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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Jun 18. 2022

아이의 속도로 배우는 과정을 함께 하기

아이와 함께 배우기 19

언젠가 아내가 아이에게 나의 꾸역꾸역을 왜 안 가르쳐주냐는 듯한 표현을 했다. 아내의 마음을 알겠으나 내 생각에는 내가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꾸역꾸역의 비결을 말해도 스무 명 중에 한 사람이 그걸 시도해본다. 그렇게 확률적으로 드물게 공감하는 일을 아직 어린 우리 아이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아 다른 방법을 찾아 보았다.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지만 결국 나답게 꾸역꾸역 뭔가 실마리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쓴다.


아이의 세계를 전폭 수용한다

아이가 틈만 나면 엄마 노트북으로 유튜브를 보았다. 중독이다. 아이가 보는 유튜브는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둘 중 하나다. 하나는 단순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고 실험을 영상으로 표현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종이접기 영상이다.


첫 번째는 지적 자위행위라 나도 자주 하지만 아이에게 권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두 번째는 내가 관심이 없는 영역이긴 해도 아이가 그걸 좋아하는 점을 거부할 이유는 없다. 그래서 어느 날 둘만 있는 기회가 있을 때, 아이에게 (종이접기로 만든) 팽이에 대해 물었다.


예상대로 아이는 부모가 자기에게 관심을 갖는 일에 긍정적인 반응을 했다. (아빠는 종이접기를 싫어하는데) 그렇게 시간을 들여 노력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랬더니 정성스럽게 표현을 하는데, 어른들 말로는 '성취감' 이랑 비슷한 것이라고 공감을 해주었다.

언어의 모호함을 보완하기 위해 동생이 상자속의 팽이를 가져가도 양보해줄 수 있는 힘이 또 만들 수 있다는 느낌 아니냐고 되물었더니, 아이가 이해한 듯 자기 식으로 예를 들여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이 얘기 먼저 들어주기

기억에 의존해서 쓰다보니 조금 오류가 있었다. 사실은 평일에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고 물었다. 학교 수업은 지루해서 밖에서 노는 일 말고 또 다른 일에 대해 묻다가 팽이가 나왔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공통적으로 시간을 쓰는 일이 아이에게는 팽이 접기였다.


그러다가 앞서 말한대로 성취감에 대해 설명하다가 아이의 양보를 칭찬했다. 뒤이어 자기 세계에 관심을 보여주자고 의도한 말들을 했다. 그 후에 잠시나마 부자의 정이 흐르는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자기 세계에 관심을 보여주자는 생각은 사실 개취인정의 힘든 경험이 나에게 알려준 것이다. 나는 아이가 아니라 어른의 세계에 관심을 가져준 데에서 먼저 배웠기에 아이도 어른이나 마찬가지구나 느꼈다.


동시에 내가 칭찬에도 야박하고, 다른 사람의 세계를 온전히 수용하는 데에도 야박함을 깨닫는다.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고 경청에 대한 노력이 8년이 지났어도 아직도 힘들다는 점이나 같은 이치라 재확인이라 하겠다.


보상은 경험을 낚기 위한 미끼

어쩌면 성취감도 출처가 있는 계획에서 온 것일 수 있다. 아이와 시간을 보낼 즈음 아래 인스타를 저장하고 몇 차례 드려다 본 일이 있다. 그래서 그걸 모방했는지 무관한 일인지는 알 수 없다.


두 달 만에 둘이서 수학을 이야기하기

그러다가 운좋게 아내의 바램을 조금이나마 실천할  있는 틈을 찾았다. 그것은   가까이 쉬어온 수학 공부를 같이 하는 일이다. 아내가 수학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아이가 기계적으로 푸는 수학 문제를 출제 의도를 알고 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렇게 되면 아이도 자기 나름의 기준으로 공부를 해나갈  있다는 믿음에서이다.


그래서 아이가 상자속 팽이가 42개라고 하는 이야기에서 찬스를 포착했다. 박스에서 팽이를 꺼내 사진과 같이 무질서하게 퍼트렸다. 그리고 아이에게 하나씩 세라고 했다.

그리고 가지런한 모양으로 세우면 훨씬 쉽다는 점을 눈으로 보여줬다. 다행히 아이가 똑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학습지와 달리 새로운 뭔가가 뒤뇌를 자극하는 순간이 온 모양이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아빠가 말한 논리를 자기 말로 구현하려고 노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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