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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아리다 Oct 06. 2023

이미 내 안에 모든 것이

Emotions 21. 과대평가 existimtio



과대평가 (existimatio)란
어떤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말미암아 
정당한 것 이상으로 느끼는 것을 말한다.

<에티카> 스피노자


<과대평가> 사랑의 찬란한 아우라

어떤 사람을 사랑하면, 우리는 그에 대해 실제보다 과한 평가를 내리기 마련이다.(...) 어쩌면 과대평가야 말로 어떤 사람이 사랑에 빠져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애인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본다면, 다시 말해 제 3자처럼 애인을 본다면, 우리의 사랑은 이미 많은 부분 훼손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 

애인을 신처럼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것, 이런 과대평가야 말로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사랑의 본질이 아닐까?

<강신주의 감정수업> p232-233


 영화 & 드라마

거침없이 하이킥


 도서

<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황야의 이리> 헤르만 헤세


 음악 & 뮤직비디오

Killin' Me Good_지효 (of TWICE)

사랑歌_이펙스(EPEX)

On the Ground_로제 of BLACKPINK





과대평가란 '실제보다 지나치게 높이 평가함 또는 그런 평가'를 말한다. existimatio는 '평가, 판단'과 함께 '존중, 존경, 평판, 명성' 등의 의미가 있다. 라틴어로는 과대 평가라는 의미가 포함되지 않은 것 같은데, 평판이나 명성에 의한 과대평가가 있을 수 있으니, 대략적인 의미는 이해가 된다. 



예전에 어느 프로그램에서 아이유는 자신에게 거품이 많은 것 같다고 하자, 김중혁 작가는 카푸치노는 거품까지 포함한다고 했다. 좋은 평판이나 명성을 얻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아우라가 있어야 하니, 그게 거품처럼 실제보다 부풀려 보이는 현상일 수도 있다. 거품을 걷어 내더라도 좋은 원두를 사용한 커피라면, 내실 있는 경우다. 이와 반대로, 겉포장은 화려한데, 실제 물품은 허접하거나 양이 너무 적거나 하는 경우가 있다. 과대 포장이다. 이 두 가지를 놓고 볼 때 사랑이라는 감정의 과대평가는 당연히 카푸치노 같은 경우가 아닐까.



제 눈에 안경이자, 콩깍지가 끼면 사랑하는 것이다. 꼭 귀하고 비싼 원두가 아니어도 내 취향에 맞는 풍미를 지닌 원두라면 카푸치노든 플랫화이트든 무슨 상관이랴. 어차피 감정이란 주관적인 것이니 내가 좋으면 그만인 것을. 



트와이스 멤버 지효의 솔로곡 'Killin' me Good'에는 '네가 만들어주는 이 기분, 십 초마다 생각나' '내 모습에 내가 놀라'고 만다. 사랑하는 사이는 이렇게 서로를 멋져 보이게 만들어주니까.



Killin' Me Good_지효 of TWICE

Something that I can't deny

처음 입을 댄 그 순간

온몸이 느끼는 뭔가

Something that I can't explain

하지만 너무 특별해

눈을 감고서 집중해

몸이 떠오르는 시간

내 안에 들리는 소리만

듣고 그대로 따라갈래 (That's what you do)

I'm losing all my senses

You're taking me to places

And you know all that I can say is

Killin’ me killin’ me good

Feeling things I never knew that I could

네가 만들어주는 이 기분

십 초마다 생각이 나

내 모습에 내가 놀라

You're killin’ me killin’ me good

You're making me feel something new

You're making me feel so brand new

나보다 날 더 잘 아는 거야

You keep on making me say oh my oh my

Don’t stop 두 단어만 끝없이

네 귀에 속삭이지 Take me so high

나에게 널 맡길 시간

이제 널 위해 준비한

날 보여줄게 너에게만 (That’s what I’ll do)

I’ll let you lose your senses

And make you and go to places

Then I know all that you can say is

You're killin’ me killin’ me good

Feeling things I never knew that I could

네가 만들어주는 이 기분

십 초마다 생각이 나

내 모습에 내가 놀라

You're killin’ me killin’ me good

You're making me feel something new

You're making me feel so brand new

Oh oh 날 솔직하게 해 모두 표현하게 돼

그래서 또 내 입에서 나오는

Oh oh 넌 위험하게 달콤해 그래서 난 계속 원해

I just can't help but to say

Killin’ me killin’ me good

Feeling things I never knew that I could

네가 만들어주는 이 기분

십 초마다 생각이 나

내 모습에 내가 놀라

You're killin’ me killin’ me good

You're making me feel something new

You're making me feel so brand new

You're making me feel something new

You're making me feel so brand new

You're killin’ me killin’ me good


"도련님은 성정이 곧고 천성이 훌륭하세요." 
부엌에 아무도 없을 때 할멈은 나를 치켜세우곤 했다.
그러나 나는 할멈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훌륭한 천성을 타고 났다면 할멈 말고도 잘 대해 주는 사람이 더 있을 것 같았다. 
"그만 알랑거려."
할멈이 칭찬할 때마다 나는 언제나 핀잔을 줬다. 
"그러니까 도련님은 천성이 훌륭한 거예요."

<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에 등장하는 할멈은 그야말로 도련님을 과대평가하며 추켜세운다. 알량거리지 말라고 핀잔을 줘도 천성이 훌륭해서 그런다고 할 정도다. 내리 사랑이기에 할멈이 그럴 법도 하고 이해도 되지만 객관화를 전혀 할 수 없게 만드니, 이쯤이면 정도가 지나치긴 한 것 같다.


편애란 오싹하다. 할멈은 내가 장차 입신 출세해 훌륭한 사람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반면 열심히 공부하는 형은 얼굴만 희멀겋지 쓸 만한 인물은 못 될 것이라고 혼자 단정해 버렸다. 이런 할멈한테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은 반드시 잘난 인물이 되고, 싫어하는 사람은 반드시 낙오한다고 믿었다.

<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 서로 과대평가하는 것이야 그렇다치더라도, 할멈처럼 부모나 사회적 관계에서 그것이 편애가 된다면, 본의아니게 오싹한 상황이 될수도 있겠다.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테니까. '거침없이 하이킥' 영상이 재미있으면서도 의미가 있다.


거침없이 하이킥_편애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는 입장에서는 이펙스의 '사랑歌'처럼 '이리 봐도 내 사랑, 저리 봐도 내 사랑'이다. 사랑에 빠졌다면 아장 아장 걸어도 런웨이 모델처럼 완벽해 보일 것이다. 



사랑_이펙스(EPEX)

Ready Set

hahaha 내 사랑

이리 온 업고서 놀자

내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 사랑

내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

들떠 있어 감추려 해도 티 나

허둥지둥 바빠져

마구 뛰어

마치 오류 난 듯해

내 심장이 난리나 yeah

빨리 빨리 빨리 시간 아까워

썸은 다 옛말, 나는 아냐

내외 따윈 모르고,

뭐든지 솔직하라고 배웠소 ey

아장아장 걸어라 이리 오고 저리 가고

너무도 완벽한 걸 yo

네게 빠졌어

창해같이 깊고도

달 밝은 밤처럼 환한 내 사랑

한치도 부끄럽지 않아

정다웁게 업고서 놀자

그게 바로 너야 내 첫사랑

A-YO Dear A-YO Dear

그래 바로 너야 설레는 맘

어화둥둥 업고서 놀자

na na na na na na na

이리 봐도 내 사랑

저리봐도 내 사랑

어화둥둥 업고서 놀자

내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 사랑

(이리 오너라)

내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

Here we go Baby

Yes 달콤한 건 전부 줄게

앵두, 포도, 꿀 말만 해

난 있잖아 이미 온종일

Kinda sugar high, 감당 못해 I fly

방긋방긋 웃어라 이리 오고 저리 가고

언제나 눈이 부셔 yo

네게 빠졌어

머리 굴려가면서

계산하긴 아름다운 내 사랑

복잡하게 가기 싫어 난

어화둥둥 업고서 놀자

그게 바로 너야 내 첫사랑

A-YO Dear A-YO Dear

그래 바로 너야 설레는 맘

어화둥둥 업고서 놀자

na na na na na na na

이리 봐도 내 사랑

저리 봐도 내 사랑

어화둥둥 업고서 놀자

어지러운 현기증 같애 oh yeah

어디라도 남겨질 romance oh yeah

사랑에 몹시 빠진 모습이

Hey, 나쁘지 않아, 가 볼래 끝까지 더

업고서 놀자

그게 바로 너야 내 첫사랑

A-YO Dear A-YO Dear

그래 바로 너야 설레는 맘

어화둥둥 업고서 놀자

na na na na na na na

이리 봐도 내 사랑

저리 봐도 내 사랑

어화둥둥 업고서 놀자

내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 사랑

(이리 오너라)

내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



우리처럼 불멸하는 사람들은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법이야. 우리는 즐거움을 좋아하지. 젊은이! 진지함이란 시간의 문제라네. 이것만큼은 자네에게 일러줘야겠네. 진지함이란 시간을 과대평가하는데서 생겨나는 거라네. 나도 한때는 시간의 가치를 과대평가한 적이 있었네. 그래서 백 살까지 살고 싶어했지. 그러나 영원 속에선, 자네도 알다시피, 시간이란 없다네. 영원은 한 순간에 불과한 것이라네. 즐거운 일을 하나쯤 할 수 있는 딱 그만한 시간이지.

<황야의 이리> 헤르만 헤세



사랑이 만병통치의 묘약은 아니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필요한 감정이지만, 지나친 과대평가에 익숙해지면, '멸시'의 순간이 찾아올 수도 있다. 세상은 올라가면 내려오고, 음양의 조화로 이루어지듯, 너무 행복할 때 찾아오는 두려움, 절망의 순간에 밝아오는 희망의 빛은 반복되기도 한다.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가 번갈아 바뀌며 굴러가는 롤러코스터처럼.




블랙핑크 멤버 로제의 솔로곡 'On the Ground'는 정상에 올라 성공의 순간에 느끼는 별 것 아닌 것들, 알고 보니 이미 내 안에 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성공에 도취되지 않고, 스스로를 과대평가하지 않으면서 열심히 살아온 지난 시간들을 인정하는 곡이다. 'Everything I need is on the ground'가 바로 이미 내 안에 모든 것이 있었다는 의미다. 원하는 것을 이룬 현재의 나와 그런 모습을 꿈꾸던 과거의 나에게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꿈을 꾸는 동안 스스로를 사랑한다면 뭐든 해낼 수 있다고 믿으며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고 난 후 찾아오는 공허감이나 언제 내려갈 지 모를 힘든 시간을 견뎌내야 함도 알아야 한다. 즉, 나를 객관화하는 메타인지와 주관적인 과대평가는 나를 성장시키고, 삶을 조화롭게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로제의 곡 'On the Ground'는 단시간에 세계 정상에 오른 걸그룹 멤버가 솔직한 마음을 담아 이 세상의 이치와 삶의 지혜를 전해주고 있다.



On The Ground_로제 of BLACKPINK

My life's been magic seems fantastic

I used to have a hole in the wall with a mattress

It’s funny when you want it

Suddenly you have it

You find out that your gold’s just plastic

Every day every night

I’ve been thinking back on you and I

Every day every night

I worked my whole life

Just to get right just to be like

Look at me I’m never coming down

I worked my whole life

Just to get high just to realize

Everything I need is on the

Everything I need is on the ground

On the ground

Everything I need is on the ground

Nah but they don’t hear me though (Yeah what goes up it must come down)

Nah but they don’t hear me though (You’re running out of time)

My world’s been hectic seems electric

But I’ve been waking up with your voice in my head

And I’m trying to send a message

And let you know that every single minute I’m without you I regret it

Every day every night I

’ve been thinking back on you and I

Every day every night

I worked my whole life

Just to get right just to be like

Look at me I’m never coming down

I worked my whole life

Just to get high just to realize

Everything I need is on the

Everything I need is on the ground

On the ground

Everything I need is on the ground

Nah but they don’t hear me though (Yeah what goes up it must come down)

Nah but they don’t hear me though (You’re running out of time)

I’m way up in the clouds

And they say I’ve made it now

But I figured it out

Everything I need is on the ground

Just drove by your house

So far from you now

But I figured it out

Everything I need is on the

Everything I need is on the ground

On the ground

Everything I need is on the ground

Nah but they don’t hear me though

On the ground

Nah but they don’t hear me though

Everything I need is on the ground



스피노자의 48가지 감정 카테고리
(감정의 포스팅 순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땅의 속삭임
1. 비루함(낙담)  2.자긍심  3. 경탄  4. 경쟁심  5. 야심 6. 사랑 
 7. 대담함  8. 탐욕  9. 반감  10. 박애 11. 연민  12. 회한

� 물의 노래 
 13. 당황 14. 경멸 15. 잔혹함 16. 욕망  17. 동경  18. 멸시 
19. 절망  20. 음주욕 21. 과대평가  22. 호의  23. 환희  24. 영광

� 불꽃처럼
25. 감사 26. 겸손 27. 분노 28. 질투 29. 적의 30. 조롱
31. 욕정  32. 탐식 33. 두려움 34. 동정  35. 공손 36. 미움 

� 바람의 흔적
37. 후회  38. 끌림  39. 치욕  40. 겁 41. 확신  42. 희망 
 43. 오만  44. 소심함 45. 쾌감 46. 슬픔 47. 수치심 48. 복수심

48가지 감정은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바탕으로 한 <강신주의 감정수업>의 목차를 따랐으며,
감정에 관한 포스팅은 도서 내용과 별개로 헤아리다가 선정한 음악과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 이전 포스팅


48가지 감정 위로 음악은 흐르고

48 Emotions <Prologue>


� 땅의 속삭임

Emotions 01.비루함, 낙담(adjectio) 자존감을 회복할 때

Emotions 02. 자긍심 acquiescentia in se ipso '당당히 할 수 있다'는 단단한 믿음

Emotions 03. 경탄 admiratio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Emotions 04. 경쟁심 aemulatio '권투 말고 건투를 빌며' 

Emotions 05. 야심 ambitio 야생의 생명력으로 야심차게

Emotions 06. 사랑 amor  마주 잡은 은유의 기쁨

Emotions 07. 대담함 audacia 무모한 질문에 대한 무한한 대답 

Emotions 08. 탐욕 avaritia 갈망할수록 갈증나는

Emotions 09. 반감 aversio 'Make it better'

Emotions 10. 박애 benevolentia 'We are so beautiful'

Emotions 11. 연민 commiseratio 사랑이라 믿었던 연민

Emotions 12. 회한 conscientioe 오지 않은 슬픈 나날의 두려움


� 물의 노래

Emotions 13. 당황 consternatio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Emotions 14. 경멸 contemptus 꽃 향기만 남기고

Emotions 15. 잔혹함 crudelitas 진심으로 빌게

Emotions 16. 욕망 cupiditas 욕망한다 고로 존재한다

Emotions 17. 동경 desiderium 희망의 세기를 향해

Emotions 18. 멸시 despectus 본질 속 카프카적 진주처럼

Emotions 19. 절망 desperatio You Raise Me Up

Emotions 20. 음주욕 ebrietas 디오니소스와 예술 한 잔



✅ 지난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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