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원사(奉元寺)는 신라 진성여왕 3년(서기 889년)에 도선국사가 현 연세대터에 처음으로 지었는데 이후 고려말 공민왕대에 활약한 보우 스님이 크게 중창하여 사찰을 화려하고 아름답게 조성했다. 제14대 선조 25년(서기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전각이 불에 타 없어짐에, 17대 효종 2년(서기 1651년) 지인 대사가 중창하였으나 동, 서 요사채가 다시 소실되어 극령, 휴엄 두 스님에 의해 중건되었다. 제21대 영조 24년(1748) 찬즙, 증암 스님에 의해 지금의 터전으로 이전하였고, 영조는 친필로 봉원사(奉元事)라 현액 하였으며, 신도들 사이에는 이때부터 새로 지은 절이라 하여 '새절'이라 부르게 되었다. 제25대 철종 6년(1856) 은봉, 퇴암 화상 등이 대웅전을 중건하였다. 제26대 고종 21년(1884) 발생한 갑신정변의 주축을 이룬 김옥균, 박영효, 서광범 등 개화파 인사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이동인 스님이 5년간 지냈던 갑신정변의 요람지이다. 고종 31년(1894) 주지 성곡 스님이 약사전을 건립하였으나 소실되었다. 1945년 주지 기월 스님과 대중의 원력으로 광복기념관을 건립하였으나 1950년 9월 28일 서울 수복 당시 화재로 광복기념관이 소진되었다. 1994년 주지 혜경스님과 대중의 원력으로 대웅전을 복원 낙성하였고 같은 해 1,100평 규모의 삼천불전을 새로이 건립하였다. 2009년 9월 30일 아랍에미리트 세계 유네스코 정부 간 위원회 4차 회의에서 영산재가 세계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현재 봉원사는 한국불교의 전통 종단인 태고종의 총본산으로서 전법 수행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바 대중은 50여의 스님, 중요 무형문화재 제48호(단청) 이만봉 스님과 제50호(범패) 영산재보존회에서 단청과 범패 분야의 후학을 지도하고 있다. 주요 문화재로는 명부전에 있는 ‘명부전(冥府殿)’이라고 쓴 정도전의 친필과 서울시문화재 68호 대웅전이며, 흥선대원군의 별장이었던 아소정을 옮겨와 지은 염불당, 명부전 등이 있다. 염불당 유리문을 열면 추사 김정희의 친필 2점과 추사의 스승 옹방강의 현판 ‘무량수각(無量壽閣)’이 멋지게 걸려있고 부엌에는 이만봉(인간문화재 제48호) 스님이 그린 ‘장군도’가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목조건축물이라는 삼천불전도 위치해 있다.
봉원사 위치 : 서울 서대문구 봉원동 산 1
봉원사 홈페이지 : www.bongwonsa.or.kr
[봉원사의 오래전 모습 - 출처 : 봉원사 홈페이지]
[봉원사의 최근 모습]
[봉원사 건물 배치도 및 봉원사 연혁]
봉원사 앞쪽으로 일반 가옥들이 모여있는데 이곳을 사하촌(寺下村) 즉 절 아래 마을이라 불렀다. 보통 사하촌에는 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곳은 승려들의 가족들이 함께 산다고 한다. 봉원사는 승려의 혼인을 허용하는 태고종의 총본산으로 스님이 혼인을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혼인을 하지 않는 스님을 비구승이라 하고 혼인을 한 스님들을 대처승이라 부른다. 조계종을 포함한 국내의 많은 종파는 스님이 혼인을 하지 않고 정진하는 비구승인데 반해 태고종 종파는 혼인한 스님들이 정진하는 대처승이다. 이런 대처승의 본산인 봉원사는 가족들과 함께 묵을 집들이 절 아래에 위치해 있는데 그래서인지 봉원사에는 일주문이 없고 가족들이 살고 있다는 민가와 절의 경계도 없다. 이 절에 있는 승려들은 아침에 출근했다가 저녁에 퇴근하고 있고, 저녁시간에는 일반 직장인처럼 가정생활을 하고 있다. 퇴근 후 봉원사의 모든 건물은 열쇠로 잠근다.
7024 버스 종점에서 봉원사로 가는 길목에는 수백 년쯤 보이는 오래된 고목들이 하늘을 가리고, 좌우로 현대식 디자인이 아닌 오래된 디자인의 집들이 늘어서 있다. 대부분 승려와 절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집이어서 오래 묵은 김치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넝쿨이 벽을 타고 천정으로 오르는가 하면 나무로 짠 창문이 고즈넉함을 더한다. 대부분 집집마다 커다란 나무 하나씩 보듬고 있고 시내와는 떨어져 있어 조용하고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봉원사는 연세대학교의 동쪽 편에 바로 인접해 있으며 가까운 곳에 이화여대도 위치해 있고,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서대문 안산을 오르기 위한 등산의 시작 지점이다.
봉원사는 3호선 독립문역에서 15분 내외, 2호선 신촌역에서 20분 내외 소요된다.
봉원사는 서울 안산(鞍山)자락에 위치해 있으며 서울역이나 광화문에서 가깝고, 신촌에서도 쉽게 접근이 가능한 신라의 천년고찰이다.
1) 3호선 독립문역 4번 출구~봉원사(총 2.2Km 거리)
3호선 독립문역 4번 출구로 나와서 독립문을 끼고 우측으로 돌면 독립문공원안내소 옆 버스 정류장이 있다. 그곳에서 7024번 버스에 탑승하여 '봉원사'정류장에 하차한 뒤 320m 정도 오르면 된다.
2) 2호선 신촌역 3번 출구~봉원사 (총 2.6Km 거리)
2호선 신촌역 3번 출구로 나와서 80m 이동하면 연세로,문학의거리 정류장에 닿는다. 이곳에서 7024번 버스에 탑승하여 봉원사길 정류장에 하차한 뒤 510m 정도 오르면 된다.
7024 버스를 타고 봉원사 주차장에 내리면 숲속한방랜드라는 대형 찜질방이 있다. 봉원사를 거쳐 안산(鞍山)을 오르며 마음의 평안과 위로를 받고 찜질방에 들러서 육신의 피로를 풀고 가면 좋겠다. 그래서인지 안산을 지인에게 소개할 때 이곳에서 출발해서 안산 정상과 안산자락길을 돌고 내려올 때 이곳에 들러서 쉬었다 가라고 말해준다. 정작 나는 안산 주변에 살고 있어 한 번도 가 본 적은 없다. 이 찜질방 우측으로 봉원사와 안산으로 가는 길이 있다.
봉원사에 있는 건축물들은 오래된 건축물과 최근 완공된 건축물이 섞여있는 것 같았다. 인터넷 상에서 확인 결과 대웅전은 1994년, 삼천불전도 1994년에 완공하여 새 건물처럼 느껴졌고, 대방이 1967년에 이전 완공하였으니 50년에 조금 못 미치는 샘이다. 그 외에 운수각과 명부전, 미륵전 건물은 새 건축물로 보였는데 단청의 색도 명확하고 건물의 외관도 아직 싱싱했다. 영안당, 전씨전각, 종각, 칠성각, 극락전, 만월전은 세월의 흐름이 건축물 곳곳에서 보였다. 건축물에 대하여는 문외한이라 건축양식이니 건축물의 특징은 말할 수 없다. 다만 안산(鞍山) 남쪽의 양지바른 자락에 위치하고 있으며 천년고찰답게 오래된 고목들이 사찰 곳곳에 있어 자연과 건축물이 잘 어우러진 공간이다.
봉원사 건축물 배치도이다.
1) 대웅전 (서울시 문화재 68호)
오래되지 않은 건물에 기와가 하늘을 이고 있다. 건물의 우측으로 영안각이 위치해 있고 '2017년 대학입시합격을 위한 백일기도'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종교가 무엇이든 대학입시는 학부모를 기도하게 만드는 중요한 과정임에 틀림이 없다. 절뿐만 아니라 교회도, 성당도 모두 자식들이 좋은 대학을 가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어차피 모두가 좋은 대학을 갈 수 없기에 누군가는 그 이하의 대학교에 가야 하는데 이렇게 모두 좋은 대학에 보내달라고 하면 각 종교가 믿는 신들도 힘들겠다. 기도도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것이 좋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기도보다 자식들의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그 무엇도 열심히 하는 사람을 따라올 수 없기 때문이다.
대웅전 앞마당에는 커다란 구박으로 재배한 연꽃이 여러 개 놓여 있는데 연꽃이 활짝 피는 매년 8월에 연꽃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연못에 키우는 연꽃은 아니지만 화사하게 핀 연꽃이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어 준다.
신라 진성여왕 3년(서기 889년)에 도선국사가 지금의 연세대학교 자리에 봉원사를 지었다가 조선 영조 24년(1784년)에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였다. 대웅전 마당에 아무것도 없었으면 썰렁할 것 같은데 연꽃이 자리하고 있어 봄부터 가을까지 연꽃이 주는 풍경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2) 영안각
맨 처음 이 건물을 보고 느낀 것은 세월의 깊이가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단청에 칠한 색들은 비바람과 눈보라에 씻겨서 바래고 남루해졌다. 영안각 현판의 글씨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해졌다. 나무문의 푸른 색칠도 햇빛에 빼앗겨 옅게 변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은 세월이 쌓이면 그 흔적들이 곳곳에 남는 법이다. 사람에게 주름이 생기고 흰머리가 늘고 허리가 굽듯이 세월의 흔적은 건물에도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불을 밝히는 전등, 건물의 출입을 막는 자물통과 불을 끄도록 비치한 소화기만이 파릇하다.
3) 운수각
단청의 무늬만 세월의 흐름이 보이고 나머지 부분은 현대문명이 많이 묻어 있다.
운수각(雲水閣) 현판이며 대들보의 색깔이며 아직 젊어 보였고, 주거공간인 것처럼 현대식 출입문이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도 전기를 써야 하기에 굵은 동축케이블이 하늘을 가로지르고 두꺼집도 보인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도 텃밭이 딸린 한옥집에서 살고 싶어 진다. 풍경소리 은은하게 들리고 바람이며 눈이며 떨어지는 낙엽을 고스란히 마음에 담을 수 있는 그런 곳에서 살고 싶다.
문을 열고 빗소리에 시를 읊고 바람소리에 노래 한 곡 부를 수 있는 그런 곳에서 살고 싶다.
4) 전씨영각
전씨영각이니까 전씨를 기리는 곳인 것 같다. 아주 작은 목조건물로 단청이나 대들보에서 제법 세월의 향기가 느껴진다. 벽에는 연꽃 그림이 그려져 있고 건물 좌우에 나무를 대어 길게 늘어져 있다. 오래된 한옥이나 절의 건축믈을 보다가 그 구성물 하나하나의 이름을 몰라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기와나 처마, 풍경, 석가래나 대들보 외에 한옥구조의 각 부분 명칭을 조금 더 공부해서 충분히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5) 대방
스님이 염불 하는 곳으로 봉원사라는 현판이 붙어있다. 대웅전보다는 키는 낮지만 폭이 넓고 찾아오는 불자들을 맞이하는 공간으로 사용된다. 이곳에는 추사 김정희의 친필 2점과 추사의 스승 옹방강(翁方綱)의 행서체 현판 ‘무량수각(無量壽閣)’이 걸려있으며, 부엌에는 단청장 이만봉(인간문화재 제48호) 스님이 그린 ‘장군도’가 있다. 뒤편에는 일제시대 때쯤 세웠을 것으로 보이는 굴뚝이 하늘로 솟아 있고 뜨거운 여름을 나기 위한 에어컨 실외기도 보인다.
6) 종각
어릴 적에는 종소리가 참 듣고 싶었다. 꽤나 유명하다는 종은 대부분 종각이라는 건물 안에 있어서 마음대로 종을 칠수도, 종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아주 종소리가 궁금하면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돌멩이를 던져서 소리를 듣곤 했다. 보통 원형 통나무를 이용해 종을 치면 웅장한 종소리가 나지만 돌멩이를 던져서 나는 소리는 종의 크기와 상관없이 그냥 쇳소리가 났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많은 종소리를 듣고 자랐다. 집에서는 커다란 시곗바늘이 돌면 시간마다 울리는 괘종시계 소리를 들었다. 학교마다 손으로 울리는 작은 종이 있어서 친구들과 장난 삼아 두들기곤 했다. 교회 종탑에서 울리는 종소리를 들었고 직장에서는 시간을 알려주는 전자 타임벨의 소리를 들었다.
종은 시간이다. 우리에게 흘러가는 시간을 알려준다. 더 많이 울리기 전에 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꿈을 이루었으면 좋겠다.
7) 삼천불전
국내 최대 목조건축물이라는 삼천불전이 있다. 내부에 있는 법당의 크기만 210평이라고 하니 그 크기가 보통이 아니다. 건축물 바깥에서 바라보며 크고 웅장하다. 자주 가는 경복궁이나 창덕궁 궁궐보다 그 크기가 더 크고 웅장하다. 지금이야 포클레인이나 타워클레인 같은 중장비가 있어 건물을 지을 때 힘이 덜 들지만 옛날에는 사람들이 손으로 옮기고 천정에 올리고 망치질을 해서 만드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옛날 건축물이 더 아름다운 것은 사람의 손이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좌우하기 때문이었다. 하나하나 깎고 다듬는 정성이 아름다운 건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삼천불전은 최근에 지은 건물이어서 깨끗해 보였고 많은 사람들이 들러서 구경하고 있었다.
삼천불전에 쓰레기봉투가 있고 그 옆에 소주병이 있었는데 누가 이곳에 두었는지 알 수 없지만 건물과 어울리지 않았다. 관광지마다 몰래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사람이 종종 있다.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런 일들이 벌어져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이마를 찌푸리게 한다.
생각해 보면 쓰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더 어렵고 중요한 일 같다. 제대로 버리기 위해서 쓰는 것을 고민해야 하고, 쓰지 않거나 내게 별로 쓰임이 없는 것들은 가지지 말아야 한다. 우리 집에도 내 욕심이 낳은 물건들이 곳곳에 쌓여서 내 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다.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구매한 것들이지만 어느 순간 그것들에게 점령당해 정작 주인인 나는 쉴 곳이 마땅치 않다. 어떻게 버릴까는 생각하고 물건을 구매해야겠다.
8) 명부전
명부전에는 ‘冥府殿’이라고 쓴 편액과 4개의 주련이 걸려 있다. 편액은 600년 전에 정도전이 쓴 친필이고, 주련은 매국노 이완용이 직접 쓴 글이다. 암울했던 시기에 세상을 바꾸는 꿈을 꾸었던 시대의 사상가 정도전과 암울했던 시기에 일제에 붙어서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의 글이 같은 곳에 공존하는 셈이다.
9) 극락전
현판이며 창살이며 기둥이며 모든 것에서 세월의 향기가 느껴진다. 건물 주위를 둘러싼 나무에서 잎들이 떨어져 기와지붕에 쌓이고 불어오는 바람에 흩어진다. 옛날 살던 집은 나무문에 창호지를 발랐었다. 봉숭아 꽃을 창호지에 붙여서 은은하게 보이도록 만들었고, 진달래를 창호지에 붙여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분홍빛으로 물들었었다. 지금의 문이 나의 재산과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것이라면, 옛날의 문은 눈보라와 비바람을 막는 역할이었다. 손가락 하나로 뻥 뚫을 수 있고 언제든지 세상과 소통하도록 만든 것이 옛날 문이었다.
10) 미륵전
봉원사 건물 중 가장 최근 건축구조를 가진 건물이다. 흰색 슬라브 건물에 유리창을 내서 바깥의 풍경을 볼 수 있도록 했다.
11) 칠성각
참 오래된 건물처럼 보였다. 칠성각이라는 현판의 글씨도 세월의 때가 쌓여 바래고 있었다. 보통 칠성 하면 북두칠성이 생각났다. 서울에서는 밤하늘의 별빛을 거의 볼 수 없다. 비가 오고 날씨가 맑아서 멀리 북한산이 눈 앞에 다가와도 밤하늘에 별은 볼 수 없었다. 어릴 적 고향 하늘에는 별들이 많았다. 북극성이며 카시오페아, 북두칠성 등의 별들이 환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살았다. 달과 별이 주는 행복과 위안이 오늘날 밤을 걷는 이들에게는 없다. 칠성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래본다.
12) 만월전
만월이라는 말이 달이 찬다는 말인데 봉원사의 제일 위쪽에 자리하고 있어 가득 찬 달, 즉 보름달을 가장 잘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주변에는 오래된 떡갈나무가 서 있어 오고 가는 노인들이 도토리를 줍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봉원사 몇 개의 건축물이 보인다. 역시 경치는 높을수록 좋다. 건물 외벽에 화재위험 때문인지 소화기가 비치되어 있었고 커다란 물통도 놓여 있었다. 만월전은 가을이 제일 예쁜 곳이다. 곳곳에 단풍이 지고 낙엽이 지면 주변이 빨갛고 노랗게 변한다. 우수수 떨어진 낙엽 위에 앉아서 조용히 생각에 잠기는 가을의 때에 이곳을 꼭 찾아오길 권한다.
봉원사 주변에는 오래된 고목이 많이 있다. 신라시대 때부터 절이 있었으니 나무도 나이를 많이 먹었다. 이 오래된 느티나무 고목(古木)은 서대문구청에서 보호수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나이는 440년이 지난 왕고참 어른이다. 아직도 계절마다 푸른 잎으로 갈아입고 귀를 열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소리를 듣고 있다. 갑신정변도 보았을 것이고 일제의 만행도 보았을 것이다. 6.25 전쟁으로 굶주림에 허덕이는 불쌍한 국민들과 함께 한 오래된 나무들이다.
이 느티나무의 나이는 무려 470살이다. 기껏해야 백 살쯤 사는 인간에 비하면 정말 장수하는 나무다. 속이 텅텅 비어 가고 살결은 굳어져서 부서지는데 아직도 살고 싶고 살아야 하기에 푸른 잎을 피워가며 한여름 퇴약볕을 이겨왔다. 비바람과 눈보라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으며 생명을 이어왔다. 사람이 사는 목적에는 욕심이 섞여서 있기 마련인데 나무가 사는 목적은 말 그대로 사는 것이다.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곧곧하게 하늘을 우러르고 밤 별들을 친구 삼아 오랜 세월을 보냈다. 470살의 느티나무도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기껏 살아야 백세인 만물의 영장인 우리는 더 열심히 살아야 하지 않을까....
1) 부도 및 공덕비
7024 버스에서 내려서 봉원사로 가는 길 제일 처음에 만나는 것이 부도 및 공덕비다.
사찰의 연수가 오래되어서 인지 기려야 할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2) 봉송각
소주병과 음료수와 과자, 그리고 고기 몇 점이 놓여있다.
누군가가 정말 먹고 싶어 했고 좋아했었나 보다.
종이컵에 아직 술이 있는 것으로 보아 방금 전에 다녀간 것 같다.
피곤하지 말라고 박카스도 한병 놓여 있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떠난 이를 그리워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보다 기억 속에서 그리움을 받는 사람이 더 행복할 것 같다.
누군가가 정말 나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니 말이다.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다.
3) 연꽃 풍경
봄바람이 불면 개구리밥이 둥둥 떠다니는 뿌연 물속에서 연잎을 키우고, 한여름 태양빛에 잎들이 하늘을 가리고 연꽃을 올리다가, 가을날 연꽃을 쏟고 잎들도 지고 겨울 찬바람에 떨고 있다. 올여름은 정말 가물었다. 40일 이상 연일 최고기온을 경신하여 대지를 뜨겁게 달구었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연꽃을 피웠다. 우리 사는 세상도 그리 만만치 않았다. 남북 관계의 경색과 수출 성장세의 둔화, 국내 경기의 침체....
그런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았다.
참 장하다.
3) 약수터
봉원사는 서대문 안산 자락에 있는 사찰이다. 안산에는 물이 풍부해 약수터가 많다.
안산 속을 흐르는 물이 이곳 봉원사에도 흐른다.
시원한 숲과 시원한 물. 이것이면 여름을 나기에 충분하고, 봉원사에 오는 사람들이 목을 축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4) 연못
봉원사로 들어가는 입구에 조그만 연못이 있다. 연못 가운데는 돌을 쌓아 만든 섬이 있는데 이곳에 나무가 자라고 있다. 도저히 자랄 수 없을 것 같은 곳에 굳세게 자라고 있는 나무에게서 끊질긴 생명력을 배운다, 장마철도 아닌데 물을 뿌옇게 보였고 그 안에 빨간색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잉어들이 유유한 몸놀림은 절이니까 가능한 것이었다.
고향 동네에서 축제의 일환으로 송어 맨손으로 잡기 행사를 준비했단다. 개울을 돌로 막아 커다란 송어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고 그 속에 송어를 여러 마리 풀어놓았는데 하룻밤 자고 나면 몇 마리씩 없어졌다고 한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송어잡기 행사 전에 송어가 다 없어질 것을 걱정하여 밤새 그 주변을 지켜보았는데 송어를 잡아가는 범인은 바로 수달이었다. 수심이 얕고 좁은 곳에 수십 마리의 송어를 넣아 두었으니 수달에게 정말 맛있는 밥상을 제공한 셈이다. 올 가을 며칠 수달은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우리에게도 이런 행운이 오겠지.
5) 한글학회 창립한 곳 안내비
1908년 8월 31일 주시경 선생이 우리말과 글의 연구와 통일을 목적으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봉원사(새절)에서 국어연구학회(지금의 한글학회)를 창립하였다. 그 후로 100년이 되던 2008년 8월 31일 이곳을 기념하기 위해 비석을 세웠다고 한다. 한글을 잃어버릴 위기에 있었을 때 교육을 통해 우리글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선조들. 요즘 길거리를 가다가 무수하게 보이는 간판에서 외국어를 많이 보게 된다. 휴대폰 속은 이런 외국어가 더 심각하여 이젠 글로벌이라는 명분 하에 한글이 조금씩 사라져 간다. 아무리 훌륭한 언문이 한글이라 해도 자국 국민이 사용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옛날 조지훈의 시 '승무'를 읽으며 우리 한글의 아름다움을 생각해 보았다.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이렇게 아름다운 글 한글을 더 많이 사랑하자.
7. 봉원사에서 안산자락길 가는 방법
봉원사에서 안산자락길로 가는 길을 아래 지도에 파란색으로 표시했다. 봉원사에서 산길을 따라 10분 정도 오르면 안산자락길과 만나게 된다.
[봉원사에서 안산자락길로 이어지는 길 - 지도]
[봉원사에서 안산자락길로 가는 방법]
① 봉원사 중간 길을 따라 제일 위쪽에 위치한 만월당을 지나가자.
② 만월당을 지나 계속 오르면 안산 숲이 펼쳐진다. 그 길을 따라 계속 오르자.
③ 이정표가 서있는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왼쪽, 오른쪽 어디든 안산자락길에 닿을 수 있다. 비교적 길이가 가까운 오른쪽 언덕길을 오르자.
④ 나무로 만든 작은 다리를 지나 계속 오르자.
⑤ 시민 기념식수 현판을 지나 계속 오르자.
⑥ 10여분 오르다 보면 아래 사진의 이정표를 만나는데 이곳이 안산자락길과 합쳐지는 곳이다. 안산의 아름다운 숲을 보고 싶다면 무악정 쪽으로, 탁 트인 바위에서 도심의 풍경을 보고 싶다면 능안정 쪽으로 가자. 능안정으로 가다 보면 정상으로 오르는 탁 트인 길을 만나게 된다. 정상에 오르고 싶은 분은 참고하시길...
8. 봉원사(奉元寺)를 소개하는 이유
나는 불교를 믿는 사람이 아니다. 불교에서 사용하는 용어나 건물의 이름이 생소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봉원사를 소개하고자 했던 이유는 우리나라의 오래된 건축물을 볼 수 있으면서 다수의 역사적인 유산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수령이 오래된 느티나무를 만날 수 있고 푸른 숲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서대문 안산을 오르는 과정의 하나로 봉원사를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냥 안산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봉원사를 구경하고 안산자락길을 돌고 정상에 오르는 것이 더 좋은 등산 방법이기 때문이다. 봉원사를 소개함에 있어 종교적인 지식이 없는 관계로 봉원사에서 제공한 글을 그대로 싣거나 절과 관계없는 이야기를 쓴 것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기원정사는 봉원사에 비해 규모가 작은 절이다. 이런 절을 소개하는 이유도 서대문 안산(鞍山) 자락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기원정사의 주소는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27길 31'이며 3호선 무악재역에서 가깝다.
기원정사는 1975년 종로구 부암동에 처음 창건되었다가 1991년 지금의 장소로 옮겨서 건축했다. 건축물의 역사는 25년 정도 된 것으로 대웅전을 포함해서 3개의 건물이 위치한 소규모의 절이다. 봄이면 벚꽃과 목련이, 여름에는 아카시아 나무들이 가득한 곳이며 안산자락길을 오르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나는 매번 이 곳을 지나 안산의 약수를 길어왔고 안산자락길을 다녀왔다.
절의 규모가 작아서 사진 몇 장으로 소개를 대신할까 한다.
[기원정사 홈페이지 : http://www.kiwonjungsa.or.kr/ ]
[기원정사 가는 길]
[기원정사 안내]
홍제동 한양아파트 103동 사이로 경사길을 오르면 '삼각산기원정사(三角山 祈園精舍)'라는 현판이 언덕 위에 보이는 절이 있는데 이곳이 기원정사이다.
기원정사 왼쪽으로 보이는 아파트가 한양아파트이며 기원정사는 한양아파트 끝의 산자락 아래에 있다. 대웅보전을 포함 3개의 건물이 있다.
작은 탑들이 바위 위에 위치하고 건물 벽면에는 탱화가 그려져 있다.
봄이면 안산 전체가 벚꽃으로 물든다. 기원정사의 봄 벚꽃도 화려하고 예쁘다.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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