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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혜탁 칼럼니스트 Mar 25. 2020

유통 상식사전 #36. 플렉스(Flex) 소비문화 단상

- ‘엄근진’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90년대생들의 망탈리테

유통 상식사전 #36. 플렉스(Flex) 소비문화 단상

- ‘엄근진’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90년대생들의 망탈리테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큰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도, 주요 백화점의 명품 매출이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플렉스(Flex) 소비 트렌드와 무관치 않다.


‘플렉스(Flex)’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플렉스는 돈을 쓰며 자랑한다는 의미의 신조어인데, SNS를 보면 정말 너도 나도 플렉스를 외친다. 특히 90년대생들이 플렉스 소비문화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이들은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을 지녔음에도 취업이 쉽게 되지 않는다. 또 몇 달 만에 억 단위로 상승하는 집값을 보고 ‘좌절’하고 만다. (정확히는 냉철하게 현실을 ‘인식’한 것일 수 있겠다.)


이런 상황에서 왜 한 푼 두 푼 아낄 생각하지 않고, 플렉스 타령이냐고 반문하는 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한 푼 두 푼 아끼는 것으로는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수가 없다. 티끌 모아 태산, 아니 티끌 모아 티끌이다. 수도권에 내 집 마련은 요원하기 짝이 없다.


플렉스와 SNS. 그리고 그 기저에 깔린 90년대생들의 망탈리테(mentalite).


그렇다 보니 매일은 못해도 가끔씩이라도 ‘플렉스’에 빠져 보는 것이다. 이런 90년대생들의 망탈리테(mentalite)가 SNS라는 과시용 플랫폼과 결합되어 나타난 것이 명품 소유에 대한 강한 애착이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큰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도, 주요 백화점의 명품 매출이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위의 플랫폼 환경과 무관치 않다.


SNS 특성도 한몫한다. 블로그, 싸이월드, 페이스북 등과는 생리 자체가 다른 인스타그램은 사진 한 장으로 상대의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 이때 사진 속 나를 빛내줄 고가 아이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값비싼 가방, 시계, 구두는 나의 자존감뿐 아니라 내 계정의 존재감을 지탱해준다.


아울러 90년대생들에게는 ‘돈 자랑’ 자체가 허물이 되지 않는다. 외려 돈 많은 사람들을 대놓고 상찬하곤 한다. 과거에는 부유함을 노골적으로 뽐내는 것을 경박하게 보곤 했으나, 지금은 그 돈이 정당하게 번 돈이라면 딱히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돈 자랑’ 자체가 허물이 되는 세상이 아니다. 이런 현상을 ‘엄근진’으로 바라보면, 플렉스에 대한 이해도를 떨어뜨릴 뿐이다.


플렉스 문화에서 특히나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돈을 많이 버는 이른바 ‘셀럽’들의 유튜브 채널에서 90년대생들이 다는 재치 있는 댓글을 보면, ‘애완견이라도 되고 싶다’ ‘양자로 삼아주세요’ 같은 류의 반응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댓글을 보고 기성세대들이 자존심도 없냐, 혹은 지나치게 자조적이라고 ‘정색하고’ 준엄하게 말한다면(‘엄근진’), 포인트가 어긋나도 완전히 어긋난 것이다.



이렇게 댓글을 달고, 공감을 표시하는 것 자체가 그들에겐 ‘재미’다. 장난치는 과정 자체가 플렉스 소비를 둘러싼 놀이문화인 것이다. 오히려 속으로는 부자를 질투하면서 밖으로는 괜찮은 척하는 것보다야, 90년대생들의 이러한 유쾌한 ‘부자 숭상’이 좀 더 건강해 보인다.


다만 플렉스 문화가 좀 더 다양한 갈래로 분화되었으면 한다. 가령 플렉스가 기업의 CSV(공유가치창출)와 연결되면 어떨까? 명품 소유를 과시하고자 했던 것처럼, 기업이 주관하는 사회공헌활동에 동참하고, 기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사방에 자랑하는 것이다.  

좀 더 다양한 얼굴의 플렉스가 출연하길 기대해본다.

구찌 가방을 들고 찍은 사진에 동경의 댓글이 달리듯, 좋은 일에 앞장서고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포스팅 아래에도 공감과 칭찬의 피드백이 이어지는 문화! 예전처럼 남한테 알리지 않고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공익적인 성격의 일은 쑥스러워하지 말고 보다 당당히 플렉스하는 문화!


기업이든, 관(官)이든 셀럽과 함께 고민해봐야 하는 다음 단계는 이런 콘셉트의 행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좀 더 다양한 얼굴의 플렉스가 출연하길 기대한다.


플렉스!


석혜탁sbizconomy@daum.net



석혜탁 경영 칼럼니스트

-  <쇼핑은 어떻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나>, <오늘이 가벼운 당신에게 오늘의 무게에 대하여> 저자

- 기고 문의  sbizconomy@daum.net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498897



<석혜탁의 유통 상식사전> 목차

■ 유통 상식사전 #1. VR스토어

VR스토어 오픈, 쇼핑의 미래는 VR백화점? - 현대백화점, 마이어백화점 등 VR(가상현실)에 관심을 쏟는 유통산업계

https://brunch.co.kr/@hyetak/13


■ 유통 상식사전 #2. 레트로 마케팅

국내 대표 복합쇼핑몰 롯데월드몰의 ‘레트로(retro) 마케팅’ - 상품뿐 아니라 추억과 향수, 분위기와 이미지를 판매하는 롯데월드몰

https://brunch.co.kr/@hyetak/21


■유통 상식사전 #3. 전자가격표시기(ESL)

- 오프라인 매장의 가격표시 변화, ESL의 성공 열쇠는?

https://brunch.co.kr/@hyetak/22


■ 유통 상식사전 #4. 그린(green) 마케팅

- 그린 마케팅의 핵심은 지속성

https://brunch.co.kr/@hyetak/26


■ 유통 상식사전 #5. 센트(scent) 마케팅

- 후각과 소비의 상관관계 그리고 프루스트 현상

https://brunch.co.kr/@hyetak/28


■ 유통 상식사전 #6. 만화카페

- 만화카페, 새로운 ‘문화 쉼터’의 부상

https://brunch.co.kr/@hyetak/29


■ 유통 상식사전 #7. 극장 속 도서관

- CJ CGV의 씨네 라이브러리가 보여준 2가지 차별점

https://brunch.co.kr/@hyetak/30


■ 유통 상식사전 #8. 맨플루언서 마케팅

- 남심(男心)을 잡기 위한 묘책은?

https://brunch.co.kr/@hyetak/31


■ 유통 상식사전 #9. 탈모시장

- 전직 대통령의 아들도 고민하는 탈모, 유통업계의 과제는?

https://brunch.co.kr/@hyetak/34


■ 유통 상식사전 #10. 복층 편의점

- 2층 공간 활용의 상상력

https://brunch.co.kr/@hyetak/35


■ 유통 상식사전 #11. 시스루(See-through) 마케팅

- 시스루 마케팅, 품질에 대한 자신감과 그에 따른 고객의 신뢰

https://brunch.co.kr/@hyetak/37


■ 유통 상식사전 #12. 젠더 감수성

- 유통업체들이 꼭 지녀야 할 ‘젠더 감수성’

https://brunch.co.kr/@hyetak/38


■ 유통 상식사전 #13. 액티브 시니어

- ‘액티브 시니어’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야 살아남는다

https://brunch.co.kr/@hyetak/40


■ 유통 상식사전 #14. 유(乳)업계

- 유(乳)업계, 흰 우유 외에 다른 곳에도 눈을 돌리다

https://brunch.co.kr/@hyetak/41


■ 유통 상식사전 #15. 홈트

- ‘홈트’의 인기 이유, 그리고 유통업계의 대응

https://brunch.co.kr/@hyetak/48


■ 유통 상식사전 #16. 무인 매장

- 무인 매장, 유통혁명의 총아?

https://brunch.co.kr/@hyetak/51


■ 유통 상식사전 #17. 무슬림 마케팅

- 16억 무슬림을 향한 유통업계의 구애

https://brunch.co.kr/@hyetak/52


■ 유통 상식사전 #18. ‘트렌드 박물관’ - 편의점

- 살아 있는 ‘트렌드 박물관’ 그리고 얼리어답터

https://brunch.co.kr/@hyetak/55


■ 유통 상식사전 #19. 비엥 비에이르

- 비엥 비에이르(Bien-Vieillir), 멋진 어르신들의 존재미학

https://brunch.co.kr/@hyetak/57


■ 유통 상식사전 #20. 이란 시장

- 이란에서 성공신화를 쓰는 한국 기업들

https://brunch.co.kr/@hyetak/59


■ 유통 상식사전 #21. 유통 빅3 본사 이전

-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유통 빅3의 본사 이전

https://brunch.co.kr/@hyetak/61


■ 유통 상식사전 #22. 왝더독(Wag the dog) 현상

- ‘게이미피케이션’과 ‘하비테인먼트’로 읽는 왝더독 소비심리

https://brunch.co.kr/@hyetak/62


■ 유통 상식사전 #23. 업태별 협회

- 각기 다른 유통업태를 대변하는 각종 협회

https://brunch.co.kr/@hyetak/63


■ 유통 상식사전 #24. ‘오프라인’으로 나가는 홈쇼핑

- 기존 오프라인 강자까지 위협할 수 있는 이색 콘텐츠를 발굴해야 한다

https://brunch.co.kr/@hyetak/70


■ 유통 상식사전 #25. 그레이네상스

-‘Grey(백발)’와 ‘Renaissance(부흥, 전성기)’의 합성어

https://brunch.co.kr/@hyetak/71


■ 유통 상식사전 #26. 퇴튜던트(퇴근+스튜던트)

- ‘퇴튜던트’, 퇴근 후 그들은 학생이 된다

https://brunch.co.kr/@hyetak/72


■ 유통 상식사전 #27. 이마트 1호점

- 개점 4반세기 ‘이마트 창동점’ 초심을 잊지 않다

https://brunch.co.kr/@hyetak/73


■ 유통 상식사전 #28. 몰캉스

- ‘서프리카’에서 쇼핑과 피서를 한 번에 해결하는 ‘몰캉스’

https://brunch.co.kr/@hyetak/77


■ 유통 상식사전 #29. 독립운동가 기념 도시락

- ‘편도족’들에게 역사의식을 환기하는 GS25

https://brunch.co.kr/@hyetak/78


■ 유통 상식사전 #30. 매장(賣場)과 매장(買場)

- ‘매장(買場)’이 많아지길 바라며

https://brunch.co.kr/@hyetak/79


■ 유통 상식사전 #31.‘VIB족’과 키즈카페

- ‘VIB족’을 잡기 위한 키즈카페의 과제는?

https://brunch.co.kr/@hyetak/84


■ 유통 상식사전 #32. 리바이벌(revival) 마케팅

- 서주 아이스크림의 재탄생

https://brunch.co.kr/@hyetak/86


■ 유통 상식사전 #33. 제약사의 브랜드 매장과 푸스펙족

- 제약 전문회사가 만든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스토어 ‘뉴 오리진’

https://brunch.co.kr/@hyetak/93


■ 유통 상식사전 #34. 차 안의 미니 편의점 ‘카고(Cargo)’

- 리테일 플랫폼으로 우뚝 선 자동차

https://brunch.co.kr/@hyetak/95


■ 유통 상식사전 #35. ‘와인웍스’, 유통공간 속 취향

- 현대백화점 ‘와인웍스’, 리테일 공간에 취향을 입히다
 https://brunch.co.kr/@hyetak/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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