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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웅 Apr 04. 2016

4. 안산(鞍山)의 봄

안산의 봄은 수수하고 은은하다.

산에 핀 꽃이 그렇고 그 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얼굴이 그렇다.

안산의 봄은 산수유로 시작하여 진달래, 개나리로 그 아름다움을 더하고 벚꽃으로 그 정점에 다다르며 그 아름다움은 아카시아의 향기로 퍼져나간다.

산수유가 노랗게 작은 망울을 터트리며 이른 봄을 시샘할 무렵, 엷은 분홍빛 미소를 머금고 피어난 진달래가 울긋불긋 산을 물들인다. 철쭉처럼 화려하고 강렬한 색상이 아니라 색이 바랜 듯 은은하고 수수한 진달래의 모습이 5000년 역사를 이어온 우리 민족과 많이 닮았다.

진달래에 뒤질세라 노란 꽃망울 터뜨려 산 곳곳에 노란빛의 군락을 이루며 소풍 나온 아이들의 모습에 투영되어 노란 병아리처럼 싱그럽고 화사하다.

서대문구청 위쪽의 연희 숲 속 쉼터에는 벚꽃 군락지가 펼쳐져 봄이면 하얀 꽃잎이 휘날리며 그 절정에 다다른다. 매년 4월에 안산 벚꽃 축제가 열리고 음악회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데 아름다운 음악에 하얀 벚꽃이 소리 없이 떨어지는 풍경은 잊을 수 없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행사기간에는 야간 벚꽃길도 운영하는데 가로등 불빛에 투영되어 하얗게 반짝거리는 벚꽃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올해는 4월 8일부터 10일까지 안산의 벚꽃을 찾는 이들에게 다양한 공연이 준비되어 있어 꼭 한번 들러서 즐거운 시간 보내기를 추천한다.

안산에 벚꽃이 화사하게 필 무렵 산허리를 따라 노란 개똥쑥 꽃이 노란빛을 뽐내며 올망졸망 피어나고, 기원정사 절터 마당에 핀 목련,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앞 담장의 붉은 장미는 지나는 봄의 아쉬움을 달래 주며, 밤새 물 길어 꽃을 피우는 아카시아는 그윽한 향기를 바람에 싣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한밤 중 안산 인근에 이르면 향긋한 아카시아 향기가 은은하게 다가와 시각적 아름다움과 후각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안산의 봄은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유치원생, 초등학생들의 자연학습과 봄소풍 장소로, 교회나 성당과 같은 종교단체의 봄놀이 장소로 인기가 많으며, 서대문구청으로 오르는 길에 연희숲속쉼터에는 여기저기 삼삼오오 가족 단위로 봄을 즐기는 행렬이 가득하고 잔디밭에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에 마음이 맑아진다. 험하지 않고 어린아이도 쉽게 오를 수 있기에 부모와 함께하기에 더 없이 좋은 장소이며, 잔디밭, 벤치, 정자 등 다양한 쉼터가 제공되어 봄 산책을 즐기는 멋진 장소임에 분명하다.

서대문구청 뒤 홍제천에서 헤엄치는 물고기와 개구리를 만나고 물레방아와 인공폭포의 시원한 물줄기를 바라보며 안산을 오르면 연희숲속쉼터가 나온다. 이곳에는 잔디밭이 있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으며 벚꽃 군락지가 있어 하얀빛이 온 산을 뒤덮는다. 안산에는 인공으로 조성한 작은 연못이 두개 있으며 이곳에서 개구리, 물고기를 비롯한 다양한 동물들을 만날 수 있으며 산 허리를 한 바퀴 돌아가는 안산자락길에서 깊어가는 봄을 만끽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