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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ys Nov 02. 2021

전남교육과정 현장 네트워크를 소개합니다

특집 / 김철환_전라남도교육연수원

팔을 벌려 은하수를 품자
전남교육과정 현장 네트워크를 소개합니다!


국가 교육과정 개정 작업이 한창이다. 예년 같으면 연말쯤에 총론이 발표되고, 각론이 완성되면 각종 전달 연수와 해설자료를 배포하고 교육의 미래를 대비하고 있노라 자평하는 보도자료를 낼 것이다. 그동안의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 있어서 가장 아쉬운 점은, 교육 주체들의 참여도 현재 적용 중인 국가 교육과정에 대한 면밀한 평가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현장의 평가와 개선 방향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니, 교육과정이 현장에서 구현되는 데에도 그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양상이 사뭇 다르다. 교육과정 개발 과정에 교육부, 국가교육회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의견 수렴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가교육회의는 미래 교육 비전과 주요 쟁점에 대해서 대국민 의견 수렴을 하고, 국민 참여단, 청년·청소년자문단이 중심이 된 토론을 통해 개선안을 도출한다. 교육부는 개정추진위원회와 함께 포럼, 랜선 토론회, 정책 설명회, 공청회, 심의회, 등 현장 의견 수렴 및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개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각 시·도교육청에 『교육과정 현장 네트워크』의 구성을 제안하고,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에 대비한 새로운 교육과정 거버넌스를 구축하고자 하였다. 각 30명씩 전체 규모 500명 이상을 구축하여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지역교육과정 실체화 등에 대해 논의한 결과를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반영하도록 촉구하겠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전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보였는지 새로운학교네트워크에서 ‘전남교육과정 현장 네트워크(이하 ’전넷‘)’의 활동 내용을 소개해달라는 제안을 해왔다. 마침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전넷의 거버넌스 체제를 모델로 입법 제안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오던 터였다. 



현장의 참여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


전남에서는 활동 초기부터 회원 전면 확대를 결정하고 추진하였다. 거버넌스의 취지를 살리고 현장의 참여에 기반한 교육과정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러한 기조는 네트워크 회원이 392명에 이르는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단락의 선택권을 개인이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의 속성상 꾸준한 소통이 없으면 금방 사그라들기 십상이다. 더불어 스스로 연결한 네트워크에서 공감받고 공유하는 경험을 하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매월 이해세미나를 실시하여 일상적으로 서로 배우고 성장하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해세미나를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400여 명의 대규모 전학공을 운영하려니 조금은 복잡해 보이는 조직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사무국은 유·초·중등 교원과 교육전문직원으로 구성된 실무진이다. 전넷 결성 초기 단계부터 9차에 걸친 이해세미나를 비롯한 네트워크 운영의 실무를 책임져왔다. 모든 회의는 원격으로, 퇴근 이후에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30여 차례의 회의에 참여율은 90%를 상회한다.


392명의 전넷 회원 중 82명이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이들은 배움, 연구개발, 나눔실천 분과로 편재되어 활동하고 있다. 각 분과의 활동 과제는 다음과 같다.(유치원, 초등, 중, 고등, 특수교육분과는 지역교육과정 설계를 구체화하는 단계에서 구성되어 활동할 계획으로 현재는 조직되지 않은 상태이다.)


배움분과는 2022 개정교육과정의 이해와 전남교육과정 개발 및 참여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목적으로 각종 연수 및 홍보활동을 전개한다. 이를 위해 유튜브에 등록되어있는 교육과정 관련 강의, 포럼 영상들을 정리하여 안내하고, 맞춤형 배움(홍보) 영상의 제작과 배포를 기획·운영할 계획이다. 매월 실시하는 이해세미나의 기획 및 실행도 가장 중요한 활동 과제 중 하나이다. 지난 8월에 있었던 처음으로 네트워킹 직무연수에 이어서 1월에는 전남교육과정 네트워킹 리더 기본 및 심화 과정을 실시할 계획이며, 상임위원회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 중이다.


연구개발분과는 지역교육과정(수업, 평가 포함)의 연구‧개발‧적용‧평가·환류의 전 과정을 기획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위해 국내외 교육과정 연구 및 운영 동향과 전남 교육과정과 관련된 기초 자료 및 현황을 조사·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국가 교육과정이 현장에 잘 적용될 수 있도록 자료를 개발하는 역할까지 고민 중에 있다. 


나눔실천 분과는 교사교육과정, 학교교육과정, 시·군단위 마을교육과정 등의 실천 내용을 모으고 사례를 나누는 활동을 통해 교육과정 실행 주체 형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이를 토대로 시․군별 교육과정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네트워크의 특성이 가장 강하게 작용하는 분과로서 자발성을 토대로 운영하고, 전남교육과정 전반의 질적 제고와 실행력 향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전넷의 일상적인 활동에 대한 내용은 사무국에서 정리하고, 운영상의 중요한 사항은 상임위원회를 통해 결정된다. 상임위원회는 두 명의 공동대표, 상임위원장, 분과별 대표, 그리고 사무국 위원으로 구성되며 모든 안건은 협의에 의해 처리된다. 대부분의 협의는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코로나19 상황이라는 조건의 탓도 있지만, 넓은 지역에 흩어져 지내는 구성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보다 효율적인 측면도 있다. 다만 화상회의(강의)의 홍수 속에 구성원들이 지쳐가고 있음은 전국이 비슷한 현상일 터다. 다행스러운 것은 분과 체제가 본격화되면서부터 소규모 대면 회의가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조직이 그러하듯, 전넷의 일상적 소통 또한 단톡방과 다음카페를 통해서 진행된다. 다음카페에는 분과별 자료실, 급별 자료실, 주제토론 및 자유 토론방이 있으며, 전남과 전국의 활동 상황 등이 체계적으로 정리되고 있다. 현재의 필요에 의해 생성된 구조인 만큼, 향후 전남교육과정의 실현 과정에서 채우고 정리해나갈 계획이다.



전남교육과정 거버넌스의 시작


전넷의 활동에 거는 기대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교육부가 하향식으로 편성·고시하면 지역의 자율화가 큰 의미 없을 것, 지역교육과정이라는 또 하나의 체제가 강제되어 현장에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 등이다.


이에 대한 전넷의 대답은 거버넌스 체제의 구축이다. 그 첫걸음은 교육청의 관점을 교육과정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예산과 사업 중심의 교육청 실무자들에게 교육과정은 그다지 중요한 업무로 다가오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활동 초반에는 고교학점제 담당 장학사에게 미루며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 교육청과의 협력에 애를 먹기도 하였다. 교육청이 나서서 교육과정의 학교 자율권을 확보하려고 노력했던 경기, 세종 등의 경우와는 관점의 차이가 느껴져 아쉬웠다. 전넷은 일단 현장과 함께하는 일부터 차근차근 쌓아가기로 했다. 꾸준한 이해세미나를 통해 현장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참여의 폭을 넓혀갔다. 


전넷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회원 수가 꾸준히 증가하자 교육청의 태도에도 변화가 감지되었다. 그러잖아도 당위와 책무는 느끼고 있으나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막연함 때문에 머뭇거리던 차였다. 현장 교사들이 자발성을 가지고 만들어 가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지난 여름의 네트워킹 직무연수는 교육청과의 협업에 분수령이 되었다. 그 자리를 계기로 교육청 장학사들의 지역교육과정 전학공도 만들어지고, 추경을 통해 예산도 확보되었다.


전넷이 지난 8월에 운영한 연수는 ‘전남교육과정 처음으로 네트워킹’이라는 이름으로 실시되었다. 전넷의 리더이자 허브로서 활동하게 될 분과운영위원들의 역량강화와 활동방향 설정을 위한 연수였으며, 다음과 같은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2022년 1월에는 ‘전남교육과정 네트워킹 리더 역량 강화’ 연수를 개설하여, 지역교육과정 총론의 초안을 작성하는 기초 자료를 확보할 계획이다.)


교육청과의 협력이 강화되면서 각종 교육 관련 포럼과 워크숍의 한 세션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순천시청의 평생교육 컨퍼런스의 내용 중 일부로 ‘지역화 교육과정 개발 운영’이 포함되는가 하면, 교육청에서 마을교육공동체 활동가 워크숍의 퍼실리테이션 기획 및 운영을 전넷에 요청해오기도 했다. 이와 같은 활동을 통해 전남교육과정 거버넌스 체제에서 각 주체들의 역할 탐색과 기초 자료 축적이 이루어지고 있다.


참여와 숙의로 가능성을 보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에도 동료 연구사에게서 카톡이 온다. “미래 교육 관련 고교학점제 추진의 당위성을 말해 줄 강사 추천해주세요.” 순간 이렇게 답장을 보낼 뻔했다. ‘미래 교육을 위해 더 다양한 과목과 학생 선택권이 필요하다는 당위성만큼, 다양한 각도에서 면밀히 검토하고 최소한의 실행조건을 갖춰야 한다는 신중론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단 몇 시간의 전달 연수와 한두 권의 해설집으로 새로운 교육과정 적용을 위한 현장 지원의 책임을 다한 양하는 교육부의 행태는 여전합니다. 현장 교사들이 꾸준하게 제기해온 ’교육과정 구현을 위한 교육행정 지원체제‘에 대한 내용도 함께 다루는 연수로 기획하시면 어떨까요?’ 


  핀란드의 2014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보여준 사회적 합의는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에 기반한 사회 전체의 프로젝트’인 동시에 ‘미래사회에 대한 전 사회적 학습-토론-합의의 과정’으로서 참여 민주주의에 기반한 교육과정 거버넌스에 의미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사회적 합의 교육과정’을 표방하고 참여와 숙의의 과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우리의 사회적 합의는 매우 단순한 설문과 의견 수렴과정으로 대체되어 나타난 점에서 그 차이가 크다. 배움과 성장의 본질보다 내용과 방법에 치중한 것도 매우 아쉽다. 다만, 실질적인 사회적 합의의 첫 시도라는 점에서 가능성을 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교사, 학생, 학부모에게 교육과정 개정의 방향을 진지하게 물어온 적이 있었던가!


  전넷의 활동이 7개월을 넘긴 지금, 주변의 의구심은 한결같다. 교육과정에 대한 현재 수준의 참여와 숙의가 어떤 의미인지, 그 물음에 대한 전넷의 답은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킬 것이 아니라, 두 팔을 벌려 은하수를 품자’라는 것이다. 전남의 교사들은 개정 교육과정에 참여하여 의사 표현하는 것을 넘어 전남교육과정을 통째로 들여다보고 도민과 함께하는 교육과정을 만드는 것에 공감하였다. 생각보다 많은 교사가 참여하여 자발적으로 네트워크 모임을 만들었고, 교육청도 화답하여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함께하기로 하였다. 어쩌면 이제 겨우 출발선에 섰을지도 모른다. “그런 말씀이 더 설레게 하는 것 같아요. 그 짧은 시간에 뭔가를 이뤘다고 들썩거린다면, 또다시 손가락과 달에 마음을 빼앗겨 은하수를 품는 일에 손을 놓게 되지는 않을까요?” 어느 선생님의 차분한 음성이 화상회의 화면 너머로 들려온다.




[참고자료-1] 전남교육과정 현장 네트워크의 활동 경과                        

[참고자료-2] 국민 참여 국가교육과정 개정 협의문 발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2021년 7월 각 지역의 논의 내용을 토대로 집중 논의를 위한 30명 규모의 숙의단을 구성하고, 인간상, 교육목표, 역량 / 범교과, 창체, 편제와 시수, 학교 교과 / 내용 체계, 성취기준, 평가 / 지역교육과정, 거버넌스, 지원 및 기타 / 초등교육(학년군, 안전한 생활, 유초 연계 등) / 중등(스포츠클럽, 자유학기제) 및 특수 / 고교학점제, 대입 등 7개 분야로 논의를 전개하였다. 논의 결과가 반영된 「국민참여 국가교육과정 개정 협의문」은 국가교육회의 누리집의 ‘제26차 회의자료집'을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참고자료-3] 전남교육과정 거버넌스의 구조도



+2021 가을호 목차+


들어가는 글_2021 새넷 가을호


1. 시론


2. 포럼 & 이슈


3. 특집


4. 전국 NET


5. 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6. 티처뷰_teacherview


7.이 책 한 권!




+과월호 보기+


2021년


2020년


2019년


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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