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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윤 Dec 01. 2017

또 다른 이름의 독박 육아,
'가정 독박'

육아 1. 비싸서 못 키우겠다!

임신과 출산은 모든 부부에게 가장 행복한 고민거리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이 행복한 고민 뒤엔 달갑지 않은 걱정이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그 걱정은 더한다. '임신'이 인생에 있어 아주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내 아이를 갖는다는 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겠지만, 동시에 평생을 쌓은 커리어를 한 순간에 잃는다는 것 비극이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기쁨과 아픔, 둘 중 어떤 것이 내게 더 큰 만족감을 주는지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야만 한다. 아무리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 해도, 이 선택은 너무 고통스럽기만 하다. 

종족의 번식은 동물의 본능이라고 했다. 그러나 2017년 대한민국 청년들은 본능마저 꺾어버린 사회에 살고 있다. 올해 출산율이 1.07명 내외일 것이라는 전망이 그 증거다.     


요즘 친구들 사이에선 결혼 계획을 자주 묻는다. 이미 상당히 많은 수의 친구들은 비혼을 선언했고, 결혼 생각이 있는 친구들 중에서도 "애는?"이라는 질문에 망설이는 친구들이 많았다. 특히 여자 친구들로부터 이러한 대답이 높았다. 그 이유 중엔 '육아비용 부담', '독박 육아', '커리어 끊김'의 키워드가 많았다. 아이를 키우는 비용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데 드는 비용이 3억이니 말이다. 부부가 사랑으로만 키우기엔 고민할 수밖에 없는 액수다.     


흔히들 ‘독박 육아’라 함은 주로 엄마 홀로 아이를 키우는 것을 말하는데 또 다른 ‘독박 육아’가 있다. 바로 양육비용을 오롯이 그 부모가 전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출산휴가는 안 쓰는 것이 아니라 못 쓰는 것일지도 모른다. 공무원이 아닌 이상 출산휴가를 씀과 동시에 사실상 아이를 키울 비용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마다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정부에서는 가정양육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소득의 상관없이 신청하면 12개월 미만의 아이의 경우 매달 20만 원, 12개월 이상 24개월 미만은 15만 원, 24개월 이상은 최대 84개월까지 10만 원의 수당이 지급된다. 안 주는 것보단 좋겠지만 고작 한 달 분유값 밖에 안 되는 지원금으로는 아이를 키우는데 터무니없이 작은 돈이다.      


출생 후 대학 졸업까지의 비용은 총 3억 896만 원이다. 과거엔 자식을 키워놓으면 부모를 부양했기 때문에 괜찮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다. 더 냉정하게 말하면 웬만한 부자가 아니라면, 자식 키우고 나면 노후 준비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 애 키우느라 정작 내 노후준비는 못한다. 우리가 부모보다 가난해지는 첫 세대라는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내가 내 부모를 모실 수 없는 형편인데 내 자식은 오죽할까?’

‘저 비싼 비용은 다 내면 내 노후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임신이 망설여질 수밖엔 없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저출산 위기에 빠져있던 프랑스는 대대적인 지원으로 저출산 국가에서 벗어난 모범사례로 꼽힌다. 프랑스는 출산부터 대학까지 모든 비용을 부모의 소득에 상관없이 국가가 지원한다. 유치원이 끝나면 아이들은 방과 후 학교에 가거나 보모에게 맡겨진다. 이 비용 역시 국가가 지원한다. 출산 정책에 GDP(국내 총 생산비) 대비 5%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한 결과다. 우리도 적지 않은 예산을 저출산 대책으로 투입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저출산 대책으로 80조 원을 투입했지만 그 결과는 어땠을까? 독자분들이 생각하는 그 결과가 맞다. 그 결과 작년에 태어난 신생아는 40만 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 10년 동안 매년 평균 45만 명의 아이들이 태어났으니 80조를 그냥 나눠줬더라면 한 명의 아이에게 1,700만 원의 돈이 돌아간 셈인데... 전혀 받은 느낌이 나지 않는다.
 “내 자식은 1,700만 원어치의 혜택을 받고 있을까?”, “도대체 이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내 아이가 태어나면 일시불로 주면 안 될까? 꼭 나눠서 몇십 만원 씩 받아야 할까?”

왜 보편적 복지니, 선별적 복지니 하는 국회의원들의 싸움에 피해는 우리가 받아야 하는 것일까?     


양육비용 전액을 부모에게 전담하는 건 그냥 낳지 말란 얘기다. 아이는 여성이 낳지만, 키우는 것은 부모가, 가정을 지원하는 것은 국가가 하는 일이라는 인식을 우리 사회가 공유해야 한다. 단 돈 몇 푼으로 출산을 장려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이다. 출산부터 사회에 진출하는 최소한의 나이까지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나는 이게 국가가 가장 기초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당장 애를 맡길 유치원조차 부족한 현실이 아닌가. 부모가 직장에 있을 땐 아이를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유치원이 있어야 하며, 기형적으로 살찐 사교육 시장을 바로잡고,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확대해 나가야 만이 ‘가정 독박 육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가정의 독박 육아는 국가가 도맡아야 한다. 한 번 더 강조하자면 3억을 부담할 수 있는 청년 부부는 많지 않다.


*육아와 관련해서는 시리즈로 나눠 써보려고 합니다. 이번 글은 '돈'에 초점을 맞추고 썼습니다.

이번 매거진은 출판을 목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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