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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ys Jul 29. 2021

티처뷰_신나는 학교 박성은 선생님

살며 가르치며 배우며 / 박성은_신나는 학교 교사

오늘은 가칭 신나는학교 개교를 준비하고 계신 박성은 선생님과 만났습니다. 


Q1.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재작년에 “수업 나누기 정보더하기” 코너에서 선생님 수업 사례를 봤었습니다. 샘 사례를 보면서 선생님 과학 수업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래서인지 더욱 반갑습니다. 그러면 전국 새넷 선생님들에게 선생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왼쪽에서 두번째, 박성은 선생님

A. 소개를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음…… 일단 경기도에 근무하는 28년 차 지구과학 교사입니다. 현재는 경기도에서 새롭게 내년에 개교하는 가칭 신나는학교 개교추진단으로 올 3월부터 발령이 나서 개교추진단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는 경기도혁신교육연수원 파견교사로 미래 교육 교원리더십아카데미 연수를 2년간 운영했었고요. 그 연수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그 전에 미래 교육 교원리더십아카데미를 기획하는 일에 참여했는데 하다 보니 제가 직접 운영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파견교사를 신청했죠. 연수 과정을 설계할 때는 미래 교육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고요. 리더십은 뭘까, 미래 교육은 뭘까에 대한 제 고민을 나누고 함께 그 답을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Q2. 이제 미래 교육 개념에 대한 확신이 드시나요?

A. 저는 무언가를 확신하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제 스스로 질문하고 고민하고, 연수 과정 속에서 현장에서 체득한 많은 얘기 들으면서 저만의 생각의 씨앗을 가졌다고 할까요?


Q3. 그 생각의 씨앗이 뭘까요?

A. (웃음) 그렇게 물어보시니까 저도 제가 가진 생각의 씨앗이 있기는 한 건지 의구심이 드네요. 그때 아카데미를 마무리 지을 때는 저 스스로 이제 작은 씨앗을 가졌다고 생각하고, ‘그럼 이제 뭔가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그것에 대한 확신은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제대로 된 씨앗은 신나는 학교를 시작해보면 달라질 얘기 같아요. 아직까지는 미래 교육이 실제가 아니라 상상하고 그림을 그리는 중이라서 확신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거 같아요. 정답처럼 “미래 교육은 이거다”라고 말씀드릴 수 없고요. 미래는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거라고. 실행을 통해서 또 다른 답안지 하나를 만들어가는 거. 해보는 거. 


Q4. 말씀하시는 거 보니까 과학 선생님다우시네요. 과학은 가설을 설정하고 수많은 사례를 근거 삼아 귀납적으로 검증해가는 학문이잖아요. 미래 교육 역시 확신이 아닌 검증의 과정을 밟고 있다는 말씀이신 거지요? 

A. (웃음) 맞아요. 


Q5. 올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셨을 거 같은데요. 어떠셨나요?

A. 사실 개교추진단으로 교사 4명이 개교 1년 전에 사전 발령을 받아서 학교설립을 추진하는 일이 경기도에서 처음 있는 일이에요. 4명이 1년 전 발령을 받을 수 있었던 근거는 가칭 신나는 학교는 기존 학교와는 굉장히 다른 개념의 학교이기에 가능했던 거예요. 기존 학교는 가르치는 곳이라는 개념이 강하잖아요. 미성숙한 학생들의 배움을 위해 사전에 어른들이 공간, 내용, 교육과정, 교육방식까지도 다 결정한 뒤에 학생들에게 배우라고 만들어 놓은 곳이 기존의 학교잖아요. 근데 저희 학교는, 배움의 당사자이자 주체는 결국 학생이니까 “모든 결정은 학생이 한다”에서 출발해요. 학교의 설계도 아이들이 합니다. 그래서 2학기에 중1부터 고3 학생 중에 희망자를 모집해서 학생 개교추진단을 조직할 거예요. 이 아이들이 모여서 학교 공간, 교육과정을 모두 설계하게 할 겁니다. 대안교육 위탁기관으로 안성 수덕원을 기숙사 삼고, 몽실학교를 배움터 삼아 9월에서 12월까지 2개월씩 1기, 2기로 나눠 운영하기로 했어요. 이런  준비를 위해 6개월 전에 개교추진단 교사를 뽑은 거죠.


Q6. 그러면 지난 6개월간 신나는학교 개교추진단이 하신 일은 무엇인가요?

A. 새로운 개념의 학교를 세워야 했기 때문에 이 학교의 핵심 콘셉트, 비전과 철학에 대해서 4명의 교사가 공부하고 토론하는 시간이 지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미 학교 밖에서 교육적 대안의 실험을 하던 학교들이 많이 있잖아요. 비인가 대안학교나 공교육 내 대안학교를 방문하면서 그들이 이루었던 실천과 한계점 등을 보러 다니고, 앞으로 가야 할 미래 교육의 방향을 찾기 위해 책도 읽고 탐방도 다니고, 앞으로 교육의 방향을 고민했던 시간입니다. 그렇게 고민하면서 찾아낸 가장 중요한 핵심 컨셉이 교육의 개념을 다시 써보자는 거였어요. 그동안에는 학생이 배움의 주인이라고 하면서도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에 대한 주체는 교사를 비롯한 어른들이었는데 그 주인을 학생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 핵심 콘셉트예요. 미래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 교육을 ‘Education’이 아니라 ‘Empowering’으로 개념 정립을 하고 있어요. 


Q7. Empowering으로서의 교육은 무엇일까요?

A. 툰베리처럼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삶 속에서 실천하는 힘을 지닌 아이들로 키워내는 것이죠. 아이들에게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거예요. 문제 상황을 직면해서 상황을 인식하고 그 해결 방법을 탐색하고 스스로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배움이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정제된 지식을 가르친 후 사회에 나가서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 속에서 배워갈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권한을 돌려줘야 해요.


   또 하나는 그동안 학교는 마을과 동떨어진 마을 속 섬처럼 존재했잖아요. 마을교육공동체로서 마을과 연결하려고 노력하는 학교도 있지만, 마을과 함께 아이들을 키우는 것을 고민하는 지역은 학교가 주체적인 역할을 한다기보다 지역이 나서서 노력하고, 그 지역에 속한 학교가 수혜를 누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저희 학교는 마을과 공생하는 중추 역할을 해보자는 야심을 품고 있어요. 여기까지가 4명의 교사가 6개월간 고민하면서 도달한 우리들의 생각이고요. 우리가 이렇게 만들어놨더라도 아이들에게 꼭 그렇게 해야 한다고 당위로 제공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스스로 생각을 갖추면 그것을 도와가면서 만들어갈 것이라 믿어요. 아이들에게 생각이 나오고,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면 그 생각을 확장시켜 가면서 마을과 만나고 미래지향적인 더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 함께 고민해 가려고 하는 것이죠. 


Q8. 듣다 보니 문득 89년도에 국내 방송에서 다뤄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영국의 서머힐스쿨이 생각이 나는데요?

A. 굳이 서머힐스쿨을 표방한 게 아니고요. 신나는 학교의 모티브는 경기도 꿈의 학교와 몽실학교에서 왔어요. 꿈의 학교는 2014년도부터 시작됐고, 그 속에서 스스로 함께 지원했던 마을 교사 그러니까 마을 활동가와 마을 자원으로 아이들에게 직접 해보라고 권한을 위임했을 때 아이들이 무척 잘 해내더라고요. 그러다가 아이들의 주체적인 활동을 왜 방과 후에만 해야 하지? 일상 속에서 늘 하면 되지라는 생각에서 신나는학교가 만들어지게 된 거예요. 신나는학교는 중고 통합 6년제 학교이고요. 모집 대상은 학교 안 아이들은 물론이고, 학교 밖 청소년들도 지원해서 올 수 있어요. 규모는 최대 90명~100명인 작은 학교를 표방하고 있고, 선발할 때도 학년별로 뽑지 않고요. 무학년제 개념이 있어요. 

 

 경기도가 여러 개, 미래 학교를 계획하고 있는데 신나는학교가 그중에 가장 상상의 끝판왕인 것 같아요. 우리 학교는 법적 제도 유형 중에 각종학교에 해당해요. 이우학교나 간디학교 등도 대안교육 특성화중고등학교 유형이라서 교육과정의 일부분이 국가교육과정의 제한을 받아요. 대안학교지만, 국가교육과정의 일부 제한을 받는 거죠. 하지만 각종학교는 수업일수가 연간 180일 이상만 확보하면 되고, 교과는 중학교인 경우에는 국어, 사회만 고등학교인 경우에는 국어, 사회, 한국사를 국가교육과정 이수 시수 중에서 50%만 이수하면 돼요. 그 외에는 교육과정을 새롭게 만들 수 있어요. 


Q9. 그러면 2022 개정 국가교육과정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시겠네요?

A. 생물의 진화과정을 보면 대륙이 떨어져서 섬이 된 경우에는 고립되어 자기들만의 진화과정을 거치면서 도태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국가교육과정이 매우 빠르게 많이 진화되어가는데 학교밖 대안학교가 국가교육과정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그 진화와 변화의 속도가 뒤처질 수 있어요. 출발은 이상적인 철학으로 출발했지만 외부 요인의 자극을 수용하면서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되기 일쑤죠. 더구나 신나는학교는 미래 교육을 선도하는 학교인데 계속해서 미래 학교다운 위상을 정립하려면 국가교육과정이 진화하는 맥을 짚고, 흡수하면서 선구적으로 변화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황하게 말했는데 그래서 국가교육과정에 관심이 많다는 말이에요. (웃음)


Q10. 선생님이 2022국가교육과정 개정에 요구하고 싶은 것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A. 모든 다른 학교들도 학교가 스스로 교육과정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율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고교 학점제도 개설되려고 하고 있지만, 저는 거기에 아이들도 교과를 개설할 수 있는 자율성이 생기면 좋겠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평가의 방식이 조금 풀렸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시간이 갈수록 나이스에 교과 세특이 너무 형식화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저는 현재 교과 세특에 쓰는 내용을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편지로 써 줬었거든요. 이것은 단순한 피드백이 아니라 아이와 교사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기록이었죠. 그런데 나이스에 교과 세특을 기록하느라 진이 빠져서 더는 편지로 아이들에게 써 줄 수가 없더라고요. 나이스 상 교과 세특이 교육으로 전달되는가, 그저 객관적인 기록물로 남는가를 생각 안 할 수가 없어요. 국가교육과정이 그저 객관화, 표준화만 표방하지 않고 더 질적인 교육이 가능할 수 있도록 개정되었으면 좋겠어요.


Q11. 신나는 학교에서 시도해 보고 싶은 교육프로젝트가 있을까요?

A. 저는 예전 학교에서도 프로젝트는 많이 했는데요. 기존의 프로젝트에서 답답했던 부분은 결국 평가를 직면하면 마지막에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거였어요. 마지막에는 등수를 매길 수밖에 없는 그 지점. 평가가 자신의 성장으로 충분히 흡수되려면 학교에서 아이들을 정성껏 수행 과정을 살피면서 방향을 잃지 않도록 하면서 학생의 삶 속에서 실천의 기회를 주어야 하는데, 최종 지점에서는 평가를 통해 줄 세우기를 할 수밖에 없던 현실을 맞닥뜨리게 되거든요. 평가가 아이들을 좀먹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음에도 30대가 된 제자들 말을 들어보면 가슴 아프게도 어른이 되어서도 스스로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믿음을 갖기가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이건 학창 시절 우수한 평가를 받던 아이들이 더 심하대요. 아이들이 자신이 잘하고 있는가에 대한 기준을 계속해서 외부에서 오는 피드백에만 의존하는 거예요. 자신의 내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잘해나가고 있는 아이들인데도 계속해서 내가 잘하고 있는지를 다른 사람에게 확인해봐야 하는 거예요. 자신의 자신감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데 학교에서 뭔가 더 잘해보겠다고 했던 그 시간들이, 그 평가를 강조하면서 더 열심히 잘해보려는 교사들의 노력의 모든 과정까지도 “이렇게 해야 잘하는 거야”는 무언의 메시지를 주었던 것이 아이들에게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싶은 거예요. 


   제가 어렸을 때를 생각해 보면 선생님들이 그렇게 열심히 가르쳐 주지 않았어요. 시험 기간에 벼락치기를 해도 시험을 칠 수 있는 정도. 저는 사교육 금지 세대라 책도 많이 읽고, 신문도 읽고, 맘껏 놀기도 했어요. 근데 요즘 아이들은 모든 교과가 모두 수행평가를 하는 바람에 아이들이 전혀 짬이 안 나는 거 알죠? 그런데 그 모든 기준을 선생님이 세워주잖아요. 우리 신나는학교에서는 교사의 디테일한 평가로 아이들의 능동적 자신감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아이들이 스스로 평가하고, 스스로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평가를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기존 학교 프로젝트는 학기 단위 평가에 묶이잖아요. 프로젝트의 기간이 한정적이었어요. 아이들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은 기간의 구애가 없는 것인데. 동아리조차도 학원 다니는 것, 대학 입학 등등 여러 가지 상황적 여건에 얽매이니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꾸준히 할 수 없잖아요. 신나는학교는 6년 통합학교니까 자신이 뭔가 관심을 가졌을 때 끊기지 않고 지속할 수 있을 거고요. 6년 동안 한 학생의 성장 과정을 선생님이 지켜보면서 종단적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예요. 


   또 제대로 깊이 있고 의미 있는 프로젝트가 되려면 사회에 영향을 미쳐야 하잖아요. 학기 단위로 프로젝트가 끊어지다 보니 그 최종 단계까지 도달하지 못한 채 마무리가 되곤 했어요. 제대로 프로젝트를 하려면 공부도 많이 하고 준비도 많이 하고.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이해하고 솔루션을 만들어 1차 시도, 2차 시도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사회적 실천까지 이끌어가고 싶어요. 앎과 삶이 일치되어 실제 삶이 되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습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철학과 동시에 깊이 있는 문제해결 역량을 지닌 아이들로 성장시키고 싶어요.


   그리고 기존 학교에서는 동아리 단위로만 했던, 여행하는 학교, 여행하면서 배우는 학교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교실과 교과서를 넘어 자연에서 여행하면서 배우는 것이 정말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Q12. 와, 대단하십니다. 기존 학교 행정업무 측면에는 어떤 혁신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으신가요?

A. 일단은 모든 교사가 모든 아이의 담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정도는 협의했어요. 학교 행정업무는 교육활동과 관련된 행정, 교육청과 연결된 행정이 있잖아요. 아이들과 관련된 행정은 하겠지만 외부 기관과 관련된 행정은 교사의 힘을 빌리지 않을 예정이에요. ‘각종학교’의 행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잘 정리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고민을 아직은 하지 않았어요. 추후 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Q13. 그러시군요. 이제 화제를 바꿔볼까요? 선생님의 개인적 목표는요?

A. 좀 더 지혜로운 어른이 되고 싶어요. 지금 저는 너무 아이 같기도 하고, 너무 미성숙한 것 같아요. 성숙하고 지혜로운 어른이 되고 싶어요.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법도에 어긋나는 법이 없는 그런 어른. 여전히 어려운 것이 너무 많고, 이제야 그 어려운 길을 가면서 나의 틀을 깨고 있는 것 같아요.


   학교를 제가 최대 정년까지 다닌다 해도 채 10년도 안 남았는데 이 학교가 내 교직의 마지막 학교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학교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가슴에 품고 있었거든요. 그 질문을 실천으로 드러내 보이는 거. 그 속에서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학교를 만들고 또 그렇게 살아가고 싶은 거. 그리고 퇴직을 하고 난 이후에는 교육자들의 서재를 만들고 싶어요. 거기에 들여놓은 책으로 선생님들이 함께 모여서 토의하고 얘기 나누고 거기서 뭔가 작당할 수 있는 카페. (웃음) 


   저희 세대가 혜택받은 세대라고 하잖아요. 혜택을 받았으니 우리 세대 교사들이 다음 세대에 해줘야 할 게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우리나라의 성장기에 함께 성장했고 앞으로도 연금 받으면서 풍요로운 노후를 누릴 거잖아요. 교육에 대해 생각 많고 쌓아온 연륜과 전문성 있는 교사들이 60대 전에 은퇴한 이후에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좀 낭비 같아요. 학교와 마을의 연결 얘기를 많이 하는데 학교와 마을이 직접 연결되는 것은 사실 좀 힘든 것 같고요. 그 연결고리 역할을 은퇴할 우리 세대 교사들이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노후에도 학교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요즘 생각하고 있어요.


  그냥 생각해요. 우리 세대 중에 교장, 교감으로 승진하는 선생님 외에는 마음속 열정의 불꽃을 꺼뜨리면서 뒷방 늙은이들처럼 살아야 할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많은데……. 우리는 청년 세대들에게 빚진 것이 많아요. 교육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과 능력과 재산도 있고요. 자신의 노후와 자녀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후 세대를 위한 새로운 판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지난 1학기에 대안교육 교사 양성 과정인 ‘삶을 위한 교사 대학’을 다니고, 신나는 학교를 준비하면서 체제 밖 대안학교들을 방문하였어요. 그러면서 깨달은 건데 공교육제도 안 학교에 있느라고 학교 밖에 존재하는 아이들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구나. 제도권 학교들이 담아내지 못하는 많은 아이를 학교밖에서 그물망처럼 돌보며 받쳐주는 수많은 선생님이 계셨구나. 그분들이 너무나 고맙고 존경스러웠어요. 그래서 퇴직 후에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졌어요. 그분들 하시는 실천을 쳐다보면서 우리가 너무나 많은 것을 갖고 있으면서도 틀 안에의 어려움에만 빠져 있었다는 반성도 되더라고요.


 Q14. 사실 저도 대안학교에 대해 큰 의미를 둔 적이 없거든요. 선생님 말씀을 듣다 보니 이것도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식견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다면 전국 새넷 선생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A. 전국 새넷 선생님들이 많은 일을 하시죠. 움직이지 않는 학교에 파문을 던지는 일을 하고 계실 텐데……. 뭔가 확실한 방향을 세우고, 내가 하는 이 일이 옳다고 믿어야 강한 추동력이 나오기도 하겠지만, 그와 동시에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분이 있겠죠. 그 ‘다름’을 ‘틀림’으로 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게 말하기는 쉬운데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렵더라고요. 교육의 본질을 고민하며 제대로 방향을 잡아가려면 나는 나의 경험과 내 인식 속에 옳다고 확신하겠지만 그 확신을 한 번쯤은 의심하며 다른 생각을 지닌 학교 구성원들과 건강한 토의・토론 문화가 자리잡혔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너무 마음을 성급하게 먹지 말고, 본질을 고민하면서, 그리고 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구나. 왜 그렇게 생각할까? 라는 호기심으로 접근하면서 놓쳐서는 안 될 존재로 만났으면 해요. 그리고 시선을 학교 안에만 두면 너와 나의 다름만 보이니까 시선을 학교 안에만 두지 말았으면 해요. 학교 밖의 다른 세계를 보고 나면 우리 안의 ‘다름’들은 큰 방향 속에 미묘한 차이로 보일 거예요. 영감은 때로는 바깥을 쳐다보는 데서 나오기도 하거든요. 



신나는 학교를 만드시느라 매우 피곤하고 힘드실 텐데 쉬는 일요일까지 뺏은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이 인터뷰를 접할 많은 독자에게는 학교 안팎을 아우르는 통찰력 있는 시선을 공유한 매우 소중한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요. 나중에 신나는학교가 개교하면 꼭 한번 방문하고 싶네요(웃음). 안녕히 계십시오.




+2021 여름호 목차+


들어가는 글_2021 새넷 여름호


1. 시론


2. 포럼 & 이슈


3. 특집


4. 전국 NET


5. 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6. 티처뷰_teacherview


7.이 책 세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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