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서 바라본 야경은 잠든 듯 하지만 깨어있다
안산(鞍山)에서 바라본 도심의 야경은 화려하다.
높이를 자랑하는 빌딩마다 흰색과 주황색 불빛이 도심의 구석구석을 늦은 시간까지 밝히고 있다.
눈부신 경제성장, 인터넷과 게임왕국, 스포츠 강국, K-POP과 같은 문화콘텐츠 등에서 역동적인 대한민국을 나타내는 말로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안산(鞍山) 정상에 올라 서울을 밤 풍경을 보면 왜 대한민국을 그렇게 표현하는지 알 수 있다.
1945년 9월 7일에 시작한 야간통행금지(밤 10시부터 새벽 4시)가 1982년 1월 5일 해제되었다.
국가안보 유지와 범죄 사전 예방을 목적으로 시작한 야간통행금지가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구속한다는 이유로 비판받아오다가 1988년 올림픽을 유치와 맞물리면서 대외적으로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고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며, 해외 관광객 유치를 통한 관광산업 부흥 등의 이유로 해제되었다.
술 먹던 우리들의 아버지들은 통금시간을 맞추려 뛰고 달려야 했고, 여기저기 호루라기 소리에 도망을 다니기도 했고, 가까운 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묵기도 했다.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되면서 밤 문화를 즐기는 젊은이들을 위한 나이트나 술집이 생겨났고, 술로 찌든 속을 달래주는 식당들도 야간 영업을 시작했다. 극장에서는 심야 영화를 상영하고 택시도 24시간 운행하게 되었다. 또한 유명한 문화재와 관광지 그리고 서울타워, 한강의 다리들 마다 앞다투어 화려한 조명으로 불을 밝히기 시작하면서 많은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하여 밤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안산(鞍山)에 올라 도심을 바라보면 잠든 것 같지만 깨어있고, 쉬는 듯 하지만 역동적인 수도 서울의 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맨 아래쪽이 종로구 통의동으로 경복궁의 서쪽 부분에 위치한 동네이다.
중간 부분에 불이 다 꺼져있는 검은 부분이 경복궁이고 경복궁 위쪽이 종로구 팔판동, 삼청동이다.
저렇게 어두운 경복궁도 일 년에 네 달 정도 야간개장을 하는데 근정전을 비롯한 곳곳에 아름다운 불빛과 고궁의 멋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빛으로 다가온다.
올해도 4차례 야간개장을 계획하고 있으며 7월 16일(토)부터 8월 19일(금)까지, 9월 24일부터 10월 28일까지 실시할 계획이다.
야간입장권은 3,000원이며, 일반인에게 현장판매는 하지 않고 인터넷으로만 입장권을 판매하고 있다.
야간개장 일정에 맞추어 안산(鞍山) 정상에서 경복궁의 야경을 바라보면 은은한 불빛과 더불어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사진 왼쪽 아래부터 오른쪽으로 대각선으로 이어진 도로는 무악재를 넘어 독립문을 거쳐 서대문, 서울역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그 도로의 아래쪽은 서대문구, 위쪽이 종로구에 속하며 사진 중앙 아랫부분에 독립문 공원이, 우측 위쪽으로 남산타워와 남산이 보인다.
야경을 보기 위해 오르는 안산(鞍山) 등산로는 독립문역에서 시작하여 독립문공원을 거쳐 안산자락길을 지나 정상에 오르면 코스가 가장 좋다.
도심의 불빛이 정상에 오르는 길을 비춰주지만 야간 조명이 없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랜턴을 휴대하고 올라야 하며,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기에 혼자 오르면 무서울 수 있으니 친구들과 같이 오면 좋겠다.
도시의 밤은 많은 것을 생략한다.
낮이 주는 환하고 화려한 색깔을 생략하고 분주한 일상을 생략하고 삶의 소음을 생략한다.
촘촘히 배열된 주택들도 생략하고 곳곳의 푸른 숲도 생략하여 어둠으로 표현한다.
한 밤에 산에 올라 일상생활의 부분들을 생략하듯, 내 마음속에 있는 어지러운 생각, 불안한 감정들이 야경을 보는 과정에서 생략되어 포근하고 평안한 마음이 든다.
많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나 자신을 포장하고 사실인 것처럼 허구를 만들고, 지위와 명예를 좇아 살게 되는 우리에게 밤은 그런 것들을 생략하고 내려놓으라 말한다.
안산(鞍山)의 높이는 295.9m, 남산의 높이는 270.8m, 남산의 N타워 전망대 높이는 479.7m.
남산의 전망대의 높이가 안산(鞍山) 보다 높으며 그곳에서 바라본 서울의 야경도 아름답지만 전망대가 유리창으로 둘러진 전망대보다 아무것도 막힘이 없는 뻥 뚫린 안산(鞍山) 정상에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바라보는 풍경도 이에 못지않다.
멀리 남산과 N타워가 눈에 들어오고 남산 정상으로 오르는 가로등의 행렬이 밤을 밝혀준다.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환하게 불을 밝힌 자동차의 행렬이 굵은 선으로 환하게 빛나고, 11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고층빌딩의 불을 밝힌 채 대한민국의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어둠이 내리는 서울 풍경이다.
가로등 불빛은 아직 점등이 되지 않아 곳곳이 어둑어둑하고 멀리 구름 사이로 지는 해에 비낀 노을이 길게 이어져있다. 해가 넘어가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꼭 고향집과 어머니의 모습이 생각난다.
딱지치기, 비석치기, 구슬치기, 땅따먹기, 술래잡기 등 고향 친구들과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놀다가 어디선가 어머니의 부르는 목소리에 놀이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갔었다.
밤이 되면 가로등도 없고 오로지 달빛 아래서 있어야 하는 시골보다 도시의 밤은 낮에 가깝다.
어디든 희미하게라도 보이고 수많은 불빛이 우리가 잠든 밤을 밝히고 있으니 도시의 밤은 산촌의 낮과 같다 할 것이다.
사진 아래쪽의 어두운 부분이 독립문공원이고, 홍제동, 독립문, 서대문, 서울역(사진 우측방향으로)으로 이어지는 통일로가 보인다.
멀리 남산에는 남산타워로 이르는 등산길에 가로등이 도열하듯 서있고 그 아래 중구, 종로구의 풍경이 비춰온다.
지방에 살다가 서울로 이사 와서 가장 처음 겪는 애로사항이 교통 문제였다.
출근길 대부분의 도로는 정체 거나 서행이고, 지하철이나 버스도 콩나물시루처럼 촘촘하고 빽빽하다.
아주 짧은 거리도 30분 이상 소요되기 일쑤고 10Km의 거리를 이동하는데 두 시간 이상 걸린 적도 여러 번이다.
주말이면 교통체증이 극에 달해 거의 주차장에 가까워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지치고, 백화점이며 놀이동산은 어느 곳이든 사람에게 부딪히고 쓸려가고, 수많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지나는 시내의 길들은 보통 체력으로는 감당이 안될 정도였다.
시간에 관계없이 언제나 살아 움직이는 도시, 밤이 새도록 불빛이 사라지지 않는 도시, 그것이 서울이다.
오늘 늦은 밤에도 도로에는 잠들지 못한 영혼들, 지친 삶의 무게를 지고 있는 가장들이 자동차 몰고 쉼을 찾아 쉼을 찾아 열심히 달리고 있다.
조금 더 가까운 남산의 풍경을 보고자 줌으로 당겨서 사진을 찍는다.
남산 우측 하늘에 있는 흰 줄은 비행기의 움직임을 나타낸다.
서울의 하늘에서 별빛을 보기란 쉽지 않다.
천만이 뿜어내는 매연과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 때문에 밤하늘을 별을 찾아보기 힘들고 가끔 남쪽 하늘에 샛별이 반짝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서울을 조금만 벗어나도 밤하늘에 별이 총총 보이고 별 나라를 떠다니는 달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매연과 같은 대기오염이 없으면 더 맑고 선명한 밤하늘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이 아쉬울 뿐이다.
농촌의 밤은 침묵이고 쉼인데 도시의 밤은 잠들지 않은 요란이고 소동이다.
그래도 요란과 소동으로 잿더미 위에 이만큼 경제성장을 이루었으니 우리의 부모와 우리는 정말 위대한 사람들이다.
내가 밤에 안산(鞍山)을 올랐을 때 서쪽에 달이 떠 있다.
반달에 가까운 달이 저물어 가는 도시를 바라보며 밤이 깊어지기를 기다린다.
아직 노을이 불그레 지평선 닿아있고 나무들 사이로 도시의 불빛들이 산란되어 시야에 다가온다.
난 이런 빛이 좋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산 너머에서 비치는 노을이 좋다.
누구는 나이를 먹어서 그렇다고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어릴 적부터 해돋이보다 노을을 더 좋아하고 오전의 형광등 빛 보다 오후의 백열전구빛이 더 마음에 와 닿았다.
선정적이거나 원색적이지 않으며 은은하고 부드러운 파스텔톤의 노을빛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가끔 안산(鞍山)에 올라 해가 지는 풍경을 보며 오랫동안 생각에 잠기곤 하는데 어느 날 한 노부부가 노을이 서산에 기울 때쯤 안산(鞍山) 정상에 올랐다.
사방을 바라보며 잠시 회상에 젖는 것 같더니 안산(鞍山)의 남쪽 방향인 여의도, 관악산 방향으로 바위에 걸터앉으셨다. 이내 아무 말 없이 노을이 서산을 넘어 안 보일 때까지 20여분의 시간 동안 아무 말도 없이 석양이 지는 도시를 바라보고는 남편이 아내의 손을 잡아 함께 일어나서 산 아래로 향했다.
태양이 이제 막 떠오르는 어린이, 태양이 머리 정수리에 다다라 정열적인 빛을 쏟아내는 청년, 그리고 현란하지 않고 원색적이지 않은 은은한 빛으로 서산을 넘어가는 노인이 되었다.
젊은 날 잡았던 손을 놓지 않고 아직도 서로 끌어주며 밀어주고 가는 모습이 석양에 실루엣으로 남아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았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왼쪽 위에 보이는 빨간 불빛이 관악산 정상이며 가운데 중앙에 아주 작게 보이는 높은 건물이 63빌딩이다.
아래쪽 검게 보이는 곳이 서대문구 봉원동 안산(鞍山) 자락이고 중간 우측으로 나란한 건물 두 개가 세브란스병원이다.
병원 건물 왼쪽으로 신촌이고, 왼쪽 가운데 어두운 부분이 이화여대 캠퍼스이다.
매년 10월 첫 주 토요일에 여의도에서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열리는데 여의도 부근의 한강시민공원을 찾아 화려한 불꽃의 아름다움을 직접 만날 수 있지만 안산(鞍山)이나 남산에 올라 바라보는 불꽃도 정말 아름답다.
수천발의 폭죽이 하늘로 올라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모양과 빛으로 밤하늘을 수놓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고 교통체증, 쓰레기로 얼룩진 여의도 주변보다 가깝지는 않지만 먼 곳에서 편하게 즐기려면 산에 올라서 구경하기를 추천한다.
오른편 위쪽으로 산 꼭대기에 불빛이 비치는 곳이 인왕산 정상이다.
한양도성이 인왕산 정상으로 연결되어 밤에도 불을 밝히고 있다.
우축아래 부터 좌측 중간으로 통일로 길을 따라 홍제동, 홍은동이 위치해 있으며 길을 따라 무악재역과 홍제역 그리고 아파트 단지들이 자리 잡고 있다.
정면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봉우리가 북한산이며 정상 부분의 작은 불빛이 비치는 곳이 문수사라는 절, 북한산 아래 불빛이 밝게 보이는 부분이 상명대학교, 그 오른쪽으로 불빛이 조금 비치는 곳이 평창동이다.
홍제동과 홍은동은 안산(鞍山), 인왕산, 북한산, 백련산에 둘러 쌓여 있어 다른 서울 지역보다 공기가 좋은 편이며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가가 산과 산 사이를 길게 이어주고 있다.
도심에서 비해서는 아늑한 느낌이 들고 산 아래 안겨 있어서 포근한 느낌도 든다.
내가 이곳에 살기 때문이겠지.
좌측 상단에서 우측 하단으로 불빛이 밝게 빛나는 도로가 통일로이며 불광, 녹번, 홍제, 무악재를 지나 독립문과 서대문으로 이어지는 도로이다.
중간 부분에 서에서 동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내부순환로이고, 정면에 흐릿하게 보이는 산이 북한산이다.
서울에 이사 오면서 처음으로 살았던 곳, 아이들의 학창 시절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
수많은 사람들이 꿈을 꾸고 그 꿈을 위해 달리고,
인생의 높다란 벽에 부딪혀서 아파하고 좌절하며,
다시 일어서서 걷고 뛰고 달리는 곳 서울.
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할 때, 삶이 나른하고 지쳐갈 때 안산(鞍山) 정상에 올라 발아래 펼쳐진 아름다운 서울의 빛을 보며 마음을 새롭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고 같이 울고 웃어줄 수 있는 친구 한 명과 안산(鞍山)에 올라 아경보다 더 환화고 아름다운 우정을 나눴으면 좋겠다.
안산(鞍山)의 밤이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는 외모보다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 내면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서울 도심의 야경을 즐기자.
(2016년 1월)
# 이 글의 모든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
1. 프롤로그 : https://brunch.co.kr/@skgreat/160
2. 안산(鞍山)에 오르는 이유 : https://brunch.co.kr/@skgreat/161
3. 안산(鞍山) 가는 길 : https://brunch.co.kr/@skgreat/162
4. 안산(鞍山)의 봄 : https://brunch.co.kr/@skgreat/163
5. 안산(鞍山)의 여름 : https://brunch.co.kr/@skgreat/164
6. 안산(鞍山) 풍경 – 벚꽃 피던 날 : https://brunch.co.kr/@skgreat/175
7. 안산(鞍山)의 가을 : https://brunch.co.kr/@skgreat/165
8. 안산(鞍山)의 겨울 : https://brunch.co.kr/@skgreat/166
9. 안산(鞍山)에서 바라본 서울 풍경 : https://brunch.co.kr/@skgreat/167
10. 안산(鞍山) 야경 : https://brunch.co.kr/@skgreat/183
11. 안산(鞍山) 자락길 (Ⅰ) : https://brunch.co.kr/@skgreat/221
12. 안산(鞍山) 자락길 (Ⅱ) : https://brunch.co.kr/@skgreat/222
13. 안산(鞍山) 풍경 – 눈 내리던 날 : https://brunch.co.kr/@skgreat/224
14. 안산(鞍山) 풍경 – 안개 끼던 날 : https://brunch.co.kr/@skgreat/223
15. 안산(鞍山) 풍경 – 단풍 들던 날 : https://brunch.co.kr/@skgreat/225
16. 안산(鞍山) 풍경 – 낙엽 지던 날 : https://brunch.co.kr/@skgreat/230
17. 안산(鞍山) 풍경 – Black & White : https://brunch.co.kr/@skgreat/228
18. 안산(鞍山) 중턱자락길 : https://brunch.co.kr/@skgreat/227
19. 안산(鞍山)의 산사 – 봉원사 & 기원정사 : https://brunch.co.kr/@skgreat/229
20. 안산(鞍山) 풍경 – 눈 내리던 날(Ⅱ) : https://brunch.co.kr/@skgreat/278
21. 안산(鞍山) 풍경 – 홀로 가는 길 : https://brunch.co.kr/@skgreat/282
22. 안산(鞍山) 풍경 – 밤에 피는 벚꽃 : https://brunch.co.kr/@skgreat/331
23. 안산(鞍山)에서 바라본 서울 풍경(Ⅱ) : https://brunch.co.kr/@skgreat/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