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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Apr 30. 2024

책속에서_앞으로 올 사랑(2)

139

우리의 삶은 생물학적 ‘사실’과

인간적 ‘가치’ 사이 어딘가에, 간밤에 꾼 꿈의

흔적처럼 흐릿하고 신비롭게 묻어 있다.

그런데 우리가 향하는 곳이 죽음만은 아니다.

우리가 향하는 곳은 자기 자신이기도 하다.

우리는 인생을 걸 만한 가치가 있는 일에

스스로를 맞춰가고, 그 방법을 통해서만

자기 자신이 되어가고 자기 자신을 향해 다가갈

수 있다. 그녀는 이런 방식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 혼란을 겪는

대신 자신을 실현해냈다.

[정혜윤, 앞으로 올 사랑, 96]  



140        

내가 내 삶을 사랑하기 위해서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는 중요한 문제다. 나는 발견되는 기쁨을 말하고 싶다.

자기를 사랑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 그것은 누군가에게 발견되는 것이다.

사랑받을 만한 어떤 것을 가지고 있음이 누군가에게 발견되는 것이다.

건강한 자기애는 감사와 사랑을 보낼 타인들이 곁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내가 좋지 않게 행동하면

슬퍼할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사랑과 믿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살면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 중 하나다.

[정혜윤, 앞으로 올 사랑, 189]  



141        

아마존에서 인간과 동물의 고통은 아름다운 단어로

표현되지 않는다. 코로나 시절에도 아마존의 산불은

줄지 않고 있다. 치솟는 금값 때문에 금광을 파헤치는

손길도 더 바지런해졌다. 코로나에 전염된 인디언들은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다.

재규어, 살쾡이, 악어, 잉꼬, 순찰병인 물총새,

그리고 또 무슨 동물들이 서식지를 잃고 차라리

죽음을 택할지 알 수도 없다. 이것을 어떻게

아름다운 단어로 표현하겠는가? 자연을 돈다발로 보는 한,

동물 역시 돈으로 보는 한, 아마존에 해피엔딩은 없다.  

[정혜윤, 앞으로 올 사랑, 213]          



142

우리는 돈 없이는 생계를 이어갈 수 없는 사회에 살기에

노동은 돈으로 ‘정당’하게 평가되어야 하지만,

모든 것이 돈으로만 환원되는 세계에서 살 수는 없다.

토니오와 안토닌과 두 마리 개와 원숭이의 이야기는

저항할 수 없이 좋다. 우리는 요란하게 번쩍거리지 않는

식탁을 사랑할 줄 안다. 기쁨을 좋아한다. 뜻밖의 선물 같은

순간을 좋아한다. 드물게 가식 없는 대화를 좋아한다.

감사의 마음을 간직할 줄 안다. 존중이 좋은 것임을 안다.

매일매일 이러한 것들과 함께 살아가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매일매일 사랑과 행복과 이해와 존중과

감사에 둘러싸여 있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온통

저항해야만 하는 이야기에 광범위하게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는 우리에게 피난처가 된다.  

[정혜윤, 앞으로 올 사랑, 262]    



143      

그들은 다가올 세상에 책임감을 가졌다.

최후의 순간까지 삶을 미래와 연결시켰다.

그들은 죽었지만 이미 미래에 속해 있었고

미래의 일부였고 언제나 미래의 일부일 것이었다.

그들 중 아무도 몰랐지만 당시 그들은 어두운 세상을 받치는

버팀목이었다. 그들은 “왜 내가 그 일을 해야 해?”,

“내가 그 일을 하면 남들은 나를 위해 뭘 해주는데?”라고

묻지 않고 해냈다. 사실 이렇게 묻기 시작하면 사랑도 끝이다.

“왜 내가 너를 사랑해줘야 하는데? 너는 나에게 뭘 해줄 건데?”

사랑과 연대는 이런 말들 속에서 깨져왔다. 그들에게는 다른 숨은

이유 같은 건 없었다. 대가도 보상도 이유가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하는 게 살아가는 이유 자체였다. 다른 이유는

필요 없는 것, 이것이 가장 급진적인 사랑이다.

이런 자발성이 주체적인 인간을 만든다.  

[정혜윤, 앞으로 올 사랑, 279]



2024.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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