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 이만주_새로운학교네트워크이사장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빠진 후부터 우리는 ‘코로나19로부터 언제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어왔다. 코로나19의 진원지가 어디인가에 대한 추적을 통해 그 책임을 지우려고 한다. 그런데 이 모든 현상이 인간이 농작물을 키울 때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내고 살충제의 힘으로 농작물과 땅의 힘을 키워오면서 결국 땅의 본래 성질을 잃어버렸듯 인간의 삶의 방식 또한 별반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대응해 오면서 인간 삶의 본성과 힘이 돌연변이화 된 탓은 아닐까?
코로나19, 얻은 것과 놓치고 있는 것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기후와 환경 문제, 미처 살피지 못했던 아이들의 모습, 새삼스러운 교육격차 발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미래 교육, 온라인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역량의 필요성, 학교와 교사의 역할에 대한 재조명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근데 아름답고 현학적인 도돌이표 담론은 무성한데 정작 뼈저린 성찰이 빠진 듯하다.
이탈리아의 사상가이자 정치가인 안토니오 그람시는 “낡은 것은 죽어 가는데도 새로운 것은 아직 탄생하지 않았다는 사실 속에 위기가 존재한다. 바로 이 공백 기간이야말로 다양한 병적 징후들이 출현하는 때다.”라고 했지만, 옛것은 사라지지 않았고 새로운 것은 다양성, 미래 교육, 공정, 정의라는 이름으로 우후죽순 생겨난다. 그런데 각각의 모습으로 각개 약진한다.
정권 초기에 시작했어야 할 것들이 밀린 숙제 하는 것처럼 진행된다. 법령, 제도, 규정의 정비 등 전제되어야 할 것들은 그대로 둔 채 사(事)후 약방문식이다. 이제 교육전문가가 방역전문가처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전문가적 관점에서 방역을 말해야 한다.
그람시는 ‘옛것과 새로운 것 사이의 공백기를 위기’라고 했다. 우리 교육은 비록 원격수업이라는 것이 교육의 한 흐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지만, 코로나로 인한 2년의 교육 공백기를 지나고 있음도 사실이다. 여기서 공백기란 새로운 것으로 가기 위해 전제되어야 할 최소한의 것들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코로나 시대에서 교육자치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2년의 공백기 속에 학교는 멈칫거리고 주저하게 되었다. 하지 말라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내고 그것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점차 학교의 역할이 더 확대되어야 시기에 오히려 약화 되고 있다. 지난 10년의 혁신교육의 성과 속에서 움트기 시작했던 학교의 자발성과 주도성도 상실되고 있다. 이는 기회의 상실이다. 더 이상 새로운 것에 대하여 학교와 선생님들의 시큰둥함과 냉소적인 반응을 강화해서는 안된다. 교사는 화수분이 아니다.
교육자치의 큰 걸림돌 중의 하나가 관료적 체계를 말한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19를 극복하기 위해 교원단체와 교육부는 협력적 관계를 만들어 왔다. 한편으로는 미래지향적인 교육의 변화를 위한 생산적인 파트너십을 만들어 가는 데에 소중한 과정이었지만, 수 차례 간담회, 협의회를 거치면서 교육자치를 강화하고 새로운 미래교육의 기반을 구축하는 기회로 만들어 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
교육자치 측면에서 보면 코로나 2년여 동안 오히려 시·도교육청이나 교육지원청의 역할이 중요해졌는데 관료적 체계속에서 교육부의 지침이나 규정을 대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교는 할 수 있는 것들마저 위축되어 왔다. 이 또한 기회의 상실이다.
위기는 뜬금없이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변화를 위한 기회의 상실이 누적되었을 때 위기는 쓰나미처럼 닥쳐온다. 영화 ”테넷“의 이야기처럼 일어날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학교자치는 교육의 본질이 학교안에서 더욱 깊어지고 확장 되게 할 것이다.
헝클어진 교육의 실타래를 어떻게 풀 것인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혁신교육 이전은 차치하고, 10년 동안의 혁신교육은 과거이자, 현재요. 미래다. 그것은 불연속성의 분절이 아니라 연속선상에서 본질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각각의 정책들은 교육의 본질을 중심으로 씨줄과 날줄로 엮여야 한다.
사회적으로 혐오와 냉소주의가 점점 깊어가고, 상대방에 대한 비난을 통해 자기의 욕망을 채우고 상대를 짓밟음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하이에나와 같은 행태를 우리 아이들이 무감하게 바라보게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혐오와 비난과 짓밟힘이 깊어지기 전에 교육으로 세상을 바꿔내는 데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
앞서 교육부와 교원단체간의 협력적 관계를 이야기했다. 그 흐름에서 각 교원단체는 다양한 영역에서 공유와 협력의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후 교원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각각의 요구와 주장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고립과 분산을 자초하지 말고 협력과 연대로 더 큰 교육 변화의 지형을 만들어 가야한다.
꽃과 열매를 보려거든 먼저 흙과 뿌리를 살펴야 한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오래된 미래, 이미 와버린 미래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아직이다. 우리가 가야 미래요. 그것은 곧 현실이 된다.
2022년 정치 격변기를 앞두고, 10년 전 혁신교육을 극렬하게 반대했던 경쟁과 경제우선의 논리가 또 다시 혁신교육에서 미래교육으로 나아가는 수레바퀴를 되돌리려 하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2022교육과정 개정, 고교 학점제 등 교육의 격랑이 일고 있는 지금, 다시, 사람이 희망이다.
들어가는 글_2021 새넷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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