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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R 기사 <세계 최대 규모의 완전 원격근무 기업을 구축한 깃랩 CEO>는 굉장히 시원시원한 느낌의 글이다. 구글링 해보니 저자인 시드 시브랜디가 깃헙(github)을 넘어서려는 야심을 보이는 글도 있고 외모에서 풍기는 자신감이 글에도 나타난 듯하다. 그리고 '원격근무 절대주의자'란 과장된 듯한 표현도 보였는데, 태생적으로 원격근무로 깃랩을 시작하여 쌓은 노하우가 기사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편으로는 <하이브리드 근무 시대 조직문화 구축 노하우>편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시드 시브랜디의 경우는 창업자가 적극적으로 선택해 온 과정이고, <하이브리드 근무 시대 조직문화 구축 노하우>에서는 코로나로 벌어진 '혼란을 변화의 기회로 삼는다'는 접근이라는 점에서 출발하는 관점이 다르다. 다만, 내 입장에서 혹은 우리 회사 입장에서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 한쪽의 관점으로 보지 않기 위해 먼저 시드 시브랜디의 이야기를 살핀 후에 해당 내용을 <하이브리드 근무 시대 조직문화 구축 노하우>의 관점으로 견주어 보기로 한다.
그가 가장 먼저 강조한 교훈이기도 하지만 소제목으로 등장한 '인풋보다 아웃풋'은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관리자들은 이쪽 용어로 ‘마일스톤’이라고 부르는 프로젝트를 생성하는데, 그 안에는 완수해야 할 구체적 과업인 ‘이슈issue’가 담겨 있다. 이슈는 ‘진행 중’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병합 요청merge request’을 통해 한 명 이상의 팀원에게 배정된다. 동료들은 이 이슈를 ‘저장 대기stage’하고 ‘변경 저장commit’할 준비가 됐다고 판단될 때까지 공동 작업을 수행한다.
잡지로 기사를 읽으며 밑줄 친 내용이다. 글을 쓰며 자연스럽게 해당 내용을 두 번째 읽게 된다. 첫 번째는 읽을 때는 하지 않았던 생각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 순간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은 과거에 '사무직'이라 뭉뚱그려 불리던 역할들도 지식 정보 산업에 속해 있다는 공통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깃랩을 쓰지 않더라도 같은 방식으로 일을 다루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이미 우리 회사는 개발이 아닌 업무도 그렇게 한가. 딱 하나만 빠져 있다. '마일스톤'을 적극적으로 쓰지 않는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 외에는 두레이에서 깃랩의 이슈처리와 거의 같은 방식으로 일을 처리한다.
다시 기사로 돌아가서 시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드미트리와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발전과 결과였다. 성공은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 같은 인풋으로 측정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아웃풋, 즉 무엇을 달성하느냐다.
일론의 'First Principles'가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 초점은 아웃풋을 측정하여 관리하고 인풋에 대해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세한 내용도 뒤따른다.
근무시간 기록을 확인하는 대신 우리는 부서별로 가장 중요한 지표를 주시한다. 영업직원에게 그 지표는 총매출액과 고객만족도다. 고객지원 직원에게는 대응과 해결 시간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게는 개발과 배포 속도가 주요 지표다. 흥미롭게도 엔지니어들이 완수한 프로젝트 수 대신 한 달에 얼마나 많은 작업 항목을 완결해 ‘출하’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기로 결정했을 때, 많은 직원들이 업무를 훨씬 더 작은 부분으로 쪼개 성과를 부풀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렇게 하라고 했고, 그런 분절적 접근법은 더 신속하면서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기사를 읽으면서 그들이 경영자로서 무엇을 했는가 알 수 있을 듯했다. 그들은 중요한 일에 집중했다. 흔히 많은 사람들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데 그치는 반면 중요한 일을 하는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그에 합당한 길을 찾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과거에 차세대 프로젝트에서 품질 관리를 담당한 분들과 마찰을 빚은 일이 여러 차례 있다. 당시 나는 최종 산출물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의 그들이 배운 지식이 사실은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믿고 있었다.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노력을 제거하는 일이 어떤 면에서는 목적을 지향하는 일이기도 하다.
드러커의 안목이 나에게 더해져 이제는 중간 산출물로 시간을 허비하던 모습이 팔리지 않는 상품을 만들어 쌓아 두는 재고와 유사한 패턴이란 사실이 보인다.
새로운 비용 개념은 비용과 편익이 실제로 무엇인지를 재정의해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원가 회계 시스템에서는 완제품 재고가 비용을 유발하지 않는다. 직접적인 노동을 전혀 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완제품 재고는 '자산'으로 취급된다. 새로운 제조 회계에서는 완제품 재고가 '매몰 비용'(회계 용어가 아닌 경제학 용어다)으로 간주된다. 재고로 쌓여 있는 물건으로는 어떤 수익도 거두지 못한다. 비싼 돈을 묶어 놓고 시간을 잡아먹는 셈이다. 그 결과 높은 시간비용이 발생한다.
같은 맥락으로 시드 시브랜디의 글을 보면 자연스럽게 드러 맞는다. 또한, 중요한 일을 결정하고 행동을 바꿔갈 때 관성으로 인해 중요하지 않은 일들이 나를 잡아끌었던 경험이 있다. 그때 스스로 단호해져야 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그가 기자에게 마치 '원격근무 절대주의자'인 양 비친 이유도 짐작이 간다.
두 번째 교훈으로 그는 문화 정렬을 말한다.
모든 기업문화는 규범과 가치에 토대를 둔다. 규범은 업무를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 동료들끼리 의사소통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안내하는 정책과 관행이다. 가치는 조직이 중요시하는 것이다. 깃랩에서 최고의 가치 두 개는 결과와 반복이다.
글을 쓰며 다시 읽었더니 이번에는 문화가 원격 근무자들 사이에서 동질감을 만들어주는 무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경계를 고민했던 경험도 자연스레 떠오른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따르면 '믿음'이 그 중심이고, 그걸 만드는 과정은 구성원들과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 모래알 조직이 되지 않으려면 마치 지형이 만들어지는 지구의 생성 과정처럼 대립을 포함한 융화도 필요하다.
문화 정렬을 어떻게 구축할까?
아울러 나를 비롯한 경영진은 말을 실천에 옮긴다. 핸드북의 팀 코너를 검색해 내 사진과 ‘읽어보세요’ 링크를 클릭하면 약력과 결점 리스트가 나온다.(‘내가 이런 결점에 굴복할 때 혹은 내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결점을 발견했을 때 지적해 달라’는 요청도 함께 적혀 있다.)
리더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글이다. 내가 브런치에 쓴 글 중에서 '리더'란 단어가 들어가는 글이 무려 54개다.
아래 내용은 '정서적 근접성 개발'을 떠올리게 한다.
인력 분산의 가장 큰 문제는 직원들이 같은 장소에서 일하며 자연스럽게 동료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얻게 되는 ‘지식 전수 기회’를 놓친다는 점이다. 깃랩 핸드북은 누구나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단일 정보저장소를 제공해 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 우리 직원들은 동료의 사무실에 들러 도움을 청할 수는 없지만 공동 편집된 최신 정보를 참고해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다.
정서적 근접성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직원들이 복도에서 서로 우연히 마주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특정 유형의 작업을 하기 위해 함께 모이도록 설계합니다.
비동기 협업에서 한계를 느낄 경우 동기화시켜 함께 문제를 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다면 다음 단계는 슬랙이나 줌을 이용해 동료와 협업하며 올바른 정보나 행동 방침을 이해하거나 결정한 다음 이러한 통찰을 핸드북에 추가하는 것이다.
깃랩의 독창성은 핸드북을 CEO인 시드 시브랜디가 동료 1인과 함께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투명한 공개는 건강한 조직이 만들어지는 배경이라고 믿는다.
공개와 공유가 힘(능력)을 받게 하기 위해 그가 무엇을 했는지 설명하는 내용이다.
우리가 자주 논의하는 아이디어는 쉽게 마음 상하지 않는 태도의 필요성이다. 친한 사이든 아니든 동료가 내가 작성한 코드를 보고 개선안을 내놓는다면 불쾌해 말자. 기꺼이 받아들이자. 그런 상황이 가능한 한 자주 발생하도록 우리는 진행 중인 업무를 위임할 것을 권장한다.
그리고 그들의 구체적인 장치인 '핵심 회의'를 설명한다.
최근 우리는 ‘핵심 회의’라고 부르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모든 부서가 분기별 OKR, 주요 지표와 최우선과제, 관련한 진척 상황 등을 담은 온라인 프레젠테이션을 경영진뿐 아니라 여러 부서를 아우르는 회사 전체 광범위한 청중을 대상으로 실시하게 한다. <중략> 프레젠테이션은 특정 부서만의 논의가 아니라 전체 대화가 된다.
만일 우리 회사가 도입한 ART 회의도 비슷한 모습으로 변모되길 기대해 본다. [1]
이들이 '각자의 관리자 되기'라고 부르는 원칙은 일종의 운동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대면근무든 완전 원격근무든 팀을 이끌 때는 수많은 우수 관리 원칙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가장 먼저 자기 관리의 모범을 보이고 장려한다. 우리는 이를 ‘각자의 관리자 되기’라고 부른다. 우리는 원격근무의 자율성을 감당하면서 팀원들과 능동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자발적 성향의 사람들을 고용하고 훈련시킨다.
요즘 종종 듣는 ‘커피 챗coffee chat’이라는 말이 여기도 나온다.
모든 관리자와 임원에게는 정기적으로 팀 미팅과 일대일 미팅을 열고 슬랙과 줌을 이용해 개방적 정책을 펼치라고 한다. 너무 바빠서 다른 사람을 상대할 시간이 없다는 게 자랑거리가 돼서는 곤란하다. 비공식적 의사소통은 온라인에서 협업하는 팀에 특히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 모두 시간을 내야 한다. 실제로 이스라엘에 근무하는 한 팀원이 ‘커피 챗coffee chat’ 개념을 널리 전파했는데, 엘리베이터나 탕비실에서처럼 자연스럽게 대화가 펼쳐질 수 있도록 동료와 특별한 안건 없이 짧은 온라인 미팅을 요청하는 것이다.
내가 하고 있는 세션 관리도 관리 원칙이 될 수 있을지 검토할 필요가 느껴진다.
앞서 예고한 대로 <하이브리드 근무 시대 조직문화 구축 노하우>을 다시 읽으며 해당 관점으로 내용을 다시 훑어보았다. 그랬더니 두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하나는 이미 인용한 '정서적 근접성'에 대한 부연이다. 먼저 정서적 근접성의 토대가 되는 특징들이 무엇인가 잘 설명되어 있다.
지지alignment: 직원들이 기업문화가 무엇인지 알고 회사를 위해 옳다고 믿는지
연대감connectedness: 직원들이 기업문화에 동질감과 관심을 느끼는지
다음으로 비대면으로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사전에 계획된 대면 상호작용을 하라는 조언을 새겨들을만한다.
각 대면 상호작용을 사전에 계획하고 협업이 더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새로운 현실을 창조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브랜던 라이디의 다음 교훈도 기억할 만하다.
성공하는 데 필요한 수단과 지원을 받고 있는지 물어봐야 합니다. 직원들의 말을 경청하는 일이 정말 중요합니다.
기사가 주는 교훈에 대해서는 모두 기록하였다. 마지막으로 기사 초입의 내용을 볼 때 나는 '도메인 드리븐'이란 개념을 떠올렸다. 무작정 베스트 프랙티스를 따라 하는 관행을 반면교사로 삼아 나 역시 다른 사람이 만든 개념을 차용한 것인데, 각자, 각 기업 그리고 상황에 맞는 성장 방법이 있다는 믿음이다. 어떤 구절이 이런 믿음을 떠올렸는지 인용한다.
드미트리 자포로제츠Dmitriy Zaporozhets와 내가 2013년 깃랩GitLab을 토대로 기업을 설립하기로 결정할 때만 해도 세계 최대 규모의 완전 원격근무 기업으로 발전시킬 의도는 없었다. <중략> 그저 서로 2000㎞나 떨어져 있고(드미트리는 우크라이나, 나는 네덜란드에 살았다) 처음 고용한 직원이 세르비아에 거주했을 뿐이다. 우리 중 누구도 이주하고 싶어 하지 않았기에 깃랩은 소규모의 분산된 인력으로 기업 활동을 시작했다. <중략> 다시금 우리는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 파는 데 공동 근무co-located가 필수요건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내친김에 내가 '도메인 드리븐'이란 표현을 사용했던 글을 찾아보고 공통 특성을 추려 정의를 대신해 보자.
함께 일하는 이들이 고민하는 영역(Domain)에 기반해 설계를 풀어가는 사상과 태도
쓰임새와 서비스의 분할 기준을 현장에서 찾는 방식 (현장에 어울리는 답 혹은 우리 상황에 맞추기)
주체자인 나의 감정과 편향이 포함되어 시작된다는 사실 인식
[1] 그러려면 회사가 성장해야 한다.
10. 좋은 후원자가 되는 법 활용
12. 전략과 원칙의 의미와 활용
14. 현명한 업무 설계를 돕기
15. 비허가형 기업 만들어가기
17. 위대한 리더의 차별점과 4가지 종류의 창의성 기르기
18. 가격 책정 패러다임을 확장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