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중턱자락길은 안산 정상인 봉수대 아래쪽으로 안산을 한 바퀴 도는 원점회귀형 길로서 공식 명칭은 아니고 개인적으로 부르는 자락길 이름이다. 총 7Km의 안산자락길이 안산의 가장 아래쪽 둘레를 따라 만들어진 길이라면 안산중턱자락길은 안산의 중턱을 따라 만들어진 2.5Km 내외의 길로 안산자락길이 만들어지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던 길이다.
인위적으로 만든 안산자락길에 비해 훨씬 더 자연 그대로의 산길이 이어지고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굽이굽이 돌아가는 자연을 닮은 길이다. 또한 안산자락길 보다는 오르막과 내리막 경사가 있어서 전동휠체어로 이동이 불가능하지만 어린아이도 걸을 수 있는 아주 작은 자락길이다. 안산자락길과 합쳐지는 무악정부터 전망대 갈림길까지를 제외하면 서너 곳의 정자에서 쉴 수 있으며, 돗자리를 가지고 편하게 숲 어느 곳에서든지 쉴 수 있는 곳이다. 누가 안산자락길과 중턱자락길 중 어디는 추천하고 싶은가 묻는다면 걷는데 이상이 없다면 중턱자락길을 추천한다.
그곳을 걷는 것이 사람 사는 인생과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기원정사를 기점으로 안산중턱자락길을 한 바퀴 돌아보자.
기원정사에서 안산 정상을 따라 오르다가 봉화약수터에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 길이 안산중턱자락길이다. 총연장 약 2.5Km의 길로 어른 걸음으로 1시간이면 한 바퀴 돌 수 있다.
기원정사에서 출발하여 봉화 약수터를 지나는 안산의 북쪽, 봉화약수터에서 나무다리를 지나 옥천약수터에 이르는 안산의 서쪽, 옥천약수터에서 무악정, 안산천약수터를 지나 안산전망대 아래쪽에 이르는 안산의 남쪽, 안산전망대 아래에서 백암약수터를 지나 소나무전망대에 이르는 안산의 동쪽, 소나무전망대에서 봉화약수터로 되돌아오는 안산의 북쪽 길로 나눌 수 있다.
안산중턱길 가는 방법으로 평소에 많이 이용하는 지하철 3호선 무악재역 출발을 기준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무악재역 4번 출구로 나와서 우측으로 한양아파트 가는 길이 나오는데 그 길을 따라 계속 오르면 한양아파트 103동을 지나 기원정사라는 절에 닿는다. 이 기원정사를 출발점으로 가는 길을 설명하려 한다.
① 기원정사(왼쪽사진)에서 출발하여 안산으로 오르는 계단을 계속 올라가자.
기원정사 주소 :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25길 31, 3호선 무악재역 4번 출구 주변
② 기원정사에서 출발해서 안산자락길을 지나 위쪽으로 계속 오르면 너와집쉼터 이정표가 나온다. 너와집을 구경하려면 우측으로, 바로 중턱자락길을 가려면 직진하여 봉화약수터까지 오르면 된다.
너와집쉼터가 있는 자리에 옛날 판자촌이 있었다고 한다. 안산공원화 사업을 진행하면서 판자촌을 이주시키고 이곳에 너와집과 채소를 가꿀 수 있는 텃밭을 조금 만들었다. 너와집은 너와로 만든 것을 보여주는 것 외에 다른 볼거리는 없다.
③ 봉화약수터에 닿으면 우측 계단으로 계속 올라가자. 내가 설명하는 중턱자락길의 시작이 봉화약수터이며 산을 한 바퀴 돌고 다시 봉화약수터로 돌아오는 길을 '중턱자락길'로 지칭하고 있다.
봉화약수터를 찾아 약수를 마신 지 15년이 지났다. 물 맛도 좋고 심한 가뭄에도 물이 끊이지 않는다. 봄부터 가을까지 새벽이나 저녁에는 약수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1시간 이상을 기다려서 약수를 길어온 적이 있을 정도로 주민들 사이에 인기가 많은 곳이다. 가끔 먹기에 부적합하다는 수질검사 결과표를 붙여 놓지만 그럼에도 계속 먹었는데 별 이상은 없다.
봉화약수터에 꼭 들러서 한 컵 마시고 가자.
④ 봉화약수터에서 올라 산등성 오르면 우측에 작은 정자가 있고 좌측으로는 안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산등성에서 직진하여 아래쪽 통나무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가 중간쯤 좌측 흙길(오른쪽 사진 중간쯤 좌측 길)을 따라가면 된다. 오던 길을 따라 계속 가면 서대문구청에 닿게 되므로 꼭 왼쪽 길로 가야 한다.
⑤ 나무다리를 지나 계속 직진하자.
안산중턱자락길은 내가 지은 이름으로 특별한 명칭이 없다. 따라서 이 길을 지칭하는 이정표도 없다. 오고 가는 사람들을 따라 계속 따라가면 된다. 아래쪽으로 내려가지 않고 계속 오던 길을 따라 직진하면 된다.
⑥ 메타쉐콰이어 숲(진행방향의 우측에 있음)을 지나 계속 직진하자.
이곳에서 시작한 메타쉐콰이어 숲은 아래쪽으로 면적이 점점 넓어져서 안산자락길의 메타쉐콰이어 숲으로 이어진다. 이 숲은 안산자락길의 마스코트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숲길을 걸으며 마음의 평안과 위로를 받는다. 하늘로 솟구친 나무는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아무리 답답한 마음으로 안산에 올랐더라도 이 숲에 있으면 마음이 열리고 환해진다.
⑦ 무악정(진행 방향 우측에 있음)을 지나 계속 직진하자. 좌측은 안산 정상, 우측은 봉원사로 가는 길이다. 무악정은 안산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대부분 단층인 정자 사이에 초호화 건물이 무악정이다. 꼭 이층에 올라가서 주위를 바라보며 땀을 식히고 조용히 명상에 잠기길 바란다. 봄과 여름이면 소풍이나 체험학습 나온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이곳을 가득 메운다.
⑧ 안산천 약수터와 안산산악회 건물과 운동시설이 있는 곳을 지나 직진하자. 이곳은 안산자락길과 합쳐진 길이다. 안산산악회 건물이 있는 곳에 운동장이 있고 링, 철봉, 역기와 같은 운동 도구들이 곳곳에 놓여있다. 운동을 정말 좋아하시는 분들이 이곳에서 근육을 키우고 복근을 키운다.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몸매를 가진 분들을 보고 싶다면 이곳으로 오면 된다. 다만 젊은이를 보려면 헬스장으로 가길.....
운동과 물은 불가분의 관계인데 이곳 안산천약수는 일 년 내내 아무리 심한 가뭄에도 물이 끊이지 않는다.
⑨ 안산천 약수터를 지나 250m 진행하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직진 길(백암 약수터 가는 길)로 직진하면 된다. 우측으로 가면 안산자락길의 능안정 가는 길, 좌측은 안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므로 사진 속 아저씨가 앉은 바로 왼쪽 아래로 내려가는 길로 가면 된다. 이곳에 서서 보면 안산 정상이 잘 바라보이며 정상으로 오르는 바위길도 보인다. 독립문에서 안산 정상에 오른다면 이 길을 지나간다. 이곳을 지나 안산 정상에 이르는 길은 도심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길이다. 서울 시내가 궁금하다면 이곳을 통해 안산 정상에 올라 보시라.
⑩ 백암 약수터를 지나 계속 직진하자.
백암약수터 주변에도 정자가 있어 쉬어 갈 수 있다. 바위 속으로 흘러나오는 약수가 맛있다.
옛날에는 물이 훨씬 더 많이 나왔었다고 한다. 안산자락을 관통하는 금화터널을 뚫으면서 물길을 막아서 이젠 물이 적게 나온다는 말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실제 이유가 그것이든 아니든 인간의 편리함이 또 다른 불편함을 준다는 것을 깨닫는다. 부분별 한 개발이 우리에게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한다는 것을 알고 행정처리를 잘 했으면 좋겠다. 이 산도 헐고 아파트를 짓자고 할까 봐 걱정된다.
⑪ 언덕 위에 소나무가 보이는 '소나무전망대'를 지나 직진하자.
소나무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인왕산과 홍제동 일대, 그리고 멀리 북한산이 보인다. 개인적으로 안산중턱자락길에서 가장 멋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세월 바람을 견딘 소나무와 풍파를 견딘 바위들이 조화를 이루고 탁 트인 전망으로 펼쳐지는 도심의 풍경이 압권이다. 소나무 왼쪽의 바위길 위쪽에 앉아 조용히 명상에 잠겨보라. 마음이 뻥 뚫리리라.
⑫ 흔들바위까지 계속 직진하자.
저 바위를 흔들어 보았다. 흔들리지 않았다.
아니 굴러 떨어지면 저 아래 우리 집이 부서질까 봐 살살 흔들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저곳에 있었을까.
얼마나 많은 비바람과 눈보라를 맞으며 저곳에 있었을까.
조선시대로부터 대한제국과 대한민국 시절을 지내는 동안 얼마나 많은 잘못과 무고한 희생을 보았을까....
그러니까 바위가 위대하다. 그럼에도 한결같이 저곳에 서 있으니 말이다.
⑬ 계속 직진하다가 봉화약수터 부근에 닿으면 작은 운동장이 보이고 왼쪽 편에 처음 출발한 봉화약수터가 있다. 이곳에서 아이들과 배드민턴을 쳤다. 족구를 하는 시민들이 자주 보인다.
안산중턱자락길의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대부분의 인위적이지 않은 북한산, 관악산의 산길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기에 이 점을 참고하고 봐주면 좋겠다. 다만 비교가 필요한 부분 때문에 안산자락길과 비교하여 특징을 보다 빨리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려 한다.
1) 안산중턱자락길은 흙길과 바위길로 이어진 자연 그대로의 산길이다.
안산자락길이 무장애길로 전동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목재 데코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만든 길이라면 안산중턱자락길은 흙과 바위로 이루어진 자연 그대로의 길이다. 최근 서울의 많은 둘레길이나 자락길이 목재로 만든 데코 길로 조성하여 시민들의 이동은 편리하지만 그만큼 흙이나 바위를 밟는 일이 줄어들었다. 아이들이 흙을 밟으며 걸을 수 있는 길, 그 길이 안산중턱자락길이다.
2) 안산중턱자락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잘 어우러진 산책의 공간이다.
안산자락길은 완만한 경사로 전동 휠체어의 이동이 가능하도록 만들었지만 안산중턱자락길은 다소 급격한 경사도 있는 산길이다. 오르막을 오르면 내리막이 이어지고 왼쪽으로 돌면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길이 이어진다. 바위길을 오르기도 하고 통나무로 만든 계단을 내려가기도 한다. 오르고 내림이, 구비구비 돌아감이 우리의 인생을 닮은 것 같아 길을 걷는 동안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사색의 길이다.
3) 안산중턱자락길은 약 2.5Km의 원점회귀길로 짧은 시간에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산책을 위한 명품길이다. 안산자락길은 약 7Km의 원점회귀길로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데 반해 2.5Km의 길이에 한 시간이면 한 바퀴 돌 수 있는 길이다. 짧은 시간 산책을 하기에는 적당한 길로 오래 걷기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함께 걸을 수 있는 행복한 길이다.
4) 안산중턱자락길은 시민의 발길이 많지 않아서 호젓하게 산길을 거닐 수 있다.
안산자락길이 알려지면서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아직은 단풍 든 설악산이나 북한산 등반길처럼 수많은 인원이 몰리면서 정체가 되거나 치여서 움직임이 불편한 것은 아니지만 점점 더 사람들이 많아져서 통행에 지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턱자락길은 다니는 시민이 드물고 시민들에게 덜 알려져 있어 호젓하게 산길을 거닐 수 있다.
5) 안산중턱자락길에는 약수터가 많아서 시원한 약수를 즐길 수 있다.
대부분의 약수터는 안산자락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산중턱자락길에 위치하고 있다.
봉화약수터, 옥천약수터, 안산천약수터, 백암약수터, 그 외에 곳곳에 이름 없는 크고 작은 약수터들이 있다. 한여름 지친 심신을 위로해 주고 목마름을 해결해 주는 약수터에서 잠깐 쉬어가는 즐거움을 누렸으면 좋겠다. 나는 안산에 오를 때마다 물을 가지고 가지 않고 약수를 이용한다. 가끔 수질오염 검사 결과 음용에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지만 이는 약수의 문제가 아니라 약수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잘못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약수병은 약수터에서 헹구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헹궈서 오고 수건이나 옷가지를 빨거나 손과 얼굴을 씻는 행위를 하지 않아도 늘 깨끗한 약수를 먹을 수 있다. 세상은 누구 하나 편하자고 하면 누구 하나는 불편한 법이다.
6) 안산중턱자락길은 자락길을 가다가 어디서든지 쉬고 싶을 때 돗자리를 깔고 쉴 수 있는 장소가 많다.
물론 안산자락길도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이 만들어져 있지만 많은 길이 데코길이어서 길 옆으로 벗어나기에 어려움이 있지만 흙길을 가다가 어디에서든지 쉴 수 있기에 제대로 힐링할 수 있는 자락길이다.
정자와 같은 사람이 만든 쉼터가 아니라 우거진 숲길 아래, 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바위 위에 앉아서 쉴 수 있는 곳, 자락길을 가다가 어디라도 돗자리를 깔고 앉아서 편히 쉴 수 있는 곳 그곳에 안산중턱자락길이다.
안산중턱자락길을 북쪽으로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면서 서쪽, 남쪽, 동쪽을 거쳐 북쪽으로 회귀하는 길을 둘러보고자 한다.
1) 안산중턱자락길의 북쪽
안산의 북쪽은 아카시아 나무가 군락을 이루어 봄이면 아카시아꽃과 그 향기가 산 전체를 감싸며, 여름이면 무성한 아카시아 잎들이 하늘을 가리고 가을이면 노랗게 떨어져 겨울바람에 뒹군다. 이 곳에 많은 아카시아 나무를 벌목하고 다른 나무들을 심어서 더 명품인 자락길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물론 자라는데 수십 년은 걸리겠지만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다른 나무를 심었으면 좋겠다.
기원정사에서 출발하여 안산자락길에 닿는 길은 이렇듯 데코로 이루어진 오르막 계단길이다.
쇠와 나무로 만든 데코길(왼쪽)과 나무막대를 이용한 길 중에 어느 것이 더 자연스러운가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데코길보다 각목이나 원형으로 만든 나무계단이 훨씬 더 자연스럽다.
안산의 북쪽의 길들은 대부분 나무 각목이나 원형으로 만든 계단이 많다.
봉화약수터 가는 길에 돌을 쌓아 만든 탑이 하나 있고 조금 지나면 너와집 쉼터가 있다. 너와집 주변으로 자그마한 땅이 있는데 봄부터 누군가 고추나 상추를 심었고, 이 너와집에도 누군가 출입하는 것 같았다. 너와집에는 원두막이 놓여 있고 그 옆에 물을 담아놓은 커다란 물통이 있어 쉬는 이들의 땀을 식혀주곤 한다.
2) 안산중턱자락길의 서쪽
안산중턱자락길의 서쪽은 메타쉐콰이어나무, 잣나무 등이 숲을 이루어 보는 이마다 감탄을 자아낸다.
안산 공원화 사업을 진행하면서 나무들을 군락 단위로 심었는데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이 나무들이 자라서 안산을 명품길로 만들었다. 산에 나무를 심고 가구는 일은 지금의 세대들이 누릴 행복이 아니라 다음 세대들이 누릴 행복이다. 안산의 숲길이 주는 평안과 쉼을 마음껏 느낄 수 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길을 걷는다. 누구나 다 살면서 인생길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경험하겠지만 그 길을 혼자서 간다면 지치고 외로울 것이다. 친구와 아내와 자녀와 그 외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그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
안산중턱자락길의 서쪽 부분에 메타쉐콰이어길이 있다. 이 나무의 행렬은 아래쪽으로 안산 자락길까지 이어진다. 메타쉐콰이어 나무가 우리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있겠지만 이 나무의 행렬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기쁨이 된다. 마치 아이가 엄마를 만나면 기쁜 것과 같은 것이라고 할까....
이 길을 가는 동안 다양한 숲을 만나게 되지만 유독 이 숲길에 눈길이 가는 것은 하늘로 오르고 싶은 우리들의 마음이 잘 묻어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봄이면 안산중턱자락길에도 벚꽃이 핀다. 벚꽃나무에서 꽃비가 내리면 흙길은 꽃길이 된다.
하얗게 내린 꽃길을 걸아본 적이 있는가?
4월 초 안산중턱자락길을 걸어보자. 꽃이 부르는 노래를 듣게 될 것이다.
겨울을 지나는 중턱자락길의 나무는 외롭다.
보는 이도 하나요, 내 앞을 지나는 풍경 속의 인물도 하나다.
나무는 옷을 벗고 알몸으로 겨울을 나고 있다.
발을 딛는 그곳 어디에선가 봄의 새싹이 돋고 있겠지만 겨울산을 오르는 길에 혼자는 외롭다.
그 외로움을 나눌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3) 안산중턱자락길의 남쪽
안산중턱길의 남쪽은 다양한 나무들이 주는 숲이 있어 좋다. 또한 봉원사와 이화여대, 연세대로부터 시작하여 안산으로 오르는 길목이다. 무악정 아래쪽에 배드민턴과 같은 작은 운동장이 여러 개 있고 안산천약수터 주변에는 링, 철봉, 평행봉, 역기와 같은 운동장비를 갖춘 운동장이 있다.
안산에서 가장 크고 넓은 정자다. 주위가 숲으로 가려져 있어 경치를 잘 볼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이층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시 쉬고 있으면 피로가 싹 가신다.
저곳에서 시를 소리 내어 읽는 사람, 낮잠을 즐기는 사람, 책을 보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다양한 형태로 시민들에게 쉼을 제공하는 공간임은 분명하다. 봄이면 유치원과 초등학생들의 소풍장소로 제일 많이 활용되어 재잘거리는 소리가 산에 가득 퍼진다.
안산중턱자락길의 바닥은 흙길, 바위길, 그리고 통나무 길이다. 높은 경사의 오르막이나 내리막이 없기 때문에 조금 올라가면 내려오는 길이 반복된다. 가을이면 이 길에 낙엽이 쌓여 바스락 소리를 내며 따라오고 봄이면 벚꽃이 바람에 흩날리며 꽃비를 내린다. 마음이 시린 사람들이 산 길을 오르며 산이 주는 소리와 향기로 허기를 채운다. 안산중턱자락길도 그런 곳이다. 마음이 추우면 꼭 들렀다 가는 그런 곳.
안산(鞍山)의 운동 메카쯤 되는 곳이다. 안산산악회가 있고 다양한 운동기구들이 있다. 긴 줄에 매달려하는 링과 철봉과 평행봉 그리고 역기 같은 도구들이 육체의 건강을 도모한다. 이곳에서 자주 만나는 시민들은 온몸이 울퉁불퉁하다. 팔뚝이 허벅지만 한테 무엇이 부족한지 몇 시간씩 머물러있는다.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장기나 바둑을 함께 두는 분들도 이곳에 많다.
육체적인 건강보다 마음의 건강이 훨씬 더 필요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두 가지 다 건강하기를 소망해 본다.
4) 안산중턱자락길의 동쪽
안산중턱자락길의 동쪽은 바위길이 많고 탁 트인 전경에 시내를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바위산에 숲길이 많지 않으며 독립문에서 출발하여 정상으로 오르는 곳이 동쪽이다. 인왕산을 마주 보고 있고 멀리 북한산 형님이 그윽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는 바위와 숲이 가장 잘 어우러진 공간이다.
나 스스로 소나무전망대라고 이름한 곳이다. 한겨울 찬바람을 이기며 여름날 뜨거운 태양을 이기며 바위 사이로 뻗은 뿌리에 의지한 채 살아간다. 저 언덕의 끝에 올라 바위에 서면 그 주변으로 키가 작은 소나무들이 자리하고 있다. 주변은 탁 트여서 인왕산과 북한산 그리고 홍제동 일대가 내려다 보인다.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고서도 거친 비바람과 시린 눈보라를 이겨내고 푸른 가지를 내미는 것. 그것이 소나무이고 그것이 우리가 사는 삶이다.
흔들바위도 있다. 흔들어도 흔들리는지 몸으로 느끼지는 못했지만 수백 톤의 무게를 가진 바위와 맞서는 것이 인간이다. 남들이 다 무모하다고 바보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 그것이 인간이다. 바위보다 큰 어려움 속에서 포기하기보다는 그것을 이기고 승리하는 것이 인간이다.
저 바위 구르면 우리 집 부서진다. 살살 다뤄주길 부탁한다.
가을에 안산중턱자락길을 걸으면 모래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안산의 남쪽과 동쪽은 바위가 많은 곳으로 바위에서 조금씩 떨어져 나온 모래들이 바윗길에 쌓여 자칫하면 미끄러져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산의 북쪽과 서쪽은 겨울철 얼음에 의한 미끄럼에 주의해야 한다. 표면은 녹은 듯 하지만 안쪽은 얼음이 그대로 있어 미끄러져서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래가 많은 덕분에 눈이 녹는 초봄에도 다니기에 불편함이 없다. 안산의 서쪽은 눈이 녹는 초봄이면 질퍽한 진흙을 밟고 지나가서 신발이 지저분해진다.
안산중턱자락길을 걸으며
이렇게 무거운 바위를 이고 있는 지구는 참 힘들겠다고 생각하다가,
한 겨울 눈이라도 내리면 추운 마음이 더 얼어버리는 것 같아서 안됐다고 생각하다가,
실옷 하나 걸치지 않고 헐벗은 가지는 외롭겠다고 생각하다가,
속이 썩어 다 비워져서 마음 한구석이 많이 아프겠다고 생각하다가,
이 자락길 끝에 힘든 것도, 춥고 배고픈 것도 없었으면
헐벗고 외로운 것도 마음이 아픈 것도 없었으면 생각하다가
이 중턱자락길을 지나는 이마다 꿈과 행복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
우리 인생은 안산중턱자락길을 많이 닮아 있다.
돌고 돌아가는 길.
인생 한 구비 돌아서면 여전히 굽이짐과 맞서고
인생 한 구비 오르면 여전히 계속되는 오름을 상대하고
그렇게 우리는 돌고 또 돌고 오르고 또 오르고 산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면 우리는 참 멋있는 존재다.
굽이짐을 이기지 못하고 추락하지 않았으며
오르막은 이기지 못하고 정지하지 않았으며
막힘도 멈춤도 없이 곳곳 하게 나의 길을 걸어왔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이 하루 봄을 기다리며
시린 겨울을 온몸으로 이겨내자꾸나.
안산중턱자락길을 걸으며....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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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 https://brunch.co.kr/@skgreat/160
2. 안산(鞍山)에 오르는 이유 : https://brunch.co.kr/@skgreat/161
3. 안산(鞍山) 가는 길 : https://brunch.co.kr/@skgreat/162
4. 안산(鞍山)의 봄 : https://brunch.co.kr/@skgreat/163
5. 안산(鞍山)의 여름 : https://brunch.co.kr/@skgreat/164
6. 안산(鞍山) 풍경 – 벚꽃 피던 날 : https://brunch.co.kr/@skgreat/175
7. 안산(鞍山)의 가을 : https://brunch.co.kr/@skgreat/165
8. 안산(鞍山)의 겨울 : https://brunch.co.kr/@skgreat/166
9. 안산(鞍山)에서 바라본 서울 풍경 : https://brunch.co.kr/@skgreat/167
10. 안산(鞍山) 야경 : https://brunch.co.kr/@skgreat/183
11. 안산(鞍山) 자락길 (Ⅰ) : https://brunch.co.kr/@skgreat/221
12. 안산(鞍山) 자락길 (Ⅱ) : https://brunch.co.kr/@skgreat/222
13. 안산(鞍山) 풍경 – 눈 내리던 날 : https://brunch.co.kr/@skgreat/224
14. 안산(鞍山) 풍경 – 안개 끼던 날 : https://brunch.co.kr/@skgreat/223
15. 안산(鞍山) 풍경 – 단풍 들던 날 : https://brunch.co.kr/@skgreat/225
16. 안산(鞍山) 풍경 – 낙엽 지던 날 : https://brunch.co.kr/@skgreat/230
17. 안산(鞍山) 풍경 – Black & White : https://brunch.co.kr/@skgreat/228
18. 안산(鞍山) 중턱자락길 : https://brunch.co.kr/@skgreat/227
19. 안산(鞍山)의 산사 – 봉원사 & 기원정사 : https://brunch.co.kr/@skgreat/229
20. 안산(鞍山) 풍경 – 눈 내리던 날(Ⅱ) : https://brunch.co.kr/@skgreat/278
21. 안산(鞍山) 풍경 – 홀로 가는 길 : https://brunch.co.kr/@skgreat/282
22. 안산(鞍山) 풍경 – 밤에 피는 벚꽃 : https://brunch.co.kr/@skgreat/331
23. 안산(鞍山)에서 바라본 서울 풍경(Ⅱ) : https://brunch.co.kr/@skgreat/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