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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Jun 23. 2022

<이탈리아 21일차> 구겐하임& 베네치아 좋아진 이유

celestial pablum

<이탈리아 1일차> 로마의 휴일, 그래도 팁

<이탈리아 2일차> 화려한 바티칸, 투박한 산탄젤로

<이탈리아 3일차> 로마 여행에서 놓치거나 놓칠뻔한

<이탈리아 4일차> 예나 지금이나 인간들이란

<이탈리아 5일차> 사기캐 토스카나에서 관광 대신 여행

<이탈리아 6일차> 몬테풀치아노, 로망이 이긴다

<이탈리아 7일차> 발도르차 평원의 빛과 바람

<이탈리아 8일차> 토스카나, 하늘이 다했다.

<이탈리아 9일차> 피렌체, 63층을 올라갔다니

<이탈리아 10일차> 오, 다비드.. 그리고 피스토야

<이탈리아 11일차> 파랗게 빛나는 친퀘테레..그리고

<이탈리아 12일차> 만토바 공국..가르다 호수
<이탈리아 13일차> 베로나, 시르미오네..넘치게 좋았다

<이탈리아 14일차> 구텐 탁, 돌로미티

<이탈리아 15일차> 돌로미티, 세체다에서 멈춘 시간

<이탈리아 16일차> 돌로미티, 길 위에서...친퀘토리

<이탈리아 17일차> 돌로미티, 트레치메 6시간이 남긴것

<이탈리아 18일차> 베네치아의 상인들

<이탈리아 19일차> 베네치아, 부라노 무라노

<이탈리아 20일차> 베네치아, 두칼레에서 키퍼에게


저가 항공편 일정에 맞추다보니 베네치아에서 3박을 하게 됐다. 이탈리아 여행 마지막 도시인데다 빈이 떠나면서 완전체가 끝난 느낌이라 별 계획 없이 쉬려 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날마다 꽉찬 기분. 떠나는 날 오전엔 미리 예약한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을 찾았다. 친구 은환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추천해서 살펴봤더니, 작품들도 솔깃하지만 그녀의 인생 자체가 놀라운 이야기, 마음이 움직였다.

16유로 티켓은 이틀 전에 인터넷으로 예매했다. 줄을 선다면 현장 구입도 가능하다. 일찍 도착해 부근 카페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냈다. 어제 안종철쌤 덕분에 새로 알게된 우고 Hugo는 맘에 든다. 이렇게 괜찮은 음료가 있는줄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텐데. 관광지 베네치아에선 사람 구경 재미가 쏠쏠하다. 더 잼난건 예쁜 개들 구경. 저 잘생긴 아이가 다른 개들 졸졸졸 쫓아갔다가 돌아오는데 귀엽다. 우체부는 작은 수레를 돌돌돌 끌고 다닌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정말 이런 거장들 작품을 다 모아놓았단 말야? 놀랍기도 하고.. 딸기는 인터넷에 다 있는 그림들이라 했지만, 일단 예술 까막눈으로서 코멘트만 남겨놓는다. 이건 내 기억을 위한 기록이니.


막스 에른스트의 키스. 몽글몽글.. 키스를 한지 오래됐...


막스 에른스트 Europe after the Rain II... 두번째 비온 후 유럽? 2차 세계대전 이후를 그렸다고. 한참 들여다봤다.

난 사실 막스 에른스트를 잘 모르는데.. 그림 스타일이 참 다른데, 색감이 예쁘고 상상을 자극한다. 초현실주의란.


르네 마그리트 빛의 제국 Empire of Light, 드디어 봤다. 연작 시리즈 많은 작품이구나. 창문만 있고 문이 없다니. 오른쪽은 그의 Black Magic... 여자의 몸을 그린 어떤 작품들에는 좀 불편한데, 이건 정말 매직인가.


잭슨 폴락의 발견을 페기는 자신의 첫번째 성취라 했다지. 두번째 성취가 그녀의 아트 컬렉션이니 그 부심을 알만 하다. 그림이 스케일이 다른 느낌을 준다는 걸 이제 안다. 저 작품은 흩뿌려진 물감들의 선을 따라, 그 거친 질감을 따라 눈이 호강한다...


후안 미로의 'Seated WomanII', 마크 샤갈의 'Rain'도 눈길이 머무는 작품. 도무지 알 수 없는 이들의 그림을 따라 헤매는게 나쁘지 않은 시간이다.


그리고 피카소. On the Beach, The Studio... 페기 구겐하임은 정말 당대의 예술가들의 든든한 후원자, 결국 그걸로 이름을 남겼구나.


모딜리아니의 소녀, 파울 클레의 P부인.. 옆에 걸려 있어서 함께 보는 즐거움.


앤디 워홀도


마르셀 뒤샹의 'Sad Young Man on a Train'... 아, 정말 뒤샹이란 이름도 어디 주어들은게 전부인데.. 이 그림은 멋지잖아.. 어쩐지 슬프고..어쩐지 아련하고.


바실리 칸딘스키의 'Landscape with Red Spot'..예쁜건 그렇다치고.. 쿠르트 셀리그만.. Baphomet 역시 첨 보는 분인데.. 좋다. 난 슬프고 어두운 작품 만큼이나.. 색감 고운걸 좋아하나? 미술 취향이란걸 가져본 적도, 관심도 없는 인간인데.  


살바도르 달리! 왼쪽 모름... 오른쪽은 Birth of Liquid Desires.

초현실주의에서 여성을 수동적 객체로 그리는데 반발한 여자들이 있다. 그들의 작품을 따로 구성한 큐레이팅 칭찬해. Remedios Varo의 Three Destinies.. 운명의 세 여신인가? 하여간에 저 하얗게 이어진 실들이 인상적.. 역시 그녀의 Celestial Pablum.. 해석도 안되지만 예쁘다.

Leonor Fini 의 Portrait of Princess Francesca Ruspoli.. 마녀를 연상시키는 자태. 당대 그녀들에게 마녀의 이미지를 새삼 생각하게 되고.. 역시 Fini의 그림인데.. 잠자는 청년을 바라보는 Chithonian DIvinity? 하여간에 맨날 여자의 누드화만 보다가 신선했다.


역시 문외한이라 처음 보는 분..Kay Sage.. 옆 두 그림의 Yves Tanguy ... 둘 다 그림이 넘 좋아서.. 좀 봤는데.. 알고보니 엄청난 스캔들 끝에 부르조아 미녀가 가난한 '나쁜 남자'와 결혼했다가 남편의 죽음 이후 결국 자살한... 아이고.. 정말 어렵다... 왼쪽 케이의 그림 제목은 tomorrow is never. 이브 탕기 imaginary numbers, 그리고 fear


이탈리아 마지막 점심은 All’ Angolo​ 라는 평점 4.3 식당에서 연이  쐈다. 샐러드도 비프도 리조또도 다 흡족했다. 이날 두번째 우고를 마셔주고!


무튼... 짤막 감상을 뒤로 하고..

베네치아는 어수선한 첫인상과 달리.. 한적한 주거지역, 대학가로 가면 아주아주 좋았다. 비발디의 고향, 세실리아 온니 말로는 미로 같은 뒷골목과 성당의 연주회가 정말 좋다고. 비발디 시절인 17세기 말, 18세기 초에는 매주 한 작품 신작을 올릴 정도로 공연 예술에 진심이었떤 도시. 베네치아의 이런 이야기는 정말 전혀 모르고 갈 뻔 했다. 이탈리아 도시국가 중에서도 가장 강성했던 곳. 인구 5만에 관광객 수천만인 도시라 좀 혼잡하긴 해도.. 일상이 머무는 베네치아는 또 다르겠지. 골목도 관광지만 시장통일뿐 조금만 벗어나면 분위기가 확 다르다.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여행자의 즐거움이 있다.

운하 곳곳에 그냥 길에서 마시고 즐기는 이들을 보는 재미가 좀 있었고..


곤돌라는 타지 않았다.. 당연히 타겠거니 했는데, 실제로 보니까 별로 내키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우리 셋 다 비슷한 기분이었다. 곤돌라 자체가 플라스틱 풍의 검은 재질로... 딸기 말로는 안나 수이 짝퉁 같은 느낌이라나.. 하여간에 뚱한 표정으로 남자들끼리 타는 곤돌라, 연인끼리 가족끼리 타는 걸 보긴 봤는데.. 굳이. 그냥 지켜보며 사진 찍는 걸로 족했다. 연이 대학시절 여행경비 아끼려고 참았던 걸.. 지금은 다른 이유로 지나갔다. 베네치아는 그것 말고도 놀게 많았으니까.

이탈리아, 경제 규모는 우리와 비슷할텐데 노인 복지가 훌륭해 폐지 줍는 노인이 없는 나라. 오래된 도시는 세월의 흔적으로 빛바랜 곳이 많지만 깔끔하고 곱더라. 거리에 휴지통이 있는 것도 좋더라.. 이탈리아 21일간 즐겁게 다녔으면 할 말이 더 있을거 같은데. 이제 자야 해서.. 일단 패쓰.


이탈리아 여행을 제안했더니 딸기가 그리스까지 가면 어떻겠냐고 했다. 해외출장에 도가 튼 그는 30분 만에  항공편 옵션을 제안했다. 어어어…고고!

인천-이스탄불(경유)-로마, 베네치아-아테네, 아테네-아부다비(경유)-인천 항공편을 92만원에 구했다. 지난 2월 일이다. 몇달 뒤 코로나 상황을 알 수 없었지만 희망을 품고 질렀다. 우리가 잘한 일 중 하나다. 항공편도 숙박비도 현재 몇 배 올랐다. 여행도 일찍 준비하는 자가 멀리 간다. 가장 잘한건 물론 한달 여행 결심이다.


에게항공 베네치아-아테네 티켓은 94달러라고 매우 좋아했는데... 짐 부치면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걸 몰랐다. 무려 40유로. 딸기의 결제에 놀란 나는 안 부치려 했는데.. 일정 무게 이상이라 기내 반입 안된다고. 아예 안 보여주고 그냥 들고 탈걸.. 딸기는 자신이 비행기 타는 값이 짐값의 2배 밖에 안되는거냐고 한탄.. 그래도 2시간 비행에 기내식도..

그렇게 그리스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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