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설계도를 구현하려면,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비용이 필요하다.
이번에는 인생설계 매트릭스의 3번째 '비용'의 영역이다. 지난 '자신'의 영역에서는 우리가 가진 유무형의 자산을 알아보았고, '고객'의 영역에서는 우리의 자산을 바탕으로 누구를 도울 것인가 찾아보았다. 이번에는 자신의 영역을 업그레이드하고, 고객의 영역을 넓히는데 필요한 비용을 계산해 보려 한다. 비용은 내 인생의 활동들을 원활하게 지속하기 위하여 계속 공급해 주어야 하는 연료와 같다. 연간이나 월간 단위로 지출하는 금액으로 계산할 수도 있고, 자신의 열정 에너지를 사용하거나 건강 문제와 같이 돈으로 계산 못 할 수도 있다. 아래의 사례는 이해를 돕고자 편의상 구분한 것일 뿐, 사람마다 나름대로 항목을 달리 할 수 있다.
우선 첫 번째로 자신의 역량을 업그레이드하는데 드는 비용이다. 내 인생의 설계도는 앞서 설명한 '자신'의 영역에 정리한 역량과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게 된다. 현재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역량이라도 주기적으로 보수 교육을 받거나, 트렌드에 따라 새로운 역량으로 바꿔야 할 수도 있다. 또는, '고객'의 영역에서 새로운 대상을 발굴함에 따라 기존에 없던 역량을 새로 갖춰야 할 때에도 신규 학습에 필요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컨설팅이나 강의 등 지식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은 끊임없이 자신의 컨텐츠를 개발하고 지식수준을 높여야 한다. 이를테면, 학위를 취득하거나, 관련 세미나 및 교육과정에 참여하는데 드는 비용을 말한다.
내 경험을 들자면, 컴퓨터 프로그래머로서 회사 생활의 절반을 지날 즈음, 부부상담을 계기로 사람을 이해하는 학문을 공부하고 싶었다. 상담심리학이라는 새로운 전공을 취득하게 되었고, 이후로도 에니어그램 강의 자격과정, 도형 심리 검사 과정 등을 이수하는 과정에서 교육 관련 비용이 들었다. 최근에는 고객을 위한 코칭을 위해 코치 양성 과정을 시작했고, 지식과 감성의 깊이를 더하고자 꾸준히 책을 사서 본다. 물론 이 외에도 교육과 관련된 정기적 메일 구독을 통하여 관심 있는 교육과정에 참여하기도 한다.
두 번째는 활동 기반이나 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다. 개인 사무실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기본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이 꽤 많다. 건물 임대료, 공공요금, 세금, 교통비, 식대, IT 유지 비용 등 주기적으로 계속 나가는 비용이다. 물건을 만들어 파는 제조업을 생각한다면 재료와 유통에 관련된 비용도 따져봐야 한다. 기본적으로 1년 기준으로 비용을 시뮬레이션해보는 게 좋은데, 책이나 신문을 통해서 다른 기업의 결산보고서 비용 항목등을 참고하면 된다. 직원을 두어야 한다면 인건비도 생각해야 하는데, 1인당 비용도 만만치 않거니와, 필요한 사람의 채용에서부터 계속 근무하게 하기 위한 인센티브까지 고려해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미리 검색해 보고, 관련 협회나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경험자에게 조언을 구해보는 것도 좋다. 가능한 구체적인 항목과 금액으로 정리해 보면, 향후에 인생의 설계도 규모를 늘리거나 줄일때 도움이 된다.
나는 1인 지식기업의 형태여서 제조업과 달리 제작비, 유통비, 인건비 등은 발생하지 않는다. 사무실도 다른 1인 기업가와 2인 사무실을 공유하여 사용 중이고, 교통비 또한 경기도 자택에서 서울 사무실까지 대중교통편으로 출퇴근 함으로써 비용을 많이 절약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이 좀 오래 걸리는게 흠이지만, 독서와 글쓰기 등이 가능한 것에 만족한다. 다만, 사무실이 있기는 해도 강의와 컨설팅을 주로 하는 일의 특성상, 모바일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고성능 노트북 컴퓨터와 특정 휴대폰 요금제, 인터넷 저장 공간 사용료 등에 적절한 비용을 쓰고 있다.
세 번째 항목은 전문가 고용 비용이다. 우리는 혼자서 세상의 모든 종류 일을 다 해낼 수는 없다. 특히, 현대의 사회는 분업화된 형태의 산업이 많기 때문에, 나는 몇 가지 일에 집중을 하고 나머지 영역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대표적인 몇 가지 영역을 살펴보면, 세무와 관련된 일, 법적으로 검토해야 할 일, 마케팅이나 홍보와 관련된 일, 특정 영역의 전문적인 조사 등이 있을 수 있다. 앞서 '자신'의 영역 편에서도 얘기했지만, 이러한 전문가들을 나의 인맥 네트워크에서 확보한다면 비용 절감에 큰 도움이 될뿐만 아니라, 믿고 맡길 수 있는 신뢰를 바탕으로 내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를 고용하는 일은 비용이 많이 들기도 하지만, 필요에 맞는 사람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나도 1인 기업으로 출발했던 초기에 홀로 이것저것을 하려다 보니 막막했던 경험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1인 기업가들끼리 정기 모임과 SNS에서 교류를 하다 보니, 각자의 역량을 공유하자는 데에 뜻을 모아 협동조합을 결성했다. 기획/홍보/세무/법률/미디어/번역/컨설팅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이니 큰 힘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1인 기업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영역에 협동조합의 자격으로 제안할 수 있어 사업의 영역도 확대할 계획이다.
네 번째 항목은 신체적, 심리적 비용이다. 이 부분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항목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내가 계획한 일에 열정을 다하느라 발생하는 비용이기 때문이다. 가령, 예전보다 더 시간을 투자하고 늦은 밤이나 주말에 일을 할 수도 있다. 또한, 정신적 스트레스나 인간관계에서 오는 마음의 불편함도 생길 수 있다. 가능한 그런 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앞서 '자신'이나 '고객'의 영역을 선정해야 하겠지만, 멀리 앞을 내다본다면 꼭 넘어야 할 과정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미리 예상해서 준비를 하는 것이 예상치 못하게 맞닥뜨리는 것보다 낫다. 꼭 필요한 경우라면 최소화하는 게 좋고, 목표 기한이나 투자 시간을 미리 설정해서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게 좋다. 아무리 훌륭한 일이라도 나를 계속 희생하며 진행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나는 1인 기업 초기에 일에 대한 의욕이 높았다. 회사를 다닐때 못 해본 것들을 다 해보고 싶었고, 그동안 참여 못했던 세미나와 교육도 모두 듣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회사를 다닐 때 보다 몸과 마음은 더욱 바빠졌고, 가족들은 오히려 내 얼굴 보기가 더 힘들다고 불평이 늘었다. 또한, 단기간 내에 내 일을 안정시키고 싶어 조바심이 생기다 보니, 목표에 대한 조기 달성을 위한 스트레스가 커지기도 했다. 1년이 지날 무렵,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호흡을 다시 가다듬었다. 새로운 인생을 위한 시작인데 너무 성급하게 달려왔다는 생각이 들었고, 미래에 대한 시야를 넓혀 최소한 10년 주기 이상의 설계를 목표로 했다. 덕분에 '자신'과 '고객'의 영역을 더 핵심적으로 집중하여 선정하게 됐다.
위의 내용을 정리해 필자의 '비용' 영역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연구 학습 비용 : 교육/세미나/학습 참여, 도서 구입
# 활동 유지 비용 : 임대료, 공공요금, 통신비, 식대, 교통비
# 전문가 비용 : 협동조합 투자 및 운영회비
# 신체/심리적 비용 : 혼자 일해야 하는 부담감 및 스트레스
인생의 설계도를 작성할 때 현실적인 비용들을 살펴보지 않으면, 허황된 꿈에만 그치거나 현실의 삶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장밋빛 미래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제약 조건을 보지 못할 수 있다. 자신의 역량과 비용은 생각지 못하고 비현실적인 꿈을 그릴 수도 있다. 지금까지 살펴 본 '비용'의 영역에서는 현실에 대한 감각을 일깨워, 내 설계도가 실현될 수 있는지 직접 검증해 보았다. 그러자면, 당장 내 통장에서 돈이 나가는 것처럼 구체적으로 금액까지 정리해 보기를 권한다. 매일/매주/매달 가상으로 정산을 해보고, 1년 단위로는 얼마가 필요할까 가늠해 본다. 지금의 사정과 비교해서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자신'과 '고객'의 영역을 더 확대할 수 있고, 생각보다 비용이 크다면 항목을 몇 가지 줄여 핵심활동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내 인생은 내가 경영하는 사업과 같고, 이제 CEO가 되어 내 삶이 구현되는 과정을 미리 살펴보자.
[3줄 요약]
- 인생 설계 매트릭스 4개의 영역 중에서, 비용의 영역은 자신과 고객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데 필요한 것이다.
- 자신의 업그레이드, 활동 기반 유지, 전문가 고용, 심신의 건강과 관련된 비용을 따져 본다.
- 구체적으로 비용을 살펴 볼 수록, 인생의 설계도를 구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