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은 유토피아의 법률 제도에 대해서 모어
일행에게 설명합니다.
"그 사회의 대다수를 형성하고 있으며,법률이 지향하는
바를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하는 하층계급의 관점에서
본다면,법률을 만든 다음 전문적인 논의를 수없이
거친 후에야 적용할 수 있는 법률이라면 전혀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생업에 종사하기에도 바쁜
대부분의 시민들에겐 이러한 연구를 할 시간도,정신적
인 능력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마땅히 해야 할 바가 무엇인가를
일깨워주는 것이 법률의 유일한 목적이므로,그 해석
이 까다로울수록 그것을 이해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어지고 그 효과도 더욱 떨어질 것입니다.반면에
단순하고 명백한 의미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습
니다.
유토피아에는 법률이 거의 없습니다.그들의 사회제도
는 법률이 거의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유토피아인
들의 생각으로는,보통 사람들이 한눈에 읽지 못할 정도
로 길거나,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법률을 이용해
사람들을 얽어매는 것은 매우 부당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유토피아에는 넘쳐날 정도로 많은 개별적인
사건과 법조문에 정통한 법률가는 없습니다.그들은 각
개인들이 소송 사유를 직접 진술하고,변호사에게 해야
할 이야기는 판사에게 직접 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
고 생각합니다.유토피아에서는 법률이 거의 없으며
또 가장 자연스러운 해석을 언제나 옳은 것으로 간주
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법률 전문가입니다.
한 국가의 복지는 전적으로 행정관료의 자질에 달려
있습니다.유토피아는 돈이 소용이 없으므로 뇌물에
매수되어 부정한 일을 저지르지 않습니다.사적인
편견과 금전적인 탐욕은 법정을 위협하는 가장 큰
두 가지 죄악이므로 이러한 자질들은 특히 판사에게
중요한 것입니다.이러한 죄악이 한번 기세를 떨치게
되면 이내 모든 정의를 파괴하므로 사회를 무력하게
만들어버립니다."
인간 사회를 바르게 유지하는 데는 반드시 필요한 규범들이 있다. 사람마다의 이성으로 규제되는 도덕, 종교 관습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과는 별개로 인구가 증가하고 사회 구조가 발달하면서 이를 강제적으로 규제하는 물리적 이성이 있다. 바로 법이다. 법은 거대한 현대 사회를 유지하는 사회 규범의 중심이 되었다. 법이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되긴 했지만, 도덕이나 관습 역시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족 사회나 소규모 이익 집단의 구성원 사이에서는 법보다 도덕이 우선시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똑같이 삶을 규정하는 도덕과 법의 구체적인 차이점은 무엇일까? 라이프찌히 대학의 토마지우스
교수는 “법은 인간의 외적 행위를, 도덕은 인간의 내적 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규범” 이라 하였다. 그는 ‘사색에는 누구도 벌을 가할 수 없다’ 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스콜라 철학을 대표하는 토마스 아퀴나스는 법을 정의의 표현으로 보고 법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존재하는 덕목이므로 외적인 행동과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도덕의 관점에서는 법과 달리 마음으로 짓는 죄도 죄가 된다는 것이다.
법은 물리적 강제력을 동원하여 인간 삶을 규제하지만, 도덕은 강제력이 없다. 그러나 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도덕적으로도 자유로울까? 그건 아닌 것 같다. 법에 위반이 아니더라도 때로는 사회적인 지탄과 비난의 대상이 오히려 더 큰 벌이 될 수도 있음을 우리는 주변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사회적 가치관이나 문화적 관습이 더 소중하게 여겨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법은 자연의 이치와 조화된 현실 세계를 중시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과 닮아 있고, 도덕은 이상 세계인 이데아를 꿈꾸었던 플라톤의 사상과도 닮아 있다. 따라서 법과 규범은 구체적인 사실 하나 하나를 규제하고 있지만, 도덕은 인간 삶의 전체를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이상적인 규범이라고 할 수 있다.
유토피아에서도 사회를 규제하는 최소한의 법률들은 있었지만, 도덕적 관습을 더 중요시한 사회 였다. 즉
토마스 모어는 인간 사회가 가장 평화롭고 편안한 인간 관계를 유지하려면 많은 법률과 통제를 통한 강제가
아니라 도덕적인 자율이라고 생각 했던 것 같다.
수 년 전 우리나라에서 어느 대법관이 취임하면서 ‘인간을 살리는 법이 되도록 할 것’ 이라고 했던 말이 기억 난다. 하지만 그 법도 그를 잘 살리지는 못한 것 같다. 오히려 ‘법은 죽은 것이며, 법을 살리는 것은 인간이다’ 라는 말이 있다.
법을 살리는 것은 인간의 건강한 도덕적 마음 가짐 이라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규제하는 법과 규범보다는 사람 마다 이성이 지배하는 도덕적 양심이 우리 인간 사회에 더 소중한 규범이 아닐까?
법은 법률서적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양심 속에
있고,법은 강력해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정의로울
때 지켜진다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법이 강자들의 이익을 대변할 때 법은 사람들을 해치는
무기가 된다는 것을 어찌 토마스 모어는 알았을까?
ᆢPlato Won
인문학과 추상화의 만남..
Easy 人文Art
ㆍ토마스 모어 유토피아 28과 중
16.해석이 까다로운 법일수록 정의와 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