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그녀를 사랑하는 방법 - 번외 편(1)

전반부 스토리 정리(1~16편) 및 설정 공유

by 작가 전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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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 회차를 쉽게 보시려면 '단편의 단편소설' 매거진을 활용하시면 좋습니다.


소설 '그가 그녀를 사랑하는 방법'도 어느덧 33편까지 발행되었습니다. 1화가 작년 11월 28일에 발행되었으니 세 달째 스토리를 이어나가고 있는 꼴입니다. 첫 번째 글을 찾으려면 스크롤을 한참 내려야 하고, 글을 쓴 저 역시 처음부터 읽어나가는데 2시간이 훌쩍 넘어갈 만큼 내용이 꽤나 쌓여있더라고요. 뿌듯하기도, 놀랍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한숨도 나왔습니다. 얼마나 연결감 있게 이어졌을지 걱정되기도 하고요. 중간중간에 수정할 부분도 많이 보였습니다. 어쨌거나 개략적인 세계관과 단편적인 아이디어, 그리고 이전 소설 '대낮의 납치극'에서 다루고 싶었던 이야기들에 대한 욕심만을 가지고 시작한 글이라 글쓴이 입장에서도 정리가 필요했고, 브런치를 구독해주시는 분들께도 그간의 스토리와 진행과정을 설명드리는 편이 좋겠다 싶어 이번 번외 편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개관


가상현실 유토피아는 참가자의 생각을 읽어 들여 세계에 반영하는 독특한 시스템이며 그 중심에는 작중에도 몇 차례 등장하는 '칩'이 존재합니다.(칩에 관한 내용은 25편에 자세히 언급하였습니다.) 유토피아 행복 연구소의 피실험자였던 '선명'의 실험 데이터로 개발된 이 '칩'은 착용자의 생각을 읽어 들이는 기능이 있습니다. '선명'은 상대방의 속마음을 읽는 독특한 능력을 가진 피실험자였고 '조박사'로 대표되는 유토피아 연구진은 선명이 그때마다 독특한 뇌파를 발생시킨다는 것을 밝혀내었습니다.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발된 칩의 '프로토 타입'을 작중에서 '소명'에게 장착되고 그 아이는 조박사의 안배에 따라 후와 선명을 만나게 됩니다.


소명은 이 글의 숨은 주인공 격으로, '소명'은 그녀의 원래 이름이지만(소장이 조박사에게 자신의 손녀를 이르며 '소명'이라는 이름을 쓰는 이유입니다.) 그것을 모른 체 자라납니다. 엄마(미진)가 그녀를 낳고 얼마 안돼 죽어버렸기 때문이죠.(33편 참조) 연구소에서 소명은 그저 '207번'이라는 번호로 불립니다. 자신이 소장의 손녀였다는 것도 뒤늦게야 알게 되죠.(32편) 그런데 자신의 이름을 결국 '소명'이라고 짓게 된 건 운명의 장난인 걸까요? 엄마와 친구였던 선명을 만나기 전까지 소명은 피해망상이 심각한 상태였습니다.(28편)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미워하고 죽이려 한다고 생각하며 공포와 증오 속에 살았지만 이상하게도 처음 본 후를 만났을 때 그에게서 만큼은 따뜻함을 느낍니다.(8편) 그래서 그를 따라가게 되죠. 소명이 후를 만나고 피해망상에서 점차 회복된 것은 그녀에게 장착된 프로토타입 칩 때문이었습니다.


조박사는 프로토타입 칩을 선명을 겨냥해 만들었습니다.(32편) 프로토타입에는 2가지 기능이 있는데 한 가지는 선명이 발생하는 뇌파를 흡수해 그녀의 속마음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기능이고, 다른 하나는 그 생각 그대로를 똑같이 상대방에게 돌려주는 기능입니다.(25편) 후는 작중에서 선명과 같은 능력을 가진 아이로 묘사됩니다. 즉, 소명은 프로토타입 칩을 장착하고 있었기 때문에 후의 따뜻한 속마음을 그대로 느꼈고 반감 대신 익숙함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동시에 후는 프로토타입 칩에 의해 반사된 소명의 속마음에 대한 자신의 추론을 마치 자신이 소명의 진짜 속마음을 읽은 것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죠. 때문에 프로토타입 칩은 선명이나 후처럼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 착각과 교란을 일으킬 뿐 아니라 상대방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부수적인 기능도 발휘합니다. 어찌 보면 '그가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최초의 기계적 이유가 되기도 하죠.


시스템의 개괄은 작중에서도 소장과 미자의 대화를 통해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27편) 가상현실 유토피아는 참가자의 행복감을 극대화해서 행복에너지를 추출하기 위한 시스템의 일부입니다. 본 소설의 세계관은 모종의 대규모 자연현상 이후 사람들이 점점 우울감에 휩싸이고 스스로 행복감을 생산해내지 못해 대규모의 자살 사태가 벌어지는 시대적 배경을 앞두고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가칭 '행복 알약'을 모두가 필요로 하게 되는데, 유토피아 시스템은 그 약을 대량 생산하기 위한 주원료 추출 장치입니다. 행복 알약에 대한 묘사는 앞선 소설 '대낮의 납치극'에도 작중에 가끔 등장했었지요.


당연하게도 앞으로 행복 알약은 매우 비싼 값에 거래될 것입니다. 부자는 가진 돈을 이용해 알약을 사고 빈자는 유토피아 시스템 속으로 들어가 자신이 원하는 삶을 누리며 행복감을 듬뿍 느낀 뒤 꽤나 큰 금액의 돈을 받고 나올 것입니다. 하지만 어쩐지 그들의 얼굴은 거멓게 죽어있겠지요. 행복을 사고파는 시스템이 공식적으로 허가될 미래를 앞두고 있으며 소설의 현재 시점은 그 직전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아직 대규모 자연현상은 일어나지 않았고, 몇 가지 징후만 발견되는데 유토피아 행복 연구소는 어떻게 미래를 예측했는지 행복 알약 대량생산을 위한 준비를 벌써부터 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연구소에서 그렇게 대규모로 아이들을 잡아들여 생체실험을 하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이슈화되지도 않고 공공의 제재도 가해지지 않습니다. 어떤 사회적 기능 같은 것이 이미 마비되어가고 있다는 징조겠지요. 돈 받고 아이를 팔아넘기는 부모도 그렇습니다. 적잖이 미쳐 돌아가는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는 현실의 보이지 않는 부분들이 이러한 세계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어차피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된 지 오래입니다. 행복 역시 사고팔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질 때 부익부 빈익빈의 흐름을 따라가지 않을 리 없겠죠. 어떤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행복을 팔 것입니다. 커다란 위기가 예측될 때 정보통제가 일어나거나 일부 상류층이 정부와 결탁해 자신들의 살 길을 대비하는 그런 일들 현재도 분명 일어나고 있는 일들일 것입니다. 팩트는 어차피 알 수 없죠. 그런 일들은 숨겨지고 보도조차 억제될 테니까요. 얼마 전에 넷플릭스로 개봉한 '돈 룩업'이라는 블랙코미디 정치풍자 영화에서도 등장했던 내용이기도 합니다.


회차별 스토리


1편에서 7편 : 가상현실에서의 '후'


가상현실 유토피아에서 후가 겪는 일을 다룹니다. 시간상으로 가장 뒤에 벌어지는 사건입니다만, 후는 결국 연구소로 보내지고 가상현실 속에서 살아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상현실의 모습은 참가자마다 다릅니다. 후의 가상현실은 '그림자'를 모티브로 한 세상이지요.(3편) 왜 그랬을까요? 아마도 후는 자신이 늘 그림자처럼 느껴졌나 봅니다.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늘 누군가의 뒤를 따라다니는. 후는 가상현실에서 그림자가 된 채로 '그녀'를 사랑하게 됩니다. '그' 또는 '나'로 묘사되는 후는 그 존재가 자신이라는 것도 알 수 없습니다. 후 역시 가상현실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개체일 뿐이니까요.


그림자는 사람과 소통할 수도 감각을 공유할 수도 없는 존재입니다. 그 태생적 한계 속에서 '후'는 모종의 기적을 경험합니다.(2편) 비록 달빛조차도 없는 완벽한 어둠 속이지만 그녀를 만날 수 있게 됩니다. 그 기적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후가 가상현실 속에서 만난 '신'은 누구였을까요? 어쨌건 그렇게 후는 그림자처럼 그저 검은 공간의 형태지만 그녀와 살을 맞대고 대화할 수 있게 됩니다. 시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을 그녀와 공유할 수 있게 됩니다. 여기서 그녀란 후가 사랑한 그 누군가의 '잔상'입니다. 어둠에 대한 공포로 잠들지 못하는 그녀. 누구일까요? 후는 그 안에서 다른 누군가의 그림자일 뿐이기도 합니다. 그림자로서 일을 할 때마다 그녀가 다른 남자를 바라보는 모습을 보며 가슴 아파합니다. 그녀가 늘 바라보기만 하는 그는 또 누구일까요? 그건 저도 알 수 없습니다. 꿈속에서는 모든 것이 뒤섞이기도 하니까요. 어쩌면 그건 쪼개진 후의 잔상일지도 모르지요.


가상현실 유토피아는 참가자의 행복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모든 것이 움직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세상에는 원칙이 존재하고 그 원칙은 임의로 깨어지지 않습니다.(27편) 그 원칙 하에서라면 어떤 일도 벌어질 수 있습니다. 참가자의 기억과 생각 속에서 능히 그곳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면 현실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세밀하게 구현됩니다. 참가자의 바람이나 불안, 초조의 반영이기도 하고요. 후는 그 속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그림자라고 믿고 살아가겠죠. 후는 언제까지 가상현실을 맴돌게 될까요?


8편에서 14편 : 소명의 회상


어른이 된 후는 무슨 이유에선지 소명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무시하는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소명은 후가 그렇게 변한 이유를 알고 있는 듯하네요. 그들이 다시 마주친 현실은 어디쯤일까요? 소명은 후를 만나던 날을 떠올려봅니다. 유난히 따뜻하고 행복했던 그때를.


소명은 후와 선명을 만나고 나서 언제나 방어적이었던 마음을 스르륵 열게 됩니다. 소명은 후보다 어린 나이로 묘사되지만 실제 나이는 후보다 2살 더 많습니다. 9편에서는 부모 없이 자란 그녀의 생존 방식이 자세하게 묘사됩니다. 선명과 후가 소명의 마음을 으레 읽어내는 듯한 장면이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그동안 경험해온 방식에 따라 상대방을 대하는 건 그들 역시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는 것 같네요. 앞서 소개드렸던 것처럼 이 두 사람이 소명의 마음을 읽는 건 착각에 가깝습니다. 다만 그 생각이 언제나 틀리지만은 않겠죠. 그저 우리가 늘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리고 생각해보듯 어쩌면 누구나 상대방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직감적으로, 또 경험적으로 알아차립니다. 물론 그것이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어쩌면 그 사소한 관심과 착각이 상대방에게 조금은 스스럼없이 다가갈 촉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글쓴이의 신념 같은 것이 반영된 부분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초기의 소명은 남이 시키는 대로 '명이 이모'라고 선명을 호칭하지만(9편) 후반부에는 '언니'로 호칭합니다.(29편) 소명의 내적 변화를 표현하는 모습입니다. 소명이 원래 나이를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것도, 후에 대한 태도 변화나 말투의 변화 등도 같은 맥락입니다. 10편에서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자기도 모르게 알아차리고 마는 후의 고충이 드러납니다. 그는 그것을 '능력'이 아닌 '지옥'으로 표현합니다. 후가 부모가 아닌 선명과 함께 살게 된 배경도 설명되지요. 선명이 그의 친모가 아니고 누이동생 관계라는 것도 알게 됩니다. 11편에서는 후의 부모로 보이는 남녀가 찾아오게 되지요. 후의 본명이 '승원'이라는 것도 알게 됩니다. 12편에는 '후'라는 이름의 유래가 등장하고 후가 선명을 처음 만난 날이 묘사됩니다. 세속적이고 돈만 밝히는 부모에게서 어린 후가 받았을 상처가 '독사 같은 언어'와 같은 아픈 글씨로 새겨집니다. 후의 부모가 일찌감치 연구소나 조박사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사실 역시 슬쩍 언급되지요. 후가 선명을 만난 이후로는 타인의 마음이라는 지옥에서 해방되었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선명과 만났던 7월 8일은 후의 새로운 생일이 되죠. 후는 선명을 만나 새 이름과 새 생일을 얻었습니다. 그는 그렇게라도 어쩌면 완전히 새로 태어나고 싶었는지도 모르죠. 그의 이름에도 그런 의도가 함께 묻어있습니다. 어쩌면 선명이 그런 후의 마음을 반영해준 이름인 것 같기도 합니다.


14편에서는 잠시 현재로 돌아옵니다. 소명 역시 가상현실 속을 헤매고 있습니다. 하얀 백사장에서 자꾸만 소멸되어가는 기억을 붙잡으려 애쓰는 모습이죠. 그리고 눈을 뜨고 누군가를 만나게 됩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숨은 누군가를. 소명은 그가 누군지 모릅니다. 아마도 그녀가 늘 만나고 싶었던 그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15편에서는 후가 부모에게로 되돌아가겠다는 결심을 한 배경이 설명됩니다. 소명은 자신에게 장착된 칩 때문에 그런 후의 마음이 고스란히 읽힙니다. 어린 소명이 다시 예전처럼 칼을 집어 들게 된 이유이기도 하죠. 16편에서는 소명의 이름에 얽힌 의미가 등장합니다. 소명은 선명을 닮고 싶었죠. 그녀의 원래 이름이 무엇이었건 그녀에게는 이름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녀는 스스로 누군가를 닮고 싶은 마음을 담아 자신의 이름을 지었습니다.


* 여기까지 해서 1편에서 16편에 대한 정리를 마칩니다. 짧게 다루려 했는데 이미 분량이 한 번에 읽기 너무 길군요. 남은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부족한 소설 즐겨봐 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꾸준한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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