화된 것이다. 게다가 원금의 95%까지 중도인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3년이라는 기간 중에 급하게 돈이 필요해진 사람도 계좌를 해지하지 않고 비과세 요건을 유지한 상태로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
두 번째 장점은 자유로운 자산운용 방식이다. ISA계좌 내에서 펀드나 예금, ELS 등의 상품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ISA는 하나의 금융상품이 아니라 여러 가지의 금융상품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펀드, ELS, 예금, ETF의 상품을 담아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된다. 샐러드바에 온 것처럼 말이다. 또 필요하면 다시 자산구성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 이런 자유로운 운영방식은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유연하게 자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세 번째 장점은 저렴한 수수료다. ISA는 서민들의 재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입법이라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제도다. 이 제도를 만든 사람들은 당연히 금융기관의 수익성보다는 그 제도를 활용하는 사람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했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 수수료 상한 이다. 사실 나는 ISA 이외에 수수료에 상한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상품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수수료는 장기적으로 복리효과를 얻어 수익률의 상당 부분을 잠식한다. ISA의 저렴한 수수료는 장기적으로 분명 커다란 메리트다.
네 번째 장점은 가입조건이 없다는 것이다. 만 19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2020년까지는 근로소득이 있음을 입증해야 했기 때문에 국세청에서 증빙서류를 발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러나 2021년부터는 근로소득과 상관없이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연간 금융소득이 2천만 원을 초과하는 사람은 가입할 수 없는데 이런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금융소득만으로 이 정도의 수익을 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재산이 아무리 많더라도 소득을 시기적으로 분산시키거나 부동산처럼 다른 자산군으로 분산시키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가 되는 일 따위는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실상 ISA는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생각해도 상관없을 듯하다.
2016년 3월 14일 처음으로 출시된 ISA는 그 자체로도 상당히 훌륭한 비과세 상품이었다. 그럼에도 일본이나 영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그다지 흥행을 하지 못했다. 소득 증빙서류를 발급받아야 하는 점이나, 은행이나 증권사에 직접 방문해서 신규를 해야 하는 점 등이 불리하게 작용했던 것 같다. 저수익 상품으로써 금융기관에 수익이 거의 되지 않기에 별도의 마케팅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ISA라는 이름을 생소하게 느끼는 것에는 이런 이유들이 있다.
그러나 2020년 개정된 ISA는 한층 편리해졌다. 비과세 유지기간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되었고, 가입대상도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도록 개선되었다. 이에 더해 과거 사용하지 못한 한도를 나중에 이연하여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변경되었다. 가장 좋은 것은 이런 변화가 기존 가입자들에게도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꽤나 화끈한 변화다. 2021년도에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을 금융상품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ISA에는 몇 가지 제약이 존재한다.
우선 상품의 풀이 제한적이다. ISA는 다양한 상품을 담을 수 있다는 이른바 "종합자산관리 계좌"이지만 거기에 담을 수 있는 상품 자체가 그리 많지가 않았다. 종합 과자 선물세트 같은 느낌이랄까? 분명 이것저것 있기는 한데 뭔가 좀 허술하다.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ISA에 가입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뿐더러 가입금액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무한정 상품 가짓수를 늘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게 다 비용이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는 ISA에 담고 싶었던 펀드가 없어서 비슷한 것으로 대신 넣어야만 했던 경험이 있다. 절차도 일반적으로 가입하는 것보다 조금 더 복잡하기 때문에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기대되는 것은 2021년부터는 ISA를 통해 주식에 직접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이것이 실제로 어떻게 상품으로 구현될지는 알 수 없지만 자본시장에 직접 투자하게 될 경우 내가 느꼈던 답답함은 많이 해소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물론 앞서 말한 가입제한이나 의무 유지 연수 완화에 따른 가입자 증가가 ISA 상품 풀의 확대로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된다.
두 번째는 비과세 금액의 제한이다. ISA로 비과세 받을 수 있는 수익금액은 200만 원까지이다. 3년 동안 운용한다고 생각했을 때 연간 비과세 처리되는 금액을 따지만 67만 원 정도 된다. 이 금액을 다른 절세상품과 비교해보면 절대 큰 금액이 아니다. 예를 들어 해외주식에 투자했을 때 기본으로 공제해주는 금액이 매년 250만 원이다. 또한 IRP에 납입을 한 금액 700만 원에 대해 연간 세액공제받을 수 있는 금액이 92만 원(최대 148만 원)이다. 또한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국내 상장 주식에 투자했을 경우 발생한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전액 면세다. 이런 사례들과 비교해보면 ISA의 세제혜택이 그리 크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이런 비교는 무의미할 것 같다. 이러한 다양한 절세상품들이 ISA와 상호 배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ISA에 가입했다고 해서 다른 금융상품에 가입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장 좋은 절세 방법은 ISA와 IRP, 해외주식, 국내 주식까지 세금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모두 활용하는 것이다. 세금을 내지 않을 수 있다면 합법적인 범위에서 모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국가 또한 모든 합법적인 범위에서 내 돈을 떼내어갈 궁리를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단점은 납입금액의 제한이다. ISA는 일 년에 넣을 수 있는 금액이 2천만 원으로 제한된다. 다만 이러한 단점은 2020년 세법개정으로 인해 많이 완화되었다. 과거에는 1년에 2천만 원까지 넣을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과거에 사용하지 못한 금액을 이월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금 나는 1천만 원이 들어 있는 4년 된 ISA계좌가 있는데 과거 사용하지 않은 한도 7천만 원을 더 넣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여러 가지 ISA의 단점들이 2020년의 조세특례 제한법 개정을 통해 적절히 개선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ISA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비과세 상품인 ISA 내에서 국내 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하는 것은 맞지 않다. 어차피 국내 상장 주식 매매차익이 면세이기 때문이다. 예금이나 해외주식펀드, ELS에 가입해야 세제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다.
우선 예금의 경우 ISA계좌에서 가입을 하면 조금 더 금리가 높은 예금을 가입할 수 있다. 다양한 은행과 저축은행의 예금 중에 가장 높은 것을 선택해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A라는 은행에서 가입한 ISA계좌 내에서 A은행의 예금에 가입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ISA 내에서 예금에 가입할 때는 다른 은행이나 저축은행 예금에 가입해야 한다.
ISA 내 예금 가입 화면에 들어가 보면 최저가 쇼핑을 하는 것처럼 은행별로 예금 금리가 정열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중에 금리가 가장 높은 것을 고르면 된다. 시중은행 예금금리는 큰 차이가 없지만 저축은행의 경우는 간혹 금리가 좋은 예금들이 눈에 띄곤 한다. 종종 예금이 부족한 저축은행이 특판처럼 ISA나 IRP로 고금리 예금을 공급하는 경우가 있다. ISA내에서 가입하는 예금도 모두 예금자 보호가 되기 때문에 마음 편히 예금에 가입하면 된다.
두 번째는 ELS다. ELS의 경우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뱅킹으로 가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ISA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이런 비대면 가입이 허용되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창구에서 가입하는 것보다 훨씬 편리하게 자금을 관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ISA 내에서 예금이나 ELS에 가입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예금의 경우 아무리 저축은행 예금 금리가 높다고 하더라고 2%도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0% 금리 시대를 살고 있는 중이다. 예금에 가입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매우 위험할 수 있다.
ELS의 경우도 비슷하다. 최근 ELS 발행 물량 제한 조치로 인해 ELS 물량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 과거 ELS 수익률은 증권사들이 폭포처럼 콸콸 쏟아내던 ELS 물량을 ELS 수요자들이 수익률 순으로 골라서 잡는 방식으로 결정되었다. 수요자 우위의 시장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공급 물량 제한으로 ELS 발급 물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발행 공고가 나오면 매진되는데 20분도 걸리지 않는다. 20분 완판은 결코 상품성이 좋아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다. ELS가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되어 버린 결과다. 그 결과 ELS 수익률은 계속해서 떨어지고만 있다. 이 정도 리스크를 감수하는 대가로 3~5% 수익률을 받아가느니 차라리 증권사 발행 채권을 사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서 나는 ISA내에서 예금과 ELS을 통한 자금 운용을 하지 않는다.
내가 가장 추천하고 싶은 것은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다. 어차피 ISA는 최저 3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품이다. 이런 중기 자금이라면 기본적으로 주식시장에 투자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매매차익이 면세가 되는 국내 주식의 경우는 ISA가 아닌 일반 계좌에서 투자를 해도 상관없다. 오히려 국내 주식은 일반 계좌에서 투자를 해야 소중한 비과세 한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매매차익에 22%의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해외주식에 투자할 때는 연간 250만 원의 기본공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이것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가급적 ISA와 IRP 같은 면세 혹은 절세상품을 활용해야 한다.
내 경우에도 ISA나 IRP계좌에 투자한 대부분의 금액을 해외주식 펀드 투자하고 있다. 반면 일반 계좌에서는 매매차익이 면세인 국내 상장 주식 위주로 투자를 하고 있다. 이렇게 계좌에 따라 투자자산이 분산 투자되도록 하였고, 동시에 세율이 거의 0%에 가깝도록 함으로써 장기 수익률을 최대화하였다.
투자라는 것에 수반되는 불확실성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렇지만 세금은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확실히 줄일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ISA나 IRP의 경우 처음 접한 독자의 경우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직접 투자를 해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느낄 것이다. 내 경우도 이런 상품들에 직접 가입을 하고 활용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 설명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게 느껴진다. 최저 가입 가능 금액도 1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로 높지 않기 때문에 계좌를 하나 만들어서 운용을 해보면 절세 상품에 대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ISA와 IRP는 개인투자자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절세상품이다. 이 두 가지 상품 이외에 다른 절세상품이 있기는 하지만 나는 회의적이다. 굳이 언급을 하여 가뜩이나 복잡한 세금 이야기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내 경우도 절세상품으로 활용하는 것은 ISA와 IRP가 전부이다. 이 두 가지 상품 만으로도 넉넉한 한도(ISA 2천만 원, IRP 1800만 원)를 제공하기 때문에 재테크를 하는데 충분할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ISA와 함께 절세상품의 영원한 큰형님 IRP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세금에 관한 글이라 재미있지 않았을텐데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 Brunch에 B형 은행원이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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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첫 책 『부자들은 모두 은행에서 출발한다(RHK)』가 출간되었습니다.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브런치 독자분들이 없었다면 제 윈도 부팅 비밀번호는 오래 전 "이제는 그만"으로 바뀌었을 테니까요. 독자분들이 있어 글을 쓰는 시간이 저에게 커다란 기쁨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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