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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웅 Sep 10. 2016

15. 안산(鞍山) 풍경 - 단풍 들던 날




○ 단풍(丹楓)에 대하여


가을에 녹색 잎이 붉은색, 노란색으로 변하는 것.

식물의 잎에는 광합성을 하는 데 필요한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는 색소가 들어있다. 이런 색소에는 엽록소라 부르는 녹색을 나타내는 클로로필, 붉은색을 나타내는 안토시안, 노란색 색소인 카로틴과 크산토필 등이 들어 있다. 녹색 잎이 가을에 붉은색, 노란색으로 변하는 것은 바로 이 색소의 변화 때문. 가을이 되어 기온이 5℃이하로 떨어지면 녹색을 띠는 색소인 클로로필이 분해돼 붉은색 색소인 '안토시안'이 형성되면서 '붉은색'으로 변한다. 그리고 안토시안 색소를 만들지 못하는 나무들은 카로틴과 크산토필 색소에 의해 노란색을 나타내게 된다. 카로티노이드 색소는 봄에 클로로필과 함께 잎 속에 들어있지만 그 양이 적어 녹색에 가려있다가 가을에 클로로필이 분해됨에 따라 노란색이 표면에 나타나는 것이다.

기온, 습도, 자외선 등 외부조건에 따라 다양한 효소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에 단풍의 색깔은 같은 수종이라 하더라도 다양하고, 해마다 그 질이 다를 수 있다. 단풍은 평지보다 산, 강수량이 많은 곳보다는 적은 곳, 음지보다는 양지, 기온의 일교차가 큰 곳에서 특히 아름답다. 기상청은 매년 전국 유명산의 단풍시기를 발표하는데, 산 전체 면적의 20%가량이 물들었을 때를 단풍 시작일로, 80% 이상이 물들었을 때를 절정일로 잡고 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단풍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안산 단풍길 절정


서울 서대문에 위치한 안산의 단풍길은 밤과 낮의 기온차가 심하고 기온이 5℃ 이하로 떨어지는 10월 마지막 주부터 시작하여 11월 둘째 주 까지가 아름답다. 내가 가장 많이 찾은 날은 11월 첫째 주 주말로서 안산의 단풍을 잘 감상할 수 있다.

나 스스로 안산 단풍길이라고 부르는 길을 15년째 다니고 있다.

총 길이가 1Km 정도 남짓이고 그 길에 단풍나무만 이어진 것이 아니라서 설악산이나 내장산 단풍을 보고 온 사람들은 시시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안산의 단풍길을 자주 찾고 추천하는 이유는 사는 곳에서 가깝기 때문이고, 마음만 먹으면 어제든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차를 타고 몇 시간씩 가야 하거나 가을 단풍놀이로 꽉 막힌 도로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 짧은 시간에도 다녀올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단풍길을 걷고 이어 안산자락길을 따라 산허리를 한 바퀴 돌아보기를 추천한다. 혼자서 단풍길을 가도 좋겠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다녀오기 바란다.



○ 단풍길 가는 방법


서대문구청에서 단풍길 입구까지 오는 방법은 서대문구청 정문에서 서대문보건소 사잇길로 올라가서 동진빌라 정문과 연북중학교 정문을 지나면 만남의 장소에 닿게 되는데 이곳이 단풍길의 출발지이다.

'만남의 장소'에는 안산공원 화장실이 있고 돌을 쌓아 만든 돌탑이 있고 벤치가 놓여 있다. 만남의 장소인 만큼 시계도 자리를 잡고 있다.


만남의 장소(단풍길 입구)에서 단풍길 가는 방법은 아래 지도의 파란색 길을 따라가면 된다. 만남의 장소에서 연희동 성원아파트 옆길을 따라 걷다 보면 커다란 불상이 나오고 조금 더 가서 연세대와 통하는 쪽문을 지나 용천약수터에 닿게 되는데 이 길이 '안산 단풍길'이다. 약 1Km의 거리로 평평한 길로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길이다. 만남소를 바라보며 우측 편으로 약간의 오르막길이 있는데 여기가 단풍길의 시작이다.

단풍길을 걸어서 불상을 지나 조금 더 가면 연세대 정문에서 북문으로 향하는 도로를 만나게 된다. 경계 구분을 위해 안산과 연세대 사이에 철조망이 세워져 있고 연세대로 통하는 쪽문이 있다. 연세대학교에서 안산의 단풍길을 오는 경우 정문에서 북문으로 가다가 온실을 지나 아식설계공동연구소 건물 못 가서 우측의 쪽문을 이용하면 바로 닿을 수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연세대학교 메타쉐콰이어길이 있다.

길이는 300m 남짓 짧지만 좌우로 늘어선 메타쉐콰이어 행열이 예쁘다.

특히 가을을 지나 겨울에 이르면 잎들을 쏟고 앙상한 가지만 있는 나무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 단풍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단풍길의 시작은 연희동 성원아파트의 철조망 담장을 따라 시작된다.

빨갛게 물든 단풍이 가을바람에 떨어져 철조망이나 나뭇가지에 걸려있다.

대부분의 단풍은 겨울이 오기 전 떨어져서 찬바람에 산길을 뒹굴다가 사람에게 밟히고 마는데 나뭇가지나 철조망에 걸려있는 단풍은 행복하겠다.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고 나무와 대화하고 바람의 노래도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따뜻한 바람이 부는 봄이 오면 개나리 노란 꽃잎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안산의 단풍길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만남의 장소 앞 노점에서 판매하는 떡볶이와 순대를 사서 먹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단풍나무를 따라 가게되면서 부터이다.

약간의 오르막길을 따라 가면 좌우로 늘어선 단풍나무 예쁜 빨간색이어서 지나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검은색 가지에 붉은 잎들이 달려 파란 하늘을 이고 풍경 오래도록 머리에 남는다.

새색시 첫날 밤보다 더 붉은 단풍잎.

푸른 끼가 다 빠지고 이제는 황혼이 되어가는 단풍들이 조롱조롱 달려 있다.

안산에는 붉은 단풍나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초록색 단풍나무도 있어서 붉은색과 초록색의 어울림이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단풍잎이 하늘을 채워가는데 그 옆의 나무는 아직 젊다.

간혹 벌레가 먹어서 구멍이 뚫리거나 그 상처가 검게 물든 것을 제외하면 아직 젊은 40대쯤이라고 할까.

11월의 파란 하늘은 단풍이 받치고 그 단풍을 초록색 잎들이 받치고 있다.

푸른 잎은 아직 할 일이 많다.

탱글탱글 열매가 익어가도록 햇빛이 주는 영양분을 모아야 한다.

바람이 부르는 노래도 나무에게 들려주어야 한다.

빨갛게 물든 단풍의 얼굴도 보아야 하고 파란 하늘의 품에 오래도록 안겨야 한다.   


단풍이라고 다 같은 단풍이 아니다.

저마다 색이 다르고 단풍을 통해 비치는 빛도 다르다.

많이 사모하여 더 붉은 단풍도 있고 이제는 나이가 있어 덜 설레는 그래서 덜 붉은 단풍도 있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운 단풍도 있고 이젠 세월의 때가 쌓여 부끄럼 조차 둔해진 단풍도 있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 더 빨갛게 물든 단풍도 있고,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어 저녁노을에 물든 단풍도 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사는 것도 그와 같다.

사모하고 부끄럽고 설레고 그리워하고.


단풍은 철조망을 넘고 싶다.

이제는 저 철조망을 넘어 나를 그토록 기다리는 그대에게 가고 싶다.

아주 작은 씨가 떨어져서 뿌리를 내리고, 빗물을 먹으며 몸집을 부풀렸다.

키우고 키워 하늘로 하늘로 솟아오른 지 수십 해.

이제야 철조망만큼 키가 자랐다.

철조망 너머에 누가 있는지를 알고 나서 더 빨리 저 철조망을 넘고 싶다.

화사한 햇살이 부르는 그곳

파란 하늘이 부르는 그곳

그대가 부르는 곳

그곳으로 가고 싶다.


잎이 나고 잎이 자라고 나무를 키운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겨울이다.

나무는 살아 내년도 그다음 해도 잎들을 또 키워야 하기에, 춥고 배고픈 겨울을 이겨야 하기에 이제 나를 내려놓는다.

내가 죽어 다시 사는 나무야.

긴 겨울을 잘 견디고 따뜻한 봄날.

싹을 틔우고 잎을 키워 나보다 더 예쁜 나를 만들어 주렴.



○ 단풍길이 들려주는 이야기


만남의 장소를 지나 좌우로 늘어선 단풍나무를 500여 m 지나면 커다란 불상이 보이고 작은 약수터도 보인다(왼쪽 사진인데 나무에 불상은 가려서 보이지 않음).

안산(鞍山)의 단풍길은 전체 길이가 1Km 남짓이며 단풍나무가 계속 이어진 길은 아니다.

중간에 다른 나무들이 사이좋게 섞여있고 드문드문 까만 밤을 밝혀 줄 등불과 등불을 이어주는 전봇대가 이어진다. 어느 곳이나 사람들이 만든 문명의 구조물이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반감시키는 게 사실이다.

밤에 불을 밝히지 않더라도 전봇대가 없었으면, 치렁치렁 굵은 전기선이 단풍길을 따라 매달려 있지 않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단풍길은 하늘을 따라 단풍으로 만든 비단길을 깔았다.

지나는 이마다 '너는 참 예쁘다' 고백한다.


오늘 약수터에 가려고 작은 물병 몇 개를 배낭에 넣었다.

며칠 전부터 밥 맛도 없고 물맛도 없다는 영감이 생각나서 약수라도 먹으면 괜찮으려나 하는 마음으로 단풍길을 걸어 약수터로 간다.

약수터길에서 만나는 풍경.

갓 스물쯤 되었을 때 꽃가마를 타고 단풍이 진 산길을 따라 그대에게 갔다.

단풍잎을 지나며 얼굴이 붉어지고 단풍잎을 지나며 마음이 붉어지고.

두근두근 붉어지고 콩닥콩닥 설레며 이 길 끝 어딘가에 있을 그대를 만나러 갔다.

그렇게 산지 50여 년이 흘렀다.

사랑하는 그대는 붉은 단풍을 따라 땅에 묻혔지만 아직도 이 길을 걸을 때면 그대가 생각나서 갑자기 울컥한다.

내년 이맘때쯤 볼 수 있으려나....


사랑하는 아내와 아주 오랜만에 단풍길을 걸었다.

아이들이 큰 것을 보면 한 오 년을 지났나 보다.

돈 많이 갖다 주고 사랑도 많이 준 것도 아닌데 무엇이 그리 바쁜지 이 길을 이제야 걷는다.

그때 이 길을 손도 잡고 눈도 마주치며 걸었는데 지금은 적당한 간격에 적당한 눈빛을 주고받는다.

무엇이 바뀐 걸까?

지금까지 함께 산 세월이 얼마인데 그 마음 내가 다 안다고 스스로 위안을 가져보지만 그대를 행한 내 사랑이 식어진 게 분명하다.

"그때 손도 잡고 팔짱도 끼고 걸었는데."

"그때 발걸음도 맞추고 함께 노래도 불렀는데...."

그렇게 해 달라는 말이 돌고 돌아 이제야 마음에 닿는다.

아내를 바라보니 눈망울이 초롱초롱하다.



단풍이 참 예쁘게 물들었구나.

돌아보면 나도 참 예뻤다.

아니 지금도 예쁘다.

그대를 보면 아직도 마음이 두근거려 너처럼 붉어지고

그대를 보면 내 마음이 기뻐 너처럼 화사하게 웃게 되고,

그대를 만나면 달콤한 속삭임이 단풍의 시가 되고

그대를 만나면 아름다운 목소리가 단풍의 노래가 되고,

그렇게 내게 다가왔구나.

그렇게 내 마음을 채우고 있구나.


무엇을 더 채우고 싶어 이 가을 그리 빨갛게 물들었을고....



단풍길, 혼자 가지 말아요.

하고픈 말이 없어도, 듣고픈 말이 없어도

가슴속에 꼭꼭 숨겨놓은 그 사람과 함께 가요.

단풍길, 혼자 가지 말아요.

서로 바라보지 않아도, 두 손 마주 잡지 않아도

같이 있어 행복한, 함께 있어 즐거운 그 사람과 함께 가요.


그냥 한번 걸어 보아요.

시계는 보지 말고, 휴대폰 따위는 잊고서

마음이 시키는 대로 그 사람과 함께 걸어요.

그냥 한번 걸어 보아요.

해가 뉘엿뉘엿 저도, 달이 둥실 떠올라도

마음이 닿는 곳으로 그 사람과 함께 걸어요.


그대 마음에 단풍이 질 때까지

그 사람과 함께 걸어요.

그 사람과 함께 걸어요.



혹시 찬바람이 불거든 이 자리에 앉아

함께 나눈 이야기를 생각해 보세요.

혹시 흰 눈이 내리면 이 자리에 앉아

함께 한 약속을 생각해 보세요.

아프지만 참 슬프지만 잎들을 내려놓고

시린 겨울날을 참고 견디어

새봄과 함께 싹을 틔우고

잎을 키우고

빨간 단풍으로 다시 올 그때를 생각해 보세요.

보고 싶더라도 조금만 참아요.



내가 푸른 솔잎일 때 당신은 단풍이었고

내가 파릇한 봄일 때 당신은 화사한 가을이 되었네요.

긴 시간 그대가 있어 내 속에 가을이 왔고

여러 해 그대가 있어 내 마음이 빨갛게 물들었네요.


바람이 가을을 몰고 겨울로 가네요.

그대에게 물든 단풍이 지워질까 봐

그대에게 화사한 얼굴이 묻힐까 봐

마지막 남은 단풍을 오래도록

내 품에 꼭 안고 있네요.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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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산책[鞍山散策]의 전체 글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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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 https://brunch.co.kr/@skgreat/160

2.     안산(鞍山)에 오르는 이유 : https://brunch.co.kr/@skgreat/161

3.     안산(鞍山) 가는 길 : https://brunch.co.kr/@skgreat/162

4.     안산(鞍山)의 봄 : https://brunch.co.kr/@skgreat/163

5.     안산(鞍山)의 여름 : https://brunch.co.kr/@skgreat/164

6.     안산(鞍山) 풍경 – 벚꽃 피던 날 : https://brunch.co.kr/@skgreat/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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