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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웅 Sep 12. 2016

16. 안산(鞍山) 풍경 - 낙엽 지던 날




○ 낙엽(落葉)에 대하여


나뭇잎이 떨어짐.

대개 고등식물의 잎이 말라서 떨어지는 현상인데 한기나 건조기 등의 환경에 대한 적응으로 일어난다.

말라서 떨어진 나뭇잎.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고등식물에서 잎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새 잎이 전개되는 시기에 일어나기 쉽다.                          

낙엽 시기가 되면 대부분 잎 속의 양분은 줄기 등으로 이동하여 엽록소가 분해 소실된다. 잎자루나 잎몸의 기부에 이층(離層)이라고 하는 특수한 세포층이  형성되어 이 부분에서 잎은 탈락한다. 낙엽은 낙엽수는 물론, 상록수에서도 볼 수  있다. 낙엽수는 겨울이나 건기가 되면 일제히 낙엽이 된다. 가로수로 심어진 은행나무도 가로등에 조명되는 면이 그늘진 면에 비해 잎이 오래 달려 떨어지지 않는다. 또한 온도도 낙엽에 영향을 미친다. 낙엽은 생육조건이 급격하게 변동되었을 때에도 일어나기 쉽고, 건조지의 식물을  습윤한 장소로 옮겼을 때나 그 반대의 경우에도 낙엽 되기 쉽다. 강한 빛 아래서 자란  나무가 약한 빛 아래로 옮겨졌을 때에도 낙엽이 일어나기 쉽다. 낙엽에는 황엽(黃葉)과 홍엽(紅葉)이 수반되는 수가 있는데, 특히 가로수의 경우에  많다. 낙엽이 질 때 엽록소가 소실되고 남은 황색 색소인 카로티노이드가 눈에 띄게  많거나, 동시에 잎 속에 안토시안이 형성되거나 하는 것이 황엽이나 홍엽의 원인이다. [출처 : 두산백과]


낙엽은 70여 가지가 넘는 색소를 가지고 보름간 계속되는 변신을 하고 나무와의 이별을 한다. 땅에 떨어진 낙엽은 흙이 된다. 낙엽은 1g당 4.7Kcal 에너지를 만든다. 흙이 된 낙엽은 다시 나무의 일부가 된다. 낙엽은 숲의 시작이다.  [출처 : 마지막 잎새(EBS 동영상)



안산 낙엽길 절정


서대문안산의 낙엽길은 노란색과 갈색의 낙엽이 소복이 쌓이는 11월 첫째 주부터 마지막 주 까지 제일 아름답다. 나는 매년 11월 첫째 주 주말 안산의 낙엽길은 찾아 길에 뒹구는 낙엽과 이 길을 걷는 사람의 모습에서 가을을 느끼곤 한다.

안산 낙엽길은 나 스스로 붙인 이름으로 2000년 홍제동으로 이사 온 이후로 매년 빠지지 않고 꼭 다니는 아름다운 길이다.

총길이는 1.2Km 정도 남짓, 그 길 좌우로 줄지어선 나무에서 갈색과 노란색 낙엽들을 쏟아낸다.

안산자락길에서 벗어나 그 아래쪽으로 가야 하는 단풍길과 달리, 낙엽길은 안산자락길을 돌면 만나는 일부분이다. 이 길에는 봄이면 나무마다 새 잎이 돋고, 여름이면 하늘을 가릴 만큼 우거진 잎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든다. 그리고 가을이면 갈색이고 노란 잎들이 길에 소복이 뿌리며 한겨울 바람에 흩어져 날린다.

푸른 잎들이 솟아나는 봄에는 새싹의 길, 잎들이 무성하여 하늘을 가리는 여름이면 신록의 길, 잎들의 색깔이 바뀌고 떨어져서 쌓이는 가을은 낙엽의 길이 되는 힐링의 길이다.


안산 낙엽길 가는 방법


서대문구청에서 단풍길 입구까지 오는 방법은 서대문구청 정문에서 서대문보건소 사잇길로 올라가서 동진빌라 정문과 연북중학교 정문을 지나면 만남의 장소에 닿게 되는데 이곳이 단풍길의 출발지이다.

만남의 장소에서 위 지도의 화살표 방향으로 약간 경사진 길을 따라 오르면 그곳이 낙엽길의 시작이다.

하늘을 가리듯 울창하게 서있는 나무들 사이로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이 이어진다. 예전에는 차들이 이 길을 따라 안산자락길 입구까지 진입이 가능해서 도로 갓길이 주차장이었다. 이 길이 알려지고 많은 시민들이 찾기 시작하면서 차량 출입을 통제하고 시민들이 편하게 걸을 수 있는 명품길로 조성되었다.

인간이 자기의 유익을 조금만 포기하면 정말 많은 것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안산 낙엽길을 통해 배운다.

낙엽길 좌우로 차량을 세우면서 낙엽길의 아름다움을 잃었지만 차량의 출입을 막으면서 우리는 이 길을 걷는 시민들의 쉼과 평안을 얻었다. 무엇이 더 좋은 것인가를 이 길을 지나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우측 사진의 트럭 뒤쪽 길이 낙엽길이다.


낙엽길을 오르다 보면 우측 편에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어떻게 참다운 삶을 살 것인가를 담아낸 소설가 정을병 문학비가 세워져 있다. 정을병 소설가는 1934년에 경남 남해에서 출생하여 2009년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45년 간을 서대문구 북가좌동에서 살았던 서대문구를 대표하는 문학가이다. 작품을 쓰기 위해 안산을 많이 찾았다고 하여 이곳에 문학비가 세워졌다. 정을병 문학비를 지나서 계속 가면 낙엽길이 끝나고 안산자락길 입구가 나오는데 그곳에 청록파 시인 중의 한 명으로 '푸른 숲에서'라는 시를 높이 2m 10cm, 폭 1m 20cm 크기의 3개 비석에 새긴 박두진 시비가 세워져 있다. 60여 년간 자연과 인간, 사회를 노래하며 이화여대와 연세대 교수를 지내고 연희동에서 40년 이상 거주한 서대문 대표 문학가이다.

안산자락길에는 이 두 문학가의 작품 외에 다른 문학가의 작품을 새긴 바위가 곳곳에 놓여 있다.



○ 낙엽이 우리를 부르는 이야기


계절이 가을로 들어선다.

가을에 닿으면 푸른 은행잎에 더 이상 물을 보내지 않는다.

잎은 노랗게 변하며 조금씩 야위어간다.

바람이 가을을 몰아 안산(鞍山)을 넘을 때쯤 은행나무는 잎들을 쏟는다.

그리고 겨울 속으로 간다.


추운 겨울이 되면 서민들의 삶이 더 춥고 어려워지듯이 나무들도 그런가 보다.

햇빛을 모으고 물을 길어 올려 자기의 키를 키우는 것보다 춥고 배고픈 겨울을 견디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인가 보다.

잎들을 내려놓고 호흡을 가다듬고 몸을 한껏 움츠린 채 겨울을 기다린다.

아니 겨울이 지나고 다가올 새봄을 기다린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

갈색으로 물든 벚꽃나무

가을을 맞이하는 태도가 참 곱다.

노랗다가 빨갛다가 이제는 갈색이다.

햇빛이 비치면 내장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그만큼 나를 비우고 또 비웠다.

나무가 겨울을 맞는 법은 비우는 것이다.

바삭바삭 마를 때까지 비우고 또 비우는 것이다.


이 세상 살아가기가 만만치 않다.

내가 잘 한다고 모든 일이 잘 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어떤 사람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고

누군가 때문에 나의 삶도 영향을 받는다.

나무는 자기 몸이 뚫려 바람에 시리다.

살려고 열심히 물을 길어 잎들을 키웠는데

내가 아닌 너로 인해 잎마다 하늘을 바라는 구멍이 났다.

빗물이 새는 틈새가 생겼다.

나를 그렇게 물고 뜯던 진딧물도 해충도

더 이상 먹을 게 없는지 나를 떠났다.

그럼에도 이렇게 잎을 피웠으니

나는 참 잘 살았다.


가을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다.


가을의 봄은 잎들이 물든다.

새봄 꽃 피 듯 가장 여린 곳부터 조금씩 물든다.

아직 햇빛은 쟁쟁하다.


가을의 여름은

한 여름 물 길어 온 몸이 푸르 듯 나는 확연히 가을색으로 물들어간다.

이제 햇빛이 오후 3시를 가리킨다.


가을의 가을은

탱글탱글 빨갛고 노랗게 물든 잎들이 늦가을 바람에 마른다.

해가 서산에 기울어 긴 그림자를 낳는다.


가을의 겨울은

아주 작은 바람의 일렁임에도 마른 잎들을 쏟는다.

해가 서산을 넘어 밤 속으로 사라졌다.


가을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야 비로소 겨울이 된다.

가을이라고 다 가을은 아닌 것이다.


밤하늘 보름달은 가을을 이끌고 겨울로 다가가는데

떨어진 낙엽과 남은 낙엽의 싸움이 팽팽하다.

생명줄 가지에 내 잎 하나 남아있으니 나는 가을이라 하고

떨어진 잎새 바람에 뒹굴며 떠났으니 너는 겨울이라 한다.

이 길에 너의 마음이 남아있으니 나는 가을이라 하고

이 길에서 나의 기억이 버렸으니 너는 겨울이라 한다.

너를 사랑하는 내 마음의 진심을 말하자면

너는 가을로 있고 나는 겨울로 떠났으면

그렇게 너를 사랑했으면....


사람이 지나는 길을 낙엽도 걷는다.

그 사람의 마음이 되어 걷는다.

사람이 말하는 소리를 낙엽도 듣는다.

그 사람의 귀가 되어 듣는다.

사람이 보는 가을빛을 낙엽도 본다.

그 사람의 눈이 되어 본다.


가을이 촘촘해질 무렵 이 길을 걸으며

낙엽이 걷고

낙엽이 듣고

낙엽이 보았을 가을을 생각한다.


내가 걷고 듣고 본 세상과 다르지 않고

많이 닮아 있기를....


낙엽을 밟으며 너를 생각하다가

외로이 남은 잎새에 마음 다치다가

너에게 주고 싶은 내 기억을 찾다가

마음을 스치는 바람에 먹먹해 지다가

그대에게 잘 어울리는 가을빛을 찾다가

뉘엿뉘엿 지는 빛에 쓸쓸해하다가

바라보는 눈동자에서 나를 찾다가

길어진 그림자에 외로워지다가

그렇게 다다른 가을의 끝에

가을보다 더 가을을 닮은 그대가 있다.


색이 바랜 문학잡지 어딘가에

수 해가 흘러 뼈만 앙상한 낙엽들이

문자와 여백 사이 문신으로 남아

글을 다 먹어버렸다.


문자가 텅 빈 잡지 속에는

수 해가 흘러 아스라한 낙엽들이

여백과 여백 사이 향기로 남아

기억을 다 먹어버렸다.


글이 고프고

기억이 고프고

어찌 보면 내 마음 같아서

낙엽진 거리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낙엽이 소리 없이 진다고 아이들은 슬퍼하지 않았다.

낙엽이 바람에 흩날린다고 아이들은 울지 않았다.

낙엽이 밟혀서 부서진다고 아이들은 아파하지 않았다.


내가 느낀 낙엽과 아이들이 바라보는 낙엽이

나에게 스며든 가을과 아이들에게 닿은 가을이

이렇게 다를 수 있기에


가을이 되면 내가 아이의 눈으로 돌아갈 수 없음이

낙엽이 지면 내가 아이의 생각에 이르지 못함이

이렇게 아플 수 있기에


오늘 아이들이 던진 낙엽을

오래도록 바라보는 것이다.

오래도록 담아두는 것이다.


가을이 남긴 붉고 노란 편지들이

할 말을 잃고 거리에 쌓여도

그대가 있어 외롭지 않구나.


낙엽이 바람에 일렁이며

기억을 흩으며 도로에 나부껴도

그대가 있어 쓸쓸하지 않구나.


혼자 남은 가을이 겨울 같아도

서릿발이 내린 빈 들에 서 있어도

그대가 있어 서럽지 않구나.


나만 있으면 외로운 길

마음 한구석 뻥 뚫려 시린 길

그대가 있어 고독하지 않구나.


네가 있어 외롭지 않구나.






(2015년 11월)




# 이 글의 모든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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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 https://brunch.co.kr/@skgreat/160

2.     안산(鞍山)에 오르는 이유 : https://brunch.co.kr/@skgreat/161

3.     안산(鞍山) 가는 길 : https://brunch.co.kr/@skgreat/162

4.     안산(鞍山)의 봄 : https://brunch.co.kr/@skgreat/163

5.     안산(鞍山)의 여름 : https://brunch.co.kr/@skgreat/164

6.     안산(鞍山) 풍경 – 벚꽃 피던 날 : https://brunch.co.kr/@skgreat/175

7.     안산(鞍山)의 가을 : https://brunch.co.kr/@skgreat/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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