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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Mar 14. 2023

분노의 시대에 경영하기

HBR 구독에서 일상 활용으로

이 글은 같은 제목의 HBR 기사를 읽고 인상 깊었던 내용을 메모하고 생각을 정리할 목적으로 쓰는 글입니다.


저자인 카르틱 라만나 옥스퍼드대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어느 분야든 리더들은 분노한 관계자들을 상대하고 있다.


기사는 저자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분노의 시대에 경영하기> 요약판 정도로 보인다. 그의 노하우는 5단계의 프레임워크로 제시된다.


1단계. 온도 낮추기

흥미로운 시작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분노의 임상적 근거를 인정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온도가 올라가기 전에 이해관계자들이 합의한 바 있는 참여 프로세스를 준수하는 것이다.

둘 모두 일단은 분노한 관계자에 먼저 집중하라는 조언으로 보인다. 더 살펴보자.


분노의 임상적 근거가 무엇인가?

공격성에 대한 행동과학은 방대한 분야다. 경영자 입장에서 핵심적으로 알아둬야 할 통찰은 주변 조건, 감정 및 인지적 추론의 상호작용에 의해 상황에 대한 심리적 반응이 형성된다는 점이다.

실천을 위해서는 두 가지를 기억해야 할 듯하다.

먼저 물리적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덥고 습한 방에 있을 때, 환기가 잘되는 방에서보다 화를 낼 가능성이 더 높다.

그리고, 상대가 감정을 가라앉히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

다음으로 인지적 추론에 쓸 수 있는 자원이 제한돼 있을 때, 감정이 행동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사에는 "한숨 자라"는 조언을 예시로 들기도 한다.


정신적 '스크립트'의 영향력 이해하고 다루기

분노의 성질을 이해했다면, 공동의 절차(일종의 핸드북)를 다룰 차례다.

개개인에게 뿌리내린 스크립트를 형성한 경험을 통제할 수는 없다. 여기에 직접적으로 맞서는 것은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분노한 이에게 바로 부딪히는 일을 피하라(a.k.a. Slack)고 조언한다.

지속가능한 해결책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한 첫걸음을 뗄 수 있다.

그리고 상대의 배경과 이해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경영자로서 당신은 불을 끄려고 달려들기 전에 시간을 내서 주요 이해관계자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그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어떻게 동의를 구하는가?

우리 공동체의 규칙은 간단하다.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의 스크립트가 너무 공격적이어서 들어줄 수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모든 사람은 자신의 발언이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방식에 책임을 져야 한다. 두 번째 규칙은 구성원들이 단순한 토론자가 아니라 리더가 되기를 목표하도록 유도한다.

내게는 모두 책임 있는 발언을 하도록 하고, 실천 없는 비판을 지양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라는 말로 들린다.


2단계. 분노 분석하기

이해관계자 간에 스크립트를 공유하고 숙고해서 두 번째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데, 여기에도 두 부분이 있다.

스크립트에 대한 설명 없이 계속 글을 쓰려니 불편한데, '서로 생각이 다른 부분을 드러내는 것' 정도가 효용성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스크립트에 대한 정의 대신에 내가 그린 익숙한 그림을 소환한다.

저자가 말한 두 분은 원인 분석과 촉매제 분석이다.


원인 분석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앞서 이야기한 분노의 3가지 동인, 즉 미래에 대한 절망, 게임이 조작됐다는 느낌, 타자화의 이데올로기 중 어떤 것이 작용하고 있는지 식별해야 한다.

세 가지 중에서 세 번째인 '타자화의 이데올로기'는 조금 낯선 표현인데, 기사에 설명이 있다.[1]

아마도 처음의 두 문제에 기인해 많은 사람들이 ‘타자화’의 이데올로기, 즉 계몽주의적 자유주의에서 벗어난 ‘우리’ 대 ‘그들’의 사고방식에 빠지고 있다. 역사가 새뮤얼 헌팅턴은 이 같은 현상을 ‘문명의 충돌’이라고 부른 바 있다.

아무튼 분노의 원인에 따라 대응을 달리해야 하기에 당연하게도 원인 파악이 선행되어야 한다.

만약 분노의 원인이 타자화 이데올로기라면 직접 상대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불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략> 경영자들이 개인적인 이데올로기를 부정하라는 뜻이 아니다. 이해관계자들과의 이념적 차이에 직접 관여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촉매제 분석

관계자의 분노를 강화하는 요인을 찾는 것이 목표다. 특정 인물이나 사건일 수 있으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3단계. 반응을 구체화하고 제한하기

분석이 끝났으니 대처를 해야 하는데, 이때 나를 지탱하는 두 가지 개념이 있다면 유익할 듯하다.

여기에서는 부족한 반응과 지나친 반응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아래의 두 가지 개념을 고려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역량의 비대칭

분노한 관계자를 상대해야 할 때, 감정을 내려놓고 이렇게 고민할 수 있다면 어떨까?

다른 기업들에 비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더 뛰어났기 때문이다. 유사한 상황에 놓인 경영자라면 다음 4가지 질문을 고려해야 한다. (1) 분노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이 우리에게 있는가? (2) 우리가 반응하지 않는다면 상황이 나빠지는가? (3) 관계자들과의 (암묵적) 계약상 분노를 완화하기 위해 우리가 행동해야 하는가? (4) 우리는 행동을 취하길 원하는가?

위의 4가지 질문 모두에 대해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경우에만 행동하지 않아야 한다.

글로벌 거대 기업인 네슬레의 사례 자체는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분노한 상대를 이러한 프레임워크 없이 상대하느라 정서적으로 피폐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이지만 기록해 둘 가치는 있는 듯하다.


그리고, 위 지침을 잘 이행하여 의사결정을 했어도 주의할 점이 있다.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결정했다면 다음 과제는 과도하게 행동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충족할 수 없는 수준의 기대치를 설정하고 조직의 핵심 업무에서 벗어나거나 심지어 파산에 이를 수도 있다. 이는 두 번째 개념으로 이어진다.


기대치 바꾸기

규모가 커지면 군중이 기대치를 갖는다.

지난 수년 동안 이케아는 스스로를 스웨덴 문화의 연장선으로 브랜딩 해왔다. 스칸디나비아에서 영감을 받은 키치로 가득한 동네 이케아를 방문하는 것이 마치 스웨덴을 여행하는 것과 같았던 것이다.

사회 변화에 따른 기대치의 변화에 대해 기업 내부에서는 포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오랫동안 스칸디나비아식 진보주의의 모범으로 자리매김해 온 기업이 사우디아라비아 내 카탈로그에서 여성의 사진을 삭제했다는 것은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중략> 사우디 언론조차 이케아의 정책에 의아해할 정도였다. 반면 스칸디나비아 문화는 훨씬 더 진보적으로 변했다. 기대하는 바가 달라진 것이다.

분노로 인해 시장의 반응이 당혹스러운 순간에 역시 다음과 같은 질문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기대치의 변화로 인한 악영향을 피할 수 있도록 다음 3가지 질문을 지속적으로 숙고하며 현실을 확인해야 한다. (1)이 약속을 진정으로 충족할 수 있는 우리의 전략은 무엇인가? (2)이 약속의 한계선은 어디이며 관계자들에게는 어떻게 전달됐는가? (3)이 약속에 대한 기대치가 변화한다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

이케아의 어려움을 예시로 들며 저자는 내부 직원들의 감정을 바탕으로 대처 방안을 효과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신뢰할 만한 직원으로부터 당신이 (외부) 이해관계자의 분노를 해결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지 않다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치중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면 접근방식을 재고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는 직원들이 자신의 관점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한다. 직원들은 다른 이해관계자들을 대표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짧은 경험이었지만, 리테일 회사와 일할 때 현장 대응 직원들의 공통적인 패턴은 고객이나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대변하려고 항상 노력한다는 점이다.


4단계. 타인을 움직일 수 있는 스스로의 능력 이해하기

분노에 대처하기 위해 ‘무엇’을 할지 결정한 뒤에는 ‘어떻게’ 이를 실현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두 단계로 이루어진 프로세스다. 먼저 다른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의 원천이 조직 내부에 있는지 외부에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즉 공간적 이해다. 다음에는 그런 능력을 활용하면 어떻게 변할지 고려하라. 시간적 이해다.


공간적 이해: 어디에서 능력이 오는가.

저자는 능력을 네 가지로 분류한다. 위계적 귄위에서 오는 '강제적 능력(인사권 등)', 교환에 기인한 '호혜적 능력', 개인의 카리스마에 기인한 '감정적 능력',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성적 능력'이 그것이다. 이들 분류가 어떻게 유용하게 사태 파악에 쓰이는지는 다음 문장에 잘 나온다.

여성이자 소수인종 출신인 그녀는 남성 중심의 옥스퍼드 의료진 네트워크 밖 외부인이었고, 따라서 그녀의 카리스마가 의료진을 흔들 리 만무했다. 또한 거래에 기반한 호혜적 능력도 부족했다. 옥스퍼드대학병원은 공공기관이기에 급여와 보너스를 결정할 수 없었다. 국가적 급여 체계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병원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을 통해 관계에 기반한 호혜적 능력을 기르고 있기는 했지만, 그제야 막 성과를 보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시간적 이해: 어떻게 능력이 발전하는가.

결과적으로 팬딧은 (정부 당국의 노여움을 사고 반항적인 직원들을 부추길지도 모르는) 단기적 리스크와 (‘네버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 병원을 만드는) 잠재적 장기 성과 사이에서 균형을 맞춘 것이다. 또한 그녀는 정말로 필요할 때를 위해 강제적 능력을 아껴 두고자 했다.

아래 문장을 읽으며 나는 속으로 '우와'하고 감탄했다.

능력이 어떻게 발전하는지 파악하려면 이를 행사하는 3가지 기본적인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조직문화를 통한 암묵적 방법, 논의 주제를 통제하는 간접적 방법, (당신 스스로나 대리인의) 직접적 개입을 통한 명시적 방법이다.

자신을 이 정도로 인지하고 차분히 평가하고 행동할 수 있는 상태에 대한 경외감이 흘러나온 탓이다.


5단계. 탄력성 회복하기

탄력성이란 부정적인 충격으로부터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각종 위험 및 실패에 대해 지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핵심이다.

저자는 조직과 개인 차원에서 탄력성을 다룬다.


조직적 탄력성.

시행착오에 안전한 공간을 뜻하는 내용으로 보이는데, '관계적 계약'이라는 표현이 쓰이는 모양이다.

현장 상황에 밀접히 관련돼 있고 신뢰할 만한 유능한 직원들에게 의사결정 책임을 위임하는 데서 출발한다. 여기에는 경제학자들이 ‘관계적 계약’이라고 하는, 경영진과 직원 사이 서로 어떤 결정을 내리고 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규정하는 가치에 대한 암묵적 이해가 필요하다. 도요타의 안돈andon-行燈 코드가 좋은 예시다.

조직 문화를 만드는 힘이 리더에게 있어야 한다는 일화를 떠올리게 한다.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수년 동안 도요타의 시스템을 모방하려고 노력했지만 여기에 필요한 관계적 계약을 형성할 수 없어서 실패했다. 한 조직의 탄력성은 또한 리더들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미래의 조직 경영을 개선할 계획 사이에서 줄타기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마지막에 줄타기라 묘사한 문장은 <위대한 리더는 무엇이 다른가>편을 떠올리게 한다.


개인적 탄력성

다양한 문헌에 기초한 통찰로 세 가지 교훈을 추려서 제시한다.

낙관주의와 탄력성을 혼동하지 말라.

학습된 무력감에 주의하라.

초연함을 기르라.

이 중에서도 초연함을 기르라는 교훈에 나에게 가장 와닿았다.

고대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에 따르면 "인생의 주된 임무는 단순하다. 어떤 것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일이며 내가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 선택에 관련된 것인지 스스로에게 분명히 말할 수 있도록 사물을 식별하고 구분하는 것이다.” 필자는 분노의 시대에 성공한 경영자들이 종종 스토아 철학적인 자세를 견지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케이스 스터디 대상이었던 사람들을 통해 스토아 철학에 이끌리게 됐다. 종종 스토아 철학을 즐거움이든지 고통이든지 감정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스토아 철학의 목표는 감정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병적인 감정을 피하는 것이다.


주석

[1] 기사 내용도 명쾌하지는 않지만 굳이 따져 묻고 싶은 주제가 아니다.


지난 HBR 활용기사

1. 사분면 혹은 매트릭스 활용하기

2. 피터 드러커의 <경영과 세계 경제>를 읽고

3. 스포츠 경기장에서 비즈니스로

4. 하이브리드 근무 시대 조직문화 구축 노하우

5. 가치와 믿음 그리고 가치정렬 프로세스

6. 기업의 열망을 구성원들에게 배양하기

7. 단절의 시대, 끊임없이 진화하라

8. 미래에서 현재로 역행하며 비전 세우기

9. 포뮬러원 감독에게 배우는 5가지 리더십 교훈

10. 좋은 후원자가 되는 법 활용

11. 옳고 그름보다는 상충관계로 보기

12. 전략과 원칙의 의미와 활용

13. 목적은 믿음의 차이를 극복하는 개념

14. 현명한 업무 설계를 돕기

15. 비허가형 기업 만들어가기

16. 작명에 대한 기록에서 보물을 발견하다

17. 위대한 리더의 차별점과 4가지 종류의 창의성 기르기

18. 가격 책정 패러다임을 확장하라

19. 세계 최대 규모의 완전 원격근무 기업 CEO에게 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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