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 이슈 / 새로운학교지원센터
10월이면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고시된다
10월이면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고시된다. 2024년에 초등학교 1~2학년을 시작으로 2025년에 초등학교 3~4학년, 중1, 고1에 적용되는 교육과정이다. 지난 4월 20일에 ‘모두를 아우르는 포용 교육 구현과 미래 역량을 갖춘 자기주도적 혁신 인재 양성’을 비전으로 개정 교육과정 추진계획을 발표하였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고교학점제는 2025년에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2007, 2009, 2019 교육과정 개정을 겪으며 교사들 사이에서는 수시 개정이라는 단어 자체에 피로감을 토로하거나, 교육과정 개정의 방향과 내용에 대한 이해보다는 ‘그래서 진짜 뭐가 달라졌는지’를 물으며 냉소적으로 반응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달라지고 있다. 학교 혁신의 과정에서 적극적인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현장을 어렵게 만드는 한계나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공유되고 있고, 국가 교육과정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국민과 함께 하는 미래형 교육과정’을 내걸고, 국민 참여와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교육부의 행보는 또 어떠한가. 한편으로는 이런 변화를 반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이른바 전문가들 사이에서 교사들이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이번 역시 준비가 부족했다는 반성이 들기도 한다.
이럴 때야말로 네트워크의 힘이 필요했다. 2022 개정 국가 교육과정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내용에서 예상되는 문제나 이미 발견된 오류는 무엇인가? 이전 교육과정의 실천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발견했나? 이 발견을 어떻게 공유하고 개정 교육과정에 반영해야 하나?
지난 5월 13일, 7차 새넷 학습터부터 1학기 마지막이었던 7월 15일의 10차 학습터까지 대주제는 ‘교육과정’이었다. 7, 8차에서는 각각 국가교육회의 장학관과 개정 교육과정 개정위원을 발표자로 모시고, 교사 토론자의 토론으로 이어지는 형태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다루었다. 9차에서는 학교 기반 교육과정, 10차에서는 교사 교육과정을 주제로 각각 두 분의 교사 발표자를 모셔서 발표를 듣고, 질의응답으로 이어갔다.
7차 학습터 - 새로운 국가 교육과정 설계와 학생중심교육
7차 학습터는 ‘새로운 국가 교육과정’을 주제로 국가교육회의 최지윤 장학관의 "새로운 국가교육 과정 설계와 학생중심교육"의 주제발표에 이어 동암초등학교 최봉선 선생님과 갈매고등학교 김태호 선생님의 토론이 이어졌다. 국가교육회의 최지윤 장학관은 국가 교육과정 개정에 관한 연구, 포럼 등에서 제시한 내용, 주요 쟁점을 종합하여 안내하였다. 또 학교 교육과정 실천 기록, 우리 안의 교육과정 전문가 키우기, 학생, 학부모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며 공감대를 넓힐 것, 참여를 부탁했다. 작게는 설문 참여부터 모니터링이나 토론 등에서 목소리를 낼 것을 당부했다.
최봉선 선생님은 ‘기대는 국가 교육과정’을 주제로 교육부의 교육과정 개정 발표에서 사회의 변화를 주도할 철학이 담겼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선언 중심의 진술이 아닌 행위 주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드러난 진술문 형태로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태호 선생님은 ‘동의하는 이유와 동의하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과잉 대표의 위험과 새로운 통제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는 거버넌스에 대한 잘못된 패러다임과 시민자치 시대 고급공무원의 역전 현상, 학생 주도성에 대한 잘못된 해석, 학생이 요구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학교장 권한으로 교육과정 수시 개정, 수시 교육과정 편성이 가능해야 한다는 의견을 발표하였다.
8차 새넷학습터 - 차기 교육과정 개정의 주요 과제
6월 3일 8차 새넷학습터에서는 2022 교육과정 개정위원인 이화여대 황규호 교수의 ‘차기 교육과정 개정의 주요 과제 검토’ 발표를 들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추진 현황에 대한 설명과 함께 국가 교육과정 포럼에서 발표했던 내용을 중심으로 미래 교육 논의, 현행 교육과정의 보완과제 분석, 차기 교육과정 개정과 관련된 주요 쟁점 분석 등 많은 내용을 다뤘다. 주어진 한 시간의 발표로는 담을 수 없는 역량 기반 교육과정, 대강화, 자율화 등에 대한 쟁점과 성취기준 진술, 이수 기준 설정 등에 대한 논의 등은 원고에 담았다.
양산 증산초 배정호 선생님은 미래 교육을 미래 산업사회에 대비하는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문제, AI를 통한 책임교육이 현 기술 수준을 넘어선 과장은 아닐지, 과도한 양의 성취기준 문제를 이야기했다.
부산 남산고등학교 김민수 선생님은 미래 교육, 교육과정 개정의 내용, 코로나19로 깊어진 문제점등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고교학점제에 대한 고등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했다. 학생들이 선택과정을 반기는 것은 그동안 교과수업에서 다양한 선택을 허용하지 않은 데 대한 반작용일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정시 확대라는 입시정책 상황에서 고교학점제는 수능에 유리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학생과 학부모의 기대가 있는 것이 현실이기에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교육부에서 교육의 방향과 입시정책 사이에서 정반대의 신호를 주고 있고, 미래사회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이 높은 상황에서 교사가 줏대를 가지기 어렵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현재의 공통, 일반 선택, 진로 선택교과에 융합 선택교과를 또 개설한다고 하는데, 교육부에서 가장 손쉬운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 비판했다. 다양한 선택과목을 개설하는 동안 그 과목을 가르치기 위한 준비를 하느라 자기 과목 연구를 할 시간, 학생들의 의미 있는 성장을 들여다볼 시간,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와 전망을 할 수 있는 학교 안 학습공동체에서 함께 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을 토로했다. 또 교육과정 거버넌스를 통해 다양한 입장의 충돌이 일어나야 하고, 입시교육의 관성과 변화에 대한 열망이 동시에 다루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혁신학교를 통한 십여 년의 경험이 더 많이 언급되고 토론 주제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화여자대학교 황규호 교수는 토론에 대한 소감과 함께 교육과정 자율화 쟁점에 대해 현장 교사들의 좀 더 구체적인 논의와 의견 공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자율화에 대한 교육부와 현장 간의 입장을 배달 사고에 비유하며,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자율권이 무엇인지, 또 이를 제한하기에 수정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구체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9차 새넷 학습터 - 학생성장을 이끄는 학교기반 교육과정
9차 새넷 학습터의 주제는 ‘학교 기반 교육과정’이었다. 먼저 정유숙 선생님은 대규모 도심 학교인 세종 소담초등학교에서 교육과정과 학교 시스템을 어떻게 세워왔는지, 특히 공동체가 학교의 비전과 교육과정을 공유하며 혁신해 온 과정을 안내하였다. ‘민주, 참여, 스스로 더불어, 배울 힘과 나눌 품’이라는 말이 의미 없이 흩어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협력해 왔는지 학교 시스템과 문화, 구체적 일정과 운영을 사진과 함께 다양한 실천 사례로 보여주었다.
충북 서전고등학교 장소연 선생님은 ‘고교학점제와 학교 기반 교육과정’을 주제로 고교학점제의 개념, 운영 목표, 학교문화와 교사의 역할 변화, 고교학점제의 적용과 정착을 위한 피드백 과정, 교사와 강사 수급에 따른 새로운 업무 발생과 이를 운영할 체제 마련, 교사 정체성의 변화에 대한 역할 적응과 교사 양성 체제의 변화 요구, 진로 진학 담당 교사의 역할 확대, 새로운 학교 공간의 필요 등 고교학점제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 설명을 이어갔다. 평가체제의 복잡한 상황, 입시에서 각 대학의 요구를 고려한 진학 지도의 어려움 등은 어디서도 듣기 어려운 생생한 이야기였다. 고교학점제를 운영하는 서전고의 학교 시스템과 문화의 변화뿐만 아니라 학교 교육 과정에 대한 학생들의 소감도 전해 들었다. 서전고 구성원이 성찰한 앞으로의 과제와 현재의 고민은 앞으로 모든 고등학교가 겪어야 할 앞날의 것일 수 있었다.
서길원 초대 이사장님은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말의 무게를 무섭게 받아들이며 개별화 교육을 넘어선 개인화 교육에 대한 인식, 진로가 진학으로 귀결되는 현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 학교 간 네트워크의 필요성과 가능성, 자기주도적 학습력과 자기 관리 능력을 주목해야 한다는 말씀으로 소감과 함께 과제를 제시했다. 이제 우리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심어야 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통해 새로운 담론을 열어가야 한다는 새로운학교네트워크의 임무를 상기시켰다.
10차 새넷 학습터 - 학생성장을 이끄는 교사 교육과정
10차 학습터는 방학을 앞둔 7월 15일에 ‘학생성장을 이끄는 교사 교육과정’을 주제로 포항 흥해서부초등학교 오설란 선생님, 구리 갈매고등학교 김태호 선생님 두 분이 이끌어주셨다.
교육이란 무엇인지 묻고 답하며 자기 생각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오설란 선생님의 교사 교육과정의 발표를 먼저 들었다. 교육이란 자기 문제로 삶을 사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라는 자기 정의를 바탕으로 ‘나는 교사로서 어떤 질문을 해야 자기 삶을 살아가는 것일까?’, ‘나는 내 삶의 문제로 수업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며 자기 문제로 수업을 하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배움의 태도를 기르는 수업, 표현하는 수업, 관계 맺는 수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3학년 아이들의 생생한 수업 대화도 들을 수 있었고, 아이들이 자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질문과 실천, 기록과 분석, 성찰로 이어지는 그 어려운 과정을 기꺼이 해내고 있는 한 교사의 교사 교육과정은 학습공동체에서 무엇을 나누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김태호 선생님은 교사교육과정을 자신 있게 운영하기까지 겪은 변곡점을 『배움의 도』를 중심으로 교사 성장기를 들려주었다. 교사홈페이지 운영, 과학 글쓰기와 과학 탐구와 프로젝트 중심의 수업, 학급 운영 연구회 운영, 학생과의 협업으로 학교 숲 지도와 웹진 만들기, 무학년제로 학생 스스로 계획하고 참여할 수 있는 생태 캠프 운영을 통한 노력, 이후 과학 교사 모임 활동에서 『과학이 열리는 책 읽기』를 발간, 오픈 북 평가와 환류 평가 시도, 과목 간 통합을 담은 『통하는 공부』 출간, 생명 과학 교사 협업으로 만든 『시크릿 바디』 출간까지 각 과정에서 학생관, 교육과정과 평가에 대한 관점 변화, 교사 정체성의 변화를 겪었다고 한다.
이제는 기존 패러다임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아이들의 세계를 만나 학생에게 매뉴얼이 아닌 지도를 제시하는 교사, 학생을 지원하고 동행하는 교사로서 한 학생의 인생사에 기초한 수업을 어떻게 해왔는지 발표했다. 학생이 스스로 만드는 교육과정이 바로 김태호 선생님의 교사 교육과정인 듯했다.
교육과정 개정을 앞두고 네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새넷 학습터, 교육과정 개정 방향에 대해서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룰 수는 있겠지만 현장의 구체적인 목소리는 다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로 연결하여 배우고 익히는 네트워크, 우리는 '새로운학교'를 중심으로 더 나은 교육을 지향하며 만나고 있다. 우리 안에서 "스승"을 찾는 만남 또한 귀했다. 발표와 토론 모두 한편의 글로 정리하기에는 많은 내용이었다. 다행히 새넷 학습터 밴드에는 당일 영상이 갈무리되어 실려있다. 아직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우리 현장 교사들은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문제의식을 지니고 참여해야 하는지 궁금하시다면 다시 보기를 권한다.
들어가는 글_2021 새넷 여름호
1. 시론
2. 포럼 & 이슈
3. 특집
4. 전국 NET
5. 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6. 티처뷰_teacherview
7.이 책 세 권!
2021년
2020년
2019년
201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