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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Jan 25. 2024

짜임새 낱말과 짜임새를 모르는 덩어리 낱말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최봉영 선생님의 페북 글《한국의 지식인과 얼치기 낱말》중에서 지난 글에 이어 '4. 사람들이 배우고 쓰는 낱말'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다발말[1]중 일부를 묻고 따져 풀어 보는 글입니다.


앛씨말이 모여서 짜인 짜임새 낱말

지난 글에서는 터박이 말을 겨레를 기준으로 안에서 생겨난 터박이 낱말과 밖에서 들여온 터박이 낱말로 구분했습니다. 한 가지 갈래가 더 있습니다.

둘째, 한국말에는 짜임새 낱말과 덩어리 낱말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낱말의 갈래가 있다.

짜임새 낱말은 무엇일까요?

짜임새 낱말은 어떤 낱말이 둘 이상의 앛씨말(語根/語幹)이 모여서 하나의 짜임새를 이루고 있는 낱말을 말한다. 사람들은 짜임새 낱말이 갖고 있는 짜임새를 풀어야 뜻을 잘 알아볼 수 있다.  


앞서 손때[2]를 묻힌 그림을 불러 봅니다.


세 가지 짜임새 낱말

짜임새 낱말의 갈래에 대한 설명입니다.

짜임새 낱말에는 세 가지가 있다. 먼저 안에서 생겨난 짜임새 낱말로서 ‘모+내기’, ‘새+참’, ‘몸+가짐’, ‘나+들이’, ‘오+가다’, ‘되+묻다’, ‘세+차다’와 같은 것이다. 다음으로 밖에서 들여온 짜임새 낱말로서 ‘移+秧(-모내기)’, ‘間+食(-새참)’, ‘姿+勢(-몸가짐)’, ‘外+出(-나들이)’, ‘往+來하다(-오가다)’, ‘反+問하다(-되묻다)’, ‘激+烈하다(-세차다)’와 같은 것이다.

아래 다발말을 보니 '우리말 순화'가 떠올라 찾다가 국립국어원의 '다듬은 말' 데이터베이스를 찾았습니다.

이런 것은 안에서 생겨난 짜임새 낱말로 바꾸어 쓸 수 있는 것들이다. 이를테면 ‘移+秧’을 ‘모+내기’로, ‘間+食’을 ‘새+참’으로, ‘姿+勢’는 ‘몸+가짐’으로 바꾸어 쓸 수 있다. 이렇게 바꾸어 쓰게 되면, 사람들은 짜임새 낱말의 뜻을 한층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반면에 우리말 대응이 어려운 외래어도 있습니다.

끝으로 밖에서 들여온 짜임새 낱말로서 ‘事+物’, ‘感+動’, ‘發+芽’, ‘創+意’, ‘地+震’, ‘海+溢’과 같은 것이다. 이런 것은 안에서 생겨난 짜임새 낱말로 바꾸어 쓰기 어려운 것들이다. 이런 것은 사람들이 낱낱의 漢字를 새김말 낱말을 가지고 뜻을 새겨야 한다. 이를테면 사람들이 ‘事’를 ‘일 事’, ‘物’을 ‘것 物’, ‘感’을 ‘느낄 感’, ‘動’을 ‘움직일 動’, ‘發’을 ‘필 發’, ‘芽’를 ‘싹 芽’ 따위로 뜻을 새길 수 있어야 ‘事+物’, ‘感+動’, ‘發+芽’와 같은 낱말의 뜻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다.  

마침 번역을 하고 있어서 '다음은 말'을 쓰고 싶지만, 여의치 않을 때가 있어 위 다발말에 더욱 공감합니다.


짜임새를 모르는 덩어리 낱말

'인수분해'(?)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다발말입니다.

덩어리 낱말은 사람들이 짜임새를 갖고 있는 어떤 낱말을 그냥 하나의 덩어리처럼 알아보는 낱말을 말한다. 사람들이 짜임새 낱말을 덩어리 낱말로 알아보게 되면 뜻을 제대로 풀어낼 수 없다.  

덩어리 낱말도 마찬가지로 세 가지 갈래가 있네요.

덩어리 낱말은 세 가지가 있다. 먼저 사람들이 안에서 생겨난 짜임새 낱말을 하나의 덩어리 낱말로 알아보는 것으로서 ‘모내기’, ‘새참’, ‘몸가짐’, ‘나들이’, ‘오가다’, ‘되묻다’, ‘세차다’와 같은 것이다. 이런 것은 사람들이 조금만 깊이 생각하면 말의 짜임새를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음, '조금만 깊이 생각하면'이라는 문구가 저를 자극합니다. <새로운 운칠기삼(運七技三) 활용법>에 썼듯이 비록 지금 '조금만 깊이 생각하면'을 보자마자 최봉영 선생님의 제안을 따르면 '느닷없는' 행동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낱말의 뜻을 차려서 사는 행동 양식'을 목표(일종의 커리어 변화라고 할 수 있음)로 하고 있기 때문에 선생님의 문구가 '늦앛'으로 작용합니다. 늦앛 없어 보이지만, 늦앛이 있게 행동하는 것이죠.


덩어리 낱말의 짜임새를 알려는 노력

다음 다발말은 낯선 표현에 대해 인수분해 하여 대응하라는 지침으로 들립니다.

다음으로 사람들이 밖에서 들여온 짜임새 낱말을 하나의 덩어리 낱말로 알아보는 것으로서 ‘이앙(-모내기)’, ‘간식(-새참)’, ‘자세(-몸가짐)’, ‘외출(-나들이)’, ‘왕래하다(-오가다)’, ‘반문하다(-되묻다)’, ‘격렬하다(-세차다)’와 같은 것이다. 이런 것은 안에서 생겨난 짜임새 낱말로 바꾸게 되면 뜻을 알아보는 일이 크게 쉬워진다.

마지막 갈래의 덩어리 낱말은 외래어 자체로 짜임새를 살펴야 하는 경우에 대한 설명입니다.

끝으로 사람들이 밖에서 들여온 짜임새 낱말을 하나의 덩어리 낱말로 알아보는 것으로서 ‘사물’, ‘감성’, ‘발아’, ‘창의’, ‘지진’, ‘해일’과 같은 것이다. 이런 낱말은 사람들이 한자(漢字)의 뜻을 새겨서 풀어낼 수 있어야 뜻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다.

다음 다발말이 설명하는 사실은 육아 과정에서 우연히 매주 느끼고 있습니다.

한국말에는 한자 낱말이 매우 많다. 교과서에 나오는 학술 용어는 거의 모두가 한자로 된 짜임새 낱말로 되어 있다. 한자를 배우지 않은 사람은 이들을 모두 덩어리 낱말로 받아들이게 되어, 낱말의 뜻을 흐릿하게 알아본다. 그런데 한자를 아는 사람도 한자의 뜻을 바르게 새길 수 있어야 낱말의 뜻을 또렷하게 알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한자 낱말의 뜻을 그냥 얼치기로 새겨서 풀어낸다. 이를테면 사람들이 ‘學’을 ‘배울 學’으로, ‘習’을 ‘익힐 習’으로 뜻을 새기지만, ‘배+우+다’와 ‘익+히+다’가 무엇을 뜻하는지 또렷하게 알지 못하는 까닭으로 ‘學習’의 뜻을 ‘익혀서 배우는 일’로 풀어내지 못하고, ‘배우고 익히는 일’로 풀어낸다. 그들이 ‘學習’의 뜻을 ‘배우고 익히는 일’로 풀어내는 것은 마치 고기를 ‘씹어서 삼킨다.’라고 말해야 할 것을 ‘삼켜서 씹는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여기에 더하여 직업이 소프트웨어 분야다 보니 느끼는 바가 이쪽 분야의 지식은 영어 의존이 극심하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최봉영 선생님의 페북 글《한국의 지식인과 얼치기 낱말》중에서 '4. 사람들이 배우고 쓰는 낱말' 중에서 한국사람이 생각하는 다섯 가지 낱말의 갈래 중에서 두 가지 갈래를 묻고 따졌습니다.


주석

[1]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학습법과 창의성 모두 기억이 핵심이다>에서 인용한 박문호 박사님의 말, '내 감정의 손때를 묻히라는 겁니다'에서 유래합니다.


지난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연재

1. 마주해야 보인다, 본 것에 마음이 가면 녀긴다

2. 정신을 차리고 터박이 바탕 낱말을 또렷하게 따져 묻기

3. 말의 바탕치, 짜임새, 쓰임새, 펼침새 따위를 살피다

4. 속말과 말차림: 대화에서 얻은 보물

5. 임자인 사람은 살리고 그 결과는 크다

6. 말과 마디말에 대하여

7. 개념의 구성 요소: 원칙, 생각, 믿음

8. 생각을 또렷하게 펼치려고 힘을 쏟기

9. 아직 잔재가 남았지만 곧 사라질 형식적 권위주의

10. 아이와 영어책을 읽다가 영어 문장의 차림을 짚어 봄

11. 낱말의 뜻을 또렷하게 알아야 할까?

12. 말의 바탕치와 짜임새를 살펴보는 일

13. 말의 쓰임새와 펼침새를 살펴보는 일

14. 논쟁 승리와 진리 추구 그리고 권위주의 청산

15. 사람들이 배우고 쓰는 낱말의 유기체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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