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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뮨 Nov 22. 2019

밥 한 끼의 힘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

20대 중반에 동경으로 어학연수를 갔다. 벌어놓은 돈으로 갔지만 동경의 물가는 너무 비쌌고, 다인실의 기숙사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내가 자는 시간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한국에 있는 부모님과 전화로 싸우지를 않나, 한국에서 온 내 반찬들을 몰래 훔쳐먹지를 않나... 아무도 없는 타지의 생활만으로도 힘들었는데 다인실의 피로도가 나를 더 힘들게 했었다. 정말이지 여기서 계속 살다가는 큰일 날 것 같아서 큰 맘먹고 집을 다시 구하게 되었다.




다인실보다 비쌌던 1인실을 구했으니 아르바이트를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손에 습진이 생기도록 설거지를 하고, 홀에서 일본어로 주문을 받고, 자전거로 이동하며 교통비를 아끼고, 식재료도 싼 것만 사서 먹어도 월세와 생활비가 만만치가 않았다. 가끔 한국에서 먹을 것을 붙여주시기도 했지만 김치가 떨어지면 단무지를 양념해서 김치를 대신했었고, 외식이라고는 매번 가는 싼 라멘 집 밖에 가지 못했다.




그럴 때 유학생들을 챙겨주시던 주재원 다니시는 분들이 계셨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식욕이 왕성한 20대의 유학생들을 종종 불러서 밥을 해주시고, 반찬도 싸주셨었는데 그게 그렇게 생각난다. 정말 배고픈 시절에 받은 도움이라서 더욱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기숙사에서도 밥을 해 먹었지만 한국처럼 가스불도 아닌 엄청 느린 전기레인지였고 다 같이 사용하는 거라서 오래 사용하기도 힘들었다. 양념이라고는 고춧가루, 설탕, 소금 정도만 있었으니 집밥이라고 해도 제대로 맛이 날 리가 없었다. 그런데 그 주재원 언니네 집에 가면 정말 맛없는 게 없었다. 게다가 플레이팅까지 신경 써서 제대로 차려주시니 다들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 만에 사람답게 밥을 먹는 것이냐며 그 집에 간 날만큼은 모든 시름을 내려놓고 마음껏 먹고, 마음까지 넉넉해지는 것을 느꼈었다.





신앙공동체에서 만나긴 했지만 본인들의 집으로 불러서 그 많은 청년들을 먹이고, 어떤 날은 재워 주시기도 했는데 그것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가 아니라 정말이지 우러나와서 베풀어주신 것이었다. 2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했던 많은 사람들이 거기서 밥을 먹고, 평소에 잘 못 먹던 과일이나 디저트를 먹었을 뿐만 아니라 멘토의 역할까지 해주셔서 마음의 고민까지 함께 나누며 정말이지 많은 도움을 받았었다.




이렇게 도움을 받아봤기에 나는 요즘도 아파트 사람들에게 친정에서 가져온 김치며, 농산물을 나누게 된다. 부모님들도 본인들이 드시는 것보다 나누는 것이 훨씬 더 많은 분들이라서 늘 나누는 것에는 인색하지 않으시기에 그것을 계속 봤으니 닮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얼마 전에도 김치가 커피가 되어서 돌아오기도 했고, 단감이 되어서 돌아오기도 했다. 클릭만 하면 새벽에 집 앞에 배달이 오는 세상이지만 이웃들과 정을 나누는 이 삶이 나는 계속되기를 바란다. 각자의 현관문을 꽁꽁 걸어 잠근 채 살아가는 아파트라서 옛날처럼 물물교환까지는 힘들겠지만, 공유 사회가 잘 형성되어서 삭막한 삶이 아니라 훈훈함을 유지되는 세상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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