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아리다 Oct 04. 2023

디오니소스와 예술 한 잔

Emotions  20. 음주욕 ebrietas


음주욕 (ebrietas)은
술에 대한 지나친 욕망이나 사랑이다.

<에티카> 스피노자



<음주욕> 화려했던 과거로 돌아가려는 발버둥

음주욕에 대한 스피노자의 정의에서 '지나친(immoderata)'이라는 말에 주목해야 한다. 적당히 술을 마시는 것, 이것을 음주욕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너무 지나치게 술을 찾을 때, 우리는 음주욕에 빠진 것이다. 무엇이 술에 대한 지나친 욕망이나 사랑, 즉 음주욕을 낳는 것일까? 현재 자신의 삶에 대한 무기력과 패배 의식 때문이다. 불운하고 비참해서 직시하기조차 힘든 현재를 깨끗이 잊고 싶은 정도만큼 우리는 과거 인생의 정점이었던 시절을 꿈꾸게 된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222-223



 시

취하라_보들레르


 음악 & 뮤직비디오

Dionysus 디오니소스_BTS

취중진담_전람회

술이야_바이브

술이 달다_에픽하이

술 한 잔 해요_경서 (경서예지), MJ (써니사이드)




조금 의아했다. 감정에 관한 것인데, '음주욕'이라니. 감정이라기 보다 욕구에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ebrietas는 찾아보니 라틴어로 '술에 취함, 만취'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술에 취하고 싶을만큼 힘든 감정이라고 생각하면 될까. 스피노자의 정의로는 음주 자체를 너무 원하고 사랑하는 상태이고, 강신주 박사의 정의는 '현재의 비참함을 잊기 위해 과거의 영광을 떠올리고자 술을 마시고 싶어지는 마음'에 가깝다. 그렇다면 '음주욕'이라는 것이 결국은 어떤 상태나 상황이든 알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중독에 가까운 마음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술을 거의 마시지 않으니, 이 감정에 대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좀 끌어 오자. 로마 신화에 나오는 술의 신, Baccus 말이다. 라틴어로 바쿠스이고 그리스 신화에서는 디오니소스다. 디오니소스는 포도의 신이자 포도주의 신, 다산과 풍요의 신, 기쁨의 신이자 광란과 황홀경의 신이다. 부활의 신이자 도취와 쾌락의 신.



BTS의 'Dionysus'에는 '그냥 취해 마치 디오니소스, 한 손에 술잔 다른 손에 든 티르소스'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티르소스(Tyrsus)는 디오니소스가 들고 있는 지팡이를 말한다. 이것은 비합리적으로 만드는 일종의 무기로도 쓰인다고 한다. '찰랑이는 예술, 예술도 술이지 뭐'라는 가사를 보면 술이란 것이 꼭 마시는 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어딘가 빠져들어 쾌락을 추구하거나, 시름을 잊기 위한 어떤 것에 대입해서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다.



Dionysus 디오니소스_BTS



쭉 들이켜

술잔 sippin’ 팔짱 tippin’

한 입

티르소스 grippin’ 포도 eatin’

쭉 들이켜

분위기 keep it D style rip it

한 입

여기 kill it let’s steal it

The illest

그냥 취해 마치 디오니소스

한 손에 술잔

다른 손에 든 티르소스

투명한 크리스탈 잔 속

찰랑이는 예술

예술도 술이지 뭐

마시면 취해 fool

You dunno you dunno

you dunno what to do with

내가 보여줄게 난 전혀 다른 걸 추진

아이비와 거친 나무로 된 mic

절대 단 한 숨에 나오는

소리 따윈 없다

해가 뜰 때까지 where the party at

잠이 들 때까지 where the party at

Sing it 불러 다시

Drink it 마셔 다시

우린 두 번 태어나지

쭉 들이켜

창작의 고통

한 입

시대의 호통

쭉 들이켜

나와의 소통

한 입

Okay now I’m ready fo sho

다 마셔 마셔 마셔 마셔 내 술잔 ay

다 빠져 빠져 빠져 미친 예술가에

한 잔 one shot 두 잔 two shots

예술에 취해 불러 옹헤야

다 마셔 마셔 마셔 마셔 내 술잔 ay

다 빠져 빠져 빠져 미친 예술가에

한 잔 one shot 두 잔 two shots

꽹과리 치며 불러 옹헤야

술잔 sippin’ 팔짱 tippin’

티르소스 grippin’ 포도 eatin’

분위기 keep it D style rip it

여기 kill it let’s steal it

The illest

난 지금 세상의 문 앞에 있어

무대에 오를 때 들리는 환호성

Can't you see my stacked

broken thyrsus

이제 난 다시 태어나네 비로소

When the night comes

mumble mumble mumble

When the night comes

tumble tumble tumble

Studio를 채운 저음 저음 저음

Bass drum goes like 덤덤덤

해가 뜰 때까지 where the party at

잠이 들 때까지 where the party at

Sing it 불러 다시

Drink it 마셔 다시

우린 두 번 태어나지

쭉 들이켜

창작의 고통

한 입

시대의 호통

쭉 들이켜

나와의 소통

한 입

Okay now I’m ready fo sho

다 마셔 마셔 마셔 마셔 내 술잔 ay

다 빠져 빠져 빠져 미친 예술가에

한 잔 one shot 두 잔 two shots

예술에 취해 불러 옹헤야

다 마셔 마셔 마셔 마셔 내 술잔 ay

다 빠져 빠져 빠져 미친 예술가에

한 잔 one shot 두 잔 two shots

꽹과리 치며 불러 옹헤야

우리가 떴다 하면

전세계 어디든지 stadium party ay

Kpop 아이돌로 태어나

다시 환생한 artist

다시 환생한 artist

다시 환생한 artist

내가 아이돌이든 예술가이든

뭐가 중요해 짠해

예술도 이 정도면

과음이지 과음 yeah

새 기록은 자신과

싸움이지 싸움 yeah

축배를 들어올리고 one shot

허나 난 여전히 목말라

What

다 마셔 마셔 마셔 마셔 내 술잔 ay

다 빠져 빠져 빠져 미친 예술가에

한 잔 one shot 두 잔 two shots

예술에 취해 불러 옹헤야

다 마셔 마셔 마셔 마셔 내 술잔 ay

다 빠져 빠져 빠져 미친 예술가에

한 잔 one shot 두 잔 two shots

꽹과리 치며 불러 옹헤야

술잔 sippin’ 팔짱 tippin’

티르소스 grippin’ 포도 eatin’

분위기 keep it D style rip it

여기 kill it let’s steal it

The illest

술잔 sippin’ 팔짱 tippin’

티르소스 grippin’ 포도 eatin’

분위기 keep it D style rip it

여기 kill it let’s steal it

The illest



음주욕을 도취와 쾌락, 중독성에 의존하는 취약한 감정으로 정리하면 어떨까. 단순히 친분을 위해 어울리는 정도가 아니라, 지나치게 빠져들 때 말이다. 우리나라 회식과 음주 문화는 술잔을 돌리고, '부어라, 마셔라'였다. 요즘은 개인주의가 많이 보급(?)되어서 그런지 자신의 술잔에 채운 술을 조금씩 마시는 문화도 자연스럽다. 와인이나 칵테일을 마시며 술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말들을 편하게 꺼내놓기 위한 정도로 말이다. 가벼운 음주는 취중진담을 위해서 필요하니까. 



취중진담_전람회


그래 난 취했는지도 몰라

실수인지도 몰라

아침이면 까마득히 생각이 안나

불안해 할지도 몰라

하지만 꼭 오늘밤엔

해야 할 말이 있어

약한모습 미안해도

술 김에 하는

말이라 생각지는 마

언제나 니 앞에 서면

준비했었던 말도

왜 난 반대로 말해놓고

돌아서 후회 하는지

이젠 고백할게

처음부터 너를 사랑해왔다고

이렇게 널 사랑해

어설픈 나의 말이

촌스럽고 못 미더워도

그냥하는 말이 아냐

두번 다시

이런 일 없을거야

아침이 밝아 오면

다시 한번 널 품에 안고

사랑한다 말할게

자꾸 왜 웃기만 하는거니

농담처럼 들리니

아무말도 하지않고

어린애 보듯 바라보기만 하니

언제나 니 앞에 서면

준비했었던 말도

왜 난 반대로 말해놓고

돌아서 후회 하는지

이젠 고백할게

처음부터 너를 사랑해왔다고

이렇게 널 사랑해

어설픈 나의 말이

촌스럽고 못 미더워도

아무에게나 늘

이런 얘기하는

그런 사람은 아냐

너만큼이나 나도 참 어색해

너를 똑바로 쳐다볼 수 없어

자꾸만 아까부터

했던 말 또 해 미안해

하지만 오늘 난

모두 다 말할꺼야

이렇게 널 사랑해

어설픈 나의 말이

촌스럽고 못 미더워도

그냥 하는 말이 아냐

두번 다시

이런 일 없을거야

아침이 밝아오면

다시 한번 널 품에 안고

사랑한다 말할게

널 사랑해

이렇게 널 사랑해




사실 적당한 음주는 몸에도 좋다고 한다. 혈액순환이 잘 되어서 와인 한 잔 정도 마시는 건 건강을 위해 좋은 습관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술은 술을 부르기 마련이다. 티르소스 지팡이가 하는 일이다.



바이브의 '술이야'처럼 일이나, 인간관계, 혹은 연인 사이 이별 후 너무 힘들 때 술로 달래는 경우가 있다. 어서 헤쳐 나오길 바라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게 마음대로 되진 않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래도 지나친 음주는 몸에 해롭다. 아픔을 적시고 달랠 정도로 적당히만 마시는 절제가 필요하다. 누구나 힘들고 깊은 수렁에 빠지기도 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술이 아니라 피로회복제 같은 회복탄력성이다.



바이브_술이야


슬픔이 차올라서

한 잔을 채우다가

떠난 그대가 미워서

나 한참을 흉보다가

나 어느새 그대 말투

내가 하죠

난 늘 술이야

맨날 술이야

널 잃고 이렇게

내가 힘들 줄이야

이제 남남이야

정말 남이야

널잃고 이렇게 우린 영영

이젠 우리 둘은 남이야

슬픔이 차올라서

한 잔을 채우다가

떠난 그대가 미워서

나 한참을 흉보다가

또 다시 어느새

그대 말투 또 내가 하죠

난 늘 술이야 맨날 술이야

널 잃고 이렇게

내가 힘들 줄이야

이제 남남이야

정말 남이야

널 잃고 이렇게 우린

영영 이제 우리 둘은

술마시면 취하고

나 한 얘기를 또하고

이젠 너 남인줄도 모르고

너 하나 기다렸어

난 늘 술이야 맨날 술이야

널 잃고 이렇게

내가 힘들 줄이야

이제 남남이야 정말 남이야

널 잃고 이렇게 우리

영영 이젠 우리 둘은

정말 영영 이제

우리 둘은 남이야

저물어 가는

오늘도 난 술이야




<강신주의 감정수업>에서는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를 소개하고 있다. 작품 속 주인공 에드먼드가 보들레르의 산문시 '취하라'를 신랄하고 풍자적으로 멋지게 낭송한다고 한다.



늘 취해 있어라. 다른 건 상관없다.그것만이 문제다. 그대의 어깨를 눌러 땅바닥에 짓이기는 시간의 끔찍한 짐을 느끼지 않으려거든 쉼 없이 취하라. 무엇에 취하냐고? 술에든, 시에든, 미덕에든, 그대 마음대로. 그저 취해 있어라. 그러다 이따금 궁전의 계단에서나, 도랑가 풀밭에서나, 그대 방의 적막한 고독 속에서 깨어나 취기가 반쯤 혹은 싹 가셨거든 바람에게나, 물결에게나, 별에게나, 새에게나, 시계에게나, 그 무엇이든 날아가거나, 탄식하거나, 흔들리거나, 노래하거나, 말하는 것에게 물어보라, 지금 무엇을 할 시간인지. 그러면 바람은, 물결은, 별은, 새는 시계는 대답하리라. '취할 시간이다! 취하라. 시간의 고통 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거든 쉼 없이 취하라!
술에든, 시에든, 미덕에든, 그대 원하는 것에.

취하라_보들레르



술이 달다_에픽하이



어딘가에 취해 있다는 것을 '몰입'이라는 단어로 취환, 아니 치환한다면 어떨까. 꼭 술이 아니어도 괜찮다. 취미든 일이든 건강하고 건전한 어떤 것에 취하고 빠져있다면 음주욕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지, 그대 원하는 것에! 



때론 음악이나 예술에 취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럼, 예술 한 잔 해요! :)



술 한 잔 해요_경서 (경서예지), MJ (써니사이드)


술 한잔해요 날씨가 쌀쌀하니까

따끈따끈 국물에

소주 한잔 어때요

잘 지내니 지친 하루에 끝에

위로가 돼주던 한 사람

사실 가끔씩 네 소식을

찾아보곤 해 먹먹해진 기분

술잔 속에 너를 가득 채워

그리움을 넘기네

보이지 않던 것들 보여

여전히 아쉬움 들만

달콤했던 말 행복 섞인 표정까지도

괜찮다면 나와요

우리의 사랑이 뜨겁던 우리의 사랑을

키웠던 그 집에서 먼저 한잔했어요

조금 취했나 봐요

그대가 내 앞에 있는 것 같아

바보처럼 자꾸 눈물이 나요

그대 마음이 차갑게 식어 갔듯이

따뜻했던 국물도 점점 식어가네요

가볍던 주머니 날 감싸주던 손 길

하필 이제서야 생각이 나

우리 함께 자주 가던

사거리 앞 작은 술집

마주 앉은 애틋한 밤

술잔 속에 너를 가득 채워

그리움을 넘기네

비틀거리는 하루 매섭게

더 차가운 날씨

전화라도 해볼까

보고 싶어 누르지 못했지만

괜찮다면 나와요

우리의 사랑이 뜨겁던 우리의 사랑을

키웠던 그 집에서 먼저 한잔했어요

조금 취했나 봐요

그대가 내 앞에 있는 것 같아

바보처럼 자꾸 눈물이 나요

술잔 속에 눈물이 마음속에

그대가 흘러넘치잖아

몇 잔을 마셔도

너를 너를 잊지 못할 걸 알아

쓰디쓴 술잔에 기대면 네가 보였어

이 한 잔에도 금세 붉어 지던 두 볼

따스함이었어 너라는 계절은

늦게라도 와줘요

나 혼자 이렇게 울게 하지 마

우린 항상 같이 있었으니까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하기 싫어서 미치겠어



스피노자의 48가지 감정 카테고리
(감정의 포스팅 순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땅의 속삭임
1. 비루함(낙담)  2.자긍심  3. 경탄  4. 경쟁심  5. 야심 6. 사랑 
 7. 대담함  8. 탐욕  9. 반감  10. 박애 11. 연민  12. 회한

� 물의 노래 
 13. 당황 14. 경멸 15. 잔혹함 16. 욕망  17. 동경  18. 멸시 
19. 절망  20. 음주욕 21. 과대평가  22. 호의  23. 환희  24. 영광

� 불꽃처럼
25. 감사 26. 겸손 27. 분노 28. 질투 29. 적의 30. 조롱
31. 욕정  32. 탐식 33. 두려움 34. 동정  35. 공손 36. 미움 

� 바람의 흔적
37. 후회  38. 끌림  39. 치욕  40. 겁 41. 확신  42. 희망 
 43. 오만  44. 소심함 45. 쾌감 46. 슬픔 47. 수치심 48. 복수심

48가지 감정은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바탕으로 한 <강신주의 감정수업>의 목차를 따랐으며,
감정에 관한 포스팅은 도서 내용과 별개로 헤아리다가 선정한 음악과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 이전 포스팅


48가지 감정 위로 음악은 흐르고

48 Emotions <Prologue>


� 땅의 속삭임

Emotions 01.비루함, 낙담(adjectio) 자존감을 회복할 때

Emotions 02. 자긍심 acquiescentia in se ipso '당당히 할 수 있다'는 단단한 믿음

Emotions 03. 경탄 admiratio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Emotions 04. 경쟁심 aemulatio '권투 말고 건투를 빌며' 

Emotions 05. 야심 ambitio 야생의 생명력으로 야심차게

Emotions 06. 사랑 amor  마주 잡은 은유의 기쁨

Emotions 07. 대담함 audacia 무모한 질문에 대한 무한한 대답 

Emotions 08. 탐욕 avaritia 갈망할수록 갈증나는

Emotions 09. 반감 aversio 'Make it better'

Emotions 10. 박애 benevolentia 'We are so beautiful'

Emotions 11. 연민 commiseratio 사랑이라 믿었던 연민

Emotions 12. 회한 conscientioe 오지 않은 슬픈 나날의 두려움


� 물의 노래

Emotions 13. 당황 consternatio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Emotions 14. 경멸 contemptus 꽃 향기만 남기고

Emotions 15. 잔혹함 crudelitas 진심으로 빌게

Emotions 16. 욕망 cupiditas 욕망한다 고로 존재한다

Emotions 17. 동경 desiderium 희망의 세기를 향해

Emotions 18. 멸시 despectus 본질 속 카프카적 진주처럼

Emotions 19. 절망 desperatio You Raise Me Up




✅ 지난 포스팅


매거진의 이전글 You Raise Me Up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