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새넷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lys Apr 09. 2021

나만의 별을 찾아 떠나는 여행

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 허진경_남한산초등학교 교사

나만의 별을 찾아 떠나는 여행
-나를 알고 세상 알기 프로젝트 학습-


1. 시작하는 말


교사의 삶은 교육이자 교육과정이다. 이 말은 교사인 나의 삶이 교육과정이 된다는 것이다. ‘배움과 삶은 하나다’라는 말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늘 배운다. 교사가 어떤 세상을 꿈꾸는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살고 싶은지 살피는 것이 교육과정 설계의 출발이다. 따라서 교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교육이란 무엇일까? 아이들과 어떻게 만나야 할까? 배움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알려면 교사 자신의 삶을 자세히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교사인 나는 어떤 삶을 살아왔고 살고 있고, 살아갈 것인가? 배움은 어떻게 시작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일어나고 있는가? 끊임없이 교사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의미를 찾는 과정을 통해 교육과정이 시작된다. 


교육은 자아의식이 형성된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다. 이기주의와는 다르다. 이기주의는 자신만의 이익을 생각하는 것이다. 자아의식은 자신과의 관계를 좀 더 분명히 할 때 그 일을 책임감 있게 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 무조건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목표를 분명히 이해하고 설정하며 자신의 모든 생각과 행동의 의미를 분명히 자각하는 것이다. 


화이트헤드는‘교육의 목적’에서 최소한의 것을 가르치되 잘 가르치라고 말한다. 그것은 학생이 지나치게 많은 지식과 자극에 노출될 경우, 그 안에 있는 새로운 것을 인식하고 흥미를 느끼는 로맨스의 단계로 들어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교과와 그 안의 지식의 숲속에서 교사도 때로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한다. 그는 교육이란 어떤 기계적인 과정이 아니고 교육하려는 주체와 그 대상이 서로 느끼고 반응하는 것이라고 했다. 즉 학생이 배워야 하고 배우고 싶을 만한 것을 느꼈을 때 꼭 필요한 만큼 그것을 제공하고 소화하게 만드는 과정이 교육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모든 학생은 서로 다른 리듬으로 공부하고 성장해 나가는 것이 이상적이다. 다만 교육 현실상 완벽히 그렇게 하지 못할 뿐이다.


그는 추상적인 것을 너무 많이 가르치는 것에 반대한다. 그는 배우려고 하는 대상과 직접 접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생생한 일상의 예를 보고 감각적으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배우는 사람이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2. 자발적 배움으로 만들어가는 교육과정


화이트 헤드가 말하는 바람직한 교육은 결국 자신의 흥미와 관심으로 출발해서 일정한 훈련이나 몰입을 거쳐 자기가 생산한 지식을 적용하고 나누어 보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배움의 리듬을 통해 진정한 학습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우리 반 아이들의‘나만의 별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이런 ‘배움의 리듬’과 닮아있다고 할 수 있다. 배움의 출발은 자신의 관심과 흥미, 배움에 대한 열망을 갖고 시작한다.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방향을 설정하고 방법으로 배움의 길을 간다. 


나만의 별을 찾아 떠나는 여행

삶의 모든 경험을 통해 자신의 생활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에 관심을 갖는 것이 출발이다. 그런 경험과 현상들이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내가 그것을 하는 이유를 분명히 하고 자신과 연결된 공부를 하는 것이다. 교사에게도 준비가 필요하다. 교육 방향과 원칙을 확고히 하지 않으면 모두가 길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와 같은 배움의 나침반을 점검한다.


운영 방침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자신을 관찰하여 잘하는 것, 못하는 것, 자랑, 부끄러움, 행복하게 하는 것, 불행하게 하는 것, 갖고 싶은 직업, 살고 싶은 나라 등을 발견하여 자신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도록 한다.

-주체적인 나의 삶에 대해 돌아보고 일년 동안 공부하고 싶은 탐구 주제를 정한다.

-충분한 시간과 여건을 마련해주고 자발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교사가 매우 조심
스럽게 지원하도록 한다. 

-학생에게 스스로를 이해하는 기회가 되고 학습하는 방법을 학습하도록 운영하도록 한다.

-꾸준히 실행하고 자료를 쌓도록 한다.

-스스로 탐구한 지식이나 재능을 친구들과 함께 나누어 성장과 기여가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한다.

-데이터를 가공하여 정보화하는 일, 정보를 지식으로 의미화하는 일, 일상에서 차이를 발견하거나 의미를 부여하는 일 등을 통해 배움의 의미를 개념화하도록 한다. 

-프로젝트 결과를 발표하여 성취감을 주도록 한다.

-교과 또는 창의적 체험활동에서 1학기 16시간, 2학기 16시간 총 32시간을 확보하여 추진하도록 한다. 


차시별 운영 계획
나를 알고 세상 알기 탐구계획 세우기,  사전 활동


배움 여행을 하기 전에 아이들은 온 작품 읽기로 ‘시간 가게(이나영 저)’를 읽는다. 작품을 읽다 보면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주인공은 엄마가 하라는 대로 했을 뿐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고민한다. 주인공의 고민을 아이들은 자신을 향해 던지게 된다.

 <나 관찰하기: 하늘마을 친구들, 너희들은 지금 어디에 서 있니? >

- 꿈이 뭐야? 엄마가 하라는 대로 했을 뿐, 이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사람들의 이야기

-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나?

-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고 무엇을 하고 싶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

- 나는 행복해지고 싶다. 하지만 때론 불행하다고 느낀다. 내가 꿈꾸는 것을 위해 생각하고 계획하고 노력해 본 적이 있나? 

- 그러면 나는 무엇을 찾고 노력해야 할까?                                

- 시간 가게, 이나영 저-

아이들은 주제선정을 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주체를 구체화하는 단계에 들어가면 더욱 어려워한다. 자신에 대해 얼마나 사고하는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어떤 믿음과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가? 라는 물음은 배움의 시작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다음과 같은 워크시트 활용하여 자신을 들여다보는 활동을 한다.

나 관찰하기 발표하기


학습계획 세우기
-  궁금한 것, 의심되는 것, 이루고 싶은 것


앞의 ‘나 관찰하기’ 활동을 하고 나면 주제선정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다. 자신 있고 잘하는 것을 선택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용기 있는 아이들은 자신이 부족하지만 잘해보고 싶은 주제에 도전하는 아이들도 있다. 각자 주제를 처음 정했어도 한 달여 동안 충분히 주제를 탐색할 수 있게 한다. 각자 정한 주제에 대해 좀 더 탐색하고 실행계획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주제를 변경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 방향을 확실히 하고 내면화되기 때문이다. 


나만의 별을 찾아 출발


주제가 정해지면 몰입의 시간이다. 스스로 정한 주제와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교사에게도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다. 주어진 교과 내용을 가르치는 교사의 역할이 아니기에 처음에는 낯설고 힘들었다. 아이들이 중간에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관심을 보여주어야 한다. 때로는 어려운 점을 도와주고 학습 상담도 해야 한다. 그룹별로 돌아가며 세심하게 개별 상담을 통해 과정을 살펴봐 주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무엇이며, 어느 지점에서 주저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끊임없이 격려해야 한다. 


교사인 나는 학생들을 평가하거나 나를 알고 세상 알기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다.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게 도와주고, 배울 수 있도록 격려해준다. 아이들이 겪는 문제를 알아차리고, 들어주고, 질문한다. 주제를 정하는 아이들은 고민에 빠진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진다. 평소에 다른 사람보다 빨리 배워지는 것이 있는지 힘들어도 또 하고 싶었던 일들이 있는지 그리고 존경하거나 닮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개별적으로 묻는다. 개별 학생들과 꾸준히 이야기를 나누면서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도록 ‘학습 코치’로서의 역할을 하려고 할 뿐이다.



고마워, 너는 나에게 많은 배움을 주었어!
- 배움의 결과를 나누는 시간 -


 2020 나를 알고 세상 알기 발표주제


배움을 마무리하며 아이들이 나눈 소감
 드디어 3일 동안 나알세알 발표를 다 끝냈다. 학교에 가니 흥분되고 떨리고 그랬다. 이번 한해가 어떻게 지나갔는지조차 기억이 나질 않지만 선생님말대로 2020년을 딱 코로나로만 떠올리면 안 될 것 같다. 그럼 누구 손해? 내 손해! 아무튼 그렇게 발표를 했다. 다 마치고 나니까 솔직히 시원한 마음보다는 섭섭한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시원섭섭하지 않고 섭섭시원했달까? 아무튼 그런 느낌이다. 나는 수업 시간 말고도 매일매일 짬짬이 해냈는데 이걸 하는 동안에 정말 고민이 잠시 잊혀지고 행복했었다. 당연히 듣는 친구들에게는 22명 중 한 사람이었겠지만, 난 나알세알을 진짜 좋아했고, 끝나고 나니까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휙휙 스쳐지나갔는데 사실 조금 눈물이 났다. 난 내가 섭섭해 할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사실 내가 생각해도 비디오 80개, 악보 20개, 총 100개를 한다는 건 어렵고 대단한 일이다. 그래서 나도 하면서 아,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는데...이제 눈물보다는 미소와 함께 내가 지금까지 했던 나알세알을 보내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내가 나알세알을 하면서 뭔가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는데 그래도 이제는 이걸 잘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샘 말대로 애초부터 끝은 있는 거라서. 아무튼 3일 동안 친구들 발표 다 잘 들었고 모르는 것을 알려준 친구들에게 고마웠다. 만약 내 나알세알한테 한마디 할 수 있다면 그냥 나에게 행복을 주어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어쨌든 이제 끝냈으니까 나는 새로운 나를 찾아서 가봐야겠다. 

-김00 학생의 문집글-


 오늘 21명의 아이들 발표가 다 끝이났다. 우리가 그동안 좋아하는 주제로 정해서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해왔던 나를 알고 세상 알기의 발표가 끝이 났다. 사람들은 자기가 열심히 한 걸 인정해주고 수고했다고 이야기해주면 용기가 불끈불끈 생겨서 다음에는 더 잘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할거다. 나는 오늘 최선을 다한 나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 그렇게 앞을 보고 설명하지 못하던 내가 조금씩 조금씩 발표를 하면서 성장해서 앞을 보고 내 이야기를 하게된 나에게 상을 주고 싶다. 첨으로 앞을 본 상! 

-서00 학생의 문집글-


오랜 시간 한 가지 주제로 집중하다 보면 지치는 날도 힘든 날도 있지만 깊이 있게 경험하면서 배움이 즐거운 것이라는 사실을 아이들은 깨닫는다. 이 프로젝트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시작이다. 출발에서의 ‘피드백’. 활동을 시작하면서 아이들에게 학습 동기를 높여주는 것이다. 덩달아 교사의 에너지도 많이 투입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꾸준히 인내심을 가지고 하라고 하지만 정작 그 꾸준한 인내심은 교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내 인내심이 부족하면 아이들을 자꾸 끌고 나가려고 한다.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주는 인내심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 내가 얻은 성공이 아닌가 싶다. 아이들 스스로 프로젝트에 대한 내적동기가 높아지기 시작하면 그다음부터는 스스로 집중하기 때문이다. 


한 아이가 발표를 마치고 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샘, 전 제가 못하는 걸 도전해서 바꿔보고 싶었는데 제 생각이 짧았던 것 같아요. 뭔가 찝찝해요. 2학기에는 제가 잘하는 일을 좀 더 자세히 해보고 싶어요.’ 포기한다는 말 대신 또 다른 도전을 계획하는 아이의 모습. 발표를 마치고 새로운 나를 찾아서 가봐야겠다고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다시 한번 깨닫는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 스스로 깨닫는 과정을 겪으면서 아이들은 또 다른 도전을 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것이다.


3. 글을 마치며


남한산초등학교 교육과정의 과녁은 삶을 가꾸는 것이다. 배움과 나눔의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저마다의 삶을 가꾸는 것이다. 삶을 가꾼다는 것은 나를 돌보는 것이다. 나를 돌본다는 것은 자기 존재를 인정하면서 동시에 내가 소중한 것만큼 남도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힘든 세상에 자신을 끌어안고 스스로 뿌듯함을 가지고 세상을 사는 것이 아이들에게 가장 큰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배움은 삶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앎은 ‘우리’라는 관계 속에서 일어나고 이 앎이 없다면 공부도 되지 않는다. 스스로 공부 주제를 정하고 힘들지만 배움의 과정을 통해 자신을 만나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어떤 믿음과 힘이 생길 것이라 기대한다. 이 힘이 또 다른 배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교사에게 있다.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고 정해진 문제의 답을 찾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교육은 어떤 문제나 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코 자주적인 사람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시키는 일만 하게 될 것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은 자신의 분명한 의견을 갖고 다른 사람과 올바른 태도로 협동하며 자신의 욕망과 감정을 훌륭하게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하는 것이다. 또한 현재 인류에게 제기되는 수많은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세상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요구되는 교육은 사고력과 창의성 교육이다. 


우리 반 아이들의 별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개별프로젝트의 성격을 갖는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점차 성장해가면서 공부란 것이 각각의 지식이 그저 각각 외워야 하는 머리 위에 짐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고 싶다. 스스로 지식을 생산해보고 자연스럽게 체화되게 하고 다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공부하는 지식이 실제상황과 연결되었다는 것, 내가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자신의 배움의 열망을 일깨우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배움의 주체가 되는 경험을 주고 싶다. 


교육은 아이들의 삶을 교실로 초대하고 학생들을 그들의 삶이 있는 교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을 통해 교사인 나의 삶도 아이들과 함께 가꾸어 나가고 싶다. 나만의 별을 찾아 떠나는 배움 여행을 통해서 아이들이 새롭게 자신을 발견하고, 또 다른 배움을 향해 모험을 떠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교사의 삶도 풍요로울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2021 봄호 목차+


들어가는 글_2021 새넷 봄호


1. 시론


2. 포럼 & 이슈


3. 특집


4. 전국 NET


5. 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6. 티처뷰_teacherview


7.이 책 한 권!



+과월호 보기+


2020년


2019년


2018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